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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721화 (722/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721화>

“선장님 도시를 좀 돌아 봐도 괜찮을까요?”

천문석의 질문에 선장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어차피 주술 문양을 새기고. 바람잡이와 길잡이, 선원들을 모으려면 2, 3일은 걸릴 테니 편하게 돌아보시면 됩니다. 아, 숙소도 편한 곳으로 옮기시는 게 나을 것 같군요. 로이에게 말해 두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천문석은 가볍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동료들에게 걸어갔다.

반짝반짝 기대감 어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최설, 진교은, 허준, 한호석 교수의 시선이 느껴지고 성질 급한 꼬맹이의 신나는 외침이 들려왔다.

“알바! 어떻게 됐어! 우리 구경하러 가도 된대!”

천문석은 대답 전에 확인부터 했다.

“이원과 여량위는?”

“내가 선실 근처까지는 가 봤는데…… 밖으로 전해지는 기세가 장난 아냐. 지금 수련 중이야.”

허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감탄했다.

이원과 여량위는 상생상극 수련의 물꼬가 트이자, 두문불출 수련에 몰두 중이다.

“아카린이랑 섬초는?”

“앗! 내가 가 봤는데! 둘 다 으으, 으으으- 하면서 자고 있어! 하늘이을까!? 얼른 가서 하늘이어서 같이 놀러 갈까!?”

“아냐, 됐어. 그보다 데이몽…….”

말이 끝나기도 전에 외침이 들려왔다.

“대인! 저 여기 있습니다! 도련님은 제가 모시겠습니다!”

데이몽 발도가 지게를 짊어지고 선실에서 나왔다.

“앗! 비서형!”

특급 헌터는 다다닥 달려가 지게에 올라타 외쳤다.

“출동!”

“야, 잠깐만 기다려! 아직 할 일 있어. 그럼 모두 도시로 내려가는 거지?”

일제히 고개를 끄덕이는 동료들.

이미 동료 모두의 시선은 호수 너머 화려한 도시에 꽂혀 있었다.

천문석도 마찬가지였다.

제주도로 갔던 첫 휴가 이상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곳은 폭포가 거꾸로 흐르고, 모래 배가 사막을 달리는 이세계의 도시니까!

그러나 도시로 내려가기 전에 꼭 해둬야 하는 일이 있었다.

갑판 구석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허망한 눈으로 모래 배를 보는 왕체, 최림, 김기철과 용역 헌터 40인!

이 녀석들은 잠시 손을 잡았을 뿐 완전한 동료가 아니다.

지구가 아니라는 사실에 충격받은 녀석들이 딴생각을 못하게 다시 한 번 다잡아놔야 했다.

“재들 좀 보고 올게.”

천문석은 최설에게 말한 즉시 성큼성큼 걸어갔다.

가까이 다가가자 용역 헌터들의 혼란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배가! 배가 모래 위를 항해해!?”

“폭포를 거꾸로 타고 올라왔어!”

“빌어먹을! 젠장! 으아악-.”

“절망하긴 일러! 아직 지구일 가능성이…….”

“야, 저길 봐! 모래 위로 배가 항해한다니까!”

“이런 곳이 지구일 리 없잖아!”

“아직 몰라! 사람들을 봐봐! 적염성과는 달리 다 사람이야!”

“저기 머리 위에 귀 달린 사람 보고도 그러냐!?”

“장신구일 가능성이…….”

……

용역 헌터들은 눈앞에 빤히 보이는 현실을 부정하고 있었다.

세상이 원래 그랬다.

연속된 고통보다 희망이 꺾이는 게, 비상했다 추락하는 게 더 고통스럽다.

그러나 이제 용역 헌터들도 현실을 직시할 때다.

천문석은 왕체, 최림, 김기철 앞에 멈춰 서 밝은 목소리로 물었다.

“야, 우리 도시 관광하러 갈 건데. 너희도 갈래?”

“뭐!? 이 새끼가 놀리는 것도…….”

김기철이 폭발하려는 순간 부하들이 다급히 달려들어 제지했다.

“참으세요!”

“이러시면 안 됩니다!”

으아악-

조폭 김기철이 괴성을 지르는 순간.

천문석은 어깨를 으쓱하며 피식 웃었다.

“하, 이거 웃기는 녀석이네. 야, 너희 그 손 놔봐.”

흠칫 놀란 칠성파 조폭들이 손을 놓는 순간.

천문석은 김기철에게 바짝 다가가 가벼운 어조로 물었다.

