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739화>
우론과 소니아의 계약이 끝나고 모래 배를 확보하기 위한 이전투구의 난장판은 점점 심해져 갔다.
“왜 이렇게 안 오시지?”
데이몽 발도는 선수에 서서 부두와 이세기가 달려간 언덕을 번갈아 살폈다.
“저건 우리 상회가 찜했어!”
“먼저 계약하는 게 우선이다! 3배! 아니, 4배 준다!”
“미친 상인 놈들! 밀어내! 야, 저 새끼들 밀어내라!”
……
부두에 정박한 모든 배 앞에서 고함과 몸싸움이 벌어지고, 밀려난 사람들이 부두 아래로 우르르 떨어졌다.
쏴아아아-
이때 모래 배 한 척이 부두로 접근하고 뒤로 밀려난 사람들이 미친 듯이 달렸다.
“배가 들어오고 있다!”
“저 배는 우리가 반드시 확보한다!”
“모두 달려라! 놓치면 안 돼 전력으로 달려!
……
그리고 이런 난장판은 천문석 일행이 올라간 하늘 고래호도 예외가 아니었다.
선원들이 돛과 밧줄, 그물과 도르래를 교체하는 동안 사방에서 몰려든 사람들이 끝없이 외쳤다.
“중앙 상회입니다! 운송 계약하려는데…….”
“안 해요! 이 배 어선입니다!”
“검은 달 용병단이다! 전액 선불 계약하겠다!”
“안 합니다! 벌써 계약 끝났습니다!”
“바나항 모험가 길드에서 좋은 소식을 가지고 왔습니다!”
“안 해요! 안 한하니까요!”
……
데이몽 발도는 선수 갑판에 서서 몰려드는 사람들의 제안을 딱 잘라 거절했다.
당연히 거절했다고 그대로 돌아가는 사람은 없었다!
널빤지 다리, 줄 다리, 밧줄, 맨몸!
상인, 용병, 모험가, 호위병 등등은 어떻게든 배 위 갑판으로 올라오려 했다!
그러나 데이몽 발도는 혼자가 아니었다!
“여기 셋! 여기 둘! 앗! 저기는 넷 붙었어!”
퐁퐁이를 탄 특급 헌터가 갑판 위를 날며 외치는 순간.
우론과 소니아, 선장이 한달음에 달려가 장대를 내려쳤다!
타닥, 타다닥-
“잡았다! 두더지 녀석!”
“어디를 기어 올라오려고! 하하하-.”
선체에 달라붙어 기어 오르던 사람들은 쏟아지는 장대에 맞아 우박 떨어지듯 모래사막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부두에 모여드는 사람들은 전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더 많아져 넓은 선착장이 좁아 보일 정도였다.
‘이대로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
직감하는 순간 데이몽 발도는 연신 장대를 내려치며 흐뭇하게 웃고 있는 선장에게 확인했다.
“선장님! 그 작살 받으러 간 장소 여기서 얼마나 먼가요?”
선장은 선착장 입구 방향을 가리켰다.
“저기 언덕길 보이지? 저 언덕 뒤로 쭉 가면 나오는 대장간이다! 벌써 돌아올 시간이 한참은 지났는데, 작살 마무리 작업이…… 어, 저거 뭐야!?”
말을 잇던 선장은 깜짝 놀라 외쳤다.
갑판 위 모든 사람의 시선이 언덕으로 모였다.
삐이, 삐이이이-
호루라기를 불며 달려오는 경비대원들!
언덕에 나타난 경비대원 백여 명과 수레, 마차가 줄줄이 선착장으로 달려왔다!
그리고 들려오는 확성 마법 소리!
[모두 멈추세요!]
[선원들은 즉시 하선하세요!]
[시청 서기관입니다! 시의회 의결에 따라! 선착장의 모든 배를 징발합니다!]
“……!”
“……!”
충격이 선착장을 휩쓸고 지금까지보다 더한 난장판이 만들어졌다.
한가하게 협상을 할 때가 아니었다.
이대로 있으면 강제로 배를 징발당한다!
