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756화 (757/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756화>

“여기서 대포가 왜 나와!?”

자신도 모르게 소리치는 순간 머릿속에서 생각이 줄줄이 이어졌다.

그냥 겉모습만 닮은 것 아닐까!?

그래 그럴 거다! 저 정도 크기의 대포면 끔찍할 정도의 화약을 써야 한다!

화약의 양도 문제지만 그 압력을 버틸 수 있는 강철을 만드는 데도 엄청난 수준의 제련 기술이 필요하다!

이곳은 과학 문명의 세계가 아닌 주술과 무공의 세계!

분명 저 길게 뻗은 텅 빈 철봉은 대포가 아닐 거다!

미친 듯이 행복회로를 돌리자, 마음속에서 불쑥 질문이 떠올랐다.

‘길게 쭉 뻗은 빈 강철봉! 저게 대포가 아니면 뭔데!?’

“……초대형 피리?”

자신도 믿지 못하는 단어를 내뱉는 동시에 사색이 된 우론이 외쳤다.

“저거 마력 대포잖아!? 그것도 마도 제국 오리지널! 저게 여기 왜 있어!”

“저게 진짜 대포라고!? 야, 좀 더 자세히……!”

경악한 천문석이 묻는 순간 갑판에서 다급한 외침이 쏟아져 나왔다.

“마도 제국의 마력 대포!? 저 성채가 진짜 공중도시였다고!? 어떻게!?”

“내가 몇 번이나 말했잖아! 마도 엔진을 박살 내야 한다고! 저 주포 발사되면 끝장이야! 이대로면 우리는 망하는 거야! 으으윽-.”

소니아가 경악하고 압둘라가 머리를 부여잡는 순간.

오마르 장로는 주술 목걸이를 들고 목이 터져라 외치기 시작했다.

“가문 내부 문제에 마력 대포 봉인을 풀었다고!? 멍청한 놈들! 당장 멈춰!”

“그 대포 대륙 통일 전쟁에서 허신의 현현체를 박살 내던 제국 공중도시의 주포다!”

“마도왕급 마도사 없이는 그 주포를 제어할 수 없어!”

“그냥 쏘면 차원 준위가 흔들리고 차원 방벽이 깨진다!”

“대요마, 강림체, 현현체, 초월자! 뭐가 튀어나올지 몰라!”

……

오마르 장로의 외침을 듣는 순간.

천문석은 깨달았다.

마도 제국!

그렇다! 이 세계에는 오파츠 그 자체 빌어먹을 마도 제국이 있었다!

게다가 오마르 장로의 반응을 보니 저건 그냥 대포도 아니다!

‘허신의 현현체를 박살 내던 공중도시의 주포!’

순간 제주도에서 싸웠던 마신의 강림체가 떠올랐다.

군함의 포격과 거대화한 나이트 아머의 강격조차 버텨내던 육체!

결국, 발도 스님과 힘을 합쳐 공간 너머로 날려 버릴 수밖에 없던 강림체!

‘그런 강림체를 박살 내는 주포라고!?’

천문석은 우론에게 다시 확인했다.

“야, 저 대포 위력! 주술 작살이랑 비교하면 어때!?”

“뭐!? 주술 작살?”

우론은 황당한 표정으로 뭐라 답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대답을 들을 필요도 없었다.

파슥, 파슥, 파스슥-!

성채 도시를 감싼 빛, 마력광이 깜빡이기 시작했으니까!

마력광이 점멸하는 순간 엄청난 흡입력이 느껴졌다!

이동 성채 도시는 마치 구멍이 뻥 뚫린 세면대처럼 주위의 모든 마력을 흡수해 깨어나고 있었다!

쿵쿵, 쿵쿵쿵쿵-

귀가 아닌 심상으로 거대한 맥동이 느껴졌다.

마도 엔진의 기동음!

성벽이 통째로 하얗게 작열하고, 시가지 전체에 마력 회로가 떠올랐다.

그리고 이 마력 회로를 흐르는 거대한 힘!

‘저 대포는 스치기만 해도 한방이다!’

