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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731화 (732/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731화>

하하, 하하하-

천문석은 웃었다.

아니,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 어이없는 엇갈림이라니!

“하하하- 빌어먹을 젠장! 진짜 못해 먹겠네!”

방금 재앙 놈들을 버리고 가려 했다!

하지만 상황이 완전히 변했다.

어이없게도 2, 3번 재앙이 굉천수가 터지자, 자신을 구하겠다고 시장으로 달려간 것이다!

이 행동은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뻘짓이었다.

그러나 이 뻘짓에는 두 사람의 선의가 담겨 있었다.

상대가 먼저 선의를 보인 순간 원하든 원치 않든 자신과 소니아, 우론 사이에는 의(義)라는 인과가 생겼다.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으나 반드시 갚아야 하는 의(義)!

천문석은 더럽게 타이밍을 못 맞추는 두 사람을 향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외쳤다.

[야, 재앙 덩어리! 여기야! 얼른 뛰어와라!]

“너!?”

“어느새!?”

소니아와 우론이 반색해서 달려왔다!

그리고 예상대로 그 뒤로 길게 꼬리가 이어졌다!

“저기다!”

“바로 따라붙어라!”

“대장님! 저기 있습니다!”

시각과 청각을 회복하고 다급히 달려오는 경비대원과 압둘라!

하지만 경비대원들은 문제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천문석은 주위를 돌아봤다.

난장판이 된 광장 시장.

마차와 수레가 뒤엉킨 도로.

길을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건물.

“뭐야? 무슨 일이야!?”

“마법? 주술!? 누구 짓이야!”

“어? 저기 경비대가 추적하는 사람들!”

“약장수! 서커스 무희!?”

“저놈들이 범인이다!”

……

시장, 도로, 건물.

모든 곳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와 외치는 사람들!

수많은 시민의 시선이 2번 재앙 소니아, 3번 재앙 우론에게 모였고, 소니아와 우론은 자신을 향해 달려 오고 있었다!

“이세기! 무사했구나!”

“야, 이 새끼야! 깜짝 놀랐잖아!”

등 뒤로 압둘라 왕자와 수십 명의 경비대원을 꼬리처럼 끌고, 수많은 시민의 시선을 받으며!

그렇다.

이제 천문석 자신에게도 불이 옮겨붙었다!

처음 계획대로 재빨리 골목을 달려 흔적을 지우고 호텔로 돌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

하하, 하하하-

천문석은 미친 듯이 웃으며 탄성을 터트렸다.

“2시간! 도착하고 2시간 만에 사고 터진 거 실화냐!? 와, 진짜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하하하하하-.”

순간 소니아와 우론이 마차가 뒤엉킨 도로를 돌파해 골목으로 들어오며 외쳤다.

“야, 얼른 뛰어!”

“빨리 도망쳐야 해!”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그르르르르륵-

데이몽의 외침과 함께 골목을 질주하는 손수레!

천문석은 손수레를 따라 달리며 천을 꺼내 던졌다.

“야, 이 천이라도 둘러!”

소니아와 우론이 천으로 얼굴과 상체를 가릴 때.

손수레 안에서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으븝 으브브븝브븝!”

푸르르, 푸르르를-

“으으- 손님!? 방금 엄청난 빛이……!”

특급 헌터, 퐁퐁이, 로이!

“사고가 터졌다! 어떻게 된 거냐면…….”

“으으 븝브브븝!”

푸르를, 푸르르르를-

미라처럼 천에 둘둘 감싸인 특급 헌터와 퐁퐁이가 발버둥을 쳤다.

“야, 또 왜 그래?”

천문석은 발버둥 치는 특급 헌터의 입을 가린 천을 내렸다.

“알바! 추격전! 추격전 하고 있지!? 나랑 퐁퐁이가 도와줄게! 우리 도망치는 거 엄청 잘……!”

구으, 구으으-!

“기각!”

천문석은 단호히 말을 끊고 입을 가린 천을 올렸다!

“으브브브븝!”

푸르르를-

그리고 바로 주위를 눈짓하며 로이에게 설명했다.

“문제가 생겨서 ‘거기’로 돌아갈 수 없게 됐다.”

눈짓이 가리키는 세 사람!

천으로 얼굴을 가리는 소니아와 우론, 손수레 안에 기절한 차력사.

견습 선원 로이는 바로 눈치챘다.

‘대륙 상단이 얽히지 않게 하려는구나!’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어요! 제가 뭘 하면 되죠?”

천문석은 광장 시장으로 올 때 지나친 골목을 생각했다.

창문 하나 없는 벽으로 이뤄진 골목!

“골목에서 옥상에 숨겨 줄게. 조용히 호텔로 돌아가서 전해라. 오늘 안에 돌아가겠다고. 혹시 내가 안 돌아가도 절대 찾으러 나오면 안 된다.”

“네? 어쩌시려고요!?”

천문석은 로이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목적지 입구. 그 도시에서 만나면 된다. 그렇게 말하면 알아들을 거야.”

열사의 사막 입구, 관문 도시 마바하나.

