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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727화 (728/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727화>

딸랑-

술집 문이 열리고 종소리가 울리자마자 들려오는 밝은 목소리.

“어서 오세요! 손님!”

천문석은 바로 종업원에게 외쳤다.

“광장! 광장 시장이 내려다보이는 자리로 부탁드립니다!”

“네, 네!”

깜짝 놀란 종업원은 바로 3층 광장이 보이는 창가 자리로 안내했다.

“맥주랑 안주 적당히 가져다주세요!”

“선불…….”

“여기 있습니다!”

천문석은 종업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은화를 건네주고 창 너머로 온 신경을 집중했다.

차력 약장수 두 명!

서커스 무희 한 명!

난장판, 개고생, 재앙의 냄새를 풍기는 세 사람이 연이어 나타났다!

심상치 않아서 자리를 피했지만, 무작정 도망치는 건 하책 중의 하책이다!

그동안 사건·사고가 일어난 패턴을 보면, 당장 피했다고 해도 어디서 불쑥 튀어나와 다시 얽혀들지 모르기 때문이다!

세세히 살펴 혹시라도 나중에 얽힐 위험을 방지해야 한다!

‘너희 정체가 뭐냐!?’

천문석은 기척을 죽이고 매의 눈으로 광장 시장에서 공연 중인 셋을 살폈다!

그러나 곧 고개를 갸웃했다.

“쟤네들 뭐지?”

서커스 무희는 혼자서 쓰레기통 뚜껑을 돌리며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차력사 남자는 침통한 표정으로 구경꾼 앞을 돌며 깡통에 동전을 받고 있었다.

그동안 얽혔던 재앙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

무희와 차력사에게서 너무나 익숙한 ‘짠 내‘가 느껴졌다!

주 7일 알바를 돌리던 그 시절 자신에게서 느껴지던 짠 내가!

‘뭐지, 저 사람들 뭐가 이렇게 익숙한 게 많아!?’

황당함에 내심 외치는 순간.

탁-

맥주잔과 안주가 놓이고 종업원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님! 여기 맥주와 안주 나왔습니다! 무엇이든 필요한 거 있으면 불러 주세요. 그리고 여기 잔돈…….”

“네, 감사…… 앗! 잠시만 물어볼 게 있습니다!”

“네? 뭐를……?”

천문석은 창밖을 가리켰다.

“저기 공연하는 차력사와 무희 보이시죠? 저분들 혹시 이곳 시장에서 계속 공연하시던 분인가요?”

“차력사, 무희요?”

고개를 갸웃하던 종업원은 창밖을 잠시 살피더니 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 보이네요! 음…… 두 분 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요? 아마 오늘 처음 공연하신 것 같아요.”

‘내가 도착한 날 나타났다고!?’

천문석은 재빨리 다음 질문을 했다.

“그렇군요. 혹시 그럼 저렇게 공연하시는 분들이 많으신가요?”

종업원은 알겠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바나항은 매일 새롭게 공연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보통 사막 도시에 처음 오시는 분들은 식료품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하시거든요. 그런데 사실 식료품 가격은 비싸지 않아요. 지얀데의 물이 흐르는 옛 제국의 지하수로로 대규모 농장을 운영하니까요.”

처음 에메랄드 벽을 타고 올라왔을 때 본 광활한 방풍림과 농장 이야기다.

“아, 그렇군요.”

고개를 끄덕이자 바로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에 반해. 모래배 뱃삯은 정말 비싸요. 바람잡이, 작살잡이에, 주술 문양까지. 인건비에 재료비까지 들어가는 게 엄청 많거든요. 그래서 여행 경비가 떨어진 분들이 저렇게 시장에서 공연해서 뱃삯을 버시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앗!”

종업원은 뭔가 기억났다는 듯 주위를 돌아보더니 목소리를 낮췄다.

“이건 소문이긴 한데. 제국의 남작님과 익스퍼트 기사님이 이곳 광장 시장에서 공연한 적도 있데요!”

제국 남작, 익스퍼트 기사?

종업원의 표정과 뉘앙스만 봐도 상류층이라는 감이 왔다.

“그렇군요. 그런데 경비대나 시장 상인들이 저걸 그냥 놔두나요?”

“바나항은 상업 도시잖아요. 끊임없이 사람이 찾아오셔야 유지돼요. 그리고 공연하시는 분들도 손님 인걸요.”

종업원이 빙그레 웃을 때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 주문!”

“네 바로 갈게요! 그럼 전 이만. 이거 거스름돈…….”

“이야기 값입니다. 감사합니다.”

