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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748화 (749/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748화>

“그게 바로 파티마님의 계획이다!”

‘공격을 받는 게 파티마님의 계획이라고!?’

말문이 막힌 기수의 시선이 오마르, 파티마를 거쳐 방풍 고글에 피풍의를 걸친 남자에게 닿는 순간.

불현듯 의심이 들었다!

‘정말 이 모든 게 원대륙에서 방금 돌아온 파티마님의 계획일까!?’

한번 의심하자 보이지 않던 게 보였다.

갑자기 터진 섬광 속에서 오마르 장로와 파티마님을 데리고 나타나 무조건 달리라고 말한 남자!

얼핏 보기에는 아군 병사와 같은 복장이지만, 피풍의 안에 입은 옷이 다르다!

게다가 적이나 다름없는 압마나프 가문의 함대로 이동하라고 명령했다!

‘설마, 이 녀석…… 파티마님을…….’

기수의 눈빛이 변하는 순간.

천문석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왜? 내가 혹시 적일까 봐? 파티마님을 저놈들한테 넘길까 봐 걱정이냐?”

정곡을 찔린 기수가 흠칫 놀랄 때.

천문석은 기수의 어깨를 툭 치고 능청스럽게 말했다.

“내가 오마르 장로님과 바람검 파티마를 동시에 제압했다고? 설마 내가 무슨 대륙 십존이라도 된다고 생각하냐? 하-.”

“아……!”

탄성과 함께 기수의 얼굴이 풀어지는 순간.

천문석은 소리죽여 은밀하게 말했다.

“방금 성벽에서 외친 거 들었지? ‘파티마님 만세!’ 그게 바로 나다! 나 이세기다.”

“네!? 이세기라면! 그 카즈빈님을 납치한!”

“그래 너희가 하루 종일 쫓은 이세기가 바로 나다.”

“어, 어어어!?”

경악한 기수의 눈동자가 혼란스럽게 흔들렸다.

파티마, 카즈빈.

이세기, 오마르.

갑자기 바나항으로 돌아온 파티마님!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난 카즈빈님!

카즈빈님을 납치한 이세기!

그 이세기가 다시 오마르 장로를 기습 공격했다!

상황이 앞뒤가 맞지 않았다!

돌아가는 상황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뭐야!? 지금 가문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기수의 머릿속에서 가문의 권력 구도와 계파상황이 복잡하게 뒤얽힐 때.

어깨에 닿는 묵직한 손과 낮게 깔린 목소리.

“이거 파티마님이 원대륙으로 떠나실 때부터 준비한 계획이다. 극소수만 아는 계획. 심모원려다.”

심모원려!

순간 복잡하게 뒤엉킨 머릿속이 맑아지고 자신도 모르게 탄성이 터졌다.

“설마, 설마! 이 모든 게 ‘계획’이었다는 겁니까!”

천문석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지금 그 극소수만 아는 계획에 지금 너도 포함됐다.”

“……!”

격동으로 몸을 부르르 떨던 기수는 외쳤다!

“……최선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기수는 바로 고삐를 움직여 압마나프 가문의 함대를 향해 질주했다.

촤아, 촤아아아-

서쪽 함대가 빠르게 가까워졌다!

‘제일 어려운 고비를 넘겼다!’

천문석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직접 뛰는 순간 깨달았다.

이 흐르는 모래는 진짜 물이나 다름없다.

맨몸으로 달려서는 도망치는 게 불가능하다!

모래 가오리 기수를 설득하지 못했으면 흐르는 모래 위에 발이 묶일 상황!

다행히 기수는 자기가 만들어 낸 이론과 음로로 스스로를 납득 시켰다!

‘지구 평평설, 게이트 외계인 창조설 ‘같은’ 음모론이 괜히 널리 펴진 게 아니다!

‘카캬카카카-’

천문석은 웃음을 삼키며 방풍천을 펼쳐 오마르와 파티마를 가렸다.

그리고 사방으로 기감을 뻗어 상황을 확인했다.

모래 언덕을 미끄러져 포위망을 뚫으려는 모래 배들!

다급한 고함뿐 주술 작살 발사를 망설이는 이동 성채 도시!

서로를 견제하느라 모래 배를 제대로 막지 못하는 노범선과 쾌속선!

명령하고 책임질 사람이 사라지자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된 상황!

결국,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빠져나가듯 모래 배들은 숭숭 뚫린 포위망을 뚫고 도망치고 있었다!

처음 계획보다 상황이 좋다!

이미 도망칠 구멍은 넘치도록 만들어진 상태!

암초 지대를 달리던 무장 어선은 어느새 은근슬쩍 모래 배 사이로 끼어들어 달리고 있었다!

‘믿고 있었다! 데이몽, 우론, 소니아, 특급 헌터, 선장님!’

이대로 모래 가오리를 타고 구멍을 통과, 포위망을 뚫고 달리는 모래 배 사이로 스며든다!

