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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715화 (716/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715화>

‘일기일원공이 아닌 일기공과 일원공이라면 가능할까?’

천문석은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일기일원공의 두 맥!

대지의 일기공(一氣功)과 하늘의 일원공(一元功).

일기일원공은 왼발과 오른발을 번갈아 움직여 달리는 거라면, 일기공과 일원공은 왼발과 오른발이다.

당연히 한 발로 깡총거리는 것보다 두 발로 달리는 게 빠르다!

문제는 하나로 합쳐진 일기일원공은 상생(相生)하는 동시에 상극(相剋)한다는 것!

상극하기에 내공이 쌓이는 속도가 극도로 느리고 얼마나 쌓였는지도 감이 안 온다.

잡을 수 없는 연기 같은 심법이 일기일원공이다.

일기일원공을 익힌다는 것은 바닥이 보이지 않는 호수에 돌을 던져 댐을 쌓는 것과 같다.

첨벙, 첨벙-

끝없이 돌을 던지지만 얼마나 돌이 쌓였는지도, 언제까지 던져야 수면 위로 쌓인 돌이 모습을 드러낼지도 알 수 없다.

단지 돌이 쌓이고 있다는 믿음만을 가지고 끝없이 던져 넣어야 한다!

수면 밖으로 돌이 드러날 때까지.

일기일원공의 진정한 입문, ‘시동(始動)’이 걸릴 때까지!

그러나 일기일원공이 아닌 둘로 나뉜 일기공과 일원공이라면 이런 문제가 없다.

둘로 나뉜 일기공과 일원공은 상극(相剋)하지 않기 때문이다!

당연히 가르치는 난이도, 배우는 난이도 모두 확 낮아진다!

그러나 여기에는 문제가 있다.

상생(相生)할 수 없고, 대나무의 마디 역할을 하는 상극(相剋)이 없다는 것!

일기공과 일원공 중 하나만 배워서는 반쪽짜리 무공이 된다.

하지만 그건 해결 방법이 있었다.

천문석은 문득 고개를 들어 바짝 긴장한 이원과 여량위를 봤다.

이원과 여량위, 두 사람.

한 사람이 아닌 두 사람!

천문석은 여기서 해결 방법을 찾았다.

이원에게 일원공을, 여량위에게 일기공을 전수하고, 두 사람이 서로의 스승이 되어 배우지 않은 반쪽을 가르치게 하는 거다.

그리고 온전한 일기일원공을 익혔을 때 상생, 상극할 수 있게 연습을 시키면 된다!

이렇게 하면 마지막 문제만 남는다.

시동(始動)을 거는 것!

이원과 여량위가 일기공과 일원공을 모두 배우고 다시 합쳐 경지에 오를 때까지 자신이 기다릴 수 없다는 것!

즉, 두 사람이 일기일원공의 경지에 올랐을 때 입문, 시동을 걸어 줄 자신은 없었다.

그러나 이건 이미 생각해 둔 방법이 있다.

천문석은 다시금 이원과 여량위를 바라봤다.

마침내 자신이 창안한 일기일원공을 전할 순간이 왔다.

비록 반으로 나눠서 전하지만, 곧 하나로 합쳐져 경천동지의 위력을 낼 것이다!

천문석은 입을 얼었다.

“방법이 떠올랐다! 일원공, 일기공 전수할 수 있다!”

“역시! 스승님!”

“감사합니다!”

“난 구구국 배울래!”

그리고 열사의 사막으로 나아가는 고속 갤리선 후갑판에서 무공 전수가 시작됐다!

이원은 일원공.

여량위는 일기공.

어쩌다가 끼어든 특급 헌터는 구조수.

각자 배우는 무공은 달라도 기본은 같다.

천문석은 이원, 여량위, 특급 헌터 세 제자에게 위엄을 담아 외쳤다!

“무공의 근본은 견실한 허벅지와 유연한 허리! 우선 내공을 사용하지 않는 마보부터 서자!”

“알겠습니다!”

“……마보요?”

“넵! 스승님!”

이원이 마보를 서자 특급 헌터는 유심히 살피더니 바로 옆에서 마보를 섰다.

그러나 여량위는 마보를 서지 않고 의아한 시선을 보냈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초절정에 오른 고수에게 마보를 서라는 건, 어른에게 걷는 법을 가르치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하지만 천문석은 확신을 담아 말했다.