“당장 출항해!”
“여기서 잡히면 끝장이야!”
“우선 출항해서 누가 계약할지 정하자!”
부두의 사람들이 재빨리 배에 오르는 순간.
선원들은 다급히 계류용 밧줄을 풀고 바람잡이들은 미친 듯이 깃털 지팡이를 흔들었다.
팡, 팡, 파아아앙-
주술 문양이 푸르게 빛나고 돛이 부풀어 오르는 동시에.
으악, 으아악-!
악을 쓰며 장대를 모래에 박아넣고 밀어내는 선원들!
쿵쿵, 쿵쾅쾅-
다급한 움직임에 배와 배가 충돌하고 사람들이 뒤엉켜 갑판을 굴렀다!
“조심해!”
“야, 기다려!”
“큰 배 먼저 빠져나가고 움직여!”
그러나 강제 징발이라는 위기 앞에서 그 누구도 멈추지 않았다!
그건 하늘 고래호도 마찬가지였다.
선장은 바로 장대를 집어던지고 타륜으로 달려갔다!
“미친 시의회 놈들! 내 배를 징발한다고!? 당장 출항 준비한다!”
“네! 선장님!”
“계류용 밧줄 끊어라!”
“바람잡이! 야, 바람잡이 어디 있어!?”
“선실에 계십니다! 바로 모셔 오겠습니다!”
콱콱, 콰드드-
계류용 밧줄이 단숨에 끊겨 나가고!
푹푹, 푹푹-
수십 개의 장대가 모래에 박혀 배를 밀어냈다!
날렵한 무장 어선이 부두에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빠져나갈 때.
우론과 소니아, 특급 헌터는 잇달아 외쳤다.
“이세기! 이세기 아직 안 왔어!”
“비서! 이세기 데려 와야지!”
“앗! 내가 얼른 가서 알바 데려올까!?”
데이몽 발도는 선수에 선 채로 언덕을 재빨리 살폈다.
급변하는 상황!
그러나 이세기 대인은 아직도 보이지 않는다!
“잠시만요! 우선 선장님께 말씀부터 드리겠습니다!”
데이몽 발도는 바로 선장에게 달려갔다.
“선장님! 아직 이세기님이…….”
“알아. 우리 선원도 같이 갔다! 우선 배를 띄우고 출항 준비를 해야 한다! 시청 서기가 올라와 징발 명령서 붙이면 끝장이다! 부두와 거리를 두고 기다리다가 돌아오면 태우고 떠나면 된다!”
합리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기다리지는 못할 거다.
“선장님! 언제까지 기다리실 생각인가요!?”
“30분!”
선장이 단호히 말한 순간.
부으으으으으으-
저 멀리 분지 끝에서 뿔피리 소리가 울려 퍼지고, 모래 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났다!
선장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젠장! 사막 기병대잖아! 15분! 아니, 10분 이상은 기다릴 수 없다! 야! 비번인 애들 모두 올라오라고 해! 사막 기병대가 움직이고 있다!”
선장이 외치는 순간.
선원들은 황당해하는 얼굴로 선실로 달렸다.
“배 징발하는 데 사막 기병이 나온다고!?”
“와! 미친놈들 도적단 토벌할 때는 한 명도 안 나타나더니! 시바!”
“야! 모두 얼른 튀어나와! 우리 직장 날아가게 생겼다!”
……
데이몽 발도는 바로 선수 갑판으로 달려갔다.
“10분! 10분 후면 출항합니다! 그 안에 이세기 대인을 찾아야 합니다!”
“……!”
“……!”
“……!”
우론과 소니아, 특급 헌터의 시선이 동시에 언덕 위, 급경사의 비탈길, 선착장 입구, 부두로 움직였다.
모든 곳이 난장판인 상황!
우론과 소니아, 특급 헌터는 동시에 외쳤다.
“내가 언덕으로 가 볼게!”
“제가 언덕으로 길 뚫을게요!”
“앗! 나나나! 내가 로켓 비행으로 얼른 가서 알바 데려올게!”
