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738화>
“……!”
“……!?”
천문석과 선장의 어이없어하는 시선이 쏟아지는 순간.
특급 헌터는 머리 뒤로 뻗은 손을 번쩍 들며 외쳤다!
“친구끼리는 도와줘야 하는 거야!”
“야! 처음 보는 파란 꼬맹이가 나한테 친구라고 한다고…… 어…….”
반사적으로 외치던 선장의 목소리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두 눈이 터질 듯이 부릅떠졌다.
“어, 어어어!?”
선장의 시선이 선수, 부두, 특급 헌터의 손으로 이동했다!
선수에 그려진 ‘고래’!
부두 위에 새겨진 ‘고래’!
파란 꼬맹이 손에 들린 ‘파란 고래’!
색깔은 좀 이상하지만, 자신이 그린 고래 그림이 현실로 튀어나온듯한 모습!
선장은 자신도 모르게 외쳤다.
“하늘고래!”
구으, 구으으-!
순간 깜빡 잠들었다 깨어난 하늘 고래가 지느러미를 쭈욱 뻗으며 부르르 떨었다!
특급 헌터는 번쩍 든 하늘 고래를 흔들며 당당히 외쳤다.
“얘는 퐁퐁이야! 저 그림 보는 순간 바로 알았어! 우리가 친구라는 걸!”
“……!”
“선장 아저씨 우리 친구 맞지!?”
하하하, 하하하하-
무장 어선, 하늘 고래호의 선장은 미친 듯이 웃음을 터트리다가 외쳤다,
“하늘 고래를 여기서! 사막에서! 만난다고! 그래! 우리 친구 맞다! 갑판장! 널빤지 다리 내려라! 얼른 올라와라! 파란 꼬맹이 친구!”
‘이게 먹혔다고!?’
천문석이 경악하는 순간.
쿵-
널빤지 다리가 내려지고 하늘 고래를 번쩍 든 특급 헌터가 당당히 올라갔다!
그리고 그 뒤로 손수레를 미는 천문석, 데이몽, 우론, 소니아가 재빨리 따랐다.
곧 널빤지 다리가 거둬지고 갑판 위에선 환호성이 터졌다.
와아아아-
“지금 저 꼬맹이가 든 저거!?”
“와, 선장 말이 구라가 아니잖아!?”
“뭐야! 진짜로 고래가 하늘을 날잖아!?”
넋이 나간 선원들을 향해 선장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외쳤다.
“새끼들아! 똑똑이 봐라! 뭐? 내가 구라쟁이라고! 저 파란 고래가 바로! 내가 말한 ‘거대한 산’을 등에 이고 하늘을 나는 ‘하늘 고래’다!”
“…….”
“…….”
일순 침묵이 흐르고, 선원들은 파란 꼬맹이가 든 파란 하늘 고래를 봤다.
30cm 남짓.
거대한 산이라고?
꼬맹이 한 명 태워도 벅찰 크기다!
곧 불신 어린 시선이 선장에게 쏟아졌다.
“선장님 또 구라치네!”
“그건 좀 너무 나갔잖아요?”
“네? 저 녀석이? 산을 머리에 이고? 하늘을 날아요?”
……
“믿음 없는 녀석들! 내가 대륙 북부로 여행 갔을 때! 분명히 봤다니까!”
“아니, 뭔 구라를…….”
“에휴- 이러다 칭지드 봉우리 정상에도 올랐다고 하겠네…….”
“그러니까 말야. 좀 있으면 안개 길잡이도 만났다고 하겠어?”
“내 말이! 아니 사람이 ‘적당히’를 몰라요!”
“야! 진짜야! 뒤통수! 내 뒤통수에 이 상처가 하누만이 던진 나무 열매에 맞은 상처라니까! 그때 칭지드 족의 엄청 높은 사람이 나한테 직접 사과도 했었어!”
선장이 다급하게 외쳤으나 선원들이 보내는 불신의 눈빛은 더욱 짙어졌다.
이때 친구가 거짓말쟁이로 몰리는 것을 본 특급 헌터가 당당히 나서서 외쳤다.
“선장 아저씨 말이 맞아! 내가 보여 줄게!”
특급 헌터는 퐁퐁이를 타는 즉시 천문석을 봤다.
“알바! 로켓…….”
“기각!”
“내가 당분간 힘을 숨겨야 해서. 엄청 멋진 로켓 비행 말고 그냥 멋진 비행 보여 줄게! 퐁퐁이 출동!”
퐁, 퐁, 퐁-
하늘 고래는 특급 헌터를 태운 채로 갑판 위를 천천히 날았다.
가슴과 꼬리지느러미를 하늘하늘 흔들며 걷는 속도 1/10로 나는 하늘고래.
풉-
푸후훕-
갑판 곳곳에서 웃음 참는 소리가 들리고 선원들의 황당해하는 시선이 선장에게 꽂혔다.
“이야! 진짜 엄청나네!”
“우와! 파란 꼬맹이를 태우고 날고 있어!”
“파란 꼬맹이 너 혹시 이름이 ‘거대한 산’ 아니냐?”
