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732화 (733/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732화>

구웨에에에에에엑-!

내장을 모조리 토하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직감했다.

‘걸렸구나!’

천문석은 바로 움직였다.

탁, 탁-

매대를 밟고 뛰어, 차양을 잡고 몸을 끌어올려 다시 점프!

타타타탁-

창턱, 베란다 밟고, 빗물관을 잡고 건물 지붕까지 올라간다!

천문석은 단숨에 5층 건물 옥상에 올라 난간 뒤에 숨어 고개만 살짝 내밀었다!

대로 중앙, 텅 빈 인파 한가운데 비틀거리며 쉴 새 없이 토하는 사람이 있었다!

압둘라!

구웨에에에엑-

이 끔찍한 모습에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고, 상인들이 기겁한 모습으로 매대를 걷고 상점 문을 닫아걸고.

경비대원들은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한 채 정신없이 숫자를 외쳤다!

‘계획이 완벽하게 먹혔구나!’

그러나 정작 쉴 새 없이 토하는 압둘라는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와, 미친놈! 저게 가능한 거야!?”

천문석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삼보단장(三步斷腸)!

언제나 그렇듯 즉흥적으로 만들어 낸 구라 무공이었다.

그러나 강철봉을 휘두를 때 밀어 넣은 경력은 진짜였다!

움직이는 순간 지뢰가 터지듯 위가 뒤틀리도록 구인창, 감각을 교란하는 경력을 지뢰처럼 몸에 밀어 넣었다!

지금 압둘라는 엄청난 현기증과 내장이 뒤틀리는 고통을 겪고 있었다.

그런데도 움직이고 있었다!

천문석은 압둘라가 걷는 방향, 손수레가 굴러 간 방향을 바라보며 탄식했다.

“3번 재앙. 너 도대체 압둘라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그렇다!

압둘라는 3번 재앙, 서커스 무희 우론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순간 아주 더럽게 엮였다는 감이 왔다.

“하, 이러면 진짜 도시를 떠나야 할 수도 있는데…….”

압둘라가 추적을 포기하지 않으면, 도시에 숨는다는 선택지는 고를 수 없게 된다.

‘우선 모래 배 선착장으로 이동한다!’

천문석은 마음의 결정을 하고 옥상을 잇달아 건너뛰어 달렸다.

그르르-

손수레 구르는 소리가 점점 커지다가 건물 바로 아래에서 들려오는 순간.

천문석은 바로 골목으로 뛰어내리며 외쳤다.

“나다!”

“대인!”

“뒤에 어떻게 됐어!?”

“꼬리 끊었냐!?”

로이, 소니아, 우론의 외침.

천문석은 대답하지 않고 수로를 이동하는 대형 곤돌라를 가리켰다.

“우선 저 곤돌라부터 타자!”

천문석은 바로 수로를 따라 달리며 외쳤다.

“곤돌라 탑니다!”

“수로 위쪽에 탑승하는 곳 있어요! 여기 말고 위로…….”

핑그르르르-

천문석이 동전을 튕기는 순간.

뱃사공은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날아오는 동전을 잡았다.

금화를 본 뱃사공은 바로 허리를 접었다.

“바로 타시면 됩니다! 손님! 바짝 붙이겠습니다!”

* * *

쿵-

천문석, 데이몽, 소니아, 우론.

네 사람은 손수레를 번쩍 들어 곤돌라에 실었다.

“출발합니다!”

뱃사공이 장대로 배를 밀 때.

천문석은 데이몽에게 슬쩍 눈짓했다.

고개를 끄덕인 데이몽과 소니아, 우론이 손수레를 곤돌라 뒤로 옮기고 천을 덮는 동안.

천문석은 뱃사공에게 다가가 금화를 손가락으로 튕겼다.

핑그르르르-

뱃사공의 시선이 공중에서 회전하는 금화를 따라 움직였다.

탁-

금화를 낚아챈 천문석은 은근한 어조로 말했다.

“조용히. 아주 조용히 모래 배 선착장까지 가려고 합니다. 가능하겠습니까?”

“화물 운반용 수로가 있습니다. 위가 덮인 수로인데…….”

핑그르르-

천문석은 말이 끝나기도 전에 금화를 넘겨주고 고개를 끄덕였다.

“부탁드립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손님!”

곤돌라 뱃사공은 환한 얼굴로 연신 허리를 숙였다.

‘이걸로 우선 한숨 돌렸다!’

천문석은 바로 곤돌라 후미로 이동해 입을 열었다.

“우선 꼬리는 끊었는데…….”

이때 수로 옆을 달리는 경비대원들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경비대장님!?”

“분명 이쪽을 포위하라고 하셨는데!?”

“이쪽입니다! 대로 옆 골목에 대장님이 있다고 합니다!”

천문석은 몸으로 수레를 가리고 어깨를 으쓱했다.

“들었지? 아마 곧 도시 전체에 경비대원들 깔릴 거다.”

“하아-.”

“……히필 여기서 만나서…….”

소니아와 우론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천문석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아까 너희 말한 대로 시장 벗어난 거 도와줬지? 이제 찢어지자.”