“너 뭐가 불만인데?”

이세기의 장난스러운 시선을 마주치는 순간.

김기철은 반사적으로 주먹을 들었다가 흠칫 놀랐다.

적염성의 난장판, 강을 내려 오며 일어난 엄청난 전투를 모두 봤다.

게다가 이세기는 이 고속갤리선의 주인과도 친분이 있었다!

힐끗 시선을 돌리자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시하는 선원과 선장의 모습이 보였다.

이 순간 김기철은 깨달았다.

본신의 힘으로도 머릿수로도 이길 수 없다!

아니, 이겨도 문제였다!

자신과 왕체, 최림 그리고 40인의 용역 헌터 모두가 달려들어 이세기를 이겨도 남은 건 이세계 도시에 남겨지는 것뿐이다.

도대체 어딘지 짐작도 가지 않는 이세계의 도시에!

적염성 호랑이 일족의 장원에 갇혔을 때와 마찬가지 상황이다.

쉽게 담을 넘어 도망칠 수 있지만, 그밖에 기다리는 건 막막한 현실일 뿐이다.

“…….”

조폭 김기철이 고개를 푹 숙이는 순간.

천문석은 왕체, 최림, 용역 헌터 한 명 한 명을 훑었다.

“뭐야? 혹시 너희들 나랑 다니는 거 불만이야? 그럼 여기서 내려줄까? 선장님!”

“네!”

선장이 다급히 달려오는 순간.

천문석은 용역 헌터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쟤들 여기서 내리고 싶은 것 같은데. 일당 챙겨 주실 수 있죠?”

“물론입니다! 바로 계산해서 지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서기!”

“네! 선장님!”

다급히 달려온 서기는 재빨리 주판을 꺼내 계산하고 돈주머니에서 금화 세 개를 꺼내 내밀었다.

“뭔 일당이 금화예요!?”

천문석이 깜짝 놀라자, 서기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이 금화 세 개가 43명분입니다.”

“아! 역시 계산이 철저하시네요! 카캬캌-.”

천문석은 금화 3개를 내밀고 까닥였다.

“일당이야. 이거 받고 서로 갈 길 가자.”

“…….”

“뭐야? 부족해? 야! 너희 너무한 거 아냐!? 인간적으로 호랑이 일족 장원에서 구해 준 값도 안 받았잖아!”

“그건 저희가 지구에 돌아가서…….”

“난 외상거래는 안 한다!”

천문석은 딱 잘라 말하고 금화를 휙- 던졌다.

땡, 땡, 땡-

왕체, 최림, 김기철 앞에 금화 세 개가 떨어졌다.

“내리고 싶으면 언제든 내려. 아무도 안 잡는다. 선장님?”

“네! 바로 명령해 두겠습니다! 언제든 원하시면 내려 드리겠습니다!”

천문석은 봤지라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조금만 수가 틀려도 버리고 가겠다는 협박!

용역 헌터들은 기가 차고 말문이 컥 막혔다.

헌터 업계와 사회에서 이들은 먹이 사슬 상위의 강자였다.

그런데 이세기를 쫓기 시작하면서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됐다!

대적할 엄두도 나지 않는 강자들이 줄줄이 나타나고, 사건·사고가 정신없이 일어나 모든 게 난장판이 돼버렸다.

계단산에서, 적염성에서, 탈출하는 강에서 항상 그랬다!

그리고 그건 이세계의 항구 도시에 도착한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왕체, 최림, 김기철과 40인의 용역 헌터.

이세기와 얽힌 모두가 할 수 있는 건 한가지뿐이었다.

‘이세기! 이 새끼!’

‘더럽게 치사한 새끼!’

‘시바! 시바! 꼭 복수한다!’

……

마음속으로 이를 가는 것!

이세기 놈은 진심이다!

여기서 내리면 다시는 배에 타지 못한다!

즉, 배에서 내리는 사람은 지구로 돌아갈 수 없다!

용역 헌터 모두가 현실을 깨달았을 때.

이세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릴 사람 없어?”

“…….”

“항의할 사람은?”

“…….”

“뭐 건의하고 싶은 거는?”

“…….”

천문석이 완전히 기가 죽은 헌터들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이때 특급 헌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바! 얼른 와! 머리에 천 둘러야 한데! 빨리빨리 두르고 구경하러 가야지!”

“어, 잠깐만!”

천문석은 다시 한 번 선장에게 당부했다.

“쟤들 몸이 편하니까 딴생각이 드나 보네요. 신입 선원이라고 생각하고 빡세게 굴리세요.”