천문석이 거스름돈을 사양하자, 종업원은 웃으며 고개 숙이고 떠나갔다.

천문석은 창밖 광장 시장의 차력사와 무희를 다시 살폈다.

종업원의 이야기를 들으니 너무나 익숙한 짠 내가 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 녀석들 여행 경비가 떨어졌구나!’

차력 약장수와 서커스 무희의 상황이 짐작 가는 순간 안도감이 들었다.

이 셋이 자신과 같은 날 바나항에 도착하고, 광장 시장에서 만난 건 우연이다!

그렇다면 더는 셋과 엮일 일이 없었다.

엮이는 것도 동선이 겹쳐야 가능한 것!

뱃삯을 벌기 위해 공연하는 차력 약장수, 서커스 무희는 모래배를 타고 떠나갈 거다.

그에 반해 자신과 동료들은 사막 항해 준비가 끝난 대륙 상단의 고속갤리선을 타고 떠나갈 예정이다.

모래배와 고속갤리선의 속도 차이를 생각하면 동선, 활동 반경 모두 겹치지 않는다!

공연이 끝나고 특급 헌터, 로이, 데이몽과 광장 시장을 떠나면 이들과 엮일 거리 자체가 없었다!

“괜히 걱정했네! 캬-.”

천문석은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시원한 맥주를 마시고 술집 안을 돌아봤다.

반쯤 찬 술집 안에는 상인과 용병, 여행자, 모험가들이 흩어져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제 술집에 온 목표를 달성할 때다.

대륙 상단의 비호를 받으며 고속갤리선을 타고 이동하면 세세한 것에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언제 어떤 돌발 상황이 생겨날지 모른다.

돌발 상황에 기민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눈과 귀를 열어 두고 돌아가는 상황, 주변 분위기를 파악해야 한다.

그래서 술집을 찾았다.

직접 겪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사막 도시의 분위기와 혹시 모를 특이사항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천문석은 시선은 창밖 특급 헌터에게 둔 채 주위 테이블에서 들려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반쯤 채워진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의 소리가 한데 뒤섞여 들려왔다.

귀에 정신을 집중하고 쏟아지는 소리를 분류하는 순간 문득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었다.

“요새 사막 도적단 수가 좀 준 거 같지 않냐?”

“확실히 줄었어. 이번 달 마하바나 상행 동안 한 번도 만나지 않았어.”

“희한하네? 용권풍이 불 계절도 아닌데. 몸 사리는 건 아닐 거 아냐?”

“사막뿐만이 아냐. 폭풍해도 조용하다.”

“폭풍해? 사략 해적들이 조용하다고? 그놈들이 그럴 리가 있나?”

“이상하긴 한데. 사실이다. 이번 상행에서도 자잘한 놈들은 말고 사략 선단은 아예 안 보이더라.”

“그러면 항로를 군도 방향으로 바꿀 수도 있겠는데! 2일. 아니지! 3일은 항해일수를 단축할 수 있겠어!”

“항로를 바꾸는 건 너무 이른 거 같은데? 폭풍해 사략 해적 놈들 저번처럼 큰 거 한 방 노리는 거 아냐?”

“이번엔 힘들지. 사략 해적 놈들 우론 공국을 기습 공격했다가 제대로 당했잖아.”

“맞아. 우론 대공 각하께 잡힌 해적 놈들이 몸값 내고 풀려난 지 몇 달도 안 지났잖아?”

“멍청한 사략 해적 놈들! 해적이 몸값을 내고 풀려나다니!”

한 상인이 통쾌하단 듯 외치는 순간.

술집 안의 상인, 용병, 모험가 모두의 웃음소리가 퍼졌다.

하하하하하-

우론 공국은 사막 왕국과 해전까지 벌였던 적국이었다.

하지만 병사들과 마찬가지로 상인, 용병, 모험가들에게도 인식이 나쁘지 않았다.

우론 공국은 적국이기 전에 사막의 상인들의 큰 고객이고.

폭풍해 항로의 중심지, 군도(群島)에서 통행세를 뜯어가는 사략 해적들의 천적이었다.

게다가 대륙십존 우론 대공의 명성은 사막 왕국에도 널리 퍼져 있었다.

그 압도적인 무용은 용병과 모험가들에게 동경의 대상이었다.

이때 한 상인이 툭 던지듯이 입을 열었다.

“글쎄 과연 그럴까? 지금 우론 공국 상황이 워낙 좋지 않아서 말야…….”

끼익, 그르르륵-

웃음소리가 단숨에 잦아들고 다급히 의자 끄는 소리 몸 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순식간에 알 수 없는 긴장감이 술집에 흘렀다.

