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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750화 (751/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750화>

압둘라가 납치범과 한패가 된 모습에 얼이 빠진 건 천문석만이 아니었다.

오마르 장로, 파티마, 모래 가오리 기수 모두 멍하니 이 모습을 바라봤다.

“…….”

“…….”

“이세기님…… 지금 뭐가 어떻게……?”

그리고 모래 가오리 기수가 고개를 돌리며 말하는 순간 비명 같은 외침이 터졌다.

“뒤! 주술 작살……!”

파아아앙-

외침과 동시에 들려오는 폭음!

천문석이 모래 기수를 낚아채 바닥을 구르는 순간.

파티마는 번개같이 몸을 돌려 곡도를 내려그었다.

곡도에서 쏟아진 강기와 주술 작살이 충돌!

굉음과 섬광이 터지는 순간 주술 작살은 궤도가 비틀려 모래에 꽂혔다!

그러나 쏟아진 주술 작살 작살은 하나가 아니었다!

파앙, 파앙, 파아아앙-

유도탄처럼 모래 가오리를 향해 줄줄이 쏟아지는 주술 작살!

“알사우드 함대? 미친! 공격 그만! 멈춰! 멍청한 녀석들아!”

파티마 알사우드는 아군 함대가 발사한 주술 작살을 향해 곡도를 내리긋기 시작했다.

깡, 깡, 까아앙-

굉음과 섬광이 터지고 주술 작살에 폭발한 모래가 비 오듯 쏟아졌다.

천문석은 다급히 외쳤다.

“야! 왼쪽! 함대 뒤로 숨어!”

“네!”

바닥에 납작 엎드린 기수가 고삐를 낚아채는 순간 모래 가오리와 무장 어선은 왼쪽, 포위망을 만든 함대를 향해 급선회했다.

촤아아아아-

선체와 부딪힌 새하얀 모래가 높게 치솟고 무장 어선과 모래 가오리는 포위망을 만든 함대를 방패 삼아 달렸다.

순간 모래 가오리를 향해 날아오던 주술 작살이 함대에 쏟아졌다.

쾅, 쾅, 콰아앙-

작살에 담긴 주술과 함대에 새겨진 보호 주술이 충돌!

푸른 주술광이 생겨나고 천둥벼락이 떨어진 듯한 굉음이 터졌다!

“주술 작살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알사우드 함대입니다!”

“대응 사격합니까!?”

“기다려라! 성채도시에서 명령이 들어왔다!”

“뭐? 우리를 노린 게 아니라고! 뭔 헛소리야!”

“공격 중지! 당장 멈춰라!”

“대기! 전원 대기해!”

……

압마나프 함대에서 정신없는 외침이 쏟아질 때, 무장 어선과 모래 가오리는 함대를 방패 삼아 모래사막을 달렸다.

알사우드 함대에서 쏟아붓던 주술 작살은 멈췄고. 끝없이 펼쳐진 사막에는 포위망을 벗어난 모래 배들이 질주하고 있다!

천문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겨우 한숨 돌린 상황!

이제 무장 어선에 올라서 튀기만 하면 된다!

이때 무장 어선 갑판에서 소니아의 외침이 들려왔다.

“야! 이 줄사다리 타고 얼른 올라와!”

촤르르륵-

줄사다리가 던져지는 순간 모래 가오리 기수는 바로 외쳤다.

“바짝 붙이겠습니다!”

무장 어선과 모래 가오리는 곧 나란히 달리기 시작했다.

“바로 올라갈게!”

천문석은 무장 어선을 향해 외치고, 파티마와 오마르 장로를 봤다.

생사결을 벌이기 직전 갑자기 터진 사건들로 모든 게 흐지부지된 상황.

뻘쭘한 시선이 교차할 때.

천문석은 얼굴에 철판을 깔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물었다.

“같이 올라갈까? 아니면 내려 줄까?”

“뭐?”

