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726화>
비토와 소니아는 바로 로잔 대공가로 이동, 초대 로잔 대공이 만든 그분의 모든 것이 기록된 ‘책’을 슬쩍 빌렸다.
그분과 인과가 이어진 ‘책’을 확보했으니 남은 것은 천공탑을 찾는 것뿐!
마도 황제 폐하의 천공탑을 찾아 대륙 전체를 뒤지길 4년!
마침내 사막 어딘가에 천공탑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수백의 사막 부족과 도시 국가가 난립한 사막과 제국은 몇 차례 간접적으로 충돌한 상황!
비토와 소니아는 신분을 숨기고 사막으로 이동 천공탑 입구와 그 안으로 들어갈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천공탑을 찾아 사막을 헤매길 몇 달.
바람 사막을 여행하던 어느 밤, 험상궂은 얼굴의 수도승을 한 명 만났다.
그 수도승은 자신과 소니아의 이야기를 듣더니, 천공탑이 있는 장소와 그 안에 들어갈 방법을 가그쳐 줬다.
바람 사막의 중심도시 지얀데.
지얀데에는 엄청난 양의 물이 쏟아지는 바위 절벽이 있었다.
이 바위 절벽 위에 있는 천 년의 고성에 ‘천공탑의 열쇠’가 있었다.
옛 제국의 마도 황제 폐하께서 만드신 천공탑 열쇠는 어이없게도, 사막 부족 모두가 참여하는 모래 배 경주의 우승 상품이 돼 있었다!
오대공에게 연락해 대륙 중부의 절대 강자 열국을 움직여 외교적 압박을 가하려는 순간.
소니아 비제우는 더 빠르고 간단한 계획을 세워 자신을 설득했다.
‘할배! 천공탑 누가 만들었어!? 마도 황제 폐하 시잖아!’
‘마도 제국의 적통이 어디야!? 당연히 우리 제국이지!’
‘즉, 천공탑 열쇠의 정당한 주인은 당연히 우리 제국이란 말이지!’
‘아니, 아니아니! 절대 훔치자는 게 아냐! 잠깐 빌렸다가 돌려주자는 거야!’
검공가 천 년의 숙원!
그 해결책이 바로 앞에 있었다!
결국, 자신은 고개를 끄덕였고 바위 절벽을 올라 천여 명의 무사와 주술사를 뚫고, 수많은 황당한 사건 후에 고성 안에 숨겨진 ‘천공탑의 열쇠’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무사히 탈출하기만 하면 됐다.
그러나 이미 지얀데 전체가 발칵 뒤집힌 상황이었다.
쉴 새 없이 터지는 신호탄으로 환하게 밝혀진 바위 절벽 아래, 사막을 달려오는 수백의 모래 배가 보였다.
게다가 수만의 성난 무사들이 바위 절벽을 겹겹이 포위하고, 모래 가오리 기병이 끝없이 공중으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완전히 포위되어 꼼짝없이 잡힐 순간.
자신과 소니아는 커다란 술통에 들어가 입구를 막고 폭포에서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사막 지하에 만들어진 옛 제국의 거대 지하수로를 타고 도망쳤다.
지얀데의 폭포에서 쏟아진 물이 흐르는 지하수로는 광활한 사막 전체로 이어져 수많은 도시와 오아시스에 물을 공급했다.
사막에서 물은 생명이기에 지하수로를 도주로로 사용한다는 생각은 제대로 허를 찔렀다.
순식간에 포위망을 뚫고 지하수로를 이동하길 5일!
저수탑에서 빠져나와 사막을 가로질러 도착한 첫 번째 도시가 이곳이었다.
바나항.
원래 목적지인 마하바나가 아닌 엉뚱한 항구 도시 바나까지 밀려 온 거다!
천공탑의 열쇠를 사용하려면, 마하바나를 지나 입구가 있는 열사의 사막으로 이동해야 했다.
그러나 정신없이 폭포에서 떨어지고, 지하수로를 지나 사막을 가로질러 도망치면서 소지품 대부분을 잃었다.
‘책’과 천공탑의 열쇠는 지켰지만, 그뿐. 마하바나까지 갈 모래 배 뱃삯과 숙박비는 없었다.
가뜩이나 수배가 떨어진 상황이라 더욱 정체를 드러낼 수가 없었다.
어떻게든 여행 경비를 구해 마하바나 너머 열사의 사막, 천공탑의 입구가 있는 장소로 가야 했다!
이때 소니아 비제우는 다시 한 번 계획을 세웠다.
‘할배! 이게 진짜 된다니까! 완전히 먹혀! 한 방에 여행 경비 벌 수 있다니까!’
그리고 전대의 비제우 검공인 자신은 차력 약장수가 되어 시장 바닥에서 약을 팔게 됐다.
여행 경비를 벌기 위해서!
“…….”
비토 비제우는 쉴 새 없이 펼치던 차력을 멈추고 주위를 돌아봤다.
