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733화>
“우리가…… 친구니까?”
소니아와 우론의 대답을 듣는 순간.
천문석은 대협처럼 통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카카카카카카캌-!
그러나 더 크게 울려 퍼지는 특급 헌터의 웃음소리!
천문석은 재빨리 위엄있는 목소리로 외쳤다.
“대가는……!”
“아주 좋아! 친구니까 대가는 필요 없어!”
그러나 특급 헌터는 이번에도 콩콩- 수레 위로 뛰어올라 한발 먼저 외쳤다!
“특급 헌터는 친구를 돕는다! 퐁퐁이!?”
구으, 구으으응-!
특급 헌터의 등에 묶인 퐁퐁이도 씩씩하게 대답했다!
“알바! 특급 알바도 친구 도와줄 거지!?”
“……!”
“……!”
“……!”
-……!
특급 헌터, 소니아, 우론, 퐁퐁이의 뜨거운 시선이 하나로 모였다!
‘뭐지, 갑자기 도와주기 싫어지는 이 기분은!?’
하하, 하하하-
천문석은 우선 웃었다.
카카캌-
하하하-
크하하-
특급 헌터, 소니아, 우론이 같이 웃는 순간.
팟-!
재빨리 갑판을 밟고 뛰어 손을 뻗었다!
“어이없는 꼬맹이 녀석!”
그러나 어느새 천 밖으로 나온 퐁퐁이의 지느러미에서 압축된 물방울이 터졌다!
포아아앙-
엄청난 바람과 함께 단숨에 손을 피하는 특급 헌터!
휘이이잉-
특급 헌터와 퐁퐁이는 곤돌라 위에서 빙글빙글 원을 그리며 당당히 외쳤다.
“알바! 특급 알바는 친구를 도와야 해!”
“맞아! 친구를 도와줘 부탁해!”
“이세기! 내 친구 부탁한다!”
그리고 소니아와 우론이 간절히 외쳤다.
어차피 같이 도망치고 압둘라에게 삼보단장까지 먹인 이상 운명 공동체다.
하지만 그 전에 꼭 확인해야 할 게 있었다.
삼보단장을 맞은 압둘라의 처절한 모습!
압둘라는 내장을 토해 내는 듯한 고통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전진했다. 그건 보통 원한으로 가능한 게 아니었다!
아무리 공동 운명체가 됐어도 상대가 무슨 사고를 쳤는지는 확인해야 했다.
“알았어. 그보다 너희 무슨 사고 친 거야? 압둘라 모습 보니까 장난이 아니던데? 솔직히 말해…….”
소니아와 우론은 가슴이 철렁했다.
‘압둘라 일족이 대대로 지키던 천공탑의 열쇠를 슬쩍했다!’
‘압둘라를 두들겨 패고, 사자심검을 전리품으로 챙겼다!’
‘이걸 어떻게 설명하지!?’
‘시바, 당장 각자도생하자고 할 거 같은데!?’
두 사람이 고뇌할 때.
특급 헌터가 당당히 외쳤다.
“알바 내가 먼저 말할게! 나 최대 출력으로 하늘이어서 차력사 할아버지가 쓰러졌어! 에휴- 힘 조절을 해야 했는데…….”
소니아와 우론은 재빨리 끼어들어 말을 돌렸다.
“괜찮아, 괜찮아. 너희 형이 우리 도와줄 거야!”
“맞아! 파란 꼬맹이 넌 걱정할 거 없어! 형이 도와줄 거거든!”
말은 특급 헌터에게 하지만, 눈빛은 자신에게 향한 두 사람.
찰거머리처럼 달라붙어 절대로 떨어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천문석은 다시 한 번 물었다.
“알았어. 도와줄 테니까. 무슨 사고를 친 건지 말하라니까? 알아야 계획을 세우지?”
“사고라니! 그, 그럴 리가 없잖아!?”
“맞아! 우리가 뭔 사고를 쳤다고 그래!? 앗! 섬광!”
“그렇지! 섬광! 네가 섬광 터트렸잖아!”
“맞아! 그 섬광 맞고 압둘라 새끼가 빡친 거야!”
“와! 그 섬광에 몇 명이 구른 거야! 백 명? 삼백 명!?”
“아니지! 시장 사람들, 주위 건물 사람까지 생각하면 못해도 천명은 굴렀을걸!?”
천문석은 움찔했다.
그랬다!
생각해 보니 자신이 친 사고도 적지 않았다!
광장 시장에서 터트린 굉천수로 굴린 사람만 천명이 훌쩍 넘고.
삼보단장이라고 구라치고 압둘라와 경비대원들에게 구인창의 경력을 심었다.
압둘라가 처절하게 당하는 모습을 봤으니, 지금쯤 경비대원들은 이를 갈면서 숫자를 세고 있을 거다.
그리고 다음에 만나면 두 배는 분노한 모습으로 달려들겠지……!
‘하, 시바. 불에 기름을 부은 꼴이잖아!?’