천문석이 직감하는 순간 우론의 대답이 들려왔다.

“저거보다 작은 마력 대포 맞고 바위 섬이 그대로 사라졌어! 충전이 끝나고 발사되면 주위를 달리는 배 모두가 흔적도 없이 증발할 거다!”

“…….”

눈앞에 제방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물이 쏟아지는 구멍 하나를 막으니까 수십 개의 구멍에 물이 쏟아지는 제방의 환영이!

‘시바시바! 뭐가 이따위야!?’

지금 당장이라도 분통을 터트리고 싶지만, 리더는 위기 상황에서 더욱 침착해야 하는 법!

“우론! 넌 함대에서 쏘는 주술 작살을 막아라! 저 대포는 내가 방법을 찾아볼게!”

천문석은 확신을 담아 외치고 단숨에 돛대 끝으로 올라가 이동 성채 도시를 자세히 살폈다!

어느새 좌우로 펼쳐진 마력장의 날개는 사라지고, 성채 도시와 함께 달리던 좌우 함대는 점차 뒤처지고 있다!

이동 성채 도시는 홀로 돌출해 질주 중이지만 무장 어선과의 거리는 오히려 벌어지고 있다!

당연했다!

시가지 전체에 떠오른 맥동하는 마력 회로!

이 마력 회로를 통과한 힘이 정상에 있는 마력 대포를 향해 모여들고 있었으니까!

가속하기 위해 사용하던 마력까지 모조리 때려 박아, 제대로 큰 거 한 방을 날리겠다는 각오가 느껴졌다!

마력 대포로 모이는 엄청난 마력은 주술 작살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마력 대포가 충전을 끝내고 빵- 발사되는 순간 벌어진 거리는 무의미!

무장 어선뿐만 아니라 같이 달리는 모래 배들까지 한 방에 증발할 거다!

천문석은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외쳤다.

“미친놈들아! 놀리는 것도 아니고! 그런 게 있으면 처음부터 쓰란 말야!”

처음부터 저런 대포가 있다는 걸 알았다면 그냥 도망치지 않았다!

당연히 뒤를 쫓는 함대를 방패 삼아 대포를 무력화하고 달렸을 거다!

그러나 뒤를 쫓던 함대는 이동 성채 도시 뒤로 축축 처지는 상황! 방패로 사용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지금 남은 방법은 하나뿐이다.

압둘라가 말했던 계획대로.

저 성채 도시의 마도 엔진을 멈추는 것!

문제는 넷이다!

1. 이동 성채 도시로 들어가는 것.

2. 마도 엔진의 위치를 찾는 것.

3. 마도 엔진을 멈출 방법.

이 세 가지 문제는 이미 해결됐다.

천문석은 허공으로 손을 뻗었다.

휘잉, 휘이잉-

손끝에 느껴지는 소용돌이치는 바람!

수십 척의 모래 배가 모여들자 허공에 다시금 바람의 소용돌이 생겨났다!

분지를 탈출할 때처럼 이 바람을 타고 활강해서 이동 성채 도시에 들어가면 된다!

마도 엔진의 위치는 마력 대포로 모여드는 마력을 역추적하면 된다.

아니, 사실은 역추적할 필요도 없다.

마도 엔진을 멈출 방법!

열린 뚜껑으로 냉기를 뿜어내는 아이스박스처럼 전생의 경지를 뿜어내는 반쯤 열린 랜덤 박스가 있었으니까!

그냥 자신이 저 이동 성채 도시에 떨어지기만 하면 모든 게 해결된다.

마도 엔진의 엄청난 마력과 자신의 내력이 호응하는 순간 랜덤 박스 천강흔이 열릴 테니까!

지금 저 마력 대포를 멈출 유일한 해결 방법은 간신히 닫은 랜덤 박스를 스스로 여는 것이다!

“…….”

이 순간 천문석은 뭐라 말할 수 없는 거대한 인과를 느껴졌다.

생각지도 못한 위기가 찾아왔다.

그리고 그 위기를 벗어날 방법이 손에 쥐어졌다.