최설과 동료들 모두 알고 있는 목적지다.

이때 멀리서 외침이 들려왔다.

“……이세기!”

로이는 움찔 놀라 속삭였다.

“상단의 힘. 엄청나요. 어지간한 일은 쉽게 해결 가능해요.”

천문석은 머릿속으로 저울을 그려 봤다.

화려한 호텔의 모습.

항구에 진입할 때 유력자의 태도.

고속갤리선을 개조할 때 보인 선장의 모습.

뒤를 쫓는 경비 대장과 경비대원.

압둘라 왕자의 기세등등한 모습.

천문석은 머릿속 저울에 사실을 올려놓고 저울질했다.

잘하면 무마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문제는 자신이 직접 얽힌 게 아니라는 것!

우론과 압둘라 왕자가 얽혔고, 자신과 우론이 얽혔다!

[대륙 상단 - 나 – 우론 – 압둘라]

즉, 한 다리 건너 얽힌 것이기에 대륙 상단이 개입할 명분이 적다!

그리고 이대로 대륙 상단에 불이 옮겨붙으면, 비빌 언덕 자체가 사라진다!

대륙 상단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드러나지 않는 게 좋았다.

천문석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원래 계획대로 가는 게 안전하다. 가능하면 따돌리고 돌아갈게. 모래 배 선착장은 어느 방향에 있지?”

“알겠습니다. 손님. 모래 배 선착장 동쪽으로 뻗은 수로 따라가시면 나와요.”

로이가 대답하는 순간 기다리던 골목길이 나왔다.

“준비해라!”

그르르르륵-

손수레가 골목길로 들어서는 순간.

천문석은 로이를 번쩍 들어 주위를 확인했다.

창문 하나 없는 좁은 골목!

탁탁, 탁탁탁-

단숨에 벽을 좌우로 박차고 뛰어올라 로이를 옥상에 내려놓았다.

바로 난간 뒤에 찰싹 달라붙는 로이!

‘걱정 마세요! 바로 달려가서 연락할게요!’

로이가 소리 없이 입 모양으로 말하는 순간.

고개를 끄덕인 천문석은 바로 떨어져 내려 외쳤다.

“우선 꼬리부터 끊는다. 난 이 골목에서 발목 잡을 테니까! 너희는 전력으로 달려서 거리 벌려!”

“알았어!”

“내가 길 열게!”

소니아가 데이몽과 손수레를 밀고 우론이 길가의 빗자루를 낚아채 수레 앞으로 나섰다!

그르르르륵, 덜컹-

수레가 요동치는 순간 골목길이 끝나고 인파가 가득한 대로가 나타났다!

“비켜! 앞에 비켜라!”

하앗! 핫핫핫-

우론이 기합을 지르며 돌진!

대로에 가득한 인파를 향해 빗자루를 찔렀다!

타타타타탓-

악-

꺅-

으악-

비 오듯 쏟아지는 빗자루에 맞고 사방으로 밀려나는 사람들!

인파에 길이 뚫리는 순간.

“으아아앗-! 비켜요! 앞에 비켜요!”

“이야아앗-! 응급환자입니다! 비켜나세요!”

데이몽과 소니아가 악을 쓰며 손수레를 밀었다!

그르르르르르륵-

손수레는 인파가 갈라진 대로를 엄청난 속도로 질주했다!

“와! 쟤들 뭐야!?”

자신도 모르게 탄성이 터져 나왔다!

우론, 데이몽, 소니아 세 사람은 마치 같은 문파의 사형제처럼 호흡이 착착 맞았다!

‘손수레는 걱정할 것 없다!’

천문석은 바로 골목 출구 벽에 찰싹 달라붙어 소리에 집중했다.

곧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이쪽이다!”

“손수레 흔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동쪽! 동부 대로로 들어갔습니다!”

“성에 연락해라! 경비대, 수비대 모조리 끌어모아 포위한다!”

“반드시 꼬리를 잡아야 한다! 시장에게 전해라! 압마나프 후계자의 명령이다!”

……

골목 안 다급한 외침과 발소리가 빠르게 가까워지는 순간.

천문석은 마음속으로 숫자를 세며 타이밍을 잡았다.

‘하나…… 둘…… 셋! 지금!’

번개같이 몸을 돌려 골목으로 들어갔다.

“너!? 이세기!”

“무희! 무희 어디 갔냐!?”

“서커스 무희만 넘기면……!”

다급한 외침이 터지는 순간 앞뒤 재지 않고 굉천수부터 갈겼다.

콰아아아앙-

좁은 골목길에서 터진 빛과 섬광에 반 이상의 경비대원이 쓰러졌다!

그러나 이미 한 번 굉천수를 사용한 상황!

천문석이 손을 드는 순간 반사적으로 대응하는 사람이 반이 넘었다!

땅으로 몸을 던진 경비대원.

눈을 감고 몸을 낮춰 미끄러지는 경비대장.

샴시르를 앞세워 폭풍처럼 돌진하는 압둘라!

으아악-!

