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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745화 (746/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745화>

[정정당당히 붙자!]

모래 언덕 너머에서 이세기의 외침이 들려왔을 때.

파티마 알사우드는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을 터트렸다.

하-!

갑자기 튀어나와 도발하고 도망치던 이세기의 정정당당히 붙자는 외침!

또 무슨 잔머리를 쓸지 감도 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세기의 제안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이세기는 악당 같은 웃음을 터트리며 하늘을 날아 도망쳤다.

그렇다! 하늘을 날아 도망쳤다!

이세기가 어떻게 하늘을 날아 도망쳤는지 감도 오지 않았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사기꾼 악당 같은 이세기에게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이 있다는 것!

이 심연 속에 빛나는 보석이 있을지, 돌멩이가 있을지는 직접 그 안에 들어가야만 알 수 있었다!

마침내 그걸 확인할 기회가 왔다!

파티마 알사우드는 내력을 실어 모래 언덕 너머 하늘로 외쳤다.

[승부에 무엇을 걸 테냐!?]

수많은 뜻이 함축된 질문이 하늘을 울리는 순간.

마찬가지로 짧지만 의미심장한 대답이 돌아왔다.

[승자독식!]

그야말로 무림의 방식!

순간 파티마는 참을 수 없는 유쾌함에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그래 좋다! 승자독식! 모든 것을 걸고 싸우자!]

촤아아아-

이때 모래 가오리가 출구 언덕을 넘어 급경사의 모래 위를 미끄러졌다.

그리고 파티마는 경악했다.

출구 너머에 매복하고 있는 함대.

이 함대 중앙에 이동 성채 도시가 있었다!

바람 사막에 있어야 할 압마나프 가문의 성채 도시가 바나항에 나타났다!

순간 모래 가오리에 탄 측근들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성채 도시가 어떻게 여기에!?”

“설마 파티마님이 귀환 소식이 알려진 건가!?”

“그럴 리가 없습니다! 함대에도 알리지 않았는데!”

“어디서 정보가 샜는지 바로 확인해야 합니다!”

“당장 빠져나가셔야 합니다!”

파티마는 말을 끊고 명령했다.

“……지금 뒤로 빠질 수는 없다. 우선 성채 도시로 이동한다.”

“압마나프 가문의 성채 도시입니다! 파티마님이 모습을 드러내면 무슨 짓을 할지 모릅니다!”

모래 가오리 기수가 다급히 말했다.

“괜찮다. 보는 눈이 많아 다른 생각은 하지 못할 거다. 그리고 카즈빈을 이세기가 데리고 있다.”

파티마는 모래 언덕을 넘어 줄줄이 나타나는 모래 배들과 하늘에서 원을 그리는 이세기를 가리켰다.

뭔가 더 말하려던 기수는 말을 삼키고 주술사에게 눈짓했다.

주술사는 바로 뿔피리를 꺼내 불었다.

부우우우우우-

곧 이동 성채 도시를 중심으로 좌우로 펼쳐진 노범선과 쾌속선, 모래 가오리 기병대에 긴장감이 생겨났다.

갑작스러운 전투 대기 명령에 알사우드, 압마나프 두 가문의 함대가 서로를 견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모래 가오리가 천천히 성채 도시로 미끄러질 때.

파티마는 이세기와의 승부도 잊고 내심 한숨 쉬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 돌아왔는데도 가문은 자신이 떠날 때 그대로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새롭게 아버지의 부인이 된 압마나프 가문의 여인.

그리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카즈빈 압마나프.

파티마와 카즈빈.

자신과 동생의 이름 뒤에 붙은 성.

알사우드, 압마나프.

동생에게 사자심검을 넘겨주고 원대륙으로 떠났는데도 변한 것은 없다.

이미 하나가 된 알사우드와 압마나프 가문은 여전히 서로를 견제하고 있었고.

자신의 머리 위에는 스스로는 벗을 수 없는 알사우드의 후계자라는 이름의 왕관이 여전히 씌워져 있다.

파티마는 당장이라도 몸을 돌려 원대륙으로. 아니, 그 누구도 자신을 모르는 곳으로 훌쩍 떠나고 싶었다.

그렇기에 이 순간 다짐했다.

‘카즈빈. 멍청한 동생 녀석을 이세기에게서 구하는 즉시 떠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세기와의 승자독식 결투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

이세기를 찾아 무심결에 시선을 돌리는 순간 들려오는 외침.

[야, 저기 성채 도시에서 겨루자! 먼저 가서 기다리겠다! ]

“뭐!? 야, 잠깐……!”

이세기는 말릴 새도 없이 성채 도시의 성벽으로 활강했다.

“……!”

황당한 얼굴로 하늘에서 떨어지는 이세기를 바라보는 압마나프 가문의 병사들!

이제 자신이 다가가면 압마나프 가문의 정예병과 장군, 장로들이 쏟아져 나올 거다.

파티마는 탄식했다.

“어떻게 이렇게 되냐…….”