눈을 반짝이는 꼬맹이들, 흥미진진한 표정의 사람들.
입을 가리고 힐끗힐끗 바라보는 여자들.
주위를 가득 메운 구경꾼들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비제우 검공이 아닌, 차력 약장수로!
‘차력을 보여 주며 약을 팔아 여행 경비를 번다는 계획을 들었을 때 막았어야 했는데!’
비토 비제우는 소니아의 계획에 솔깃해 검공가를 떠난 이렇게 수없이 후회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참담했다.
마도 제국이 멸망한 인류의 암흑기!
비제우 검공 가문의 선조들은 난장판이 된 타대륙에 제국이라는 문명의 빛을 밝히는 위업을 세우셨다!
검공 가문의 선대께서 차력사가 된 자신의 모습을 보시면 뭐라고 하실까!?
생각만으로도 두렵고, 괴롭고, 고통스러웠다.
우와아아아아아-
이때 환호성이 들리고 소니아 비제우의 외침이 들려왔다.
“신비의 약을 바르니까 어떠신가요!?”
“아, 아앗! 후끈후끈해! 엄청난 힘이 솟는다! 특특특급 헌터가 된 거 같아!”
“자 그럼! 이 비약의 효능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차력사님 바로 보여 주세요!”
이미 약속된 진행!
신비의 비약을 바른 손님의 몸을 쇠지팡이로 때리라는 이야기다.
비토 비제우는 쇠지팡이로 단단한 화강암 바닥을 두들겨 소리를 내고 몸을 돌렸다.
쿠우웅-
그리고 굳어 버렸다.
“……!?”
약을 바르고 줄줄이 늘어선 세 사람.
팔에 약을 바른 청년.
어깨에 약을 바른 용병.
그리고 마지막 한 사람!
5살 남짓?
윗옷을 벗은 꼬맹이가 상체 전체에 약을 바르고 외치고 있었다!
“으아앗! 엄청난 힘이 솟는다! 특급 헌터는 무적이다! 얼른 해! 막막 때려도 괜찮아!”
“아니!? 이거 진짜 괜찮은 거예요!?”
“어, 어어!? 이건 아닌 거 같은데! 야, 아니, 도련님 이건 진짜 아닌 거 같아!”
구으, 구으으응-!
“로이형, 비서형, 퐁퐁이! 걱정할 거 없어! 신비의 약을 바른 특급 헌터는 무적이야!”
비토 비제우는 재빨리 소니아에게 입 모양으로 말했다.
‘이 꼬맹이 뭐야!? 너무 어리잖아!’
‘걱정 마세요! 제가 타이밍에 맞춰 마나를 흘려 넣을게요!’
소니아는 꼬맹이 등 뒤로 슬쩍 손을 가져가 언제든 심법으로 정제된 마나를 흘려 넣을 준비를 했다.
비토는 멍하니 이 모습을 바라봤다.
자신의 능력이면 몸에 닿기 직전, 아무런 충격 없이 쇠지팡이를 구부리는 게 가능했다.
그러나 비토 비제우, 전대의 검공은 평생 마수와 몬스터와 싸우고 수많은 제국 기사들을 길러 왔다!
소니아가 만든 신비의 비약을 발라 푸르스름하게 빛나는 꼬맹이!
이런 꼬맹이에게 쇠지팡이를 내리친다는 것에 엄청난 심리적 저항감이 느껴졌다!
“아니, 이건 그래도 너무…….”
이 순간 꼬맹이와 소니아가 동시에 외쳤다.
“특급 헌터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할아버지! 괜찮아! 얼른 때려! 이야압-!”
“용감한 도전자에게 환호성을 주세요!”
우와아아아-
사방에서 환호성이 터지는 순간.
하아-
비토 비제우는 짧은 한숨과 함께 줄줄이 늘어선 사람들에게 쇠지팡이를 내려쳤다!
후우우우웅-
거센 파공음을 내며 날아간 쇠지팡이가 닿기 직전.
마나 심법으로 정제한 마나를 밀어 넣어 쇠지팡이의 움직임을 조종한다!
까앙-
첫 번째 청년의 팔에서 튕겨 나오고.
그르륵-
두 번째 용병의 어깨에서 미끄러졌다.
그리고 마지막 꼬맹이에게 닿는 순간.
이야아얍-!
꼬맹이의 기합이 터지고.
우드드드득-
쇠지팡이는 닿기 직전 저절로 구부러졌다!
너무나 절묘한 타이밍에 벌어진 일이라 관중들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모두 보이시죠!? 쇠지팡이가 이렇게 변했어요!”
소니아가 구부러진 쇠지팡이를 들고 외치는 순간.
엄청난 환호성이 울려 퍼지고 탄성이 터져 나왔다!
우와아아아아아-
“우와! 지금 저거 봤어!?”
“뭐야! 약을 발랐다고 몸이 저렇게 변한다고!?”
