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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754화 (755/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754화>

“……!”

“……!”

파티마와 오마르 장로는 머리를 세게 맞은 듯 정신이 아득해지고 다리가 휘청거렸다.

‘……어떨까요?’

‘……헤어지는 게 어떨까요?’

‘……우리 여기서 헤어지는 게 어떨까요?’

……

이세기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끝없이 울려 퍼질 때.

파티마와 오마르 장로는 직감했다!

주위에는 바위 하나 없는 흐르는 모래뿐!

게다가 길잃은 용권풍, 자신을 노리는 반란군 함대와 이동 성채 도시까지 다가오고 있다!

‘배에서 내리는 순간 끝장이다!’

‘배에서 내리는 순간 끝장이다!’

시선이 마주친 두 사람과 입이 가려진 압둘라는 말을 쏟아 냈다.

“저 녀석들이 목격자를 살려 둘 것 같나!?”

“그래! 당연히 너희들에게 모든 걸 뒤집어씌울 거야!”

“응브브! 븝으븝 븝브브븝!”

“와! 이렇게 걱정해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선생님들! 하지만 그건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야, 이분들 타실 구명정…….”

천문석이 구명정을 내리라고 명령하는 순간.

다시금 다급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잠깐, 잠깐! 기다려! 우리를 버리고 간다고 끝이 아냐!”

“맞아! 우리가 내린다고 이 배를. 아니 이 배뿐 아니라 주위 모든 배까지 그냥 보내 줄 리 없다니까!”

“으브븝브! 븝브브! 브브브븝!”

“그렇지! 우리를 끝장내면 당연히 다음은 이 배가! 그리고 주위 배와 선원까지 모두가 목표가 된다!”

“그래! 명분 때문이라도 절대 후환을 남길 리 없다!”

“으브븝! 으브븝! 븝브븝브!”

“그리고 공짜로 도와달라는 게 아냐! 엄청난 상상을 초월하는 돈…… 아니, 땅과 권력을 주겠다!”

“오마르 장로! 압마나프 가문 엄청난 땅 부자야! 옛 제국의 지하수로와 연결된 급수탑이 설치된 도시를 몇 개나 가지고 있어!”

“으브브! 으브븝! 으브브븝!”

……

오마르와 파티마의 열변, 압둘라의 발버둥이 계속됐다.

그러나 천문석은 시큰둥했다.

‘돈, 땅, 권력?’

하-

자신도 모르게 실소가 터지고 전혀 혹하지 않는 스스로의 모습에 내심 고개가 끄덕여졌다.

지금 자신은 배부른 사자다.

5관 금괴 9상자.

1상자에 6개, 54개의 금괴를 가진 배부른 사자!

‘5관이면 18.75kg! 이런 금괴 54개면 무게가 1…….’

“……!”

머릿속으로 계산하던 천문석은 순간적으로 굳어 버렸다.

‘어, 잠깐! 얼마라고!?’

천문석은 계산하고 다시 계산하고 또다시 계산했다!

‘1,012.5kg! 1톤이 넘잖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새삼 경악했다!

지금 자신은 1톤이 넘는 금괴를 먹은 사자다!

배가 부른 걸 넘어 죽을 때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플 리 없는 사자!

집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건물주를 넘어 빌딩주. 어쩌면 성채 빌딩 주인이 될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겪은 수많은 고난과 시련을 모두 올려도 천칭이 기울 정도의 행운, 초초초대박이 이미 터진 상태였다!

그렇기에 천문석은 한점 욕심도 없는 날아갈 듯 가벼운 웃음을 터트릴 수 있었다.

하하하, 하하하하하-

그리고 경쾌하게 외쳤다.

“더 할 말 없지? 자 그럼 선생님들! 이제 우리가 헤어질 시간입니다! 손님 가신단다! 준비해 드려라!”

천문석이 외치는 순간.

갑판장이 바로 앞으로 나서 외쳤다!

“네! 구명정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들었지! 빨리빨리 움직여라!”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선원들은 일제히 외치고 재빨리 선측으로 달려가 방수천을 걷고 구명정을 꺼내 도르래에 걸었다!

“셋에 당긴다! 하나, 둘, 셋!”

그르르륵-

일사불란하게 당긴 밧줄에 구명정이 끌어올려지고 곧 선체 옆으로 움직였다.

쏴아아아-

새하얀 모래가 거칠게 흐르는 사막 위로!

‘이러다가는 진짜로 쫓겨나게 생겼다!’

오마르 장로와 파티마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릴 때.

압둘라는 입이 막힌 채로 필사적으로 발버둥 쳤다.

