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723화 (724/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723화>

대륙십존, 우론의 여대공!

우론 대공이 시장에 있다고?!

거대한 충격이 지나가는 순간.

탁, 탁타타타탁-!

수십 개의 손바닥의 신입 경비대원의 뒤통수와 등짝에 작렬했다!

“야! 그게 말이 되냐?! 멍청한 녀석!”

“전쟁 끝난지 얼마나 됐다고 그분이 여기를 와?!”

“뭐? 누구? 우론 대공?! 와 이거 제정신 아니네!!”

“그분이 이런 골목에서 춤을 춘다고?!”

“그것도 쓰레기통 뚜껑을 돌리고! 돌멩이로 제기를 차면서?!”

“하, 이 새끼 해군 출신 아니랄까 봐! 진짜 꼴통이네!”

……

신입 경비대원은 재빨리 머리를 손으로 감싸고 외쳤다.

“잠시, 잠시만! 직접 봤어요! 저 지얀데 일족…….”

“지얀데 일족? 그게 누군데?!”

“보긴 뭘 봐! 새끼야!”

“야, 그냥 밟아!”

다시 손바닥이 날아오는 순간.

신입 경비대원은 다급히 외쳤다!

“압둘라! 압둘라 일족의 함대에 탔었다니까요!”

“압둘라! 그 압둘라?!”

“여기서 압둘라 일족이 왜 나와!?”

“압둘라? 바람검 압둘라?!”

“야, 자세히 말해 봐! 진짜야? 어디서 본 거야?!”

경비대원들이 깜짝 놀라 외치는 순간.

신입 경비대원은 악을 쓰듯 외쳤다.

“저 지얀데 함대에 근무했다고! 몇 번이나 말했잖아요!”

“……아니 지얀데랑 압둘라가 뭔 상관이야?”

“내 말이! 진작 압둘라 일족이라고 말했어야지!”

“와, 와?! 말할 틈도 안 주고는! 그리고 ‘압둘라’는 별명이잖아요! 진짜 이름은…….”

이때 조장이 끼어들어 말을 끊고 확인했다.

“신입! 어디서 봤냐? 정확하냐?! 처음부터 제대로 말해 봐!”

신입 경비대원은 씩씩거리며 말을 쏟아 냈다.

“네! 제가 지얀데 아니, 압둘라 함대의 지휘선에 탄 병사였는데. 해전이 벌어지는 순간 우론 대공이 난입해 들어왔습니다.”

“돛대와 돛대 사이를 뛰어넘어 갑판에 뚝 떨어져 내리더니! 창으로 모조리 쥐어패고 사령관님의 검을 뺏어서 돌아갔습니다!”

“그때 창에 맞고 제 방패가 날아갔습니다! 얼굴은 못 봤지만, 그 창술을 바로 앞에서 봤어요! 몸놀림이 정말 비슷합니다!”

“얼른 가서 확인해 보죠! 혹시 모르잖아요?!”

신입의 말이 끝나는 순간.

조장과 경비대원들의 눈이 마주쳤다.

노련한 경비대원들은 단숨에 핵심을 파악했다.

‘압둘라 일족의 사령관이 빼앗긴 검!’

그 ‘검’의 정체가 무엇인지 바로 감이 왔다!

검의 모습만 확인하면 신입의 말이 허풍인지, 구라인지 확인할 수 있다!

“신입! 사령관의 검! 그 뺏겼다는 그 검 어떻게 생겼어?!”

“네? 검이요? 갑자기…….”

“야, 질문은 그만하고 이 분필로 대충이라도 그려 봐! 어서!”

신입은 황당해 하는 표정으로 분필을 받아 1미터 남짓한 검신이 부드럽게 휘어진 샴시르를 그렸다.

‘아니구나!’

모두가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쉴 때.

쓰으윽- 검신 끝에 하얀 선이 그어졌다.

“사령관님의 검. 끝이 이렇게 잘려 나간 샴시르입니다.”