그리고 은근슬쩍 무장 어선에 올라타 마하바나를 향해 도망치면 모든 게 끝난다!

카캬카카카카-

천문석은 참을 수 없는 희열에 통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쿠르르르-

이 순간 먼 북쪽 하늘에서 우렛소리가 들리고 먹구름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저건 또 뭐야!?’

깜짝 놀라 의문을 품는 순간 바로 들려오는 대답.

“길 잃은 용권풍입니다! 바나의 경비대에서 곧 다른 곳으로 유인할 겁니다!”

‘길 잃은 용권풍? 바나의 경비대에서 무엇을 한다고!?’

이해할 수 없는 말이지만.

천문석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원대륙에서 건너온 지 얼마 안 돼서…….”

순간 기수는 반색해서 외쳤다.

“역시! 파티마님과 함께 원대륙에서 건너오신 최측근 분이셨군요!”

천문석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의미심장한 미소만 지었다.

그리고 기수의 얼굴을 유심히 살피며 말했다.

“너 얼굴 내가 기억해 두겠다. 모든 일이 끝나고 날 찾아와라. 내 이름 기억하지?”

“네! 이세기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기수는 원대륙 식으로 연신 허리 숙여 외쳤다.

천문석은 툭, 툭- 기수 어깨를 두들기며 말했다.

“이제 저 압마나프 함대를 뚫어야 한다! 내가 준비한 한 수가 있지만, 네 도움과 믿음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할 수 있겠나? 날 완전히 믿을 수 있겠냐!?”

“완전히 믿겠습니다!’

모래 가오리 기수는 이 순간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마침내 가문으로 돌아오신 파티마 알사우드님께서 결단을 내리셨다!

그리고 파티마님의 계획을 실행하는 최측근!

이세기님의 눈에 들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왔다.

기수는 일평생 그 어느 때보다 집중해 고삐를 움직였다.

촤아, 촤아, 촤아아-

모래 가오리는 물 위로 튕기는 물수제비처럼 흐르는 모래 위를 날아 압마나프 함대로 돌진했다!

이때 모래 가오리 등 위, 두꺼운 방풍천 아래 숨겨진 오마르 장로가 번쩍 눈을 떴다!

오마르 장로는 한참 전에 정신을 차렸으나 미동도 하지 않고 귀만 열어 뒀다!

‘한걸음 내딛기 전에 10번 생각하는 신중함이 빛을 발했구나!’

오마르 장로는 돌아가는 상황을 모두 파악했다!

쫓겨나듯 떠난 원대륙에서 파티마가 너무 순순히 돌아왔다고 생각했다.

과연 자신의 생각대로 파티마 알사우드는 그냥 돌아온 게 아니었다.

가문을 집어삼킬 계획을 가지고 돌아왔다!

자신마저 미끼로 던지는 대담한 계획을 세우고!

‘하-! 그런 계획을 세웠단 말이지!?’

오마르 장로는 눈을 빛내며 수를 계산했다.

바람검, 파티마 알사우드가 가문을 떠난 지 벌써 10년 가까이 지났다!

그 이름을 지우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던가!

파벌의 반대를 무릅쓰고 외손자 카즈빈이 알사우드와 압마나프 두 이름을 모두 잇게까지 만들었다.

그러나 압도적으로 유리한 전투에서 우론 대공에게 사자심검을 뺏기며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됐다!

최약체 대륙십존, 만들어진 대륙십존, 제국의 사냥개, 짠돌이 대공, 돈 대신 삶은 계란을 팁으로 주는 귀족.

온갖 악평과 말도 안 되는 헛소문이 따라다니던 우론 대공!

우론 대공의 이름이 대륙을 떨어 울렸다!

그에 반해 카즈빈은 가문 대대로 지켜온 사자심검을 뺏긴 반푼이 취급을 받았다!

그 결과 악평이 퍼지는 걸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바람검 파티마 알사우드의 이름을 퍼트릴 수밖에 없었다.

사막 최강검 파티마가 돌아오면, 우론 대공을 단숨에 꺾어 설욕할 거라는 소문을 퍼트린 게 오마르 자신이었다!

‘오히려 잘됐다!’

오마르는 눈을 번뜩였다.

가문 안의 주도권 싸움은 외부와의 싸움과는 결이 다르다.

아무리 싸운다고 해도 같은 지붕을 이고 사는 가족!

명분과 도의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파티마의 계획을 역 이용해서 단숨에 명분과 도의에서 우세를 잡고 몰아친다!

오래 기다릴 필요도 없다.

지금 모래 가오리는 압마나프 함대, 자신의 수족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으니까!

함대에 도착하는 순간 단 한마디만 하면 모든 것이 뒤집힌다!

촤아, 촤아아-

거센 바람에 몰아치는 모래 소리를 들으며.

오마르는 마나심법으로 내력을 모았다.

그리고 곧 기다리던 기회가 왔다!

쏴아아, 쏴아아아-

모래가 비 오듯 쏟아지고.

