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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724화 (725/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724화>

골목길로 들어서자마자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다다다다닥-

등에는 천으로 돌돌 감긴 하늘 고래를 엎고 머리에는 양 머리 터번을 쓴 꼬맹이.

특급 헌터는 마차가 달리는 도로로 달려가고 있었다!

“야, 위험해!”

한달음에 달려가 특급 헌터를 번쩍 들어 올리는 순간 다급한 외침이 터졌다.

“알바! 저기야! 촉이 와! 저 앞에 차력 약장수랑 서커스 무희가 있어! 엄청 재밌을 거야! 얼른 가자!”

“알았어, 알았으니까. 흥분 좀 가라앉혀.”

천문석은 특급 헌터를 어깨 위에 올리고 골목에서 나왔다.

시야가 확 트이는 순간.

마차, 수레, 말, 낙타 온갖 이동수단이 가득한 도로가 나오고.

그 너머 높게 솟은 건물로 주위가 막힌 직사각형 광장이 나왔다.

광장에 가득한 사람과 물건들을 보는 순간 바로 알 수 있었다.

목표로 한 광장 시장이다!

그리고 특급 헌터가 말한 재밌는 일이 어디서 일어나는지도 바로 알 수 있었다.

우와아아아아-

멀리 시야가 닿지 않는 곳에서 환호성이 들려왔다.

“으앗, 앗! 엄청 재밌을 거 같아! 얼른 출발해!”

“야, 기다려. 같이 가야지!”

곧 다급히 달려오는 로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헉, 허억! 저기가 제가 말씀드린 광장 시장이에요! 광장 시장에는 뜨내기 상인들이, 광장 주변 건물에는 토박이 상점, 술집들이 많아요! 말씀하셨던 사막 정보를 얻기 쉬우실 거예요! 허억…….”

“알바! 로이형 왔어! 빨리빨리! 약장수, 서커스! 이러다가 끝날 것 같아! 북한산 워터파크! 기억 안 나!?”

“네 비서 아직 안 왔잖아!”

“대인! 저 왔습니다!”

쿵쿵, 쿵쿵쿵-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지게를 짊어진 데이몽 발도가 나타났다.

“모두 다 왔어! 알바 출동!”

고개를 끄덕인 천문석은 단숨에 도로를 지나 광장 시장의 인파 속으로 들어갔다.

“특급 헌터 뭐 보이는 거 있냐?”

“알바! 오른쪽! 여기서 오른쪽이야!”

어깨 위, 터번을 잡고 발돋움한 특급 헌터의 외침을 따라 복잡한 시장을 가로지르길 한참.

우와아아-

우와아아아-

환호성이 점점 커지고 사방에서 모여드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그리고 어깨 위 한껏 몸을 일으킨 특급 헌터와 퐁퐁이의 탄성도 커졌다.

“앗! 차력사가 이따만한 쇠기둥을 구부렸어!

구으으-!

“으앗! 거꾸로 서서 팔 굽히고 있어!”

구으, 구으-!

“어, 어어! 쇠기둥으로 때리기 시작했어! 막막 엄청 세게 때려!”

구으으으으-!

특급 헌터 네비의 도움을 받아 금세 차력 공연이 벌어지는 시장 한쪽에 도착했다.

그러나 약장수 주위를 둘러싼 인파가 너무 많아, 뚫고 들어갈 수가 없었다!

“안보이잖아! 퐁퐁이 출동……!”

천문석은 재빨리 특급 헌터의 다리를 잡고 외쳤다.

“두 사람! 내 벨트 잡아! 뚫고 들어갈게!”

“네! 손님!”

“알겠습니다! 대인!”

벨트에 로이와 데이몽의 손이 닿는 순간.

천문석은 생사의 간극을 밟아 활로를 여는 보법을 펼쳤다.

휘잉-

한 줄기 바람과 함께 펼쳐진 생사팔문의 보법!

생과 사, 끝없이 교차하는 운명에 길을 여는 보법은. 수백 명의 인파 사이에 나타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공간을 단숨에 밟아 나아갔다!

휘잉, 휘이잉-

천문석, 특급 헌터와 퐁퐁이, 로이와 데이몽 그리고 지게까지. 한 덩어리로 뭉친 모두는 형체 없는 바람처럼 인파를 뚫고 순식간에 선두에 나타났다!

“성공했어! 우와아앗! 저거 봐!”

특급 헌터가 환호성을 지르는 순간 차력 약장수의 공연이 보였다.

푸아아아아앗-

상의를 벗은 남자가 입에서 화염을 뿜어냈다.

쇠지팡이를 든 소녀를 향해서!

‘아니, 시바! 이게 뭐야!?’

천문석이 경악하는 순간.

소녀의 손에 들린 쇠지팡이가 원을 그렸다.

위이이이잉-

남자가 뿜어낸 화염은 쇠지팡이가 그려내는 궤적에 빨려 들어가 허공에 화염의 원을 만들었다!

그리고 터져 나오는 외침!

“사자 도약!”