마치 이 방법을 사용해서 위기를 벗어나라고 등을 떠미는 것처럼!

운명 혹은 숙명.

하늘이 세운 계획의 일부가 된듯한 감각이 느껴졌다.

마음속에서 반발심이 치밀어 올랐지만, 어차피 이대로 있으면 끝장이다.

50% 확률이라도 잡기 위해선 지금 당장 움직여야 했다!

그러나 마지막 4번째 문제가 있었다.

4. 자신이 마도 엔진을 박살 낼 때까지 무장 어선 하늘 고래호가 버틸 방법!

천문석은 돛대를 잡고 갑판으로 미끄러지며 외쳤다.

“야! 계획 변경이다! 저 대포 내가 막으러…….”

이때 마력 대포에서 날아오던 섬뜩한 예기가 움직였다!

‘충전이 끝나기 전에 발사한다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순간 섬뜩한 예기가 용권풍을 향하는 게 느껴졌다!

‘이 녀석들! 주술 작살을 발사했을 때처럼 용권풍을 쏴서 발을 묶을 생각이구나!’

수백 미터 거리!

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지만 분명했다!

이 순간 문득 위화감이 느껴졌다!

주포로 배를 쏴버리면 파티마, 압둘라, 오마르가 한 방에 훅 가고 깔끔하게 모든 게 끝난다.

마력 대포의 위력이면 주술 작살을 발사할 때처럼 변수가 발생할 여지도 없다.

‘그런데 왜 자꾸 용권풍을 쏘려고 하지?’

의문을 품는 순간 돛대를 잡고 미끄러지던 천문석은 갑판에 도착했다.

쿵-

그리고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마력 대포! 이런 걸 숨기고 있었다고!?”

“나도 최근에 알았어! 이대로면 끝장이야! 지금이라도 내 계획대로 해야 해!”

“차원 방벽이 깨지고! 천공탑을 노린 허신이라도 튀어나오면 후계자고 뭐고 끝장이야! 뭐!? 구라! 멍청한 새끼들아! 당장 대습지의 카이만 제국이 사막으로 포탈을 열지 못하는 게…….”

……

파티마 알사우드, 바람검.

압둘라 압마나프, 후계자.

오마르 장로, 이동 성채 도시의 주인.

이동 성채 도시와 반란군이 쫓고 있는 세 사람의 다급한 모습을 보는 순간 불쑥 입 밖으로 말이 튀어나왔다.

“죽으면 안 되는 사람이 있으니까.”

천문석은 스스로의 말을 듣는 동시에 위화감의 정체를 깨달았다!

이동 성채 도시의 반란군들은 파티마, 압둘라, 오마르 장로를 죽일 생각이 없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 셋을 반드시 생포해야 할 이유가 있다!

‘이걸로 4번째 문제가 해결됐다!’

순간 머릿속에서 파팟, 파파팟- 스파크가 튀고 순식간에 계획이 만들어졌다.

천문석은 바로 내력을 실어 외쳤다.

[모두 집중해라! 나한테 계획 있다!]

“뭐? 계획!?”

“대인! 역시 방법을 찾으셨군요!”

“알바! 나도 계획 있어! 곧 보여 줄게! 이야얍, 얍얍얍-!”

“여기서 빠져나갈 계획이 있다고!?”

“빨리! 급해! 그 계획 빨리 말해!”

“야! 마도 엔진! 마도 엔진 멈추러 가야 한다니까!”

“선주님! 시간 없습니다! 용권풍이 심상치 않아요! 올지 말지 간을 보는 게…….”

“주위가 배로 막혔습니다! 이대로는 피할 수 없습니다!”

……

사방에서 쏟아지는 정신없는 외침과 요동치는 선체 그리고 미친 듯이 불어오는 바람!

천문석은 바로 계획을 외쳤다.

“오마르, 파티마, 압둘라! 너희 셋이 몸빵, 인간 방패를 해야 한다!”

“뭐!?”

“야,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마도 엔진! 저 공중도시의 엔진부터 멈춰야 한다니까! 당장……!”