힐끗 소니아와 우론을 살피니 슬그머니 시선을 피하는 게 보인다.
“…….”
“…….”
감이 왔다!
2번, 3번 재앙 두 녀석도 자신과 마찬가지다.
캐고 들어가면 고구마 덩굴처럼 줄줄이 사건·사고가 튀어나올 거다!
하지만 어차피 과거의 일!
지금 중요한 건 무사히 이 위기를 벗어나는 거다!
“우선 그건 덮어 두고, 혹시 앞으로 계획 생각해 둔 거 있냐?”
“…….”
“…….”
소니아와 우론이 다시 침묵하고.
특급 헌터가 번쩍 손을 들고 외쳤다.
“나, 나나나!”
“어, 그래. 특급 헌터 말해 봐.”
“여기 수레에 누나들 태워서 몰래 시장을 가는 거야!”
“어, 그래. 시장 가고 다음은?”
“맛있는 고기 꼬치랑 음료수를 먹는 거지!”
“그렇지. 시장 갔으니까 당연히 고기 꼬치랑 음료수를 먹어야겠지. 그리고?”
“배가 부르면! 방금처럼 골목을 신나게 달린 다음에! 여관 가서 이빨 닦고 자면 돼!”
“그렇구나! 와, 엄청 간단한 계획이다! 하하하-.”
“원래 계획은 간단할수록 좋은 거야. 카카카-.”
특급 헌터가 웃는 순간 소니아와 우론도 같이 웃었다.
“후흐흣- 맞아! 계획은 간단할수록 좋아.”
“크하하- 꼬맹이 네가 뭘 좀 아는구나!”
하하, 하하하-
천문석은 허탈하게 웃으며 머리를 굴렸다.
설명은 복잡하지만, 수색이 멈출 때까지 그냥 숨어 있자는 이야기다.
자신도 이미 생각했던 방법이다.
그러나 압둘라의 처절한 모습을 떠올리니, 어지간해서는 수색이 멈출 것 같지 않았다.
게다가 일행의 수가 많은 것도 문제다.
특급 헌터와 퐁퐁이, 데이몽 발도.
소니아와 기절한 차력사, 우론.
그리고 자신까지 7명이나 된다.
‘가능할까?’
뚝-
이때 천장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머리에 닿았다.
천문석은 문득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폈다.
아치를 그리는 천장에 맺힌 물방울과 단단한 벽돌 벽.
폭 20여 미터가 훌쩍 넘는 화물 수로를 한참 동안 이동했는데도 아직도 수로가 끝나지 않았다.
이 화물 수로에서 항구도시 바나의 거대함이 새삼 실감 났다.
바위 절벽에 만들어진 항구와 넓은 분지에 펼쳐진 거대한 시가지.
인구 수십만이 사는 도시에 스며든 단 7명뿐이다!
어차피 가능성은 반반이다!
수색이 흐지부지 끝나면 바로 호텔로 돌아가면 되고.
수색이 계속된다 해도 길어야 2, 3일이면 고속갤리선이 사막 항해 준비를 끝낸다.
즉, 2, 3일만 수색을 피하면 사막 항해 준비를 끝낸 고속갤리선을 타고 빠져나갈 수 있다!
천문석은 머릿속으로 상황을 정리하고 빠르게 계획을 세웠다.
딱-
그리고 손가락을 튕겨 주의를 끌었다.
“야, 계획 세웠다.”
웃음이 그치고 모두의 시선이 모이는 순간.
“상황에 따라 세 가지로 대응한다.”
천문석은 손가락 세 개를 펴고 바로 설명했다.
“하나. 오늘 안에 수색이 흐지부지 끝나면, 새벽에 도와줄 사람이 있는 ‘장소’로 갈 거다.”
“둘. 수색이 계속되는데 버틸 만하면, 2, 3일 후 준비가 끝나는 ‘배’에 숨어 들어 빠져나갈 거다.”
“셋. 수색 강도가 너무 강해서 도저히 숨어서 버틸 수 없을 정도면, 바로 선착장의 ‘모래 배’를 타고 도망친다.”
“어때 뭐 다른 생각 없어? 동의해?”
천문석이 시선이 닿는 순간 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특급 헌터는 찬성!”
구으으, 구으으응-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나랑 할배는 찬성!”
“나도 찬성이긴 한데…… 너 괜찮겠냐?”
우론은 말꼬리를 흘리더니 반문했다.
“뭐가?”
“도망 다니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사막 모래 배 뱃삯 장난 아냐.”
“아, 그러고 보니?”
우론과 소니아의 걱정스러운 시선이 손수레 주위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훑었다.
기절한 차력사까지 모두 6명!
꼬맹이가 업고 있는 이상한 동물까지 하면 일곱이다.
“이 정도 인원 뱃삯이면…….”
“마하바나까지 가려면 3일은 걸리니…….”
우론과 소니아의 얼굴이 어두워질 때.