“으븝브! 으브븝! 븝븝브브!”

“하- 넌 또 왜 그러는 건데!? 오마르 장로 손 좀 치워봐!”

“아, 제발 좀!”

파티마의 말에 오마르 장로가 압둘라를 제압한 손을 치우는 순간.

마침내 말문이 트인 압둘라는 온 힘을 다해서 외쳤다.

“계약서!”

“응?”

“……뭐?”

오마르와 파티마가 영문 모를 소리에 반문할 때.

천문석은 고개를 갸웃했다.

“……뭐야? 갑자기 무슨 계약서를…… 아차!”

압둘라는 품에서 종이를 꺼내 들고 당당히 외쳤다!

“야! 이세기! 여기 계약서에 적혀 있잖아! 카즈빈 압마나프의 무사 탈출을 돕는다!”

“그렇지!”

“맞아! 계약서!”

순간 오마르와 파티마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렇다! 계약서가 있었다!

처음에는 사기를 당했다고 생각했고.

다음에는 반란을 예지한 듯한 내용에 놀란 계약서!

이 계약서에는 마치 미래를 본 듯이 카즈빈 압마나프의 ‘무사 탈출’을 돕는다는 내용이 있었다!

“……!”

“……!”

천문석에게 경악한 모두의 시선이 모이고, 데이몽 발도가 다급히 입을 열어 외치는 순간.

“대인! 이건 제가 책임을…….”

천문석은 손을 들어 데이몽 발도의 말을 끊었다.

수많은 사기와 기만으로 농락하듯이 싸웠다.

그러나 약속을 어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신의(信義)는 그 무엇보다 무겁고.

처음 본 사람, 적이라 할지라도 약속은 약속이다.

그 약속이 자신이 한 게 아니라도 상관없었다.

데이몽 발도는 자신의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이고, 자신이 믿고 일을 맡긴 사람이었으니까.

“약속대로 계약을 이행하겠다.”

천문석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고 하늘 고래호 선체 위의 모두를 바라봤다.

“우리에게는 두 가지 길이 있다. 하나. 저 성채 도시에 들어가 마도 엔진을 멈추는 것. 둘. 길잃은 용권풍 타고 도망치는 것!”

천문석은 모두에게 질문했다.

“마도 엔진을 멈추길 원하는 사람은 손을 들고. 길잃은 용권풍을 타는 걸 원하는 사람은 손을 내려라.”

슬그머니 손을 들던 압둘라가 오마르 장로의 안광이 번뜩이는 눈에 찔끔 놀라 손을 내렸다.

무장 어선 위 모두는 손을 내렸다.

“그럼 길잃은 용권풍을 타고 도망치는 거로 결정됐다! 바로 움직이자! 선장님?”

선장은 바람잡이를 가리켰다.

“용권풍은 바람잡이가 전문이야! 야, 바람잡이 어떻게 해야 하나!”

“아직 용권풍과 거리가 너무 멉니다! 우선 저 녀석을 이곳으로 불러야 합니다!

바람잡이는 돛대에서 주륵- 미끄러져 내려 와 깃털 지팡이를 흔들었다.

“모두 이 지팡이 봐라! 내가 두들기는 대로 박자를 맞춰 선체를 두들겨야 한다! 용권풍을 부르는 노래다!”

딱딱, 딱따닥딱-

바람잡이의 깃털 지팡이가 돛대를 때리는 박자 그대로.

선원들은 장대, 작살, 물통으로 갑판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쿵쿵, 쿵쿠쿵쿵-

쿵쿵, 쿵쿠쿵쿵-

기묘한 운율의 진동이 사방으로 울려 퍼질 때.

바람잡이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천문석에게 속삭였다.

“이게 용권풍을 부르는 운율이고 진동입니다. 하지만 가능성은 반반입니다. 이 계절에 밖으로 나와 길을 잃었다는 건, 저 용권풍이 엄청난 길치란 뜻이거든요. 그리고 진동이 너무 작아서 느끼지 못할지도…….”

이때 사방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문득 고개를 돌리자 성채와 함대를 피해 흩어져 도망치던 모래 배들이 무장 어선을 향해 하나둘 모여들고 있었다.

쿵쿵, 쿵쿠쿵쿵-

이 모래 배들에서도 같은 박자, 같은 운율의 진동이 들려왔다.

이동 성채 도시와 함대를 피해 도망치는 모래 배 모두는 같은 생각을 한 것이다!

‘길잃은 용권풍을 타고 도망친다!’