천문석은 가볍게 손을 들어 올려 주먹을 쥐었다.

꽈드드득-

순간 세 사람의 감각이 뒤틀렸다.

땅이 꺼지고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현기증이 쏟아지고, 자신도 모르게 휘청이다 갑판에 줄줄이 주저앉았다!

쿵, 쿵, 쿵-

“내가 현기증으로 주저앉았다고!?”

“그 기술! 지금 그 기술!?”

경악한 파티마와 소니아가 외칠 때.

천문석은 내력을 실어 진각을 밟았다!

모두가 움찔하는 순간.

소리 없는 진각이 일으킨 진동이 선체를 훑었다!

부러질 듯 흔들리던 돛대와 당장이라도 전복될 듯 요동치던 갑판이 일순간에 멈췄다!

“……!?”

“어, 어어어!?”

갑자기 찾아온 정적에 모두가 얼빠진 표정을 짓는 순간.

천문석은 빠르게 계획을 설명했다.

“저 마력 대포 우리가 아니라 용권풍을 겨누고 있다! 지금 저놈들은 파티마, 오마르, 압둘라를 생포하려는 거야! 즉, 세 사람을 방패로 세우면 용권풍을 타고 빠져나갈 수 있다!”

압둘라가 벌떡 일어나 바로 반박했다.

“야, 놓치는 거보다는 제거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고! 저 주포 빵- 쏘면 우리 끝장이야! 마력 엔진을 멈춰야 한다니까!”

천문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래서 마도 엔진도 멈출 거다.”

“어?”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에 압둘라가 얼빠진 소리를 내는 순간.

천문석의 시선이 동료들을 훑었다.

활대 위 여전히 주술 작살을 쳐 내는 우론.

무언가 깨달은 표정의 소니아와 파티마.

당황한 얼굴의 오마르 장로와 압둘라.

굳은 얼굴의 선장과 놀란 바람잡이, 복잡한 얼굴의 선원들.

어느새 달려와 멍하니 자신을 보는 데이몽 발도.

그리고 여전히 뱃머리에서 빙글빙글 정신없이 춤을 추는 특급 헌터와 퐁퐁이까지.

천마 신공이 들어 있을지 모르는 랜덤 박스를 여는 도박을 해야 하지만 조금도 아쉽지 않은 수많은 이유가 보였다.

하하하-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지는 순간 넋 나간 얼굴로 자신을 보는 데이몽 발도가 보였다.

천문석은 가볍게 손을 들었다.

휘이익-

순간 갑판 구석에 놓인 궤짝 뚜껑이 열리고 마지막 금괴가 날아와 손에 잡혔다!

천문석은 5관 금괴를 데이몽에게 던졌다.

“받아라.”

“앗! 대인! 갑자기 왜!?”

“넌 훌륭히 임무를 완수했다.”

“대인! 설마 지금 혼자서……!?”

데이몽 발도의 눈에 떠오른 깨달음의 빛!

‘역시! 이 녀석은 눈치가 비상하다!’

그렇다면 긴말은 필요 없다.

“특급 헌터를 부탁한다!”

“뭐!? 야! 혼자서 안 돼!”

“선주님! 구명정을 내리겠습니다! 같이…….”

“야, 기다려! 나 저 도시 지리 빠삭해! 내가 도움이 될 거다!”

“이건 우리 가문의 일이다! 당연히 나와 같이…….”

“빨리 움직여야 한다! 이 녀석들! 내 말을 전혀 믿지 않아! 언제 주포를 발사할지 몰라…….”

……

사방에서 동료들의 외침이 들려올 때.

천문석은 이미 몸을 돌려 갑판을 달리고 있었다.

‘삶은 반복되는가?’

문득 화두가 떠오른 순간.

전생의 마지막 순간이 생각났다.

마도 18문의 모두를 한자리에 모으고 펼친 도박.

걸린 것은 다르지만 상황은 그때와 마찬가지다.

