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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722화 (723/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722화>

화려한 상업 도시 바나의 뒷골목.

경비대원 10여 명, 한 개 조가 모여 있었다.

조장은 경비대원들에게 명령을 전달했다.

“경비대장님이 명령을 내리셨다! 우리는 시장과 상가를 돌면서 ‘노인과 10대 아이’ 같이 다니는 둘을 확인한다!”

“네? 노인과 아이요?”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 반을 확인하라고요?”

“대장님 제정신이래요? 뭔 말도 안 되는 명령을……!”

“야, 적당히 눈치껏 수색하라고! 경비대장님 명령이겠냐? 당연히 저 위에서 내려온 명령이잖아!”

조장은 골목 위 하늘을 가리키며 입 모양으로 말했다.

‘시장님!’

까마득한 윗선이 나왔으나 경비대원들의 반응은 더욱 안 좋아졌다.

“아니, 적당히 눈치껏 하려고 해도 인상착의랑 뭘 찾는지는 말해 줘야지!”

“그러니까 내 말이! 도대체 뭐가 사라졌길래 이 난리입니까?”

“저번처럼 시장 부인이 반지 잃어버린 거 아냐!?”

“하, 시바. 3일 동안 하수구까지 뒤졌는데 화장대에서 나온 그 반지!”

“니미! 무슨 경비대원이 심부름꾼도 아니고!”

“젠장. 삼촌 말대로 모래 배 작살잡이나 하는 건데! 괜히 경비대원 한다고 깝죽거려서!”

조장은 부하들의 날 선 반응에 움찔했다.

당장 ‘아니라고! 그럴 리 없다고!’ 반박해야 하는데, 자신도 아니라는 확신이 없었다.

갑자기 비상이 걸리고 ‘중요한 무언가’를 훔쳐 도망친 ‘노인과 아이’를 찾으라는 명령이 내려왔다.

그런데 어디서, 무엇을 훔쳤는지도, ‘노인과 아이’의 인상착의도 알려 주지 않았다!

눈치를 보아하니 시장의 명령을 전한 경비 대장도 뭘 찾아야 하는지 모르고 있었다.

돌아가는 분위기가 그때와 비슷했다.

작고 반짝이는 무언가를 찾으라는 어이없는 명령을 내려 뺑뺑이를 돌리다가, 한참 후에야 그 무언가가 반지라고 말해 줬던 그때와!

‘하, 시바. 진짜 이러다가 또 반지 찾으라는 거 아냐!?’

조장은 힐끗 부하들을 바라봤다.

경비대원들은 당장이라도 터질듯한 분위기.

다시 한 번 그런 명령이 내려 오면 이번엔 진짜 폭발한다!

‘그냥 적당한데 짱박혀 있자!’

조장은 순식간에 마음의 결정을 하고 입을 열었다.

“야, 주목! 그냥 적당한데…….”

이때 골목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 경비원. 물을 게 좀 있다.”

반사적으로 몸을 돌리던 조장은 흠칫 놀랐다.

골목을 꽉 채울듯한 거구의 남자가 성큼성큼 걸어왔다.

남자가 다가오자 거대한 벽이 다가오는 것만 같았다!

“어, 어어!?”

위압감에 자신도 모르게 한걸음 뒤로 물러서는 순간.

다다다다닥-

거구의 남자 뒤에서 다급히 달려온 소녀가 외쳤다.

“안녕하세요! 경비대장님! 다름이 아니라 저희가 약을 좀 팔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

“약을 팔아? 갑자기 뭔 말을……?”

조장이 당황해서 반문하는 순간.

소녀의 입에서 정신없이 말이 쏟아져 나왔다.

“할아버지랑 저랑! 약 팔고 다니거든요! 이 단지 보이시죠!? 판타나우 대습지의 약초로 만든 약이에요! 이 약이 얼마나 효과가 좋은지 직접 몸으로 보여드리면서 팔거든요! 이 도시는 처음이라 어디서 허락을 받아야 하는지 몰라서요!”

“……!?”

‘지금 뭐라는 거야?’

조장이 얼빠진 표정을 짓자, 경비대원이 알겠다는 듯 탄성을 터트렸다.

“아, 그거잖아요! 그거! 몸으로 묘기…… 아, 그걸 부르는 말이 있었는데! 그거 보여 주는 약장수! 맞지!?”

순간 소녀의 눈에 빛이 번뜩이고 동시에 입에서 말이 튀어나왔다.

“네! 맞아요! 저희 차력 약장수예요!”

“맞아! 차력 약장수!”

“아…… 차력 약장수구나!”

……

“뭐? 우리가 뭐라고!?”

경비대원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남자의 두 눈이 경악으로 커지는 순간.

팡, 팡, 팡-

소녀는 남자의 등을 때리며 외쳤다.

“왜 이래! 할배! 우리 말 다 끝났잖아! 얼른 인사드려!”

“…….”

거구의 남자가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까닥이자, 경비대원들은 자신도 모르게 흠칫 놀라 뒤로 물러섰다.

굵은 팔, 넓은 어깨, 두꺼운 목!

허름한 옷 위로도 느껴지는 강철 같은 육체!

