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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742화 (743/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742화>

“…….”

“…….”

우론과 소니아는 홀린 듯이 5관 금괴를 노려봤다.

두 사람은 공국의 대공, 제국 검공가의 후계자로 상류층 중의 상류층이었다.

우론 공국이 평범한 공국이었다면.

소니아 비제우가 천공탑 수색에 나서지만 않았다면.

5관 금괴가 무더기로 쌓여 있어도 눈길조차 두지 않았으리라!

그러나 두 사람은 지금 너무나 쪼들렸다.

“자 됐지? 그럼 난 이걸로 선장이랑 딜하고 올게!”

그렇기에 천문석이 손수레를 밀고 후갑판으로 달려가려는 순간.

탁, 탁-

재빨리 손수레를 잡고 열망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외쳤다.

“이세기! 우리도 동기부여가 필요할 거 같아!”

“맞아! 동기부여 하면 임전무퇴하고. 그 사생사생 잘 할 수 있을 거 같아!”

천문석은 특급 헌터와 데이몽 발도를 봤다.

“이상하네? 왜 안 나오지! 이얍, 얍얍얍-!”

특급 헌터는 여전히 나무 상자를 흔들고 있고.

데이몽 발도는 기다렸다는 듯이 앞으로 나서 씩 웃었다.

“전 괜찮습니다! 대인! 이 협상은 저한테 맡겨 주십시오! 최고의 협상을…….”

순간 우론과 소니아는 깜짝 놀라 외쳤다.

“뭐!? 안 돼! 야, 이런 건 직접 협상해야지!”

“맞아! 우리는 너랑 직접 협상할 거야!”

“쟤랑은 협상 안 해!”

“그래! 저놈이랑은 절대 협상할 수 없어!”

다급히 외치며 간절한 눈빛을 보내는 우론과 소니아!

‘뭐야, 이 녀석들 왜 이래?’

의아했지만, 분지 출입구가 멀지 않았다.

당장 선장을 설득하고 딜을 해야 했다.

천문석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 그래! 협상…….”

“난 금괴 하나!”

“나도 금괴 하나면 돼!”

우론과 소니아가 외치는 순간.

천문석은 머릿속에서 무언가 번뜩이는 걸 느꼈다.

‘어, 잠깐! 이거 잘하면……!?’

이때 천문석의 표정을 본 두 사람은 재빨리 다시 외쳤다.

“반 개! 반 개면 충분해!”

“그래 나도 반개면 충분할 거 같아!”

“말도 안 돼요! 뭘 그렇게 많이…….”

“됐다.”

천문석은 끼어들려는 데이몽을 막고 고개를 끄덕였다.

‘됐구나!’

‘으아아- 성공했구나!’

우론과 소니아가 내심 환호하는 순간.

천문석은 돌연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야,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당연히 너희가 돈을 내야지!”

“뭐?”

“어?”

얼떨떨한 표정으로 반문하는 우론과 소니아.

천문석은 손가락을 들어 우론, 소니아 그리고 자신을 가리켰다.

“우리 친구잖아. 곤돌라 타고 화물 수로 지나올 때 기억나지?”

순간 머리를 스치는 장면.

왜 도와줘야 하냐는 물음에 ‘우리가 친구라서.’라고 대답했다.

‘이거다!’

‘이거구나!’

우론과 소니아는 바로 대응 논리를 펼쳤다!

“맞아! 우리 친구야! 친구한테 돈을 내라고 하면 안 되지!”

“그렇지! 야, 친구한테 소개비 뜯고 그러면 안 돼! 절대 안 돼!”

천문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소개비? 야, 무슨 소리야! 친구 사이에 소개비를 받을 리 없잖아! 하하하-.”

“역시 그렇지!”

“흐흐흐- 야, 놀랐잖아!”

우론과 소니아가 안도하는 순간.

천문석은 눈을 번뜩이며 말을 쏟아 냈다.

“하지만 친구 사이라도 N빵! 계산은 철저해야지!”

“아, ‘N빵’은 머릿수로 나눈다는 뜻이야.”

“혹시 돈 없냐? 걱정 마! 나중에 천천히 줘도 되니까!”

“그럼 나 선장님이랑 딜하고 올게!”

“비서! 네가 계약서 초안 좀 잡아줘라!”

구르르르륵-

천문석은 손수레를 밀고 달려갔고.

데이몽 발도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와, 역시 이세기 대인! 어떻게 이걸 N빵을 치시네!”

우론과 소니아는 무언가에 홀린 것만 같았다.

특급 헌터와 친구가 아니라는 이유로 소개비를 냈다.