‘진짜 사자심검이잖아!’

경비대원 모두는 경악했다.

끝이 잘려 나간 샴시르, 사자심검은 천 년 전 사막에 나타난 ‘샤’가 사막 부족에게 심법을 전한 흔적이다!

수백 개로 나뉜 사막 부족 정통성의 상징!

샤의 부러진 검, 사자심검(獅子心劍)!

해전에서 사자심검을 뺏어 간 창잡이라면 한 명밖에 없다!

우론 대공!

‘이거 뭐야 설마 진짜야?!’

‘우론 대공! 대륙 십존이 여기에 나타났다고?!’

‘나한테 공연 허가증을 받은 게 우론 대공이시라고?!’

……

“……?!”

“……?!”

“……?!”

순간 복잡한 시선이 얽히고, 숙련된 경비대원들은 눈빛으로 빠르게 대화했다.

우론 공국과 사막 왕국은 오랜 적국이다.

그러나 몇 년 전 새로 대공 위에 오른 우론 대공은 적국의 수장인데도 사막 왕국 병사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그 특유의 전투 스타일 때문이다.

우론 대공은 전투가 시작되면 무조건 지휘관부터 제압해 순식간에 전투를 끝냈다.

칼을 뽑기도 전에 귀족, 사제, 주술사 등등 지휘관이 두들겨 맞고 제압되면 더는 싸울 필요도 없었다.

적당히 몸값과 장비값만 건네주면 전투는 흐지부지됐다!

두들겨 맞고, 납치당해 몸값을 내야 하는 지휘관, 고급 장교, 귀족들은 죽을 맛이겠지만,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 병사들에게는 최고의 적이었다!

게다가 싸우는 것도 칼이 박혀야 싸우는 거지, 진짜 우론 대공이면 자신들이 전부 달려들어도 순식간에 끝장난다!

대륙 십존!

우론 대공은 타대륙에서 가장 강한 10명 중 한 명이니까!

그런 우론 대공이 바나항에, 그것도 하필이면 자신들 눈앞에 나타났다.

조장과 고참 경비대원들은 직감했다.

엄청난 위기가 찾아왔다!

경비대원 생활이 완전히 끝장날 위기가!

순간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눈으로 말했다.

‘묻죠?’

‘묻죠.’

‘묻죠!’

……

모두가 한뜻으로 눈빛을 보내고.

‘그래 묻자!’

조장이 결정한 순간 경비대원 모두는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신입! 그걸 어떻게 확인할 건데? 너 대공 각하 얼굴 본 적 있어?!”

“가서 ‘실례지만 우론 대공 각하 아니신가요?’ 이렇게 물어보려고?”

“그래서 진짜면 어쩌려고?! 사막 최강, 바람검 압둘라 일족도 두들겨 맞고 검까지 뺏겼는데!”

“목숨 걸고 달려들자고?! 진짜면 각하께서 훗- 숨만 쉬어도 우리는 꼴까닥- 이야!”

“하 시바! 이 녀석! 완전 재앙의 화신이네! 정신 차려 새끼야!”

“아니, 아니아니! 잠깐만!”

선임 경비대원들이 신입의 혼을 쏙 빼놓는 순간.

조장이 재빨리 끼어들어 제지했다.

“모두 그만! 경비 대원이면 당연히 의심하는 게 정상이다!”

“조장님!”

조장은 감격한 표정인 신입을 일으켜 세우고 어깨를 두들겼다.

“신입! 넌 잘못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가지 네가 잊은 게 있다!”

“네, 제가 잊은 게 있다고요?”

“그래! 너도 해군 출신이니 알 거다! 우론 공국에서 이곳 바나항까지 오려면 폭풍해를 지나쳐야 한다. 그리고 폭풍해에는 우론 공국이라면 이를 가는…….”

“폭풍해 사략 선단!”