“뭐!?”

“야,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왜 놀라!? 주고받고, 주고받고 했잖아? 각자도생! 우리 같이 있으면 더 의심 산다니까?”

천문석은 멀리 골목에서 튀어나와 검문을 시작하는 경비대원들을 가리켰다.

경비대원들은 4, 5명 단위로 움직이는 사람들 위주로 검문하고 있었다.

“…….”

“…….”

소니아와 우론의 눈이 마주치고 두 사람은 다시 한 번 교감했다.

이제 곧 도시 전체에 수배가 떨어진다!

거리 공연은 당연히 못하고, 지금 가진 거라고는…….

‘동전과 구슬 한 개!’

‘팔지 못한 신비의 비약!’

두 사람은 동시에 이세기를 봤다.

금화로 뇌물을 먹이고, 번개같이 꼬리를 끊더니, 곤돌라 뱃사공을 포섭해 한발 빠르게 도망치고 있다!

재력, 행동력, 잔머리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최고의 동료가 눈앞에 있다!

끄덕, 끄덕-

소니아와 우론은 고개를 끄덕이고.

탁, 탁-

동시에 이세기의 왼팔과 오른팔을 잡았다.

팔을 잡은 손에서 절대 놓지 않겠다는 각오가 느껴지는 순간.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야, 안 돼! 인생은 독고다이야! 각자도생하자니까!”

“으븝으 브브으븝븝-.”

“봐? 쟤도 독고다이라잖아!”

천문석이 꽁꽁 묶여 발버둥 치는 특급 헌터를 가리키는 순간.

소니아와 우론은 동시에 외쳤다.

“저 꼬맹이 때문이잖아!”

“맞아! 저 꼬맹이 때문이야!”

“뭐!?”

“저 꼬맹이가! 우리 할배를 쓰러뜨렸어!”

“맞아! 그거 때문에 우리 추적당하는 거잖아!”

“여기서 우리 그냥 가라면 안 되지!”

“맞아! 그냥 가라니! 쟤 할배부터 치료해 줘야지!”

“못 일어나면 어떡해!”

“맞아! 정신 못 차리면 어떡해!”

……

두 사람이 외치는 순간.

천문석은 흠칫 놀라 두 사람을 봤다.

‘뭐지!? 얘들 눈치챈 건가!?’

그러나 소니아와 우론의 외침에 담긴 건 절박함과 부끄러움, 당혹이 뒤섞인 감정뿐!

천문석은 힐끗 수레 안에 널브러진 차력사를 살폈다.

소니아와 우론은 차력사가 그냥 기절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전법륜인 딱밤을 맞은 아카린과 섬초는 아직도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차력사도 언제 깨어날지 몰랐다!

즉, 지금 소니아와 우론이 되는 대로 말하고 있는 이야기가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높았다.

“야, 잠깐! 그래서 어떻게 해 달라는 건데!?”

천문석이 말을 끊고 묻자, 소니아와 우론은 동시에 외쳤다.

“우리 책임져!”

“맞아! 책임져!”

“와, 와! 이 자해공갈단 같은 놈들! 야, 그러니까 어디까지 책임을 지냐니까!?”

소니아와 우론은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마하바나.”

“마하바나.”

“……뭐? 어디라고!?”

“여기서 서쪽으로 2, 3일 거리 도시야!”

“마하바나까지만 부탁할게!”

이 순간 천문석은 자신도 모르게 하늘을 올려다봤다.

한낮의 태양에 별빛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오감을 넘어선 육감이 꿈틀거리고, 전율이 전신을 흘렀다!

재앙 1번, 차력사.

재앙 2번, 약장수 소니아.

재앙 3번, 서커스 무희 우론.

이들의 목적지는 자신과 같은 관문 도시 ‘마하바나’였다!

이 순간 천문석은 거대한 운명의 흐름을 느꼈다.

모든 것을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운명의 흐름을!

‘과연 이 모든 게 우연일까?’

천문석은 하늘을 바라보며 아득한 하늘의 인과!

개잡주처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무빙을 보이는 하늘의 인과를 헤아렸다!

‘시바! 이거 어떻게 엮인 거야!?’

천문석이 말없이 하늘을 바라보자, 소니아와 우론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지금 자신들의 미래가 눈앞의 이 남자에게 달렸다!

이때 뱃사공의 외침이 들려왔다.

“지금부터 화물 수로로 들어갑니다! 좀 어둡습니다! 거기 랜턴에 불을 붙여 장대에 걸어 주세요!”

곧 곤돌라 선수와 선미에 랜턴이 걸렸다.

콰아아아아-

잠시 후 물이 소용돌이치는 소리가 들리고, 아치를 그리는 화물 수로 속으로 곤돌라가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하늘이 돌로 막히자 천문석은 고개를 내려 소니아와 우론을 바라봤다.

그리고 물꼬가 트이듯 말이 쏟아져 나왔다.

“도와주면 엄청난 보답 할게! 뭐가 좋을까…… 그래! 마나심법! 돈이 있어도 배우지 못하는 마나심법을 배울 기회를 줄게! 우리 할배가 사람 가르치는 거 하나는 최고야! 진짜 이름만 들어도 알 사람들이 전부 제자라니까! 아, 원대륙 출신이라 마나심법이 뭔지 모르나? 마나심법이 얼마나 대단하냐면……!”

