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744화>
[카캬카카카카카-]
웃음을 터트려 도발하는 순간.
[이세기!]
내력이 실린 외침과 함께 날카로운 검을 겨누는 듯한 기세가 느껴졌다!
‘파티마 알사우드!’
기세가 느껴지는 곳에 시선을 두고 내력을 집중하자 보였다.
파아앙-
폭발하듯 치솟은 새하얀 모래!
촤아, 촤아아-
새하얀 모래 속에서 튀어나온 모래 가오리!
거대한 모래 가오리가 물 위로 던진 돌멩이처럼 모래 위로 가속했다!
이 모래 가오리 등 위, 검은 비단으로 만든 무복을 입고 부드럽게 휜 곡도를 찬 여자가 보였다.
‘파티마 알사우드!’
‘이세기!’
시선이 교차하고 서로를 인지하는 순간.
천문석은 목소리에 내력을 담아 다시 한번 도발했다!
[야! 얼른 따라와라!]
[나 잡으면 네가 원하는 결투 해 주마! 카캬카카카-]
[그래 원하는 대로 해 주마! 모래 기병! 이세기를 쫓아라!]
파티마가 명령하는 순간.
천문석은 포물선을 그리며 허공에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파아, 파아아-
하늘에는 미친 듯이 소용돌이치는 바람이 가득하고!
촤아, 촤아아-
지상에는 좁은 출구를 향해 모여드는 모래 배 수백 척이 있다!
수백 척의 모래 배에 자리한 바람잡이들이 잡아챈 수백 수천의 바람이 뒤엉켜 하늘의 소용돌이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 소용돌이를 느끼는 순간 문득 머리를 스치는 아이디어가 있었다.
‘될 거 같은데!?’
천문석은 바로 움직였다.
오른손의 장대는 허리 뒤에 놓고.
왼손은 허공으로 뻗어 바람의 결을 느낀다.
휘잉, 휘이잉-
허공으로 뻗은 왼손!
일기일원공의 내력이 담긴 손에 수백 척의 모래 배에 잡혀 소용돌이치는 바람의 결이 느껴졌다!
‘바람을 잡아 모래의 바다를 달리는 모래 배들!’
전생, 현생 통틀어 처음 보는 일이고, 처음 겪는 일이다.
그러나 바람의 결을 느끼는 순간 그 맥이 보이고 들리고 느껴졌다!
그리고 모래사막을 질주하는 수많은 모래 배 갑판에 선 바람잡이들이 무엇을 하는지, 어떻게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이 순간 천문석은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또 무엇을 해야 할지 깨달았다.
손끝에 바람의 떨림이 느껴지는 순간!
‘지금이다!’
일기일원공의 내력이 실린 왼손이 바람의 결을 낚아챘다!
휘이이이잉-
돌돌 실이 말린 실뭉치 수백 개를 낚아채듯 바람이 딸려 나와 글라이더 날개처럼 펼쳐진다.
천문석은 바람의 날개를 펼치고 미끄러지듯 활강해 질주하는 모래 배로 떨어졌다!
그리고 우뚝 솟은 돛대 첨단을 장대로 내려찍었다.
꽈드드득-
부러질 듯 휘어진 장대의 탄성을 빌려 도약!
파아아아아-
다시 한번 소용돌이치는 바람을 낚아채 활강한다!
휘이이이잉-
천문석은 급경사를 그리는 모래 언덕 위, 분지 출구를 향해서 연속으로 날아올랐다!
“……이게 대체!?”
이 모습을 본 파티마의 눈이 경악으로 커졌다!
아무리 살펴도 글라이더, 깃털 지팡이 같은 주술 장비는 없다!
‘아무 장비도 없이 맨몸으로 하늘을 난다’고!?
동생을 납치하고, 시가지를 난장판으로 만들며 도망친 적!
단 한 번도 제대로 싸우지 않고, 온갖 잔머리로 도망만 치던 이세기가 상상도 하지 못한 기술을 보였다!