쿵쿵, 쿵쿵쿵-

남자는 육중한 걸음으로 광장을 달려 도약!

파아아아앙-

단숨에 화염의 원을 통과하여 사자처럼 울부짖었다!

크어어어엉-

순간 엄청난 환호성과 탄성이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우와아아아아-!

“최고다!”

“와! 저게 바로 무공이구나!?”

“우와, 우와! 불을 뛰어넘었어!”

“아까는 이마로 광장 바닥도 부쉈어!”

쿠우웅-

이때 소녀가 쇠지팡이로 광장을 두들기며 작은 체구에서 상상되지 않는 커다란 외침을 터트렸다.

“이게 바로 원대륙의 놀라운 무공! 사자 도약입니다!”

“보이시죠! 머리카락 한 올, 상체의 피부 한 점 타지 않았습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했냐!? 무공도 무공이지만 신비의 비약! 대습지의 신비한 약초로 만든 비약 덕분입니다!”

“약을 팔기 전에 먼저! 역사(力士)님을 한 번씩 직접 만져 보실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할배!”

소녀가 외치는 순간.

남자는 깡통을 들고 주위를 둘러싼 사람들 앞을 돌았다.

쓱쓱, 툭툭, 꾹꾹-

사방에서 뻗어 온 수많은 손이 남자의 팔과 가슴, 배를 쓰다듬고, 두들기고, 눌렀다.

짤랑, 짤랑, 짤랑-

그리고 쉴 새 없이 동전이 떨어지는 소리와 탄성이 터졌다.

“우와- 이거 보통 근육이 아닌데!”

“꺄아- 만졌어! 엄청 단단해!”

“아저씨! 비약 동전 3.5개 어치도 팔아요?”

“안 되나 본데? 아! 딱지랑 구슬! 그거 같이 주면 될지도 몰라!”

“몸만 보면 어지간한 용병 대장 이상인데?”

“진짜 원대륙 무공을 배운 건가?”

“타대륙 사람 같은데…… 타대륙 사람은 무공 못 배우잖아?”

“설마 마나 심법을 배운 거 아냐!?”

“하,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런 사람이 약장수를 하겠냐!”

……

깡통을 들고 인파 앞을 도는 차력사의 움직임을 따라 외침과 환호성이 끝없이 이어졌다.

천문석은 넋이 나간 얼굴로 자신도 모르게 말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차력 약장수, 서커스 무희가 무엇을 해도 놀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틀렸다!

은밀하고 철저하게 숨겼지만, 사기꾼은 사기꾼을 알아보는 법!

상의를 벗은 채 깡통을 들고 구경꾼 앞을 지나가는 거구의 남자.

쇠지팡이로 바닥을 두들기며 자신이 파는 약이 얼마나 대단한지 연신 설명하는 소녀.

남자와 소녀!

차력 약장수 두 사람은 가짜 차력사였다!

지금 두 사람이 하는 차력은 눈속임이 아닌 진짜였다!

남자의 몸을 흐르는 유형화된 힘!

소녀의 손에 들린 지팡이에서 생겨난 기이한 인력!

자신의 무공과는 궤를 달리하는 힘.

그러나 두 사람이 펼치는 차력을 보는 순간 그 수준만은 바로 감이 왔다!

소녀는 물이 가득 찬 잔이다.

무형의 힘을 유형화하기 직전 단계, 절정의 극(極)!

남자는 잔, 형식을 부수고 도약한 단계.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초인경, 초절정의 경지다!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고, 찌릿한 전율이 등골을 흐르고, 둔탁한 충격이 머리를 후려쳤다!

‘설마!? 이 세계는 초절정이 차력 약장수를 할 정도로 빡센 거야!?’

* * *

“말도 안 돼!”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날 선 목소리와 험악한 시선이 사방에서 날아왔다.

“거기 맨 앞에 사람! 좀!”

“앞줄은 꼬맹이들만 앉아 있잖아!”

“거, 어른이면 뒤로 좀 나와요!”

“아니, 맨 앞까지 어떻게 뚫고 들어간 거야?”

“……!?”

흠칫 놀라 주위를 보는 순간 바로 깨달았다.

차력사를 둘러싼 맨 앞줄에는 꼬맹이들만 앉아 있고, 지금 이 순간에도 꼬맹이들이 어른들 다리 사이로 기어 오고 있었다!

“……!?”

그리고 한 아이가 앞을 막은 자신을 보고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아, 죄송합니다! 이 도시는 처음이라. 꼬마야 미안. 여기 앉아라.”

천문석은 특급 헌터를 바닥에 내려놓고 꼬맹이에게 자리를 비켜 줬다.

그리고 힘을 숨긴 차력 약장수를 살피며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두 사람에게서 너무나 익숙한 냄새가 났다!

난장판, 개고생, 재앙의 냄새가!

‘이 둘과는 얽히면 안 된다!’

순식간에 마음의 결정을 한 천문석은 바로 데이몽 발도에게 말했다.