“지금 무슨……!?”

천문석은 당황하는 두 사람에게 짧게 설명했다.

“압둘라 말한 거다. 직접 올라가서 데려갈래 아니면 모래 가오리로 내려 줄까?”

“…….”

“…….”

두 사람은 뭐라 말을 잇지 못하고 이세기를 바라봤다.

도시, 부두, 사막을 난장판으로 만들면서 도망쳐 결국 포위망을 뚫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풀어 준다고!?’

‘아니, 이럴 거면 도대체 왜 데려간 거야!?’

파티마와 오마르의 머릿속에 같은 의문이 떠오를 때.

천문석은 무장 어선 갑판을 향해 외쳤다.

“야, 위에 공격하지 마! 압둘라 데려갈 사람 올라갈 거야!”

“뭐!? 날 데려간다고!? 미친! 난 계약이 완전히 이행될 때까지 절대 여기서 내리지 않는다!”

‘이건 또 뭔 소리야!?’

압둘라의 황당한 외침이 들려오는 순간.

타다다다닥-

파티마는 모래 가오리를 달려 도약.

줄사다리를 잡고 단숨에 갑판 위로 올라갔다!

이 모습을 본 오마르 장로는 사색이 되어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

“잠깐! 잠시만 기다려! 으아악- 야, 이거 당장 풀어! 내가 먼저 카즈빈님을 만나야 한다!”

천문석은 오마르 장로가 발버둥 치는 이유를 바로 알아챘다.

파티마와 압둘라는 남매이자 경쟁자기 때문!

“야, 기다려! 갑판 위로 던져 줄 테니까. 압둘라한테 풀어달라고 해라!”

천문석은 밧줄에 묶인 오마르 장로를 번쩍 들고 외쳤다.

“야, 위에! 사람 던진다! 받을 준비 해라!”

“알았어! 알바! 얼른 던져!”

특급 헌터가 불쑥 얼굴을 내밀며 외치고, 데이몽 발도의 대답이 뒤이어 들려왔다.

“준비됐습니다! 바로 던지세요! 대인!”

“잠깐…….”

“입 닫아라! 혀 깨문다! 이야아압-!”

천문석은 오마르 장로를 든 채로 달려 무장 어선 갑판으로 집어던졌다!

으아아아악-

오마르의 짧은 비명 후 데이몽의 외침이 들려왔다.

“받았습니다! 대인 얼른 올라오세요!”

이제 남은 건 자신과 모래 가오리 기수뿐.

모든 일은 마무리가 중요하고 그건 구라를 쳤을 때도 달라지지 않는다.

천문석은 모래 가오리 기수에게 말했다.

“이제 곧 여기는 난장판이 된다.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겠냐? 힘들 거 같으면 말해라.”

무장 어선을 눈짓하는 순간.

기수는 절도있게 경례하며 외쳤다.

“아닙니다!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부디 무사히 탈출하십시오! 함께 해서 영광이었습니다! 이세기님!”

“함께 해서 영광이었다!”

천문석은 마주 경례하고 줄사다리를 향해 뛰었다.

탁-

사다리를 잡는 순간 바로 이탈하는 모래 가오리!

“영광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기수의 외침이 들려올 때.

천문석은 품에서 꺼낸 주머니를 던졌다.

반사적으로 주머니를 받는 순간 모래 가오리 기수는 깜짝 놀랐다.

손에 걸리는 묵직한 무게와 짤랑 이는 금속성!

재빨리 주머니를 푸는 순간 가득 담긴 금화가 나타났다.

“이건……!”

“넌 받을 자격이 있다!”

“이세기님…….”

금화 주머니를 받은 기수는 격동으로 몸을 부르르 떨다가 손을 들어 경례했다.

말은 필요 없었다!

기수는 모래 언덕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 경례 자세를 유지했다.

천문석은 사라지는 모래 가오리 기수에게 크게 손을 흔들고 한달음에 갑판으로 올라가 외쳤다.