‘맨몸으로 바람을 낚아채 하늘을 날다니!’
그 자신이 무의 길을 걷기에 파티마는 지금 이세기가 보여 주는 기술의 수준을 알 수 있었다.
너무나 아득하여 어떻게 가능한지 상상도 안 되는 수준의 기술!
가슴이 터질 듯 경외심이 치솟고, 전신이 전율로 떨려 왔다!
문득 머릿속에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 긴 시간 동안 원대륙, 무림을 헤매고 다녔음에도 찾지 못한 일대종사!
‘설마 일대종사를 지금 만난 건가!?’
파티마는 바로 부하들에게 확인했다.
“이세기! 내가 자리를 비운 동안 새롭게 대륙 십존에 오르신 분인가!?”
“…….”
“…….”
모래 가오리 기수와 바람잡이, 주술사 모두 서로만 바라볼 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이때 하늘 높은 곳에서 이세기의 외침이 들려왔다.
파티마는 재빨리 하늘을 바라보며 귀를 활짝 열었다.
[야, 왜 이리 늦어?]
[빨리빨리! 따라와라!]
[아! 그렇지! 넌 나처럼 하늘 못 날지?]
[카캬카카카카카카카카-]
“…….”
경외심을 한 방에 날려 버리는 유치한 도발과 자신도 모르게 이를 갈게 만드는 비열한 웃음소리가 하늘에 울려 퍼졌다.
“……우선 잡고 본다! 추적 중인 모래 기병에 전해라! 이세기를 잡는 게 최우선 목표다!”
* * *
천문석은 급경사의 모래 언덕 위로 연신 날아오르며 주위를 확인했다.
급격히 좁아지는 급경사의 모래 언덕.
이곳이 항구도시 바나의 분지를 빠져나갈 유일한 출구다.
이 유일한 출구로 강제 징발을 피해 부두를 탈출한 수많은 배가 모여들고 있었다.
급경사에 속도가 느려지고 길이 급격히 좁아지자, 출구로 모여든 크고 작은 모래 배들이 뒤엉켜 충돌하기 시작했다.
쿵쿵, 쾅쾅쾅-
선체가 쉴 새 없이 요동치고, 갑판 위 선원들이 나뒹굴고 돛대와 밧줄이 엉켰다.
모래 언덕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됐다.
이때 천문석은 선두권의 모래 배 돛대에 내려섰다.
탁-
천문석은 바로 고개를 돌려 도발한 파티마를 확인했다!
어느새 거리가 훌쩍 벌어진 상황.
파티마의 모래 가오리는 빠른 속도로 모래 위를 질주했지만, 그 앞에는 수백척의 배가 뒤엉켜 있었다.
아무래도 거리를 좁히기 힘들어 보였다.
“이거 내가 내려가야 하나? .”
문득 생각하는 순간 파티마가 탄 모래 가오리가 도약했다!
파파팟-
넓게 펼쳐진 날개로 모래를 때리고 훌쩍 날아오르는 순간 바람잡이들이 깃털 지팡이를 내리그었다!
파아아아앙-
깃털 지팡이에서 쏟아진 바람이 모래 가오리를 단숨에 밀어 올렸다!
모래 가오리는 거대한 글라이더처럼 활강해 쉴 새 없이 충돌하는 모래 배 갑판으로 떨어졌다.
콰아앙, 꽈드드득-
굉음과 함께 갑판이 주저앉고 깜짝 놀란 선원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이거 뭐야!?”
“미친놈아! 지금 뭐 하는 거야!?”
선원들의 다급한 외침 터질 때.
모래 가오리는 다시 한번 갑판을 때리고 도약해 바람을 타고 활강했다!
쾅, 쾅, 콰드득-
모래 가오리가 날아오르고 활강해 떨어지는 매 순간 갑판, 난간, 뱃머리, 작은 배의 돛대가 부러지고 박살 났다!
“미친놈아! 위험하잖아!”