‘뭐지!? 방금 말한 게 그렇게 중요한 일인가?’

천문석은 고개를 돌렸다.

상인, 용병, 여행자, 모험가.

술집 안 모든 사람이 호기심 어린 시선이 모인 중심!

긴 여행에서 돌아온 듯 흙먼지 묻은 옷으로 느긋하게 앉아 있는 상인이 보였다.

이때 누군가 조심스레 물었다.

“우론 공국 상황이 좋지 않다고? 경제제재 말고, 다른 무슨 일이 있는 거냐?”

상인은 천천히 잔을 들어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 입을 열었다.

“우론 공국. 제국의 지원이 끊겼다. 제국 남부 마경이 난리가 났거든.”

“제국 남부 마경?”

“판타나우 대습지!?”

“거기는 제국 기사들이 지키고 있잖아?”

“오대공 영지도 그쪽이지 아마?”

“그곳에서 난리가 날 수가 있어?”

……

모두는 고개를 갸웃했다.

폭풍해 동쪽에 자리한 제국은 사막의 도시국가들은 남방 무역로 문제로 몇 번 긴장 관계를 맺었다.

그러나 제국은 대륙의 2강 중 하나!

그런 제국에서도 정점, 오대공과 제국 기사들은 평범한 귀족, 기사들과 차원이 달랐다.

옛 제국이 멸망하고 새로운 제국이 세워진 지 천 년!

그동안 수많은 마경을 밀어내고 제국의 영토를 늘린 게 오대공과 제국 기사들이다.

압도적인 무력과 경제력 그리고 정치력!

오대공은 필요하다면 왕과 대공이라도 날려 버리길 주저하지 않았고, 제국 기사들은 오대공의 손발이 되어 수많은 피와 강철의 폭풍을 일으켰다.

“대습지에서 난리가 났어도, 오대공과 제국 기사들이 움직이면 쉽게 해결될 텐데?”

“야, 웃지만 말고 속 시원하게 말 좀 해 봐.”

“용병단이다. 쓸만한 정보면 빚을 하나 진 거로 하지.”

“이야기 값 치를 때니까 얼른 말해 봐!”

……

사방에서 호기심 어린 외침이 쏟아지는 순간.

처음 운을 뗀 상인은 맥주를 내려놓고 입을 열었다.

“대습지에서 웨이브가 일어났다. 그리고 그 웨이브에서 용인들이 나타났다더군.”

이 순간 사람들의 반응은 둘로 갈렸다.

“용인?”

“갑자기 용인이 왜 나와?”

“대습지에 용인이 있었어?”

……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하는 신입 용병과 모험가, 초짜 상인들.

그러나 고참 용병과 숙련 상인, 모험가들은 용인이란 말에 단숨에 상황을 이해하고 눈을 번뜩였다.

“용인!”

“벌써 10년 만인가? 하긴 때가 됐군!”

“어쩐지…… 오대공이 조용한 게 이상하다 했어!”

판타나우 대습지에서 용인이라고 불릴 존재는 하나뿐이다.

제국조차 막는 게 고작, 대습지 안으로는 밀고 들어갈 엄두도 못 내는 세력.

잠자는 교룡(蛟龍)!

고대의 악신을 정점으로 한 신정 일치의 카이만 제국의 고위 사제계급이다!

웨이브에서 용인, 사제계급이 나타났다는 건 카이만 군단이 움직였다는 의미다!

카이만 군단이 움직이면 당연히 오대공과 제국 귀족들도 움직인다!

제국과 카이만 제국.

폭풍해 너머 제국 남부에서 대전쟁의 전조 현상이 벌어진 거다.

전쟁은 인력과 물자를 집어삼키는 괴물이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

엄청난 부와 명예, 권력을 얻을 기회가 찾아왔다!

용병, 모험가, 마법사, 주술사, 몰락 귀족!

검과 창, 방패, 갑주, 목재, 천, 의류, 식량!

……

수많은 야심가와 엄청난 물자가 전장으로 모여들 거다!

다급히 몸을 일으킨 사람들은 정보를 준 상인의 테이블로 몰려들었다.

“모래 가오리 용병단이다. 빚졌다.”

“바나항 중앙 상인회입니다. 연락하세요!”

“오아시스 상회입니다! 편의를 봐 드릴 테니 언제든 오세요!”

“금패 모험가입니다. 사막 서부의 정보가 필요하면 언제든 길드에 연락해 주세요.”

……

정보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은 테이블에 금화를 던지고 이름을 남기며 눈빛을 교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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