쿵쿵, 쿵쿠쿵쿵-

하나로 모인 진동과 운율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쿠릉, 쿠르르릉-

곧 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우렛소리와 습기를 가득 머금은 바람이 강해졌다!

“온다! 오고 있어!”

“더 크게! 혼신의 힘을 다해서!”

“휘잉휘잉 오고 있어! 퐁퐁이 힘을 내! 이야압-!”

쿵쿵, 쿵쿵쿠쿵-!

하나로 모인 진동에 수십 척의 모래 배 선체가 요동치고 갑판에 쏟아진 모래가 산산이 부서져 튀어 오르는 순간.

쿠릉, 쿠르릉-

우렛소리가 급격히 가까워지고.

후드득-

굵직한 물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됐다! 이제 곧이다!”

“용권풍이 이곳으로 오고 있다!”

“이제 곧 빠져나갈 수 있다.”

무장 어선과 주위의 모래 배들!

함께 도망치는 모두가 희망에 부푸는 순간 거대한 섬광이 등 뒤에서 터졌다!

팟파파파팟-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점멸하는 마력광이 보였다.

이동 성채 도시와 좌우로 늘어선 함대가 빛났다!

성벽과 성탑, 노범선과 쾌속선에서 생겨난 빛, 마력장에서 드러난 복잡하게 엉킨 선과 도형, 마력 회로!

마력 회로가 모이는 곳에는 발리스타가 있었다!

주술 작살이 장전된 발리스타로 마력광이 모이고 있다!

천문석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바로 알아챘다.

‘마도 엔진의 마력이 주술 작살에 실리고 있다! 성채뿐만 아니라, 함대 전체의 발리스타로!’

기릭, 기리리릭-

들릴 리 없는 기어 돌아가는 소리가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순간 등골을 타고 전율이 흐르고 전신의 솜털이 쭈뼛 솟아 올랐다.

모두는 직감했다!

‘큰 게 온다!’

“모두 흩어지지 말고 버텨!”

“거리가 멀고 이동 사격이라 정확도가 엉망일 거다!”

“일제 사격 한두 번만 버티면! 용권풍 타고 모두 빠져나갈 수 있다!”

……

다급한 외침이 모래 배 곳곳에서 터지고 모두가 각오를 다졌다.

천문석은 내력을 끌어올려 공격을 튕겨 낼 준비를 했다가 흠칫 놀랐다.

반쯤 열린 랜덤 박스!

주술 작살에 담긴 마력과 접촉하면 랜덤 박스가 완전히 열린다!

“야! 나 저 공격 못 막아! 너희가 막아야 한다!”

“뭐!?”

“야, 갑자기 뭔 소리야!”

동료들의 황당한 시선이 쏟아지고 다급한 외침이 터질 때.

콰아앙, 쾅쾅쾅-

이동 성채 도시와 수십 척의 군함의 일제 사격이 시작됐다!

파아아아아아앙-

마도 엔진의 무시무시한 마력이 담긴 주술 작살 수십 개가 일제히 하늘을 날았다!

‘지금이다!’

천문석은 기감을 터트려 쏟아지는 주술 작살의 궤적을 쫓으며 다시 외쳤다.

“저거 내가 막으면 랜덤 박스 열려! 그거 열리면 끝장이다! 내가 떨어질 위치 말할 테니까 너희가 막아야 해! 우선 흩어져라!”

이해할 수 없는 외침이었다.

그러나 하루 종일 이세기와 엮이며 우론, 소니아, 파티마, 압둘라, 오마르 모두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을 질리도록 겪었다!

모두는 재빨리 선체 곳곳으로 흩어져 쏟아지는 주술 작살을 튕겨 낼 준비를 했다.

“돛과 돛대는 내가 지킨다!”

“뱃머리는 걱정 마세요!”

“중앙 갑판은 나다!”

……

이때 주술 작살의 궤적을 살피던 천문석은 깜짝 놀라 외쳤다.

“뭐야!? 지금 저거 어디로 날아가는 거야!?”

천문석이 외치는 순간 모두의 시선이 주술 작살에 꽂혔다!

주술 작살은 하늘로 높이높이 날아올라.

“어, 저거 왜 계속 위로 올라가?”

휘이이이잉-

질주하는 모래 배 돛대 한참 위 허공을 지나갔다!

“……저거 어디 가는 거야!?”

천문석이 외치는 순간.

파아아아앙-

주술 작살은 도망치는 모래 배 위를 그냥 지나쳐 계속계속 날아갔다!

북쪽 하늘!

길잃은 용권풍을 향해서!

순간 모두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같은 생각이 머리에 떠올랐다.

‘길잃은 용권풍이 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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