당장이라도 세 사람 모두 달려가려는 순간.
데이몽 발도는 다급히 외쳤다.
“아뇨! 지금 움직였다가 혹시 엇갈리면 큰일입니다! 5분! 아니, 3분만 더 기다려 보죠! 그때 언덕으로 같이…….”
이때 데이몽의 말을 삼켜 버리는 굉음이 울렸다.
쾅, 쾅, 콰아아아앙-
언덕에서 달려온 수십 대의 마차와 수레가 선착장 입구와 충돌했다!
단숨에 철조망이 날아가고, 마차와 수레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경비대원이 아니다!
대형 상단의 경호 인력, 거대 용병단의 용병과 유력 길드의 길드원들이다!
이들은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선착장 안의 사람들 전원 밖으로 빼내고 바리케이드를 만든다!”
“빨리빨리 움직여라!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게 해야 한다!”
“곧 그 녀석이 온다! 반드시 여기서 잡아야 한다!”
“우리가 누굴 위해 일하는지 잊지 말아라!”
다급한 외침과 함께 마차와 수레가 성벽처럼 이어지고 그 사이사이에 간이 방벽이 놓였다.
이런 모습을 선착장 안의 상인, 용병, 모험가들이 멍하니 바라봤다.
“……불도마뱀 용병단!?”
“어, 오아시스 상단이잖아!?”
“항만 길드? 항만 길드가 여긴 왜!?”
……
자신도 모르게 말하는 순간 머리를 스치는 게 있었다.
마차와 수레에서 내린 사람들은 하나같이 대형 상단, 거대 용병단, 유력 길드 소속들이다.
이들 모두는 시의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집단이다.
그런 이들이 경비대원, 시청 서기와 함께 나타나 모래 배를 징발하고 있다.
이 어이없는 광경을 보는 순간 모두는 깨달았다!
‘이 새끼들 시청을 등에 업고 담합했구나!’
“와! 상도의도 없는 새끼들!”
누군가 버럭 외치는 순간 다급한 변명이 쏟아졌다.
“야, 그런 거 아냐!”
“방금 도시에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절대 일어나면 안 되는 일이 일어났어!”
“이세기! 그 미친 새끼가……!”
“이럴 때 아냐! 바로 부두 비우고!”
“반드시 여기서 잡아야 해!”
……
사방에서 정신없는 외침이 쏟아질 때.
퉤- 바닥에 침을 뱉은 용병이 버럭 소리쳤다.
“이세기? 그게 누군데? 아니, 그보다 이세기가 뭘 했는데!?”
“…….”
“…….”
다급히 외치던 용병과 상인들은 돌연 침묵하더니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하, 시바…… 이걸 말할 수도 없고…….”
한 용병이 고개를 젓는 순간.
조용히 귀를 기울이던 선장이 폭발했다.
“하, 이 새끼들! 대답도 못하면서! 뭐, 강제 징발!? 할 수 있으면 해 봐라!”
콰득-
선장이 날린 주먹이 용병의 턱에 꽂히는 것을 시작으로 사방에서 주먹과 발이 날아다니고 고함이 터졌다.
“뒤져라! 새끼야!”
“내 배를 징발! 니미!”
“상도의! 몰라!? 상도의!”
“야, 그런 게 아냐!”
“지금 큰일 났다니까!”
……
선착장 입구에서 시작된 패싸움은 순식간에 부두 전체로 번졌다.
하늘 고래호 갑판의 사람들은 멍하니 이 모습을 바라봤다.
“아니, 갑자기 왜 싸워?”
“쟤들 지금 뭐 하는 거야!?”
“앗! 나는 이유 알겠어! 이거 다 알바 때문이야!”
이때 선실 문이 벌컥 열리고 바람잡이가 나타났다.
“이 씨! 3일 만에 잠들었는데! 어……! 시바! 뭐야!? 쟤들 왜 싸우고 있어!?”
분통을 터트리던 바람잡이는 황당해하는 눈으로 난장판이 된 선착장을 봤다.
선장은 다급히 외쳤다.