빛이 이글거리는 형형한 눈에선 당장이라도 마수를 찢어 발길듯한 위압감이 느껴졌다!

“아니, 뭔 놈의 약장수 눈빛이…….”

“마스터급 검사라고 해도 믿겠네…….”

“그러니까 말야. 우리 조장은 한주먹 거리도…….”

경비대원들이 황당해하는 순간.

소녀는 재빨리 끼어들어 쇠지팡이를 내밀었다.

“할배! 빨리 시범 보여드려!”

“…….”

“왜 이래! 이야기 다 끝났잖아!? 얼른 경비대원님들에게 보여드리라니까! 우리 약 못 팔면 당장 저녁도 굶어야 해!”

“…….”

남자는 침통한 얼굴로 소녀가 내민 쇠지팡이를 받았다.

그리고 땅과 명치 사이에 쇠지팡이를 놓고 기합을 질렀다.

이야아악-

콰드드득-

쇠지팡이는 단숨에 엿가락처럼 휘어지고!

우드드득-

다시 한 번 힘을 쓰는 순간 직선으로 곧게 펴졌다!

그리고 소녀에게 던져졌다.

“다음은 금강불괴 시범입니다!”

이얍, 얍얍얍-!

소녀가 기합을 지르며 쇠지팡이를 휘두를 때마다!

두웅, 두웅, 두우웅-

남자의 몸에선 종을 때리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

“…….”

어느새 경비대원들은 넋을 놓고 남자와 소녀가 펼치는 차력을 봤다.

이때 종소리에 창밖으로 고개를 내민 꼬맹이들이 이 모습을 보고 다급히 외쳤다.

“우와! 저거 뭐야!?”

“여기 골목에 약장수 왔어!”

“빨리 와! 지금 시작했나 봐!”

꼬맹이들은 단숨에 계단을 뛰어, 빗물관을 미끄러져 몰려 왔다.

“저기 뭐 하나 본데?”

“약장수라고?”

그리고 꼬맹이들의 외침과 환호성에 하나둘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 순간 조장은 번쩍 정신을 차렸다.

‘위에서 수색 명령을 내렸는데! 멍 때리는 모습을 들키면 끝장이다!’

“야, 야! 그만해! 차력 멈춰!”

“네? 더 보여드릴 게 많은데…… 앗! 망치로 돌 깨는 거 보여드릴게요! 저희는 다른 흔한 약장수와 달라요! 배가 아니라 머리에 올려놓고 깨요! 할배! 빨리 누워봐!”

“하아…….”

남자가 깊은 한숨을 쉬며 길바닥에 드러누우려는 순간.

조장은 재빨리 허가증을 휘갈겨 써서 건네며 외쳤다.

“됐어! 이 허가증 가지고 시장가서 해! 꼬맹이들! 약장수 시장 간다! 얼른 따라가라! 워이, 워이-!”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할배 얼른 가자! 이제 우리 약 팔면 밥 먹고 모래 배 탈 수 있어!”

소녀는 앞장서 달리며 강철지팡이로 도로를 두들겼다.

쿵, 쿵, 쿵-

“폭풍해 너머, 저 멀리 대륙 남부, 판타나우 대습지! 대습지에서 신비의 명약이 왔습니다!”

소녀가 외치는 동시에 뒤를 돌아보자.

남자는 침통한 표정으로 박수치며 소리쳤다.

팡팡, 팡팡팡-!

“혈기 왕성! 상처 치료! 자양 강장! 가정 화목!”

우와아아아-

그리고 그 뒤를 따라 달리는 꼬맹이들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약장수 소녀와 남자, 꼬맹이들은 순식간에 시장 거리로 사라졌다.

다시 평온을 찾은 골목 안.

조장은 부하들을 향해 재빨리 말했다.

“야, 우리는 얼른 적당한데 짱박히러 가자.”

척하면 척!

짜증이 폭발하기 직전이던 경비대원들의 얼굴이 확 풀렸다.

“역시 조장!”

“난 조장을 믿었어!”

“그렇지! 조장이 우리를 뺑뺑이 돌릴 리가 없지!”

“제가 다른 경비조 놈들은 모르는 술집을 뚫어 놨습니다!”

“야! 빨리빨리 움직여! 걸리기 전에 얼른 짱박혀야 해!”

……

경비대원들은 희희낙락 달려가려 할 때 다시 한 번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잠깐만요!”

“이번엔 또 뭐야!?”

조장이 고개를 돌리는 순간.

후드를 깊게 눌러 쓴 여자가 한달음에 달려와 외쳤다.

“저도! 저기 약장수처럼 공연하려고요! 허가증 좀! 바로 보여드릴게요! 쓸만한 물건이…… 앗! 쓰레기통!”

주위를 살피던 여자는 양철 쓰레기통을 보더니 반색해 집어 들었다.

핑그르르르-

쓰레기통 뚜껑을 손끝에 올려 회전시키고.

탁, 탁, 타탁-

돌멩이를 발로 차올려 제기 차듯 연신 튕기며 춤을 췄다.

전후좌우 한 걸음 범위 안에서 부드럽게 이어지는 춤.