“여량위. 무공 전수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뭐냐?

“믿음.”

반사적으로 대답한 순간 여량위는 흠칫 놀랐다.

‘내 마음에 아직 미혹이 남아 있었구나!’

여량위는 의심을 버리고 움직였다.

특급 헌터, 이원, 여량위는 마보를 서는 것으로 수련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틀이 지나갔다.

* * *

여량위는 땀을 비 오듯 흘리며 내력 없이 마보를 섰다.

초절정 고수에게 마보 서기라니!

처음에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난 이틀의 시간이 지나며 여량위는 깨달았다.

자신이 완전히 잘못 생각하고 있었음을!

지난 이틀 이세기에 배운 것 중에 특별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아니, 특별하기는커녕 누구나 알고 있는 것만 배웠다!

마보에서 시작한 수련은 걷는 법, 눕는 법, 일어서는 법, 숨 쉬는 법으로 이어졌다.

전신이 녹초가 될 때까지 온몸과 온 마음을 하나로 모아 걷고, 눕고, 일어서고, 숨 쉰다.

처음에는 무의미한 수련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꼬맹이와 이원이 일심으로 행하는 모습을 보고 의심을 버리고 수련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불현듯 느꼈다.

육체에 뜻을 담고 마음에 혼을 실어 움직이는 매 순간.

육체도 마음도 아닌 어딘가를 간질간질- 건드리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이건 외부에서 온 것이 아니었다.

자신 안에 심어진 무언가가 싹을 틔우고 있었다!

‘초절정의 경지에 닿은 자신조차 느끼지 못한 무언가가 자신 안에 있었다고?!’

“……!”

경악한 여량위가 바라봤을 때.

천문석은 여상한 어조로 대답했다.

“비급을 익히며 씨앗은 벌써 심어졌다. 그 씨앗이 지금 싹을 틔우고 있는 거다.”

그 순간 여량위는 모든 의심을 버리고 따랐다.

그리고 이틀 지난 지금, 천문석은 세 제자를 살피고 있었다.

여량위와 이원은 마보를 서며 싹을 틔웠고, 특급 헌터는 구조수의 비기를 펼치고 있었다.

파닥, 파다닥-

두 팔을 휘저어 미친 비둘기처럼 날갯짓하고!

구국, 구구국-

입으로 소리를 내며 번개같이 퐁퐁검을 찌른다!

특급 헌터는 자랑스럽게 외쳤다.

“알바 봤지? 내가 하는 거 봤지?! 어때 나 지금 구구국-! 잘 하고 있어?!”

‘뭐지, 이 끔찍한 혼종은?!’

어이없었지만, 천문석은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어차피 처음부터 진지하게 가르칠 생각은 없었다.

특급 헌터가 구조수 수련에 푹 빠져서 지구에 돌아갈 때까지 사고를 안 치면 그것만으로도 대성공이다!

그리고 계획대로 이틀 동안 구조수를 수련한 특급 헌터는 기절하듯 잠들고 있었다!

‘꼬맹이 완전히 당했구나! 카캬카-’

천문석은 내심 웃음을 삼키며 근엄하게 말했다.

“훌륭해! 계속 그렇게 하면 된다!”

“나, 무공에 완전 재능 있나 봐! 카카캌-.”

구구국, 구구국구국-

특급 헌터는 신나게 외치고 더욱 열심히 구조수를 익혔다!

천문석은 시선을 돌려 주위를 살폈다.

여량위와 이원은 일심으로 노력하여 싹을 틔우는 중.

다른 동료들은 적염성의 난장판에 지쳤는지 선실 밖으로 나오지 않고, 아카린과 섬초도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

안개 속을 달리는 배는 조용하고 아무 문제도 없었다.

주위를 훑던 천문석의 시선이 뱃머리에 닿았다.

안개 길잡이가 뱃머리에 걸어 둔 안개 랜턴의 붉은빛이 확연히 약해졌다.

오늘 안에 열사의 사막에 도착한다!

술통을 납품할 아카린이 아직 깨어나지 않았지만, 목적지인 도시가 어딘지 이미 알고 있다.

그리고 끝까지 깨어나지 않으면 깨울 방법도 준비됐다.