압마나프 가문의 장로들은 카즈빈이 지얀데의 주인이 되지 못한 걸 파티마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사자심검을 넘겨줬을 때도 그들이 원하는 대로 원대륙으로 떠난다고 발표했을 때도, 분명 뭔가 음모가 있을 거라고 주장했던 게 압마나프 가문의 장로들이다.

이들은 카즈빈의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어떻게든 자신을 치워 버리려 했다.

지금 자신이 단 한마디만 하면 압마나프 가문의 자랑, 주술 발리스타 수십 기가 이세기에게 쏘아질 것이다!

‘이세기는 내 친구다!’

파티마는 허탈하게 웃었다.

이세기는 정말 절묘한 장소를 결투 장소로 골랐다.

파티마 알사우드에게 이를 가는 압마나프 가문의 자랑.

이세기가 납치한 카즈빈의 외가 압마나프 가문의 이동 성채 도시가 결투 장소다.

즉, 이세기는 적지 한복판을 결투 장소로 삼은 거다.

결투하다가 언제 주술 작살을 맞아도 이상하지 않은 장소.

이세기뿐만 아니라 파티마 자신에게도 적지인 장소를 결투 장소로 정했다!

이 놀라운 우연에 파티마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와! 이세기 저 녀석. 뭐가 이렇게 재수 없어!?”

* * *

분지 출구를 지나자 하늘에서 소용돌이치는 바람의 기세가 확 죽었다!

천문석은 파티마가 모래 언덕을 미끄러지는 모습을 확인하고 바로 성채 도시 성벽으로 활강했다.

휘이이이잉-

성벽이 빠르게 가까워지는 순간 성벽 곳곳에서 기계음이 들려오고 섬뜩한 살기가 쏟아졌다!

기리리리릭-

대형 발리스타가 회전해 하늘을 겨누고, 주술 문양이 번뜩이는 작살이 장전된다!

철컹, 철컹, 철컹-

당장이라도 주술 작살을 쏘아댈 기세!

천문석은 다급히 외쳤다.

“야! 쏘지 마! 나 이세기다!”

“내가 하늘에서 소리치는 거 못 들었냐!?”

“나 너희 보스! 파티마랑 결투할 사람이다!”

순간 성벽 위 병사들의 얼굴이 기괴하게 변했다.

“뭐……!?”

“우리 보스가 파티마라고?”

“파티마? 파티마가 누구야?”

“어, 설마…… 바람검 파티마 알사우드!?”

“바람검이 돌아왔다고!?”

“방금 소리친 사람이 바람검이란 거야!?”

“알사우드 함대 놈들! 어쩐지 이상하다 했더니!”

“비상 걸어! 당장 장로님께 알려야 한다!”

성벽 위에 내려선 천문석은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하늘에서 사람이 떨어졌는데도 신경도 쓰지 않는 병사들!

땡땡, 땡땡땡-

다급한 종소리가 울려 퍼지고, 사색이 된 병사들이 미친 듯이 달리며 외쳤다.

“파티마! 바람검이 돌아왔다!”

“알사우드 가문의 파티마가 귀환했다!”

“총원 전투 준비한다!”

성벽에서 일어난 소동은 곧 시가지로 퍼져 나갔다.

데엥, 데에엥-

시가지 곳곳에서 종소리가 울려 퍼지고.

타다다다닥-

완전무장한 군인, 주술사, 딱 봐도 고위직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성벽으로 달려왔다.

마치 생사 대적이 나타난 듯한 모습, 생각지도 못한 반응이 나오고 있었다!

‘뭐야, 갑자기 왜 이래!? 지금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다행히 병사들은 자신에겐 신경 쓰지 않고 있다!

천문석은 재빨리 성벽 구석에 찰싹 달라붙어 성벽 너머 허공으로 손을 뻗었다.

바로 바람을 낚아채 도망칠 생각이었으나 바람의 결이 느껴지지 않았다!

당연했다!

이곳에는 바람을 잡아채고 달리던 수많은 모래 배들이 없었으니까!

즉, 여기서 도망치려면 흐르는 모래의 바다를 달려야 한다!

천문석은 성벽 너머 모래의 바다를 살폈다.

분지 안의 모래가 고요한 호수였다면.

분지 밖의 모래는 계곡을 흐르는 격류다!

새하얀 모래가 마치 물처럼 꿈틀꿈틀 흐르고 있다!

이 위로 달리는 건 헤엄치는 것과 마찬가지!

느린 속도는 물론 체력이 뭉텅이로 빠져나갈 거다!

여량위의 고속 갤리선을 타고 오며 몇 번이나 들었던 그대로다!

게다가 주위를 모래 배 함대가 포위하고 성채의 성벽 위에는 수십 개의 발리스타가 있는 상황.

무작정 사막으로 뛰어내려 달리다가는 오래지 않아 수십 발의 주술 작살을 맞고 훅 간다!