손과 발, 팔다리가 유려한 선을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유려한 선이 원을 만든다.

깃털처럼 가볍고, 천둥처럼 빠르고, 황금처럼 무겁다.

그 어떤 무희에게서도 보지 못한 변화무쌍한 춤에 경비대원 모두가 홀리는 순간!

바나항의 하이에나!

온갖 신기한 일을 찾아 도시를 배회하는 꼬맹이들의 외침이 다시 한 번 들려왔다!

“으아앗! 저거 뭐야!”

“저기, 저기! 골목 봐봐!”

“누가 제기 차면서 춤춰!”

“서커스! 서커스 하러 왔나 봐!”

“모두 빨리 달려! 방금 시작했어!”

우와아아아아-

하이에나 같은 꼬맹이들의 환호성이 다시 한 번 울려 퍼졌다.

하이에나가 몰려들면 당연히 독수리, 사자도 뒤따라 나타난다!

‘아차! 이럴 때가 아니지!’

번쩍 정신을 차린 조장은 재빨리 허가증을 휘갈겨 써서 건네고 외쳤다.

“야, 너도 얼른 이거 받고 시장으로 가! 춤을 추든 뭐를 하든 시장으로 가서 해! 얼른 뛰어가!”

“앗! 감사합니다! 당장 밥 사 먹을 돈도 없었는데!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나중에 만나면 제가 꼭 은혜를 갚을게요!”

허가증을 받은 여자는 거듭 감사하더니 한달음에 시장으로 달려갔다.

핑그르르르르-

양철 쓰레기통 뚜껑을 회전시키며.

우와아아아아-

한 무리의 하이에나 같은 꼬맹이들을 이끌고!

“휴- 딴 녀석 또 나타나기 전에 얼른 짱 박히자!”

“네, 조장!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경비대원들은 골목 안으로 다급히 걸어갔다.

이때 신입 경비대원이 고개를 갸웃하더니 말했다.

“저 선배님들. 잠시만요!”

“뭔데!? 빨리 말해!”

“방금 약장사 소녀. 남자한테 할배라고 불렀잖아요? 혹시……?”

“……!”

순간 모든 경비대원이 멈춰 서 약장사가 이동한 시장을 봤다.

“어. 그러고 보니…….”

“노인과 10대 아이! 맞는 거 같은데요!?”

“혹시 모르니까 확인해 볼까요?”

몇몇 경비대원들이 말하는 순간.

조장과 고참 경비대원들은 피식피식 웃으며 어이없어했다.

“수배 걸린 사람이 경비대에 말을 건다고?”

“게다가 사람들 앞에서 차력을 보여 주고 약을 팔아?”

“그 촉은 술집에서 발휘하고! 얼른 이동해! 다른 경비 조에 걸리면 꼼짝없이 수색해야 해!”

“그래! 촉은 주사위 굴릴 때나 쓰고 얼른 뛰어와!”

“우리 임무는 아무한테도 안 걸리고 술집에 도착하는 거다!”

“우리는 할 수 있다!”

경비대원 모두가 심기일전 달려가려는 순간.

신입 경비대원이 다시 한 번 다급하게 외쳤다.

“잠시만요! 선배님들 잠시만요! 이상한 게 또 있어요!”

“야, 또 뭐야!?”

“하, 이 새끼! 아직도 군대 물이 안 빠졌나!?”

“한 번에 말해! 한 번에 어!”

“방금 쓰레기통 뚜껑 돌리면서 춤춘 여자! 몸짓이 눈에 익었습니다!”

“응? 네가 아는 무희야?”

“뭐야, 너 해군에서 지난달에 전역했다며?”

“와, 역시 요즘 애들 빠르네! 벌써 단골 무희까지 있는 거야!? 하하하-.”

경비대원들이 농담을 던지자, 조장이 끼어들어 말을 끊었다.

“야, 조용조용! 신입!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간단히 핵심만 말해! 우리 지금 엄청 급해!”

신입 경비대원은 망설이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확실하지는 않은데…… 방금 무희, 전투에서 본 거 같아서…….”

“전투? 해전?”

“폭풍해 해적들?”

“사략 선단 말하는 거야?”

“아뇨. 그 공국의 그 사람 있잖아요. 그분…….”

“아, 답답하네! 그러니까 공국 누구!”

조장이 버럭 소리치는 순간.

신입 경비대원은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창으로 모조리 쥐어패고 다니는 그분…….”

“……!”

“……!”

“……!”

이 순간 경비대원 모두는 신입이 누구를 말하는지 깨달았다!

사막 연맹의 도시에서는 입에 올리는 것도 금기시되는 사람.

한 자루 창으로 수백척의 배, 수천의 병사들을 무인지경으로 뚫고!

마스터급 검사조차 두들겨 패 검과 옷, 반지, 장신구 등등 돈 되는 물건은 모조리 강탈해 가는!

우론 공국의 여대공.

대륙십존 우론 대공을 말하는 거다!

순간 경비대원 모두의 시선이 시장 방향으로 움직였다.

우와아아아-

꼬맹이들의 환호성이 아직도 들려왔다.

‘우론 대공이 시장에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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