“친구들! 내가 돌아왔다!”

그리고 굳어 버렸다.

* * *

“…….”

천문석은 넋 나간 얼굴로 하늘 고래호 갑판을 돌아봤다.

“할아버지! 내가 해냈어! 나 카즈빈이 엄청난 거래를 성공시켰어!”

“……잠깐, 거래? 무슨 거래!?”

“봐봐! 이게 계약서야! 이제 곧 불명예를 씻을 수 있어!”

“미친! 또 계약서를 썼다고!? 우선 이 밧줄부터 풀어 봐!”

“내가 꼼꼼히 확인했어. 이번엔 진짜 걱정할 거 없다니까! 게다가 저기 봐! 누나도 확인하고 있잖아!”

종이를 흔들며 상기된 얼굴로 외치는 압둘라와 꽁꽁 묶인 채 사색이 되어 외치는 오마르 장로.

“……진짜 아니라니까! 저리 가! 쫓아 오지 말라니까!”

“그러니까 얼굴을 보이라고! 얼굴만 확인하겠다!”

돛대 위 망루로 들어간 우론과 돛대 아래에서 기세등등하게 외치는 파티마.

“비서형! 이제 싸우려나 봐! 엄청 재밌겠지!?”

“크크큽- 도련님이 생각하신 것보다 황당하고 어이없고 재밌을 겁니다!”

고개를 한껏 들고 흥미진진한 눈으로 이 모습을 구경 중인 특급 헌터와 데이몽 발도까지!

“뭐야? 이거 어떻게 된 거야!?”

생각지도 못한 광경에 천문석이 외치는 순간 다급한 목소리가 돌아왔다.

“앗! 알바! 올라왔구나! 나랑 퐁퐁이가 엄청난 일을 해냈어! 들으면 깜짝 놀랄 거야! 듣고 싶지? 알고 싶지!?”

“너! 올라왔구나! 꼬맹이 잠깐 비켜봐! 내가 먼저 할 말이 있어…….”

퐁퐁이를 타고 날아와 폭풍처럼 말을 쏘아내는 특급 헌터와 방풍 고글과 천으로 얼굴을 가리고 난간 아래서 튀어나온 소니아.

“잠깐, 잠깐만! 압둘라 왜 풀어 준 거야? 그거부터…….”

“앗! 알고 보니까! 압둘라 형이 굉장히 힘든 게 많았더라고! 그래서 나랑 퐁퐁이랑 비서형이 같이 도와주기로 했어! 앗! 이거보다 중요한 게 있어! 나랑 퐁퐁이가 뭘 한 줄 알아! 내가 자세히 설명해 줄게…….”

특급 헌터의 손가락이 데이몽 발도를 가리키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하기 시작하는 순간 재빨리 끼어들어 외치는 소니아.

“야, 빨리 쟤 좀 어떻게 해 봐! 지금 저 녀석 엄청난 사고를 치고 있어!”

“무슨 사고인데?”

소니아는 침을 꿀꺽 삼키더니 데이몽과 망루 위 우론을 번갈아 가리켰다.

“저 미친놈이 우론이라는 이름 듣더니…… 쟤가 우론 대공이라고 구라를 쳤어.”

“……!”

소니아의 속삭이는 목소리를 듣는 순간 머릿속에서 섬광이 번뜩였다!

[데이몽 발도가. 서커스 무희 우론을. 대륙십존 우론 대공이라고 구라를 쳤다.]

풀려난 압둘라.

압둘라가 흔드는 계약서.

망루로 도망친 우론과 그 아래에 선 파티마.

그리고 시가지와 부두, 사막을 달리며 얻은 정보들!

파편화된 정보와 머릿속 문장이 합쳐지는 순간.

천문석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깨달았다.

‘데이몽 발도는 우론을 미끼 삼아 압둘라를 낚은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빠진 조각이 있다.