그런데 지금은 이세기와 친구라는 이유로 N빵을 하게 됐다.

친구가 아니라 돈을 냈는데!?

이번에는 친구라는 이유로 돈을 내야 한다고!

“……!?”

“……!?”

뭐라 말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뭔가, 뭔가 너무나 불합리했다!

* * *

‘카캬카-’

천문석은 손수레를 밀고 갑판을 달리며 내심 웃음을 삼켰다.

10대 중반으로 보이는 소니아뿐만 아니라 20대로 보이는 우론도 놀려 먹기 좋은 동료였다!

이런 찰진 리액션이라니!

게다가 모래 가오리 기병이 다가오는 위기 상황에서도 그 누구도 혼자 도망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우론, 소니아, 데이몽 발도 새로운 동료 모두가 점점 더 마음에 들었다.

이 모든 일이 끝나고 이 금괴 상자를 하나쯤 넘겨줄 만큼!

‘진짜 하나씩 넘겨줄까?’

어이없게도 금괴 상자가 전혀 아깝게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여기서 탈출하는 것!

천문석은 재빨리 주위를 확인했다.

촤아, 촤아아-

모래 가오리 기병이 제트스키처럼 모래 위를 스치듯 날고.

파아아아앙-

지금 이 순간에도 모래 배들이 부두를 탈출해 분지 출입구로 질주하고 있다.

선두 그룹에서 달리는 하늘 고래호는 수많은 모래 배 사이에 가려진 상황.

분지 출입구를 빠져나가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

문제는 분지 출입구 뒤에서 기다릴 함대다.

단기 목표는 그 함대를 뚫고 탈출하는 것이고, 장기 목표는 마하바나까지 무사히 도착하는 것이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떡해야 할까?’

스스로에게 묻는 순간 파파팟- 머리에서 섬광이 번뜩이고 계획이 떠올랐다.

1단계 사막 가오리 기병에게 들키지 않고.

2단계 모래 배가 뒤엉킨 분지 출입구를 통과해.

3단계 함대가 기다리고 있을 포위망을 뚫어야 한다!

사막 가오리 기병은 ‘몰이꾼’이고.

뒤엉킨 모래 배는 얼떨결에 휩쓸린 ‘사냥감 후보’.

숨죽여 사냥감을 기다리는 모래 배 함대는 ‘사냥꾼’이다.

1, 2단계는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다.

중요한 건 3단계 모래 배 함대가 만든 함정을 뚫는 방법이다!

‘어떻게 따돌리지!?’

스스로에게 묻는 순간 앓는 소리가 들리고, 검은 자루를 뒤집어쓴 채 꿈틀거리는 사람이 보였다.

압둘라!

순간 3단계 계획의 실행 방법이 떠올랐다.

‘자신이 압둘라를 인질 삼아 함대의 포위를 푸는 사이! 우론과 소니아, 데이몽은 무장 어선을 타고 도망치게 한다!’

맥을 짚은 순간 지금 해야 하는 일들이 명확하게 보였다.

하늘 고래호 선장과 선원들의 전폭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나 자신이 이들과 만난 건 불과 한 시간 전!

믿음과 의리, 신의는 시간과 함께 쌓여 가는데 한 시간은 신의가 쌓이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다!

그러나 하늘 고래를 보고 선뜻 태워 준 선장의 모습과 선원들이 선장을 대하는 격의 없는 모습을 보면 이들의 성격이 짐작됐다.

모든 관계는 언제나 시작이 있는 법이다!

‘솔직하고 담백하게 진실을 말하고! 아직 쌓지 못한 믿음과 의리, 신의를 영원히 변치 않는 금괴 위에 쌓아 올린다!’

천문석이 마음의 결정을 했을 때.

손수레는 후갑판 타륜을 잡은 선장 앞에 멈춰 섰다.

“왜? 뭐 할 말이라도 있어?”

선장이 묻는 순간.

천문석은 마른침을 삼키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선장님! 꼭 드려야 할 말이 있습니다! 저기 모래 가오리 기병…….”

선장은 씩 웃으며 말을 끊었다.

“자네들 쫓는 거지?”

* * *

‘……뭐!?’

생각지 못한 반응에 당황하기도 잠시!

천문석은 바로 다시 입을 열었다.

“네, 네! 맞습니다. 그리고 꼭 드려야 할 말이 또 있는데…….”

“쟤가 압둘라 일족 고위직이라는 거?”

힐끗 갑판을 눈짓하는 선장!

“……!?”

‘뭐지, 어떻게 다 알고 있는 거지!?’

천문석이 당황하는 순간.