천문석은 다급한 외침과 함께 몸을 돌려 도망쳤다.

하아앗-

순간 기합과 함께 섬뜩한 예기가 다리로 날아왔다.

으아앗-!

다리가 뒤엉킨 천문석이 데굴데굴 구르자.

압둘라가 재빨리 검 끝을 내리고 외쳤다.

“항복해라! 무희만 넘기면……!”

팡-

이 타이밍 손바닥으로 바닥을 때려 몸을 일으키며 반전!

압둘라의 샴시르에 강철봉을 내려쳤다.

“멍청한 녀석!”

샴시르에 오러 가 맺히고 음속폭음이 터졌다!

쐐애애애액-

강철조차 끊어 내는 압둘라 일족의 바람검!

‘잡았다!’

경비대원 모두가 직감하는 순간.

날카로운 쇳소리가 울렸다.

까앙-

샴시르 첨단이 부러져 나가고.

와드드득-

오러 가 담긴 검신이 엿가락처럼 구부러졌다!

“뭐……!?”

압둘라가 경악하는 순간 묵직한 강철봉이 낭창낭창한 회초리처럼 휘어져 쏟아졌다!

투두두두두둑-

머리, 어깨, 옆구리, 다리!

압둘라와 경비대원을 폭풍처럼 두들겨 패며 나아가는 강철봉!

“어, 어어!?”

“뭐야!? 왜 멀쩡해!?”

모두는 경악했다.

머리가 터지지도, 뼈가 부러지거나 피가 솟구치지도 않았다.

묵직한 강철봉이 아닌 갈대로 맞은 듯 아무런 타격도 없었다!

경비 대원 모두가 몸을 더듬으며 혼란스러워할 때.

천문석은 벽을 밟고 훌쩍 뛰어 골목 입구에 내렸다.

“너희들은 지금 내 비전의 무공! 삼보단장(三步斷腸)의 경력에 맞았다!”

“삼보단장!?”

“어, 멀쩡한데!?”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아차! 이곳은 적염성이 아닌 바나항이지!?’

천문석은 내력을 실어 진각을 펼쳤다.

쿠우우우웅-

단단한 판석이 흔들리고 건물이 요동쳐 모두가 깜짝 놀라는 순간 재빨리 부연 설명을 했다.

“삼보단장! 삼보, 세 걸음을 걷는 순간! 단장, 내장이 모조리 끊어져 토하게 된다!”

“……!?”

“……!?”

무시무시한 경고에 흠칫 놀라는 순간.

천문석은 강자의 위엄을 실어 외쳤다.

“움직이지 않고 10만에서 1까지 거꾸로 세면! 삼보단장의 경력이 흩어진다! 만약…….”

‘만약……!?’

경비대원들의 이목이 쏠리는 동시에.

천문석은 번개같이 양손을 들어 부딪혔다.

“콰아아아앙-!”

입으로 소리를 내는 페이크 굉천수!

으악, 으아악-

경비대원들이 자지러지게 놀라는 순간 바로 몸을 돌려 도망치는 천문석!

“뭐하냐! 당장 쫓아!”

압둘라가 다급히 외쳤으나.

경비대원들은 차마 움직이지 못했다!

단숨에 오러 가 담긴 검을 부러트리고, 피할 새도 없이 강철봉으로 전신을 두들겼다!

게다가 거대한 건물조차 뒤흔드는 엄청난 발걸음!

그리고 무시무시한 경고, 삼보단장!

세 걸음 만에 내장이 끊어져 토하게 되는 무시무시한 기술까지!

사색이 된 경비대원들은 정신없이 외쳤다.

“구만구천구백구십구.”

“구만구천구백구십팔…….”

경비대원들이 홀린 듯이 숫자를 거꾸로 세는 모습에 카즈빈은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쓸모없는 새끼들!”

카즈빈이 섬뜩한 눈으로 노려보고 대로로 달려가는 순간.

경비대장은 흠칫 놀라 부하들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야, 이 멍청한 새끼들아!”

“으앗- 대장! 세 걸음! 세 걸음!

“당연히 구라지! 당장 쫓아가! 미친놈들아!”

꺄아아아-

이때 대로에서 비명이 터졌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린 경비대원 모두는 봤다.

기세등등하게 달려간 압둘라 왕자가 쓰러질 듯 휘청이다가 허리를 접었다!

구웨에에에에엑-

그리고 엄청난 기세로 토했다!

“으아악- 이 사람 뭐야!?”

“괜찮으세요!?”

대로에서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을 때.

사색이 된 경비대원 모두의 머릿속에 한 단어가 떠올랐다.

삼보단장!

“……!”

“진짜구나!”

그리고 모두의 공포 어린 시선이 경비대장에게 모였다.

엉덩이를 걷어차느라 공중으로 들린 다리!

“대장……!”

“대장 방금! 그 발! 그것도 걸은 거면……!?”

“구십구만구천구백구십구!”

“구십구만구천구백구십팔!”

“구십구만구천구백구십칠!”

……

하얗게 질린 경비 대장은 미친 듯이 숫자를 거꾸로 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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