“짜고 치는 거 아냐!?”
“저렇게 어린 꼬맹이가 어떻게 짜고 치냐?”
“혹시 저 꼬맹이가 특별한 거 아냐!?”
“그럴 리가 없잖아! 하하하-.”
“저 형 완전 멀쩡해!”
“우와! 진짜 신비의 약인가 봐!”
……
그러나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이 있었다.
“어, 이상하네? 방금 안 닿은 거 같은…….”
특급 헌터가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소니아 비제우는 재빨리 앞으로 나서 특급 헌터를 가리고 크게 외쳤다.
“물론 이건 아무나 되는 게 아닙니다! 차력사님처럼 오랜 수련을 거치신 분만 가능한 일입니다! 그리고 신비의 비약을 오랫동안 바르고 복용하면! 더 대단할 일도 할 수 있어요! 차력사님!
쿵-
비토 비제우가 육중한 진동과 함께 앞으로 나서는 순간.
쇠지팡이가 휙 공중을 날아 청년에게 전해졌다.
“어, 이건 왜!?”
소니아는 얼떨결에 쇠지팡이를 받고 어리둥절한 청년에게 말했다.
“그 쇠지팡이로 차력사님을 때려 보세요!”
“네? 네!”
깜짝 놀라 반문했던 청년은 곧 쇠지팡이를 휘둘렀고.
충돌 순간 비토의 강철 같은 육체에선 종소리가 울렸다.
둥, 두웅, 두우웅-
“용병님!”
“난 이 칼로 시험하지. 걱정 마라 날이 서지 않은 쪽으로 벨 테니.”
용병이 한걸음 내디딘 순간 섬광이 번뜩이고 날카로운 3연격이 쏟아졌다!
꺄아-
으아앗-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는 순간.
깡, 깡, 까아앙-
비토의 몸에선 쇳소리가 연속해서 울려 퍼졌다!
우와아아아아-
경악한 사람들은 미친 듯이 환호성을 질렀다!
소니아 비제우는 직감했다.
폭발 직전의 분위기!
이제 거의 다 됐다!
마지막으로 카타르시스!
통쾌한 웃음을 주고 약을 팔면 초대박이 터지고 여행 경비 문제는 한 방에 해결된다!
“자, 그럼 마지막으로 우리 용감한 어린이 지원자분이 남았네요!”
소니아가 마지막 아이에게 쇠지팡이를 내미는 순간 사방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하하하하-
“자 그럼! 얼른 때려 보세요!”
“……이걸로 때리라고?”
“네! 괜찮아요! 어서요!”
“나 엄청 센데……? 니케도 엉엉 우는데?”
하하하하하-
“야, 살살해라!”
“그래 맞아! 적당히 봐줘라!”
다시 한 번 웃음이 터지고 모두의 얼굴에 미소가 그려지는 순간.
소니아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괜찮아요! 방금 보셨잖아요? 차력사님은 신비의 비약으로 피부가 강철이에요!”
“진짜, 진짜로 괜찮아!? 내가 때리니까 알바도 깜짝 놀라서 일어났어!”
“네, 진짜진짜로 괜찮아요!”
비토 비제우는 허리를 숙여 꼬맹이와 눈을 마주치고, 얼른 이 광대놀음을 끝내고픈 마음에 외쳤다.
“꼬맹이 괜찮다. 얼른 해라!”
“정말로 괜찮아? 진짜로 ‘하늘이어도’ 괜찮아!?”
“괜찮다니까!”
특급 헌터는 고개를 돌려 주위를 돌아봤다.
주위를 둘러싼 모두가 환호성을 지르며 외쳤다.
우와아아아-
“힘을 내라 꼬맹이!”
“제대로 한번 보여 줘라! 하하하-.”
“하하하- 뭘 그렇게 고민해! 얼른 해치워!”
특급 헌터는 결심을 굳히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 얼른 이 쇠지팡이를 받으세요!”
“특급 헌터는 이 손이면 충분해!”
특급 헌터를 번쩍 손을 들어 엄지로 중지를 눌렀다!
딱밤 자세!
순간 미친 듯한 웃음과 휘파람, 탄성이 쏟아졌다.
으하하하-
크카카카캌-
휘이, 휘이이-
“아, 미치겠네! 딱밤이라고?”
“그래! 그 정도 패기는 있어야지!”
“멋지다! 잘생겼다! 꼬맹이!”
“화이팅! 제대로 본때를 보여 줘라!”
후하, 후하-
특급 헌터는 깊게 심호흡하고 기합을 질렀다.
이야야야얍-!
순간 딱밤 자세를 잡은 양손이 바람개비처럼 회전했다.
붕붕붕붕붕-
빠르게 회전하는 양손을 보는 모두의 얼굴에 웃음이 생겨날 때.
쿵-
특급 헌터는 한걸음 내디디며 차력사의 이마를 향해 최대 출력 딱밤을 날렸다!
“하늘을 잇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