선장은 툭- 어깨를 치며 호탕하게 웃었다.

“흐하하- 언덕에서 자네 뒤를 쫓아온 군인들. 부두에서 자네 뒤를 쫓아 바람처럼 달린 원대륙 옷을 입은 무인. 그 무인이 납치했다고 외친 후 기다렸다는 듯이 나온 지얀데의 모래 가오리 기병. 이 정도면 눈치 못 채는 게 이상하잖아? 당연히 쟤는 압둘라 일족 고위직이지!”

선장은 힐끗 바람잡이를 눈짓하며 목소리 낮춰 속삭였다.

“아, 쟤한테는 비밀이야. 아까 내가 구라를 좀 쳤거든. 크크킄-.”

“…….”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던 천문석은 자신도 모르게 물었다.

“왜……?”

수많은 의미가 함축된 질문에 선장은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재밌을 거 같으니까. 그리고 우리는 친구잖아?”

선장의 손가락이 뱃머리를 가리켰다.

여전히 나무 상자를 흔들고 있는 파란 꼬맹이, 특급 헌터를.

천문석은 선장에게서 느껴지는 진심에 자신도 모르게 말했다.

“……선장님!”

“야! 나, 이런 분위기 딱 질색이니까! 그만해! 아무 말도 하지 마!”

“넵! 그런데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모래 가오리 기병 수십에 수백척의 배가 뒤엉켰는데. 그리고…….”

“뭐!?”

선장은 세상에서 가장 황당한 이야기를 들은 사람처럼 버럭 소리 질렀다!

“야! 우리 거대 모래 괴수 사냥하는 무장 어선이야! 모래 가오리 기병? 훗-! 수백척의 배!? 하-! 이 정도 난장판에서 빠져나가는 정도는 아무것도 아냐! 모래 바다 사나이는 한번 말하면! 반드시 지킨다!”

“과연 무장 어선! 선장님 대단하십니다!”

천문석이 감탄하는 순간.

선장은 크게 웃으며 분지 입구를 가리켰다.

“우리를 잡으려면 지얀데의 함대 정도는 와야지!”

“네……?”

“아니, 생각해 보니까! 그걸로도 부족해! 그래! 파티마 알사우드! 바람검 파티마 알사우드쯤은 와야 우리 상대가 되지! 그러니까 걱정할 거 하나도 없다!”

하하하하하-

선장은 통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

지얀데의 모래 배 함대?

-분지 출입구 뒤에서 매복 중이다.

바람검 파티마 알사우드?

-초장거리 검기를 뿌리던 압둘라 누나다.

“……!”

천문석은 문득 깨달았다.

선장은 자루를 뒤집어쓰고 있는 사람을 압둘라 일족의 고위직이라고 말했다.

즉, 쟤가 압둘라 일족의 후계자, 왕자인 것을 모르고 있다!

“……선장님! 꼭 드릴 말씀이 있는데……!”

“야, 괜찮다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

“나 감사 인사 이런 거 질색이야! 됐어!”

“아뇨! 그게 아니라! 지금 꼭 아셔야 하는 일이 있습니다! 저 갑판에 있는 남자! 그리고 아까 부두에서 제 뒤를 쫓던 여자……!”

그러나 천문석의 말은 이어지지 않았다.

촤아아아-

모래 위를 질주하는 모래 가오리 위에서 하늘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외침이 들려왔다.

[이세기! 숨지 말고 나와라!]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린 선장은 바로 알아챘다.

“어! 이 목소리! 아까 부두에서 자네 쫓던 원대륙 옷 입은 무인 아냐? 와, 집념이 대단한데!? 모래 가오리까지 타고 쫓아왔어? 누가 보면 압둘라 일족 후계자라도 납치한 줄 알겠어? 하하하-.”

“……맞습니다.”

“어?”

선장이 얼빠진 목소리를 내는 순간 하늘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외침이 다시금 들려왔다.

[알사우드 가문의 파티마가 정식으로 결투를 신청한다! 숨지 말고 나와라! 이세기!]

“어, 어! 어어어어어!?”

경악한 선장이 ‘어’만 반복할 때.

천문석은 눈을 질끈 감고 진실을 쏟아 냈다.

“제 뒤를 쫓던 무인 파티마 알사우드입니다!”

“제가 데려온 저기 갑판 위 남자는 압둘라 일족 후계자, 압둘라 왕자고!”

“저기 분지 출입구 뒤에는 아까 말씀하신 지얀데의 함대가 매복하고 있습니다!”

“…….”

선장은 타륜을 잡은 채로 그대로 굳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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