천문석과 특급 헌터, 데이몽 발도 셋의 시선이 마주쳤다.
“앗! 알바! 이거 풀어 줘! 내 나무 상자에 엄청 훌륭한 보물 들어 있어! 내가 그걸로 돈 낼게!”
외침을 듣는 순간 바로 생각나는 특급 헌터의 보물.
하얀 돌, 태풍 구슬, 압착 딱지, 퐁퐁검…….
피식 웃은 천문석은 손수레를 눈짓했다.
“야, 됐어. 우리 돈 충분해. 그렇지?”
데이몽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대인!”
그러나 우론은 여전히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경비대장 준 뇌물 정도로는 안 돼. 마하바나까지면, 1인당 금화 7, 8개는 있어야 할 텐데…… 게다가 음식이랑 이것저것 다하면 거의 금화 70개는 들 텐데? 진짜 괜찮아?”
“금화 70개!”
엄청난 액수에 하얗게 질린 소니아가 바로 입을 열었다.
“다음 마을까지만 이동해서 차력 공연할까? 여기보단 못해도 내가 만든 비약 다 팔면 금화 10개는 나올 텐데……?”
“알바! 나 좀 풀어 줘! 내가 보물 꺼낸다니까!”
딱-
천문석은 손가락을 튕겨 데이몽에게 신호했다.
고물에 앉아 추적자가 있나 살피던 데이몽은 바로 일어나 손수레 안으로 손을 넣었다.
쿵-
곧 육중한 나무 궤짝이 갑판에 내려졌다.
천문석은 궤짝 뚜껑을 열고 그 안에 담긴 것을 꺼내 우론과 소니아에게 던졌다.
“무겁다.”
반사적으로 받는 순간 훅 꺼지는 손!
“……어!”
“어, 어어!?”
우론과 소니아는 홀린 듯이 손에 들린 황금색 벽돌을 봤다.
그리고 번쩍 고개 들고 외쳤다.
“이거 설마?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거야!?”
“야, 진짜야!? 이거 진짜 진짜로 그거야!?”
천문석은 시크한 미소를 지으며 무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뭐 별거 아냐. 5관 금괴다.”
“5관 금괴!? 옛 제국 도량형에 1관에 3.75kg이니까. 5관이면…… 18.75kg!”
“시바! 이거 도대체 금화 몇 개짜리 금괴야!? 제국 표준 금화가 1개에 7.70g이니까…… 2,435개!? 뭐 금화 2천 개가 넘는다고!?”
우론과 소니아가 경악하는 순간.
툭-
천문석이 발을 맞고 활짝 열린 궤짝 뚜껑.
무심결에 궤짝 안을 본 우론과 소니아는 다시 한 번 놀랐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손에 든 것까지 모두 여섯 개의 벽돌 금괴가 있었다!
“너, 너 너!?”
“야, 너 도대체 정체가 뭐야!?”
우론과 소니아가 외치는 순간.
데이몽 발도가 의기양양하게 대답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대인께는 이런 궤짝이 9개나 더 있으시다!”
우론과 소니아는 아찔한 현기증에 휘청였다!
‘이런 벽돌 금괴가 담긴 궤짝이 9개나 더 있다고!?’
금괴만 54개!
제국 표준 금화로 13만 개!
진정한 부의 척도 달란트 금화로…….
무의식중에 계산하던 우론과 소니아는 입을 벌린 채 멍하니 앞을 봤다.
벽돌 금괴가 담긴 궤짝을 앞에 두고도 무심한 이 표정!
이세기에게서 진정한 거부의 품격이 느껴졌다!
‘이렇게 운이 좋다니!’
‘내가 엄청난 재신을 만났구나!’
두 사람은 동시에 생각하고 동시에 외쳤다.
“존경합니다! 대인!”
“너무나 부럽습니다! 대인!”
“으앗, 으아앗- 알바 나 좀 풀어 줘! 내 보물도 자랑할 거야!”
천문석은 웃으며 금괴를 양손에 들었다.
“봤지. 내 계획은 완벽하다! 만약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문제없다! 계획의 부족한 부분은 이 금괴가 메워줄 테니까!”
쿵-
천문석의 양손에 들린 금괴가 부딪치는 순간.
우론과 소니아의 두 눈이 반짝이고 가슴속에 믿음과 확신이 자라났다!
‘압도적인 재력!’
‘이건 반드시 먹힌다!’
이 순간 천문석, 우론, 소니아, 데이몽 네 사람은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카캬카-
후흐흣-
크하하-
헤헤헷-
“으아, 으아앗- 퐁퐁이 천 좀 물어서 뜯어 봐!”
구으읏, 구으으읏-!
이렇게 계획을 세우고 화물 수로를 이동하길 1시간.
대형 곤돌라가 마침내 화물 수로에서 나왔을 때 멀리 익숙한 광경이 보였다.
파아아아앙-
부풀어 오른 돛을 펼치고 새하얀 모래 바다로 나아가는 수많은 배!
모래 배 선착장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