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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729화 (730/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729화>

따아아악-!

바짝 마른 장작이 쪼개지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천문석은 직감했다.

‘늦었다!’

이때 앞을 막은 사람들이 모두 사라지고 시야가 탁 트였다!

특급 헌터, 기절한 차력사.

경악한 약팔이, 서커스 무희.

이들을 둘러싼 30여 명의 경비대원.

인파 속에서 안절부절못하는 로이와 데이몽 발도.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인파와 인파를 향해 몰려드는 광장 시장의 노점 상인들까지!

모든 게 한눈에 들어오는 순간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팟, 파파팟-!

머릿속에서 스파크가 튀고 순식간에 계획이 떠올랐다!

천문석은 은밀하게 움직여 로이와 데이몽 발도를 빼냈다.

“손님!”

“대인! 도련님이……!”

“알아! 우선 준비할 게 있다! 따라와라!”

천문석은 로이, 데이몽과 함께 황당한 사고를 친 파란 꼬맹이를 빼낼 준비를 했다.

물론 그냥 빼낼 생각은 없었다.

사고를 친 스머프 꼬맹이에게는 교훈이 필요한 법!

‘스머프 꼬맹이 녀석! 고통스럽게 만들어 주마!’

* * *

천문석, 로이, 데이몽이 정신없이 움직일 때.

특급 헌터는 기절한 차력사를 잡고 절규했다.

“안 되엣! 차력사 할아버지!”

“차력사! 갑자기 왜 이래!? 일어나! 정신 차려!”

“뒤로 물러나라니까! 신원 확인이 해야 한다!”

“뭐야? 지금 차력사가 쓰러진 거야!?”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야, 앞에 이야기 좀 해 봐 뭔 일이야!?”

정신없는 외침이 사방에서 쏟아지는 순간.

잽싸게 짐을 챙겨 달려온 소니아는 사색이 됐다.

정신을 잃고 쓰러진 할아버지!

그 옆에는 신비의 비약을 발라 푸르스름해진 꼬맹이와 깡통을 들고 있는 여자가 있었다!

차력 공연을 시작할 때 바로 옆에서 공연을 시작한 수상한 서커스 무희!

‘이 여자가 범인이구나!’

소니아는 한달음에 달려가 외쳤다.

“서커스 무희! 당신이 우리 할배를 이렇게 만들었구나!”

“아니야! 나 아냐! 딱밤! 이 꼬맹이가 딱밤 날렸어! 얘가 그런 거야!”

특급 헌터는 휙휙휙-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쏟아 냈다.

“맞아! 내가 하늘이었어! 나 때문이야!”

“신비의 비약 발라서 엄청난 힘이 솟았는데! 내가 힘 조절했어야 했는데에에!”

“깜빡하고 최대 출력으로 하늘이었어!”

“으아, 으아아-! 죽으면 안 돼! 차력사 할아버지!”

“일어나 할아버지! 얼른 일어나! 제바아알-!”

챡챡, 챡챡챡-

전신이 파랗게 물든 꼬맹이는 작은 손을 들어 비토의 얼굴을 때리기 시작했다.

“야! 들었지? 봤지!? 나 때문 아냐! 꼬맹이가 한 거야!”

우론 대공이 반색해서 외치는 순간.

소니아는 분노한 얼굴로 쏘아붙였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아이가 딱밤 날렸다고! 검…… 아니, 차력사가 쓰러지는 게 말이 돼!? 당연히 당신이랑 충돌했을 때 뭔가 한 거지!”

“어……?”

우론 대공은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

쇠지팡이로 두들겨도 멀쩡하던 차력사다.

그런 차력사가 꼬맹이가 날린 딱밤을 맞고 쓰러졌다는 건 말도 안 됐다!

자신과 충돌해서 쓰러졌다는 게 훨씬 설득력이 있었다!

‘설마! 모르는 사이에 내력을 사용한 건가!? 상도의 없는 차력사에게 분노해서!?’