“특급 헌터랑 로이 좀 챙겨줘. 난…… 아, 저기! 저 술집 2층에서 보고 있을게! 공연 끝나면 저 술집에서 만나자!”

“걱정 마십시오! 대인!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알바! 이따 봐! 안녕안녕안녕!”

“손님! 전 손님 안내를…….”

데이몽이 씩씩하게 대답하고, 특급 헌터와 로이는 차력 약장수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 대답했다.

“됐어. 둘 다 구경해라. 차력 끝나면 술집에서 만나자. 혹시 동전 필요하면 이거 써라.”

천문석은 특급 헌터, 데이몽, 로이의 손에 동전을 한 움큼씩 쥐여 줬다.

“전 견습 선원인데…….”

“부탁한다. 길잡이!”

로이의 어깨를 툭 친, 천문석은 단숨에 인파를 빠져나가 술집으로 걸어갔다.

우와아아아아-

이 짧은 순간에도 몇 번이나 환호성이 터지고, 후끈 달아오른 열기가 느껴졌다.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 이곳에서 펼쳐지는 차력 공연은 흔한 눈속임 차력이 아니다.

절정, 초절정의 경지에 오른 강자가 펼치는 진짜 차력이다!

길거리 버스킹에 프로 가수, 프로 마술사가 나온 거나 마찬가지 상황.

이곳 광장 시장의 다른 공연자들에겐 재앙이 떨어진 거나 마찬가지였다.

이때 문득 보이는 사람이 있었다.

차력 약장수를 구경하는 인파 바로 옆.

텅 빈 공터에서 묘기를 펼치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천문석은 발걸음을 멈추고 차력 공연의 희생자를 봤다.

“자, 집중하세요! 바로 한 개 더 돌리겠습니다! 핫!”

하늘로 날아오르는 양철 원반과 번개같이 정수리에 세워지는 나무 막대기!

핑그르르르-

나무 막대기 위에서 양철 원반이 빠른 속도로 회전했다!

후드를 깊게 눌러쓴 공연자는 양철 쓰레기통 뚜껑 다섯 개를 동시에 돌렸다!

엄청난 센스와 균형감각!

손과 손목, 정수리에 놓인 나뭇가지 위에서 회전하는 양철 뚜껑 다섯 개는 빙글빙글 춤을 추는 중에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서커스 무희가 이 사람이구나!’

나쁘지 않은 묘기였다.

하지만 묘기를 펼치는 장소가 좋지 않았다.

[양철 뚜껑 돌리기 vs 입에서 불을 뿜고, 인간 사자가 되어 화염 고리를 통과하기]

임팩트에서 완전히 밀린 상황.

그 결과 후드를 눌러쓴 서커스 무희는 꼬맹이 몇 명 앞에서 외롭게 외치고 있었다.

“대단하죠? 멋지죠!? 더 보고 싶으신가요!?”

짝, 짝, 짝-

앞에 앉아 있는 꼬맹이들은 차력 약장수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채 건성으로 박수를 쳤다.

누구라도 실의에 빠질 상황이다.

그러나 서커스 무희는 씩씩하게 외쳤다.

“그럼! 관중분들의 호응에 부응해! 제가 진짜 엄청난 걸 보여드리겠습니다! 아마 보시면 깜짝 놀라실 거예요! 후후훗-.”

이때 차력 약장수를 둘러싼 인파의 다리 아래에서 한 꼬맹이가 머리를 내밀고 외쳤다.

“야! 여기 자리 났어! 얼른 와! 맨 앞줄 형이 지게 위에 올라와서 봐도 된대!”

“뭐!?”

“진짜로!”

“야, 빨리 가자!”

벌떡 일어난 꼬맹이들은 한달음에 달려가 다리 사이로 사라졌다.

“…….”

관중을 모두 잃고 홀로 남겨진 서커스 무희는 돌처럼 굳었고.

핑그르르르르-

이렇게 굳어 버린 몸 위에선 양철 뚜껑 다섯 개만 빠르게 회전했다.

‘냉엄한 거리 공연의 세계라니!’

내심 고개를 저은 천문석이 술집으로 걸어가는 순간 울 것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요…….”

“네?”

문득 고개를 돌리자 후드 그림자에 가려진 간절한 눈빛이 느껴졌다.

순간 귓가에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손님! 손님은 안 가실 거죠!? 다음 묘기는 진짜 엄청 대단해요! 꼭, 꼭 봐주세요!’

시선을 느끼는 순간 몰아치는 오싹한 한기!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차력 약장수 방향과 서커스 무희를 번갈아 봤다.

“……!”

차력 약장수에게 느꼈던 난장판, 개고생, 재앙의 냄새가 바로 앞 서커스 무희에게서도 느껴졌다!

‘뭐지!? 이 싸한 느낌은!?’

흠칫 놀란 천문석은 재빨리 동전을 튕겼다.

핑그르르, 짤랑-

허공을 날아간 동전이 서커스 무희 앞에 놓인 양철통에 들어가는 순간.

“힘내세요! 화이팅!”

천문석은 크게 외치고 도망치듯 술집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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