이동 성채 도시 밖의 흐르는 모래는 맨몸으로는 오래 헤엄칠 수 없는 바다나 마찬가지다.

즉, 지금 자신은 이 성벽 위에 고립됐다.

‘시바, 시바! 분명 직감은 나쁘지 않았는데?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파티마! 빨리 와라!”

마음속으로 초조하게 외칠 때 목소리가 들렸다!

“이세기!”

파티마!

결투 상대 파티마가 모래 가오리를 타고 성채 도시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바로 성벽에서 나가려던 천문석은 멈칫했다.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

우선 분위기를 살피는 게 우선이다!

이때 성벽 위에서 비명 같은 외침이 쏟아졌다.

“파티마!”

“……바람검!”

“사자심검의 주인……!”

“진짜 파티 마 알사우드가 나타났다!”

……

병사들의 외침에 담겨 있는 복잡한 감정.

의혹, 불안, 경악, 공포……!

이 순간 천문석은 깨달았다.

파티마 알사우드와 자신이 내려선 이동 성채 도시는 같은 편이 아니다!

파앙, 파앙, 파아앙-

이때 분지 출구에서 거센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줄줄이 분지 출구로 튀어나와 모래 언덕을 미끄러지는 모래 배들!

모래 배들은 포위망을 완성한 함대와 이동 성채 도시, 작살을 맞고 나포된 모래 배들을 보고 기겁해서 급선회했다.

촤아아아아-

비틀린 선체 아래로 모래가 치솟고 미끄러지던 배의 속도가 확 죽었다!

촤아, 촤아, 촤아아-

옆면으로 미끄러지던 모래 배들이 급격히 속도가 줄어 멈추는 순간 뒤이어 미끄러지는 모래 배들이 연쇄 충돌했다.

쾅쾅, 콰아앙-

함대 앞 모래 언덕에는 뒤엉킨 모래 배로 만들어진 방파제가 순식간에 만들어졌다.

그리고 모래 언덕을 넘어와 미끄러지는 배들이 이 방파제에 계속 채워지기 시작했다.

쿵쿵, 쿠웅-

충돌음이 끝없이 터지며 부두를 탈출한 배들이 갇혔다!

저 안에 동료들이 탄 배가 갇히면 끝장이다!

이때 무장 어선, 하늘 고래호가 나타났다!

연쇄 충돌하는 배들을 본 순간 하늘 고래호는 재빨리 바위 암벽 방향으로 기수를 틀었다!

크르르르륵-

무장 어선은 모래 사이로 튀어나온 암초에 선체를 갈며 멈춰 섰다.

뒤엉킨 배들과 거리를 둔 바위 암벽 바로 아래.

언제든 기회만 있으면 모래 언덕을 미끄러지며 가속도를 붙여 도망칠 수 있는 장소에 자리를 잡았다!

‘됐다!’

척하면 척!

무장 어선의 동료들은 말 한마디 하지 않아도 바로 상황을 파악하고 최적의 선택을 했다!

아직 계획이 실패한 건 아니다.

어떻게든 자신이 기회만 만들어 주면 무장 어선은 빠져나갈 수 있다!

파티마와 포위망의 핵심 성채 도시의 관계를 파악하고 그 틈을 파고들면 된다!

천문석은 눈으로는 파티마를 기감으로는 성벽 위 병사들의 반응을 살폈다.

이때 멈춰 섰던 모래 가오리, 파티마 알사우드가 탄 모래 가오리가 성채 도시로 다가왔다.

이 순간 변화가 시작됐다.

성벽에 늘어선 병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성채 도시 좌우에 자리한 함대가 날개를 펼치듯 좌우로 움직였다.

어느새 주위에는 터질듯한 긴장감이 흐르고, 모래 흐르는 소리만 들려왔다.

그리고 마침내 성채 도시 앞에 파티마가 탄 모래 가오리가 멈춰 서는 순간.

둘로 나뉜 함대는 좌우로 펼쳐져 커다란 원을 그리고 있었다!

파티마와 성채 도시.

둘로 나뉘어 펼쳐진 함대.

이 모든 곳에서 느껴지는 익숙한 긴장감!

‘어, 잠깐…… 이 느낌!?’

콩가루 중의 콩가루 마도 18문과 같은 느낌이다!

마도 18문의 정점, 전생 천마 천문석은 깨달았다!

‘이 녀석들 내부 권력 다툼을 벌이고 있구나!’

천문석이 직감하는 순간 다급한 발소리가 들렸다.

다다다다닥-

호위병과 함께 계단을 올라온 딱 봐도 높아 보이는 노인.

노인과 호위병들은 천문석에겐 눈길도 주지 않고 지나쳐 성벽 위 단에 올랐다.

그리고 피를 토하는 듯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오마르 장로가 바람검, 파티마님을 뵙습니다. 이렇게 제때 돌아오시다니! 하늘이 도왔습니다! 당장 우론 공국에 연락하겠습니다! 우론 대공을 꺾고 가문의 치욕을 씻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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