“피해라! 모래 가오리 떨어진다!”
“야, 작살 던져! 저 미친놈 잡아!”
사방에서 분노한 외침이 쏟아졌지만.
파티마가 탄 모래 가오리는 멈추지 않고 연속으로 도약했다!
이게 시작이었다!
양 떼를 모는 목양견처럼, 배를 몰아가던 모래 가오리 기병이 일제히 도약해 뒤엉킨 배를 박살 내며 돌진했다!
콰앙, 쾅쾅, 콰드득-
굉음과 파열음이 끝없이 터져 나오고 갑판이 내려앉고 난간이 박살 나고 돛대가 부러지는 모래 배들이 속출했다!
수백 척의 배가 뒤엉킨 가뜩이나 병목 지형인 분지 출구가 더욱 엉망진창이 되고 있다.
“와, 쟤 생각보다 더 터프한데!?”
천문석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파티마는 거치적거리는 걸 모조리 박살 내며 자신의 뒤를 쫓고 있다.
이 과격한 모습!
그리고 시가지에서 도망치며 겨룬 몇 번의 검격, 부두를 달릴 때 막아 낸 검기를 대입하면 파티마의 스타일이 머리에 그려진다.
초절정 초입의 경지!
목표를 향해 폭풍처럼 퍼붓는 맹공!
정말 오랜만에 보는 전형적인 강검(强劍)의 무인이다!
‘간만에 제대로 싸워 볼까?’
순간 배 속에서 생겨난 열기가 가슴을 거쳐 머리로 올라왔다.
당장이라고 강철봉을 뽑아 백합, 천합의 승부를 내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 중요한 건 압둘라 함대가 펼친 포위망을 탈출하는 것!
사막의 정치 지형에 대한 열변을 토하며 절대 잡혀서는 안 된다고 몇 번이나 당부하고 금화 주머니까지 넘긴 경비대장.
대장간에서 만난 그 경비대장의 정보에 의하면 압둘라 일족의 함대는 절대 만만치 않다!
무장 어선이 수백척의 배 사이에 숨어서 움직이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자신이 파티마와 압둘라 일족의 함대를 유인해야만 무장 어선이 탈출할 수 있다.
천문석은 슬쩍 무장 어선에 시선을 보냈다.
장대를 들고 갑판에 선 친구들.
돛 줄을 잡고 악을 쓰며 당기고 풀어내는 선원들!
터질 듯 부풀어 오른 돛이 걸린 활대는 쉴 새 없이 회전했고. 활대가 회전하는 매 순간 무장 어선은 살아 있는 물고기처럼 날렵하게 움직였다.
엉망진창 뒤엉킨 모래 배 사이, 틈을 찾아 파고들고. 충돌하려는 선체를 장대로 밀어내며 부러진 돛대가 떨어지자 순간적으로 가속해서 피한다!
과연, 장담할 만한 실력.
무장 어선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면 지금 자신이 할 일은 파티마, 모래 가오리 기병, 매복 중인 함대를 유인해 빠져나갈 틈을 만들어 주는 거다!
이때 모래 언덕 정상이 보였다!
천문석은 활대를 달려 장대를 박아 넣고 하늘 높이 도약했다.
파아아아앙-
단숨에 모래 언덕 정상을 넘는 순간 시야가 탁 트이고 끝없는 펼쳐진 새하얀 모래의 바다가 보였다!
“……!”
예상대로 분지 출구 모래 언덕 너머에는 압둘라 함대, 지얀데의 함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나선을 그리며 언제든지 돌진할 수 있게 움직이는 대형 노범선 수십 척.
대형 노범선 사이사이에 자리한 중소형 쾌속선과 사막 가오리 기병대 백여 기.
압둘라 함대는 예상 그대로 대단했다.
그러나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게 여기에 있었다.
함대 중앙에 성채가 보였다.
길게 뻗은 성벽과 성벽 곳곳에 자리한 발리스타와 높은 성탑.