……
선장은 폭발할 듯 붉어진 얼굴로 외쳤다.
“야, 쟤 아직 어려서 그런 거잖아! 커지면 진짜 산을 등에 짊어지고 난다니까!”
“맞아 진짜야! 퐁퐁이는 요즘 성장기라니까! 오늘은 전갈 꼬치도 2개나 먹었어!”
“야, 들었지! 성장기라잖아! 하늘 고래가 자라기 시작하면 무시무시하게 빨리 자란다니까! 그렇지!?”
“맞아! 난 그렇게 믿어! 퐁퐁이는 엄청엄청 커다란 하늘 고래가 될 거야!”
순간 선장과 특급 헌터의 눈이 마주쳤다!
“파란 꼬맹이!”
“선장 아저씨!”
두 사람은 뜨겁게 외치고 주먹을 부딪쳤다!
콩콩콩, 콩콩콩콩-
처음 만났는데도 십 년지기처럼 왼손과 오른손, 이마가 정확히 맞닿았다!
이 순간 선원들은 빵 터졌다.
선장의 손과 이마에 선명하게 남은 푸른 자국!
흐흐하하하핳-
“아, 미치겠네!”
“선장. 혹시 저 파란 꼬맹이 아들 아닙니까?”
“완전 부자지간이네! 뭐가 저렇게 비슷해! 하하하-.”
……
“어엇! 뭐야 이 파란 거 뭐야!?”
“그거 엄청 비싼 신비의 비약이야! 약장수 누나한테 내가 열심히 부탁해서 바른 거야! 앗! 친구니까 선장님도 발라줄까!? 나 약 단지 있는데!”
“…….”
선장은 멍하니 자신의 파랗게 물든 손과 약 단지를 꺼낸 파란 꼬맹이를 번갈아 바라봤고.
갑판 위 선원들은 완전히 자지러졌다.
하흐흫흐하하핳-
“아, 진짜 미치겠네!”
“우리 선장을 완전히 멕이네!”
“파란 꼬맹이! 네가 선장 해라! 크크크킇-.”
.
이때 조용히 분위기를 살피던 천문석은 내심 안심했다.
선원들의 말과 행동을 보면 처음 까칠한 선장의 행동과 달리 배의 분위기는 좋았다.
힐끗 데이몽과 우론, 소니아를 보니 셋 모두 선장과 선원, 배를 살피고 있다.
세 동료 모두 눈치가 빠르고 기민하다.
미리 이야기하지 않았는데도 착착 자신이 할 일을 하고 있다!
와아아아아아아-
이때 거대한 함성이 들렸다.
“이건 또 뭐야!?”
“어, 선착장 입구 방향인데……?”
의아해하는 모두의 시선이 선착장 입구로 향했다.
선착장 입구!
도로를 달려온 수백의 인파가 물밀 듯 선착장으로 밀려 오고 있었다!
이미 배를 선점한 상황이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수많은 상회, 상단, 길드, 용병단이 움직이고 있다.
유력 가문, 거대 상단, 대형 용병단이 조직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지금은 최대한 변수를 줄일 때.
바로 조건을 협상하고 마하바나로 출발해야 한다!
“선장님! 언제 출항할 수 있을까요?”
천문석의 질문에 선장은 멍하니 선착장을 보며 대답했다.
“보급하러 온 거긴 한데…… 갑판장?”
“식료품이랑 물은 다음 마을에서 보충하면 됩니다. 모래 낚시용 작살, 교체용 사슬 주문한 것만 실으면 됩니다. 그런데 부두가 저렇게 돼서…….”
천문석은 앞으로 나섰다.
“제가 받아 오겠습니다! 선원 한 명만 붙여 주세요!”
곧 선원 한 명과 천문석이 뱃머리에 섰다.
“괜찮겠어?”
선장의 말에 천문석은 확신을 담아 고개를 끄덕였다.
“30분 안에 돌아오겠습니다. 그보다 뱃삯은…… 비서!”
“네 대인!”
데이몽 발도가 한달음에 달려온 순간.
천문석은 금화 주머니를 건네며 수레를 눈짓했다.
“부탁한다.”
“걱정 마십시오! 대인 제가 아주 깔끔하게 처리하겠습니다!”
데이몽 발도는 자신만만하게 가슴을 두들겼다.
천문석은 바로 선원을 잡고 부두에 뛰어내려 인파 속으로 달려갔고.
데이몽 발도는 재빨리 선장에게 붙어 협상을 시작했다.
“선장님. 안녕하십니까! 전 저기 파란 고래를 타고 계시는 도련님 비서입니다. 일곱 명 뱃삯을 이야기해야 하는데…….”
“우선 알아 둘 게 있는데. 이 배 용권풍 어선이다. 중간에 용권풍이 나타나면 쫓아가고, 모래 낚시도 해야 한다. 여객선처럼 목적지까지 직선으로 움직일 수는 없다.”
태반이 처음 듣는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어차피 중요한 건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
데이몽 발도는 미소 띤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습니다! 저희 목적지가 마하바나인데 거기까지 얼마나 걸릴까요?”