이원과 여량위 모두 싹은 틔운 상황.

목적지인 도시를 향해 나아가며 일원공과 일기공을 가르치면 된다!

모든 게 순조롭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하나 있었다.

일류의 경지인 이원.

초절정의 경지인 여량위.

이원에게 일원공을 전수하는 건 아무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일기공을 전수해야 하는 초절정의 여량위였다.

천문석은 마보를 서는 여량위에게 확인했다.

“여량위 내가 준 비급 말고 어떤 무공을 익혔냐?”

“벽력권, 허공보, 삼첩장, 현음보…… 을 익혔습니다.”

여량위는 자신이 익힌 수십 개의 무공을 죽 늘어놨다.

‘생각대로구나.’

여량위와 이원의 무위가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원이 자신이 건네준 비급으로 계속 터를 다졌다면.

여량위는 비급으로 다진 기초 위에 서로 다른 무공 수십 개로 건물을 세워 초절정의 경지에 도달했다.

모든 것에는 한계가 있고, 그건 무공도 마찬가지였다.

여량위에게는 일기공을 세울 터가 너무 좁았다.

터가 좁으면 건물도 옹색해지는 법!

이대로 일기공을 익힌다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여량위가 일기공을 제대로 익히려면 기존 건물, 무공을 부숴 터를 넓혀야 한다.

그러나 여량위의 경지는 하나의 무공을 깊게 파고들어 도달한 게 아닌 수십 개의 무공이 뒤엉켜 상승작용을 일으켜 도달한 거다.

수십 년 동안 증축과 개축, 보수를 반복해 하나로 뒤엉킨 거대한 탑과 같은 상황이다.

일기공을 익히겠다고 잘못 건드렸다가는 모든 게 와르르 무너질 수도 있었다.

일류, 절정이라면 위험부담을 감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량위는 유형화된 강기를 사용하는 초절정의 고수다.

천문석의 눈에는 여량위의 한계가 뚜렷하게 보였다.

그러나 아무리 한계가 있어도 초절정은 초절정!

초절정은 명문 거파의 제자라 할지라도 천운이 닿지 않으면 도달할 수 없는 경지다.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일기공을 배워야 할까?’

천문석이 고심에 빠져 있을 때.

여량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스승님. 혹시 무슨 문제가 있나요?”

생각해 보니 자신이 고민하는 것도 웃긴 이야기였다.

열심히 비둘기를 흉내 내는 특급 헌터처럼 이런 선택은 결국 자신이 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은 사실을 말해 주고 선택한 대로 도와주면 된다.

천문석은 현재 상황을 여량위에게 사실대로 말했다.

“너 일기공을 제대로 익히기에는 무공을 너무 많이 익혔어. 방법은 둘이야. 기존 무공의 일부를 포기하던지, 자연스럽게 융합되도록 그냥 배우는 것. 그런데 그냥 배우게 되면 생각보다 진전이 늦을 거야…….”

“…….”

여량위는 심각한 표정으로 한참 동안 고심하다가 입을 열었다.

“제가 언제까지 선택해야 할까요?”

“어차피 싹은 틔웠고 전수도 오래 걸리지는 않으니까. 열사의 사막에서 일 끝내기 전까지만 말해 줘.”

“…….”

여량위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고, 이원은 잠시 눈치를 살피다가 입을 열었다.

“스승님. 일주일만으로 전수할 수 있을까요?”

보통의 무공이라면 불가능했다.

그러나 일기일원공은 그 시작, 마중물을 모을 때부터 마른하늘에 뜬금없이 울리는 날벼락!

쾅-

굉천수의 일성으로 시작한 무공이다!

게다가 이원과 여량위가 배운 마종권의 비급에 슬쩍 심어 둔 씨앗도 이미 싹을 틔웠다!

어려운 건 모두 끝났다!

이제 일기공과 일원공의 요결을 가르치고, 두 사람에게 일기공과 일원공으로 상생, 상극하는 방법만 가르치면 된다!

씨앗을 심고 싹을 틔우는 게 힘들지, 피어난 싹을 커다란 나무로 키우는 건 시간과 노력만 쏟아부으면 간단했다!

“야, 걱정 마! 일주일이면 충분해! 아니, 기본적인 건 오늘 열사의 사막에 도착할 때까지 다 가르칠 수 있어. 남은 시간 동안은 익숙해지도록 계속 봐줄게!”