힐끗 기세등등한 약팔이 소녀를 보는 순간 자신과 같다는 느낌이 왔다!

‘이 녀석 개털이다!’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등골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시바, 시바! 치료비 달라고 하면 어떡하지!?’

이때 인파를 밀어낸 경비대원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거기 공연자 움직이지 마라!”

“당장 신분증 내놔라!”

‘아차! 경비 대원을 깜빡했다!’

‘아차! 경비 대원을 깜빡했다!’

흠칫 놀란 소니아와 우론 대공은 재빨리 주위를 훑었다.

어느새 구경꾼들은 뒤로 확 물러서고, 그 자리를 30여 명의 경비대원이 메웠다!

허리에 샴시르를 차고 사나운 얼굴로 노려보는 경비대원들!

완전히 포위된 상태지만, 뚫고 도망치는 건 일도 아니다!

하지만 여기서 도망치면 수배가 걸리고 도망자가 된다.

여행 경비가 떨어진 지금 도망자가 되면 끝장이다!

앞으로의 모든 계획이 엉망이 되는 거다!

‘어떻게 하지!? 할배를 데리고 튈까? 수배가 걸리면 길거리 공연은 끝인데!? 사막을 걸어서 건너갈까? 흐르는 사막을 걸어간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그냥 참는 건데! 빡친다고 괜히 달려와서는! 시바시바! 어떡하지!? 그냥 뚫고 도망칠까!? 하, 시바! 정체 들키면 사자심검부터 숨길 텐데! 사자심검 없으면 파산인데!? 젠장젠장젠장!’

소니아와 우론 대공의 머릿속에서 온갖 생각이 폭풍처럼 몰아칠 때.

상체를 파랗게 물들인 특급 헌터가 당당히 경비대원 앞으로 나서서 외쳤다.

“내가 범인이다!”

“범인? 무슨 말이야?”

“이 파란 꼬맹이는 뭐야!?”

“지금 경비대 아저씨들 일하고 있어! 워이- 저리 가라! 꼬맹이!”

그러나 특급 헌터는 언제나 당당한 아이였다.

엄지로 중지를 눌러 딱밤을 날리는 시범을 보이며 다시 한 번 자백했다.

“이거야! 내가 차력사 할아버지한테 ‘하늘이어서’ 이렇게 만들었다니까! 내가 범인이야! 얼른 잡아가!”

얍, 얍얍얍-

푸르스름한 꼬맹이가 연신 기합을 지르며 딱밤을 날리는 모습을 본 경비대원들은 말문이 막혔다.

정체가 의심스러운 차력 약장수가 시장에 나타났다는 신고에 달려왔다.

그런데 정작 도착하니 차력사는 기절했고, 갑자기 튀어나온 파란 꼬맹이가 자신이 범인이라고 외치고 있다.

이곳이 사막 도시가 아닌 다른 곳이라면, 건방진 꼬맹이는 엉엉 울 때까지 엉덩이를 때려 줬을 거다!

그러나 아득히 오래전 옛 제국이 망한 암흑시대.

오래 사는 엘프가 지얀데의 폭포와 지하수로에 물이 가득 흐르게 만들어 주며 한 가지 약속을 법에 새겼다.

사제가 입회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성인식을 치르지 않은 꼬맹이들에게 물리력을 쓸 수 없다는 약속을!

“아니, 뭐가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돌아가?”

경비대장이 어이없어서 하자, 조장 둘이 슬쩍 다가와 귓가에 속삭였다.

“대장님. 허위 신고 아닐까요?”

“쟤들 그냥 개털 여행자 같은데요?”

“제가 보기에는 경쟁자가 신고한 것 같습니다.”

경비 대장은 날카로운 눈으로 얍얍거리는 파란 꼬맹이와 기절한 차력사, 그 뒤에 엉거주춤 서 있는 두 사람을 봤다.

좀 수상해 보이기는 하지만, 이곳은 폭풍해의 항구도시다.