신입 경비대원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그래. 폭풍해 사략 선단이 있지. 우론 대공이 수백척의 사략 선단과 해군을 뚫고 아무 흔적도 없이 바나항에 올 수 있을까?”

“…….”

신입 경비대원이 고개를 젓는 순간.

조장은 신입의 등을 가볍게 두들기며 말했다.

“알겠냐? 아직 넌 신입이다! 지금은 선배들의 경험과 직감, 노하우를 배울 때다! 이제 그걸 배우러 가자!”

조장이 신입의 등을 떠미는 순간.

경비대원 둘이 재빨리 신입의 팔을 잡아끌고 앞장섰다.

“자, 얼른 이동하자!”

“너한테 알려 줄 노하우가 정말 많다!”

이 뒤로 조장과 경비대원들이 따라붙어 한껏 목소리를 낮춰 속삭였다.

“다른 조에도 재앙이 찾아왔으니까 알아서 사리라고 알려라.”

“네, 조장.”

“그리고 저 녀석 그대로 두면 사고 치겠다. 알지?”

조장이 말하는 순간 섬뜩한 눈으로 일제히 고개를 끄덕이는 선임 경비 대원들.

“걱정 마십쇼. 조장!”

“오늘 제대로 군대물을 빼놓겠습니다!”

“술독에서 데굴데굴 굴리겠습니다!”

“좀 약한데?”

조장이 슬쩍 떠보는 순간.

잽싸게 대답하는 경비대원.

“당연히 그 뒤가 있죠! 끝내주는 곳! 가 볼 엄두도 못 냈을 좋은 곳에 3일 동안 처박아 놓겠습니다!”

척하면 척!

조장과 선임들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흐흐흐흐-

크흐흐흐-

“그렇지! 하, 새끼들! 그게 우리 스타일이지! 야, 우리의 목표가 뭐다?!”

조장이 묻는 순간 경비대원들이 일제히 외쳤다.

“정시 출근! 정시 퇴근!”

“정시 출근! 정시 퇴근!”

“가늘고 길게 가자!”

“가늘고 길게 가자!”

……

하하, 하하하하-

경비대원 모두는 웃음을 터트리며 발걸음을 빨리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피해서!

* * *

천문석은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일행을 둘로 나눴다.

최설, 진교은, 허준, 한호석 교수님과 길잡이 선원.

자신과 특급 헌터, 데이몽 발도, 견습 선원 로이.

그리고 바로 호텔 밖으로 나섰다.

“야, 너 진짜 괜찮겠어?”

“진짜로 방 안 보실 거예요? 이 호텔 최상층! 상단 최고위층만 쓰는 방이에요! 엄청엄청 좋데요!”

최설과 로이가 말하는 순간.

천문석은 특급 헌터를 가리켰다.

“알바바바밧! 빨리빨리와!”

특급 헌터는 호텔 유리 벽에 얼굴을 붙이고 당장이라도 뛰어나갈 듯 외치고 있었다!

“쟤 숨넘어가겠다. 얼른 한 바퀴 돌아보고, 해지기 전에 돌아올게. 그럼 이따가 보자.”

이렇게 천문석은 특급 헌터, 데이몽 발도, 로이와 호텔을 나왔다.

그리고 시장으로 가는 지름길, 골목길을 걷고 있었다.

“와, 이거 서울이라고 해도 믿겠는데?”

천문석은 감탄하며 주위를 살폈다.

건물 사이 외진 골목길까지 단단한 돌로 포장됐고 깨끗하게 청소된 상태.

툭-

머리에 떨어진 물방울에 문득 고개를 들자.

조르르-

물뿌리개로 베란다에 놓인 화분에 물을 주는 꼬맹이.

팡, 파아앙-

빨래를 털어 건물 사이 빨랫줄에 너는 소녀가 보였다.

휘이이이잉-

이때 푸른 하늘에서 거센 바람이 쏟아지고, 햇빛 아래 줄줄이 널린 빨래들이 바람에 흔들렸다.