“야, 빨리 움직여라! 시청에서 배 징발한다고 나왔어! 저놈들 갑판에 오르면 우리 배 날아간다!”
“강제 징발!? 미친놈들 아냐!?”
기겁한 바람잡이는 한달음에 돛대로 달려가 깃털 지팡이를 꺼내 흔들었다.
휘이, 휘이이-
그러나 가닥가닥 끊긴 바람만 불어와 돛이 제대로 부풀지 않는다!
“빌어먹을! 주위에 바람잡이가 너무 많아! 제대로 된 바람 잡으려면 배 움직여야 해!”
“알았다! 장대로 움직일 테니까. 바람 잡아라!”
선장은 바로 선원들에게 외쳤다.
“야, 모두 들었지! 너희가 힘을 써야 한다!”
“알겠습니다!”
“모두 제대로 힘을 써 보자!”
갑판장의 외침과 함께 수십 개의 장대가 다시 모래에 꽂히고 선원들은 악을 썼다!
으아아악-!
으아아아악-!
촤아, 촤아아-
마치 뗏목을 장대로 밀어내듯 무장 어선은 천천히 모래 위를 움직였다.
휘이이, 휘이이이-
무장 어선이 모래 위를 움직이자, 불어오는 바람이 조금씩 강해졌다.
“아직이다! 더 강하게! 한 번에 강한 바람이 와야 한다!”
바람잡이가 외치는 순간.
선원들뿐만 아니라 우론과 소니아도 장대를 박아 넣고 악을 쓰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악-
점점 바람이 강해지더니 돌연 돌풍이 불어왔다!
파아아아앙-
바람잡이는 재빨리 돌풍을 향해 손을 뻗었다!
화아악-
손에서 날아간 솜털이 돌풍에 실려 흩날리는 순간 원을 그리는 깃털 지팡이.
휘잉, 휘잉휘이이잉-
깃털 지팡이가 그리는 원 안에서 돌풍이 솜털을 머금은 채 소용돌이쳤다!
“바람 잡았다! 바로 돛에 던진다! 모두 충격 대비해라!”
바람잡이는 바로 메인 마스트에 걸린 삼각돛을 향해 깃털 지팡이를 휘둘렀다.
파아아앙-
단숨에 돛이 부풀어 오르고.
파스스슥-
돛에 그려진 주술 문양이 푸르게 빛났다!
쿠르르르릉-
무장 어선은 용트림하는 소리와 함께 점차 가속해 다른 배와 충돌하기 시작했다!
쿵쿵, 쿠쿠쿵-
순간 선원들은 난간의 박힌 철봉에 허리띠를 고정하고 다가오는 배들을 향해 장대를 찔렀다!
쿵쿵, 쿵쾅쿵쾅-
“배 똑바로 빼!”
“새끼들아! 눈 똑바로 안 뜨냐!?”
“하, 이 새끼들 정신 제대로 안 차리지!”
미친 듯이 악을 쓰며 사방으로 장대를 찌르길 잠시.
무장 어선은 배 사이를 빠져나와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
쏴아, 쏴아아아-
그리고 모래사장에서 원을 그리며 가속하기 시작했다.
선장은 모래 먼지가 일어나는 분지 입구와 난장판이 된 선착장을 확인하고 외쳤다.
“앞으로 7분! 우리가 기다릴 수 있는 건 그 정도다!”
데이몽, 우론, 소니아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순간.
손 망원경을 하고 언덕을 살피던 특급 헌터가 외쳤다.
“앗! 알바! 저기 언덕에 알바 나왔어!”
“대인!?”
“이세기!”
“……!”
반사적으로 언덕으로 고개를 돌리는 동시에 언덕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얼굴!
이세기!
“이세기 대인!”
“야, 빨리 와! 달려!”
“알바! 얼른 뛰어와!”
“선장님! 작살 받으러 간 그분 나타났습니다!”
모두가 반색해서 외치는 순간 이세기의 등 뒤로 커다란 무언가가 나타났다.
이세기는 사람 열 명은 들어갈 대형 술통을 언덕 위로 끌고 올라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