이원과 여량위의 얼굴은 환해졌다.

“와, 역시 대단하십니다!”

“스승님. 존경합니다!”

“구국, 구구구국-!”

“그럼 바로 시작할게!”

천문석은 일기공과 일원공의 요결을 전하고 상생, 상극하는 방법을 빠르게 설명했다.

“……중요한 건 일기공, 일원공 하나로는 불완전하다는 거야. 상극하지 않기에 진전이 빠르지만, 또한 상극하지 않기에 그 진전에 한계가 생겨나지. 뭔 말인지 알겠지?”

“구구국-! 잡초가 더 강하다!”

“…….”

“…….”

“맞아! 야생에서 거칠게 자란 잡초가 더 강한 것과 마찬가지야. 압력, 부하, 시련 없이 크게 자라봐야 큰바람이 불어오면 바로 부러지거든. 하지만 걱정할 거 없어. 두 사람에게 일기공, 일원공이 나뉘었으니까 말야. 뭔 말인지 알겠지?”

“구국구- 서로서로 가르치면 돼!”

“…….”

“…….”

“그래 그거야! 서로 일기공과 일원공을 가르쳐서 부족함을 보완하고 넘치는 걸 잘라 내는 거야. 이렇게 하면 상생하지만, 또한 상극하게 되어 경지가 오르는 속도가 확 느려질 거야. 하지만 이것도 해결 방법이 있어. 내 손을 봐!”

천문석은 손바닥을 펼쳐 양손을 부딪쳤다.

팟-

순간 작은 섬광이 터졌다.

“두 손이 마주치는 순간 소리가 나듯. 용수철을 누르면 펼쳐지려 하듯. 작용, 반작용! 우선은 둘이서 상생상극을 연습하고. 그게 익숙해지면 끝없이 상생상극 하는 일기공과 일원공에 흐름을 만들어 주는 거야. 마치 태풍처럼! 이걸 이용하면 나중에 시동(始動)을 걸 수 있어. 하지만 혼자서 시동을 거는 건 힘들 거야. 이건 따로 해결 방법을 가르쳐 줄게. 하여튼 시동을 걸면 어떻게 되는지 알겠지?”

“구구국구- 팽이! 팽이가 되는 거야!”

“…….”

“…….”

“그렇지! 회전하는 팽이에 돌을 던지면 튕겨 나오듯 일반적인 무공의 상리를 벗어난 엄청난 힘을 뽑아낼 수 있어. 상생은 상극으로, 상극은 다시 상생으로 변하는 거지!”

천문석은 환하게 웃으며 확인했다.

“자 어때 간단하지? 질문 있냐?”

“나, 나나! ‘구구국-’이랑 ‘구구국국-’랑 뭐가 더 좋을까?!”

“음- 그건 상당히 미묘한 문제인데?”

천문석이 특급 헌터와 머리를 맞대고 고심을 시작하는 순간.

이원과 여량위는 멍하니 서로를 바라봤다.

“……?!”

“……?!”

같이 살아온 지 수십 년 두 사람은 서로의 눈빛만 봐도 대화할 수 있었다.

‘간단하다고? 저게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어?’

‘그럴 리가 없잖아? 전혀, 하나도 이해가 안 돼!’

이원과 여량위는 서로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비둘기 울음소리를 가지고 진지하게 토론 중인 천문석을 봤다.

“아니라니까 그러네! 구조수는 그냥 비둘기가 아니라! 광(狂)! 미친 비둘기야! 구구국-이 아니라! 구국쿠쿸구-! 듣는 순간. 와, 진짜 미친 비둘기구나! 이런 울음소리를 내야지!”

구국쿠쿸국-!

“이렇게?! 알바! 좀 미친 거 같아?!”

“잘했어! 75퍼센트 정도 미친 거 같아! 더 미친 비둘기처럼 외쳐야 해!

방금까지 아득한 무리(武理)를 설명한 천문석은 어느새 미친 비둘기 울음소리를 설명하고 있었다.

두 가지 사실은 분명했다.

천문석은 한 시대에 한 명 태어나도 많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는 무학의 일대종사(一代宗師)였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한 시대에 한 명 있어도 많은 광인(狂人)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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