한쪽에는 부두가 보이고, 성벽 너머 완만한 경사를 그리는 언덕에는 시가지가 펼쳐져 있었다.
별다를 것 하나 없는 성채 도시였다.
단 하나 이 성채 도시가 움직인다는 것을 제외하면!
“도시가 왜 움직여!?”
천문석이 경악하는 순간 들려오고 보였다!
파스스스-
도시 주위를 흐르는 모래의 소리가!
파, 파아아-
흐르는 모래 속에서 천천히 움직이는 거대한 날개와 꼬리가!
거대한 모래 가오리!
성채 도시는 생명체라고는 믿기지 않는 거대한 모래 가오리 위에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이 거대한 모래 가오리는 가마솥을 덮는 솥뚜껑처럼 언제든 분지 출입구를 막을 수 있는 자리에 대기하고 있었다!
* * *
파아아아앙-
이때 고속 범선 한 척이 모래 언덕 정상을 넘어 튀어 올랐다!
고속 범선의 선원들은 출구 앞에 펼쳐진 포위망, 함대와 성채에 기겁했다.
쏴아아아아-
그러나 곧 엄청난 속도로 비탈진 모래를 미끄러져 질주하는 고속 범선!
순간 성채 도시 성벽 위 발리스타가 고속 범선에 겨눠지고 확성 마법에 담긴 외침 들려왔다.
[고속 범선 멈춰라!]
[긴급 검문을 시행하겠다!]
[검문에 불응 시 강제 나포한다!]
고속 범선은 멈추지 않고 ‘S’자로 회피 기동해 포위망을 뚫으려 했다!
콰아아앙-
이 순간 폭음과 함께 사슬이 달린 작살이 날아갔다!
허공을 수놓는 빛과 겹겹이 생겨나는 주술 문양!
작살은 단숨에 공간을 뛰어넘어 날아갔다!
차르릉, 꽈드득-
그리고 섬뜩한 쇠사슬 끌리는 소리와 함께 고속 범선 선체를 관통했다!
고속 범선은 작살에 꿰뚫린 물고기처럼 성채 도시로 끌려 갔고 사방에서 다가온 쾌속선과 모래 가오리 기병에 나포됐다.
“…….”
천문석은 멍하니 이 모습을 바라봤다.
무장 어선이 수백척의 모래 배 사이에 숨어 달리고, 자신이 함대와 파티마를 유인하면 충분히 포위망을 뚫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틀렸다.
적들의 노림수는 매복한 함대, 사냥꾼이 아니었다.
항구도시 바나에서 빠져나오는 출구 전체를 틀어막을 수 있는 거대한 뚜껑이었다.
압둘라 일족은 분지 출입구를 완전히 막아 버릴 수 있는 이동 성채 도시를 가져왔다!
발리스타에서 쏘아진 주술 작살이 공간을 뛰어넘어 고속 범선을 꿰뚫는 순간 직감했다.
‘저건 못 피한다!’
자신이 파티마와 함대를 유인해도 저 이동 도시를 치우지 못하면, 무장 어선은 포위망을 뚫을 수 없다!
그리고 모든 게 생각대로 진행됐다!
파앙, 파앙, 파아앙-
모래 언덕 정상에서 튀어나온 배들이 모조리 나포되기 시작했다!
‘하늘 고래호가 오기 전에 방법을 찾아야 한다!’
천문석은 맹렬히 머리를 굴렸고 곧 방법을 찾았다!
휘이이잉-
바로 바람을 타고 분지 안으로 이동!
천문석은 빙글빙글- 원을 그리며 모래 언덕 정상을 향해 질주하는 파티마의 모래 가오리에 외쳤다!
[파티마 알사우드!]
[결투를 신청한다!]
[정정당당히 붙자!]
천문석은 진심을 담아 외쳤다.
이번엔 진짜로 정정당당하게 붙는다!
그게 주술 작살을 무력화할 가장 빠른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