소니아가 정신없이 말하는 순간, 우론은 고개를 흔들며 고심했다.

“하, 시바…… 내 무공은 가르쳐 줄 수 있는 게 아닌데…… 돈도 없고 뭐 줄 만한 게…… 앗! 귀족 작위! 어, 맞아! 그렇지! 그러면 되지! 야! 내가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작위 얻게 도와줄게! 어지간한 나라의 왕조차도 고개를 숙이는 엄청난 작위야! 작위가 얼마나 얻기 힘드냐면…….”

“…….”

아득한 하늘의 인과를 헤아리던 천문석은 쉴 새 없이 말을 쏟아 내는 소니아와 우론을 봤다.

2번 재앙 소니아는 대귀족조차 원하는 마나심법을 가르쳐 준다고 하고.

3번 재앙 우론은 왕조차 고개 숙이는 귀족 작위를 얻을 수 있게 도와준다고 한다.

‘뭐지, 이 녀석들!?’

여행 경비가 떨어져서 광장 시장에서 차력 쇼, 서커스 묘기를 보인 지 1시간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뭐!? ’

대귀족조차 머리를 숙이는 마나심법을 가르쳐 줘?

왕조차 고개 숙이는 귀족 작위를 넘겨줘?

‘그런 사람이 시장 바닥에서 공연했다고!?’

두 녀석이 하는 말만 들으면 술집에서 들었던 제국 오대공급이다!

‘와, 얼척 없는 녀석들!’

천문석이 내심 황당해할 때 문득 수로를 살피는 데이몽 발도와 눈이 마주쳤다.

데이몽 발도는 소니아와 우론을 눈짓하며 입 모양으로 말했다.

‘대인! 이분들 제정신이 아닌 것 같습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천문석은 고개를 끄덕여 동의한 후 아직도 떠드는 소니아와 우론을 봤다.

“……마나심법은 옛 제국 시대. 누군가를 찾아 타대륙에 나타난 ‘샤’가 기원이라고 알려졌어. 원대륙의 샤가 타대륙의 마도왕과 함께 만들었다는 거지. 마법이 안에서 밖으로, 무공이 밖에서 안으로 들어간다면. 마나심법은 마법과 무공을 합친 거야. 마나 로드가 사실은 오래전 마법 회로의 흔적인데…… 앗! 엉뚱한 데로 말이 샜네! 하여튼 마나심법은 옛 제국 시대에는 고위 군인 귀족들의 전유물이었어. 그런데 암흑시대에 초대 검성 베라공이 나타나셔서 검의 사제단을 만들고…….”

“……작위 진짜 좋은 거야! 남작만 돼도 어디 가서 고개 숙일 일이 거의 없다니까! 너 정도 실력에 작위까지 얻으면 땅도 엄청 얻을 수 있어! 대전기사 결투를 걸고 장원을 날름 하는 거지! 앗! 절대 압도적으로 이기면 안 돼! 압도적으로 이기면 치사한 새끼들이 다음부터는 절대 응하지 않거든. 시바! 하여튼 내가 주선할 작위는 흔한 기사작, 남작과는 차원이 달라! 와! 진짜 내가 말을 할 수는 없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고위직이야!”

두 녀석은 정신없이 마나심법과 귀족 작위에 관해 설명했다!

무혼에 새겨진 무공의 1할도 수습하지 못했는데 마나심법!?

일주일 후면 지구에 돌아갈 예정인데 귀족작위!?

두 사람의 이야기는 전혀 솔깃하지 않았다.

그래서 천문석은 손을 들어 말을 끊었다.

“그만.”

소니아와 우론이 말을 멈추고 바짝 긴장하는 순간.

두 사람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는 천문석.

“마나심법, 귀족 작위는 나한테 가치가 없다. 그런 ‘대가’가 아니라 ‘이유’를 말해라.”

천문석은 말에 힘을 실어 물었다.

“내가 왜 도와줘야 하냐? 그 이유가 뭐지?”

소니아와 우론은 직감했다.

이 한 번의 대답에 모든 게 결정된다!

광장 시장에서 탈출할 때 도움을 받은 건 억지에 가까웠다.

그렇기에 다시 한 번 묻고 있다.

받을 대가가 아니라 도와줄 이유를!

“…….”

“…….”

소니아와 우론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쏴아아아-

어두운 수로를 가로지르는 물소리만 한참 동안 들려왔다.

그리고 천문석이 입을 여는 순간.

우드드드득-

무언가 뜯겨나가는 소리와 함께 하얀 천에 꽁꽁 묶인 꼬맹이가 벌떡 일어나 외쳤다.

“특급 헌터는 친구를 돕는다!”

구으, 구으으으-!

“뭐……? 엇!”

“어……? 앗!”

소니아와 우론은 멍하니 꼬맹이를 바라보다가 흠칫 놀라 이세기를 봤다.

그리고 말했다.

“우리가…….”

“……친구니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