휘이잉, 휘이이잉-

너무나 평화로운 풍경에 멍하니 바라볼 때.

빨래가 툭- 떨어지고 짧은 비명이 울렸다.

꺄아아-

천문석은 떨어지는 빨래를 낚아채 바로 베란다로 던져 올렸다.

“감사합니다!”

소녀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숙이는 순간.

물을 뿌리던 꼬맹이가 살금살금 걸어와 언니의 머리에 무당벌레를 내려놓는다.

햇살과 바람이 산산이 부서지는 베란다 위.

환하게 웃는 소녀와 음흉하게 웃는 꼬맹이.

베란다 너머 창문에는 투명한 유리창이 반짝이고, 그 너머에선 웃음기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천문석은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웃고 있었다.

이 느긋함과 한적함.

한 번도 가 본 적 없지만, 시골 휴양지의 골목길을 걷는 것만 같았다.

이때 앞장서 걷던 특급 헌터가 갑자기 외쳤다.

“앗! 저기 웃음소리! 촉이 와! 뭔가 재밌는 일이 있는 것 같아! 얼른 가서 물어볼게!”

“야, 잠깐……!”

특급 헌터는 말릴 새도 없이 골목 안으로 달려갔다.

다다다다다닥-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는 순간 보이는 검을 차고 걸어가는 사람들!

특급 헌터는 한눈에 알아봤다.

‘경비대 아저씨다!’

질문하기 위해 번쩍 손을 들자 고개를 돌리는 모습이 보였다.

“오늘 왜 이래! 이번엔 또 누구야?!”

특급 헌터는 경비대 아저씨를 향해 달리며 말을 쏟아 냈다.

“경비 아저씨! 안녕안녕안녕…… 하세요!”

“나, 알바, 비서형, 선원형 놀러 왔습니다!”

“맛있는 거! 재밌는 거! 어디 있습니까?!”

“시간 없습니다!”

“빨리빨리 좀 말해 주세요!!”

“뭐야, 이 성질 급한 꼬맹이는?”

조장과 경비대원은 일제히 시장을 가리켰다.

“저기 환호성 들리지? 저기 시장에 차력 약장수랑 서커스 무희 왔다.”

“앗! 차력 약장수! 서커스 무희! 감사합니다!”

눈이 커진 특급 헌터는 꾸벅 고개를 숙이고 바로 몸을 돌려 골목을 향해 외쳤다.

“알바! 여기야 빨리 와! 저기 시장에 차력 약장수랑 서커스 무희 왔데! 엄청 재밌을 거 같아!”

카카카카캌-

‘차력 약장수? 서커스 무희?”’

특급 헌터의 외침을 들은 천문석은 웃을 수밖에 없었다.

수백 미터 절벽을 거슬러 오르는 에메랄드 벽.

바람을 잡아타고 사막을 달리는 수십 척의 모래 배.

이런 경이로운 도시에 차력 약장수와 무희라니!

역시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비슷했다.

“야, 특급 헌터 천천히 가!”

“알바! 빨리빨리와! 웃음소리 엄청 커다래! 늦으면 구경 못해!”

특급 헌터의 목소리가 빠르게 멀어지고 있었다.

“쟤 그냥 놔두면 안 되겠다! 먼저 갈게. 천천히 따라와라!”

천문석은 지게를 짊어진 데이몽 발도와 길잡이 로이에게 말하는 즉시 달렸다.

“야, 위험해! 같이 가자!”

천문석은 특급 헌터에게 달려가며 피식 웃었다.

적염성에서 동료들을 찾아 도망치며 상상도 하지 못한 난장판을 뚫고 전투를 벌였다!

난장판이 된 적염성.

수백척의 배가 뒤엉킨 해전.

류호, 미호.

허공도의 제사장, 흑룡.

……

차력 약장수와 서커스 무희?

솔직히 무엇을 봐도 놀랄 것 같지 않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