당장이라도 구경꾼, 뒷골목 술집을 뒤지면 해적, 도적단, 수배자가 우수수 쏟아져 나올 거다!

가뜩이나 시장이 내린 황당한 명령으로 자신이 직접 도시를 뒤지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런 쓸데없는 신고에 출동해서 건드릴 수도 없는 꼬맹이를 상대해야 하다니!

‘하, 시바! 좀 더 빨리 짱 박혀야 했는데!’

순간 경비대장은 열이 확 올랐다.

수색 명령을 내렸는데 3할이 넘는 경비대원과 조장이 사라졌다!

그것도 하나같이 구를 대로 구른 고참 놈들만 연락 두절 상태다!

분명히 이 새끼들 술집에 짱 박혀 있을 거다!

대장님이 직접 구르고 있는데 짱 박혀 있다니!

‘짱박힌 놈들만 있었어도 나까지 구를 일은 없었을 거 아냐!’

열이 확 오른 경비대장은 엉거주춤 서 있는 두 사람을 가리켰다.

“야, 됐어. 꼬맹이는 냅두고. 저기 둘! 신분증만 확인하고 보내 줘라!”

“네! 대장님!”

“거기 둘 신분증 꺼내고 손 위로 올려라!”

경비대원들 우르르 몰려 오는 순간.

소니아와 우론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두 사람 모두 신분을 숨기고 사막으로 왔다.

당연히 용병패, 상업신고증, 길드 등록패 같은 신분증은 없었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고 순식간에 교감했다.

‘야, 너 뭐 없어!?’

‘없어! 너는!?’

이때 특급 헌터가 다시 한 번 앞으로 나서서 외쳤다.

“아저씨! 내가 하늘이었다니까! 내가! 특급 헌터가 범인이라고!”

“아, 그래 알았어. 너부터 신분증 내놔라.”

“믿어 주는 거야? 잠깐만! 얼른 꺼내 올게!”

얼굴이 환해진 특급 헌터는 한달음에 벗어 놓은 옷과 천을 가져와 뒤지기 시작했다.

구으, 구으응-

“퐁퐁이 잠깐만 기다려! 신분증 보여 줘야 해!”

“너 뭐하냐?”

“여기에 내 신분증 있어! 앗! 찾았다! 보이지!? 이건 알바가 빌려 준 퐁퐁검이야! 이걸 휘두르는 거 보면 내가 특급 헌터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어!”

퐁, 퐁, 퐁-

물방울이 생겨나는 나무 막대기를 휘두르는 파란 꼬맹이.

“…….”

“어!? 이걸로 안 돼!? 앗! 여기 돌 보이지! 엄청 좋은 돌이야! 막 아무데나 금 그을 수 있어!”

쓱, 쓱쓱-

광장 바닥에 하얀 돌로 선을 긋는 파란 꼬맹이.

“…….”

“이것도 안 돼!? 잠깐만 특급 로봇 들어 있는 목걸이가…… 앗! 찾았어!”

“……야, 됐어. 넌 그냥 가라. 꼬맹이!”

“뭐!? 안 돼! 내가 범인이란 말야!”

“알았으니까! 제발 그냥 가라고!”

이 순간 특급 헌터는 펄쩍 뛰어 경비대원의 다리에 매달려 외쳤다.

“내가 범인이라니까! 얼른 나 데리고 경찰서 가라니까!”

“이 꼬맹이 왜 이리 끈질겨!”

“야, 원래 법이 그래! 좀! 떨어지라니까!”

“으앗! 크헿헤- 어딜 만져!”

경비대원들이 다급히 달려와 떼어 내려 했지만, 특급 헌터는 잽싸게 허리, 등, 어깨로 움직여 손을 피했다!

하하하하하-

사방의 구경꾼들이 웃음을 터트리고, 경비 대장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졌다.

“야, 장난 그만하고 얼른 끝내!”

경비 대장이 버럭 소리 지르는 순간.