“마하바나? 용권풍 다니는 길이네. 음…… 5일? 늦어도 일주일 안에는 도착할 거 같은데?”
데이몽은 재빨리 머릿속으로 계산했다.
고속갤리선의 사막항해 개보수에 2, 3일이 걸리고, 목적지까지 이동하는데 다시 3, 4일이 걸린다.
고속갤리선이 마하바나에 도착하는 건 5일에서 7일 사이!
이 무장 어선이 마하바나에 도착하는 것도 5일에서 7일 사이!
마치 약속한 듯이 시간대가 맞았다!
“네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럼 뱃삯은 어떻게 할까요?”
“뭐 이 배는 여객선도 아니고 어선이니까. 적당히 챙겨줘…….”
“제가 생각해 봤는데. 그 뱃삯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저기 있는 두 사람 보이시죠? 저 두 사람을…….”
데이몽 발도는 소리죽여 말하며 우론과 소니아를 가리켰다.
“음…… 과연 쓸만할까?”
선장이 고개를 갸웃하자 데이몽은 확신을 담아 말했다.
“바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소니아, 우론님!”
데이몽은 외침과 동시에 소니아와 우론을 향해 전력으로 나무토막을 던졌다.
휘이이잉-
뒤에서 날아오는 나무토막을 아무렇지도 않게 낚아채는 두 사람!
“갑자기 뭐야?”
“뭐한 거야!?”
두 사람이 반문할 때.
선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 쓸만하겠는데! 좋아 그렇게 하지!”
“감사합니다! 절대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데이몽과 선장은 바로 악수했다.
그리고 데이몽은 성큼 우론과 소니아에게 걸어가 말했다.
“계약이 끝났습니다!”
“이렇게 빨리!”
“와, 너 어떻게 한 거야!?”
우론과 소니아가 감탄하는 순간.
데이몽 발도는 겸연쩍게 웃었다.
“하하하- 제가 원래 이런 협상을 잘하거든요! 사실 우리 문파 산도 제가 아주 제대로 후려쳐서 헐값에 샀습니다. 사실 제가…… 앗! 이게 아니지!”
데이몽 엉뚱한 곳으로 새려는 말을 멈추고 우론과 소니아를 향해 친절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자, 그럼 계약을 할까요?”
“계약?”
“지금 계약 끝났다며?”
“아, 오해하셨나 보네요. 방금 계약은 이 무장 어선과 도련님과의 계약이었습니다.”
“도련님?”
“아! 내 비약 바른 파란 꼬맹이! 그런데 다시 계약이라고……?”
두 사람의 의아한 시선이 돌아오자, 데이몽은 손을 들어 한 명 한 명 가리키며 친절하게 설명했다.
특급 헌터.
퐁퐁이.
데이몽 발도.
기절한 차력사.
“도련님. 도련님 친구. 저는 도련님 비서. 저기 기절하신 차력사분은 도련님 손님.”
그리고 손가락이 우론과 소니아를 가리키는 순간.
데이몽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두 분은 도련님 친구가 아니잖아요?”
* * *
“어……?”
“뭐……?”
우론과 소니아가 움찔하는 순간.
데이몽은 환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선장님과 계약할 때 저희 모두가 선원 일을 해 주는 것으로 딜을 했거든요! 선장님!”
데이몽이 손을 흔들자, 선장은 마주 손을 흔들었다.
우론과 소니아는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길지 않은 항해, 선원일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다!
“야, 깜짝 놀랐잖아!”
“그러게 놀랐잖아! 하하하-.”
“하하하- 죄송합니다. 자, 그럼 이제 계약을 할까요? 제가 생각하는 금액은…….”
데이몽은 미소 띤 얼굴로 다시 입을 열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선원일 하기로 했다며!?”
“그래 선원일 하잖아!”
“맞아. 다 같이 일할 텐데! 또 뭔 소리야!”
우론과 소니아가 버럭 소리치는 순간.
데이몽은 왜 그러냐는 듯한 어조로 대답했다.
“에이- 생각해 보세요. 우리 도련님 아니었으면 선장님이 선원으로 써 줬겠어요?”
데이몽은 하늘 고래를 타고 퐁, 퐁, 퐁- 위엄있게 선원 사이를 날고 있는 특급 헌터를 가리켰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어요? 당연히 도련님께 소개비를 내야죠! 그리고 저기 보세요?”
선착장을 가리키자 배가 들어올 때마다 달려드는 수백 명의 용병, 상인들이 보였다.
“지금 배 구하기 엄청 힘든 거 보이시죠? 당장 소개비 낼 사람 찾으면 바글바글 몰려들걸요?”
우론과 소니아가 뭐라 답을 하지 못하자, 데이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물론 지금 당장 내시라는 건 아니에요. 사정 다 아는데 당연히 후불이죠. 하하하- 자, 여기 계약서에 사인하시면 돼요. 혹시 싫으시면…….”
데이몽은 말끝을 흐리며 난장판이 된 선착장을 눈짓했다.
“…….”
“…….”
짧은 침묵 후 우론 대공과 소니아 비제우 검공가의 후계자는 데이몽 발도가 내민 계약서에 사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