“그래도 손님이신데…….”

“야!”

천문석이 외치는 순간 40+3명의 헌터들은 일제히 외쳤다.

“뭐든지 시켜만 주십시오!”

“뭐든지 시켜만 주십시오!”

……

* * *

“알바! 빨리빨리! 이 천 머리에 둘러야 한데!”

특급 헌터가 외치는 순간.

견습 선원 로이가 흰 천을 건넸다.

“이곳 햇빛이 강해서 꼭 착용하셔야 합니다. 준비 다 되시면 바로 호텔로 안내하겠습니다.”

“호텔?”

“상단에서 세운 고급 호텔이에요! 거기서 보는 풍경이…… 앗! 아니지. 직접 보시는 게 좋을 거예요! 이 호텔 진짜진짜! 완전 좋거든요!”

로이는 상기된 얼굴로 외쳤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천문석은 능숙하게 천으로 머리를 감싸고 특급 헌터를 봤다.

“뭐야!? 이상해 앞이 안 보여!?”

구으, 구으응- !?

특급 헌터와 퐁퐁이는 두루마리 화장지를 몸에 둘둘 휘감은 미라가 되어 있었다.

“야, 내가 해 줄게. 이리 와라.”

휘리리리릭-

천문석은 휙 천을 잡아당겨 풀어내고 넓게 접었다.

“여기에 머리 넣어라.”

이얍-

쏙 들어온 작은 머리 양쪽 끝의 천을 비틀어 고정하면 끝!

“완성이다!”

특급 헌터와 퐁퐁이의 머리에는 순식간에 천으로 만든 양 머리가 씌워졌다!

그리고 넓은 천을 포대기처럼 펼쳐 특급 헌터 등에 퐁퐁이를 고정했다.

“사슴이랑 반짝이는? 그러고 보니 걔네들 요새 안 보이는데?”

“사슴이, 반짝이 걸리면 잡혀간 데. 그래서 지금 방에 꽁꽁! 숨어 있어!”

“꽁꽁 숨었다고? 걸리면 잡혀가? 누구한테?”

휙휙휙-

특급 헌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추심, 관리……? 뭐라고 했는데 기억 안 나! 그보다 우리 저 도시 빨리 가자! 맛있는 것도 얼른 먹고! 나 지갑도 가져왔어!”

특급 헌터는 주머니에서 빵빵한 동전 지갑을 꺼내 외쳤다.

“야, 여기서 500원 동전 쓸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뭐!? 500원 동전 못쓴다고!? 아…… 우리 맛있는 거 못 먹는 거야?”

특급 헌터가 절망하는 순간.

천문석은 피식 웃으며 선실을 턱짓했다.

쿵, 쿵, 쿵-

선실 입구에서는 금괴 궤짝을 지게에 싣고 걸어오는 데이몽 발도가 있었다.

“대인! 말씀하신 대로 나무 궤짝 한 개 실었습니다!”

“야, 너 그냥 쉬어도 돼. 몸도 정상이 아닌데.”

“아닙니다! 제가 농땡이만 치는 사형을 보고 깨달은 게 있습니다! 신의성실! 언제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래 수고해라.”

고개를 끄덕인 천문석은 특급 헌터를 향해 어깨를 으쓱였다.

“봤지? 걱정할 거 없어. 그리고 이것도 있고.”

천문석은 품에서 꺼낸 주머니를 열었다.

촤르륵-

주머니 안에는 반짝이는 금화가 가득 담겨 있었다.

상단 서기가 건네준 금화 주머니, 이런 주머니를 세 개나 받았다!

여기에 더해 5관 금괴가 담긴 나무 궤짝까지 준비했다!

5관 금괴 6개, 30관!

112.5kg의 금괴!

돈이 모자랄 일은 없었다

도시를 돌며 맛있는 것을 먹고.

신기한 것들을 보고 듣고 경험하며.

대박을 터트릴 마력 마도구를 사는 거다!

천문석은 벌써 어떤 마도구를 살지까지 정해놨다!

특급 헌터가 주운 신기한 나무 상자!

상상을 초월하는 거액에 팔리는 공간 관련 마력 마도구를 산다!

“로이. 바로 출발하자!”

천문석이 외치는 순간.

“내가 1등! 이야얍!”

언제나 빨리빨리 특급 헌터를 시작으로 동료 모두가 널빤지 다리를 건너 배에서 내렸다.

그리고 폭풍해의 보석, 바나의 시가지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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