압둘라가 동료들을 도우며 자신을 찾는 함대를 향해 배신자라고 외친 이유!

문득 고개를 들자 어느새 달려온 데이몽이 고개를 숙였다.

“대인! 돌아오셨군요! 바로 상황을…….”

천문석은 손을 들어 말을 끊고 바로 핵심으로 들어갔다.

“다른 건 대충 이해했다. ‘배신자’ 이거 어떻게 된 거야?”

“과연 대인! 한방에 알아채셨군요!”

데이몽은 품에서 종이를 꺼내 내밀며 한껏 목소리를 낮췄다.

“거두절미하고. 지금 압둘라 님은 배신자, 반란군을 피해 도망치고 계신 겁니다.”

데이몽 발도의 의미심장한 미소와 반짝이는 두 눈.

그리고 펼쳐진 종이, 계약서에 적힌 짧은 문장.

[이세기와 동료들은 최선을 다해 카즈빈 압마나프의 무사 탈출을 돕고, 우론과 정당한 결투를 하도록 주선한다.]

“우론 대공이 아니라? 우론?”

“역시! 대인! 한 번에 알아채시는군요!”

데이몽은 탄성을 터트리며 돛대 위 망루에 오른 서커스 무희 우론을 눈짓했다.

대륙 십존 우론 대공이 아니라, 시장에서 양철 뚜껑을 돌리던 서커스 무희 우론을!

데이몽 발도는 있지도 않은 ‘배신자, 반란군, 우론 대공’을 팔아 압둘라를 같은 편으로 만든 것이다!

기발한 아이디어다.

그러나 꼭 확인할 게 있었다.

압둘라를 같은 편으로 만든 이유!

“이미 제압한 압둘라를 풀어 주고 계약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천문석이 넌지시 찔러보자, 데이몽 발도는 씩 웃으며 멀어지는 함대를 가리켰다.

“쟤들 이제 우리 공격 못 합니다.”

천문석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몸이 두 개가 아니었기에 실행하지 못한 계획!

자신이 무장 어선에 있었더라도 같은 식으로 움직였을 거다!

인질로 삼는 건 하수다!

압둘라가 묶여 있다면 구하기 위해서 끝까지 추적하고 공격을 쏟아부을 것이다.

그러나 자유롭게 풀려난 압둘라가 배신자, 반란군이라 외치면 감히 뒤를 쫓을 수도 공격을 퍼부을 수도 없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죄가 괘씸죄였으니까.

데이몽은 압둘라를 한편으로 만들며 추적의 꼬리를 같이 끊은 것이다!

“와, 그 짧은 시간 동안 이걸 해냈다고!? 훌륭해 아주 훌륭해!”

천문석이 연신 감탄하자, 데이몽 발도는 연신 허리를 숙이며 손을 비볐다.

“함대와 이동 성채 도시를 자유자재로 움직이신 대인에 비하면 전 아무것도 아닙니다! 엄청난 재력과 하늘이 내린 그 머리! 감탄 또 감탄했습니다!”

“하하하! 내가 좀 그런 면이 있지! 너도 나 못지않다! 그 빠른 상황대처 능력과 머리 회전! 감탄했다! 넌 꼭 엄청난 부자가 될 거다!”

“과연 대인께서는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십니다! 쓸데없는 무림 고수가 아니라 부자라니! 감탄, 감탄! 감탄했습니다! 많은 지도 편달 부탁드립니다!”

……

서로의 얼굴에 금칠하는 이 순간.

천문석과 데이몽 발도는 수십 년을 동고동락한 동문 사형제에게서나 느낄 깊은 동질감과 호감을 느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재능, 이 머리!

‘카-! 여기가 던전만 아니면, 일기일원공을 가르치는 건데!’

이 재력, 이 머리!

‘하-! 대사형이 아니라 이세기 대인께서 일기일원문의 장문 제자였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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