다급한 외침이 인파 속에서 울려 퍼졌다.

“잠시만요! 제가 보호자입니다!”

그리고 천문석이 인파 속에서 튀어나왔다.

“알바! 왔구나! 나 범인 됐어! 그런데 이 아저씨들이 안 믿어! 얼른 설명 좀 해 줘!”

‘와, 어이없는 꼬맹이 녀석!’

천문석은 인파 속에서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

흐지부지 사건이 마무리되고, 특급 헌터는 그냥 빠져나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어이없는 꼬맹이는 기어이 꺼져 가는 불을 되살렸다!

천문석은 손으로 바닥을 훑으며 특급 헌터에게 달렸다.

탁-

둘둘 감긴 퐁퐁이와 넓은 천이 손에 잡히는 순간 단숨에 달려들어 특급 헌터를 낚아챘다!

그리고 퐁퐁이와 특급 헌터를 통째로 천으로 둘둘 말았다!

순식간에 미라처럼 천으로 꽁꽁 감 싸인 특급 헌터는 발버둥 쳤다.

“으읍! 아바밥!”

“야, 가만히 있어!”

천문석은 단단히 묶인 특급 헌터를 옆구리에 끼고 경비대원들에게 연신 허리를 숙였다.

“아유, 수고가 많으십니다. 경비대원님들! 이 녀석 제 동생인데! 사고뭉치에게요! 준비됐냐?”

천문석이 인파를 향해 외치자 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네. 손님!”

“대인! 바로 가겠습니다!”

그르르르륵-

그리고 로이와 데이몽이 인파 속에서 손수레를 끌고 나타났다.

손수레 위에는 과일과 얼음을 갈아 만든 값비싼 음료수가 가득 놓여 있었다!

천문석은 직접 음료수를 들어 경비 대장에게 건넸다.

“수고가 많으십니다! 시원하게 한잔 들이켜세요!”

천문석과 경비대장의 손이 닿는 순간 마술처럼 넘어가는 금화 다섯 개!

경비대장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간만에 보는 예의를 아는 친구군.”

“제가 또 예의 빼면 시체입니다. 카캬카-.”

천문석이 간사하게 굽실거리며 슬쩍 눈짓하자,

로이와 데이몽은 재빨리 손수레에 놓인 음료를 경비대원들에게 건넸다.

“시원한 음료 한잔 마시세요!”

“수고가 많으시네요! 폐를 끼쳐서 죄송합니다!”

경비대원들의 손에 과일과 얼음을 갈아 만든 음료수가 들리자, 한여름 뙤약볕에 시장을 돌던 경비대원들의 짜증 어린 얼굴이 부드럽게 풀렸다.

‘됐다! 이대로 얼렁뚱땅 빠져나가면 된다!’

천문석은 연신 허리를 숙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 그럼 이만 가봐도 될까요?”

“그럼 당연하지! 잘 가게 예의를 아는 친구!”

천문석은 데이몽에게 눈짓했다.

그르르륵-

순간 지게와 궤짝이 실린 손수레가 번개같이 다가오고.

후두둑-

로이가 벗은 옷과 터번을 들고 달려와 수레 안에 던져 넣었다.

“그럼 이만. 수고하십시오!”

“수고하십시오!”

“수고하십시오!”

천문석이 외치는 순간 로이와 데이몽이 깍듯이 허리를 숙여 사방에 인사했다.

그리고 재빨리 도망치려는 순간.

옆구리에서 발버둥과 외침이 느껴졌다.

“아바! 이아 비빕이아브!”

천문석은 천으로 입이 막힌 특급 헌터의 외침을 바로 알아들을 수 있었다.

‘알바! 내가 범인이라고!’

“응, 그래. 알았어. 너 범인이야. 그러니까 배로 돌아가면 넌 집에 갈 때까지 선실에 감금이다.”

확 커진 눈과 입.

돌처럼 굳어 버린 몸.

[@ㅁ@!?]

특급 헌터는 완벽하게 제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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