[천마 신공의 극(極) VS 천강흔 랜덤 박스]

천마신공의 극을 넘어 마공의 멍에를 벗을지!

랜덤 박스에서 X등급 무공 천마신공이 나올지!

그러나 전생의 마지막과는 결정적으로 다른 것이 있었다.

시선과 목소리.

경외와 두려움이 담긴 시선과 목소리가 아닌.

걱정과 황당함이 담긴 시선과 목소리가 느껴졌다.

이 순간 어째선지 가슴속에서 터질듯한 웃음이 차오르고 마음이 날아갈 듯 유쾌해졌다.

“모두 걱정할 거 없다! 나 지금 랜덤 박스가 반쯤 열렸거든!”

카캬카카카-

천문석은 경쾌한 웃음을 터트리며, 바람처럼 갑판을 달려 난간을 딛고 도약했다!

허공을 향해서!

“야! 뭐 하는 거야!”

“위험합니다!”

“거기 허공이야!”

……

다급한 외침이 쏟아지는 순간.

한 줄기 날카로운 바람 소리가 울려 퍼졌다.

휘이이이익-

천문석은 비상하는 매처럼 드넓은 창공으로 단숨에 날아올랐다!

빠아아아아아앙-

이 순간 충전 중이던 마력 대포가 발사됐다!

만져질 듯 선명한 빛이 하늘을 향해 쏘아졌다!

빛의 궤적을 따라 공간이 요동치고, 거대한 마력의 폭풍이 몰아쳐 닿기도 전에 하늘의 먹구름이 흩어졌다!

먹구름이 흩어진 자리에는 피같이 붉은빛의 원이 생겨났다!

‘충전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엄청난 위력이라니!’

천문석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그리고 탄식했다.

‘용권풍을 노린 것도 페이크였구나! 하-’

마력 대포는 용권풍이 아닌 창공으로 비상한 천문석, 자신을 향해 쏘아졌다!

가속된 사고 속, 찰나의 순간.

천문석은 다가오는 빛의 궤적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당연한 일이다.

광장에서 시가지, 부두, 모래사막 추격전까지 모든 사건·사고, 난장판의 핵심에는 자신이 있었다.

용권풍이 아니라 자신이 장수를 태운 말이자, 길잡이고 호위병이었다.

즉, 자신은 기회가 왔을 때 가장 먼저 빵 쏴야 하는 고부가가치 표적이었고 적들은 그렇게 했다.

이제는 진짜 방법이 없다!

마음의 결정을 하고 랜덤 박스로 마음의 손을 뻗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끼에에에에에엑-

날카로운 괴성이 터지는 동시에 거대한 무언가가 천문석 앞으로 떨어져 내렸다!

금속성 비늘로 덮인 육중한 몸통과 강철 기둥 같은 팔다리와 길게 늘어진 혓바닥!

10톤 덤프트럭 크기의 거대한 금속성 도마뱀이 마력 대포가 쏘아 보낸 빛의 궤적에 떨어졌다!

마수 반발장이 단숨에 날아가고 금속성 몸통이 증발하듯 뻥 뚫렸다.

이게 시작이었다.

금속성 도마뱀, 바위 악어, 몸에 풀이 자라나는 뱀과 초거대 수달…….

날아오는 빛의 궤적을 향해 마수가 비 오듯 후두둑 쏟아졌다!

쾅, 쾅, 콰아앙-

마수 반발장과 마력 대포의 빛이 충돌해 쉴 새 없이 폭음이 터졌다!

다섯, 아홉, 열둘, 열일곱……!

마침내 마력 대포의 빛이 사라졌다.

그럼에도 쏟아지는 마수는 멈추지 않았다.

“…….”

쏟아지는 마수를 따라 시선을 옮기자 붉은빛의 원이 보였다.

빛의 원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습지대가 펼쳐져 있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마수는 겁을 먹고 습지대를 도망친 마수들이었다.

마수들이 무엇에 겁을 먹었는지는 바로 알 수 있었다.

한눈에 다 보이지도 않는 거대한 뱀과 완전무장한 수만의 정예병이 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단 한 사람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