콰앙, 파아아앙-

섬뜩한 굉음과 바람 소리가 사방에서 터졌다.

뒤이어 들려오는 날 선 고함과 외침!

“멈춰! 막아라!”

“작살은 사용하면 안 된다! 선체로 막아!”

“뚫고 나가! 어차피 잡히면 강제 징발당한다!”

“좀 부서져도 상관없다! 밀어붙여!”

그리고 오마르 장로가 기다리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거기! 알사우드 가문 모래 기수! 돌아가라!”

* * *

‘도착했구나!’

압마나프 함대에 도착했음을 직감하는 순간.

오마르 장로는 끌어올린 내력을 한 번에 터트렸다!

파앙-

단숨에 방풍천에서 튀어나와 명령했다.

“전원……!”

탁-

기다렸다는 듯이 팔과 허리를 잡아 오는 손!

“뭐……!?”

경악하는 순간 팔과 허리에서 기이한 내력이 쏟아져 들어왔다.

엄청난 현기증!

하늘과 땅이 쉴 새 없이 뒤집히고, 누군가 몸을 잡고 흔드는 것처럼 감각이 요동친다!

시각, 청각, 촉각, 후각!

감각이 뒤엉키고 무언가 목을 콱 틀어막은 듯 비명조차 지를 수 없다!

이때 다급한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터졌다.

“앗! 위험합니다! 선장! 뭐 하는 거냐!? 당장 길을 열어라! 이 분이 누구신지 모르냐!”

이세기의 목소리!

‘이세기 이놈! 지금 무슨 짓을!?’

간신히 고개를 든 순간.

다우선 갑판에서 터져 나온 선장의 목소리!

“어, 어어어!? 오마……!”

“조용! 입 닥쳐라! 지금 상황 모르겠냐!?”

“네, 네!?”

다우선 선장이 얼빠진 목소리로 묻는 순간.

천문석은 다급히 말했다.

“바로 길을 열어라! 지금 가문의 권력 향방이 결정될 순간이다!”

“그게 무슨……?”

천문석은 방풍천을 슬쩍 들춰 선장에게 보였다.

정신을 잃은 파티마 알사우드가 나타나는 순간.

선장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버렸다.

갑자기 사라진 오마르 장로님과 바람검 파티마가 같이 나타났다!

그것도 모래 가오리에 숨어 은밀히 빠져나가는 모습으로!

머릿속에서 온갖 추측과 의문이 몰아쳤다!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선장의 다급한 외침에 천문석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눈짓했다.

정성스레 부축한 오마르 장로.

방풍천 아래 포로처럼 기절한 바람검 파티마.

“설마. 이 모든 게……!?”

“쉿! 누군가 들을 수 있다!”

선장의 두려워하는 시선이 자신의 얼굴에 꽂히는 순간.

오마르는 선장의 생각을 직감했다!

‘멍청한 놈아! 이게 내 계략 아냐! 나도 인질이잖아! 당장 나포해! 공격하라고! 으아아-.’

오마르 장로는 어떻게든 소리를 지르기 위해 힘과 내력을 끌어올렸다!

툭, 투툭-

얼굴과 목덜미에 힘줄이 불거지고 얼굴이 터질 듯이 붉어졌다!

일그러지는 얼굴에 선장이 움찔하는 순간.

탁-

오마르 장로의 목을 콱 막았던 무언가가 사라졌다!

“으아아아아악-.”

거대 괴수가 울부짖는 듯한 괴성이 쏟아졌다!

선장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악을 쓰듯 외쳤다!

“얼른! 얼른 통과하십시오! 아니, 제가 앞장서 길을 열겠습니다!”

“으아아, 아아아-.”

‘뭐!? 야, 이 멍청한 새끼야……!’

괴성을 지르던 오마르는 다급히 숨을 고르고 외치려 했다.

“……!”

그리고 깨달았다.

다시 목이 콱 막혔음을!

멍하니 옆을 돌아보자, 악마같이 웃는 얼굴이 보였다.

“와, 연세도 있으신 분이 이렇게 우렁찬 외침이라니! 신체 나이는 40대라고 해도 믿겠어요! 정말 훌륭하십니다!”

카캬카카카카-

“…….”

오마르는 깨달았다.

기절한 채 숨죽이며 내력을 모을 때부터 알고 있었구나!

자신은 처음부터 이세기의 손바닥 위에 있었다!

그리고 들려오는 기수의 목소리.

“엄청난 작전이었습니다. 바로 빠져나가겠습니다!”

모래 가오리 기수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오마르는 전율했다.

자신만이 아니다!

모래 가오리 기수.

앞장서 길을 여는 선장.

방풍천 아래 기절한 파티마 알사우드까지!

모두가 당했다!

지금 가문의 두 기둥이 동시에 뽑히게 생겼다.

눈앞의 이세기, 이 악마같이 웃는 놈의 계략에 당해서!

자신이 죽고, 압마나프 계파가 패배하는 것보다 못한 최악의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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