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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714화 (715/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714화>

“……영역 싸움에서 밀려났던 거야!?”

천문석은 스스로 외치고도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근면 성실의 상징, 특급 헌터.

그런 특급 헌터가 밀려날 리 없었다!

그러나 특급 헌터는 침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뭐! 아니, 어쩌다가!?”

“우리 제주도 갔다 왔잖아. 그 사이에 검사 할아버지가 내 영역 먹었어…….”

순간 청량리역에서 봤던 검사 할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날카로운 인상 그러나 특급 헌터가 기차를 잘 탔는지 끝까지 살펴보던 그 모습!

그랬던 분이 특급 헌터를 자리를 비웠다고 영역을 먹어 버렸다고!?

“그분 그럴 것 같지 않던데?”

특급 헌터는 고개를 번쩍 들고 외쳤다.

“검사 할아버지 엄청 철저해! 승부에서는 절대 안 봐줘!”

“승부라고?”

“맞아, 승부! 전에 검사 할아버지 출장 갔을 때 내가 할아버지 영역 먹었거든!”

“그건 또 무슨 말이야!?”

“나랑 검사할 아버지 계속계속 대결했어! 그리고 내가 거의 다 이겼는데!”

특급 헌터는 분한 듯이 외쳤다.

“판사 할머니가 검사 할아버지 출장 간다고 했거든! 그래서 완전히 믿고 알바랑 제주도 놀러 갔는데! 돌아오니까 내 영역이 전부 없어졌어!”

으으으윽-

머리를 잡고 괴로워하는 특급 헌터!

그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듣지 않아도 짐작이 갔다!

검사 할아버지의 출장은 페이크!

특급 헌터가 제주도에 놀러 간 동안 그 영역을 모조리 차지한 거다!

천문석은 충격을 받았다.

자신이 눈치채지 못한 사이 동네에서는 계략과 속임수가 난무하는 영역 싸움이 벌어졌었다!

검사 할아버지와 특급 헌터.

전직 검사와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꼬맹이 사이에!

역시 현실은 영화보다 리얼했다.

빈 병과 깡통을 놓고 벌인 상상 이하의 승부라니!

“와, 진짜 상상도 못했다. 아니, 그분은 검사까지 하신 분이 빈 병은 왜 주워?”

“으스대려고!”

“뭐?”

특급 헌터는 한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검사 할아버지! 주말마다 공원 돌아다니면서 이렇게 으스대! ‘어이, 패배자 꼬맹이들 밥 사줄게. 밥 먹으러 가자! 크크킄-‘으악- 내가 으스대야 하는데! 내가 사줘야 하는데! 으으윽-.”

“…….”

빈 병 줍기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특급 헌터와의 대화가 언제나 그렇듯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전개했다.

꼬맹이들에게 밥을 사주기 위해 경쟁하는 검사 할아버지와 특급 헌터 이야기로.

천문석은 어째선지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특급 헌터는 온갖 사건을 일으켰고 수많은 사고를 친 아이다.

그럼에도 특급 헌터는 미워할 수 없는 꼬맹이었다.

천문석은 괴로워하는 특급 헌터의 등을 툭- 치며 위로했다.

“야, 힘을 내! 다음번에 기회 오면 깡통 싹쓸이하자! 네가 으스댈 수 있어!”

특급 헌터는 번쩍 고개를 들고 외쳤다.

“깡통은 중요한 게 아냐! 영역을 지키지 못했다는 게 중요한 거란 말야!”

“……!”

천문석은 정신이 확 들었다.

그야말로 우문현답!

그렇다!

강호의 세력 다툼과 동네의 영역 다툼 모두 본질은 같다.

승패 자체보다 자신의 영역을 지키는 것, 내 것, 내 사람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

이건 깡통, 빈 병, 동전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영역, 권력, 자긍심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 순간 천문석은 깨달았다.

이건 특급 헌터만의 일이 아니다.

자신의 옥탑방이 있는 동네의 일.

전생 천마 천문석, 내 일이다!

천문석은 특급 헌터를 바라보며 선언했다.

“네 말이 맞아! 이건 우리의 자긍심 문제야!”

“알바! 지금 그 말! 설마……!?”

특급 헌터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 순간.

천문석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영역 다툼 나도 참전한다!”

“……!”

찰나의 순간 천문석과 특급 헌터는 눈빛으로 깊은 교감을 나눴다!

“특급 헌터……!”

“알바……!”

“우리는 승리한다!”

“맞아! 우리는 승리할 거야!”

두 사람이 선언하는 순간.

어이없어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깡통 줍기에서 승리하겠다고 선언하는 거야?”

“아니, 그런 이야기를 뭐 그렇게 심각하게 해!?”

“하아…….”

최설, 허준, 진교은은 황당한 얼굴로 천문석과 특급 헌터를 바라봤다.

어린 특급 헌터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천문석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됐다.

적염성, 거대한 도시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대형 범선, 해적선, 상선, 수백 척을 유인해 불태웠다!

게다가 화염 폭풍 속을 달리고 화염을 쏟아붓는 흑룡과도 싸웠다!

이 모든 일을 해내고 단 한 명의 부상자도 없이 전원 탈출시킨 사람이 바로 지금 앞에 있는 천문석이다.

그런 녀석이 지금 꼬맹이랑 심각하게 깡통 줍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 무슨 재벌 회장이 최저시급 알바 자리 고민하는 이야기란 말인가!?’

이야기를 들은 모두는 황당하고, 어이없어하는 눈으로 천문석을 바라봤다.

천문석은 즉각 반박했다!

“야, 이건 그렇게 간단한 게 아냐!”

“맞아! 이건 절대절대 간단한 게 아냐!”

“이건 권력, 영역, 자긍심에 관한 거야!”

“맞아! 아주아주 엄청엄청 중요한 거야!”

천문석과 특급 헌터는 열심히 외쳤다.

그러나 동료들은 전혀 설득되지 않았다.

“아, 그렇구나…… 정말 중요한 거구나…….”

“……아니, 뭘 어떻게 해야 깡통 줍는 게 자긍심이랑 연결돼?”

“하아아아…….”

“내가 아주 잘 설명해 줄게!”

“맞아! 알바가 아주 잘 설명해 줄 거야!”

천문석과 특급 헌터가 발끈해서 외치는 순간.

뜨거운 열기가 담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설명은 조금만 미루시면 안 될까요? 스승님!”

흠칫 놀라 고개를 돌리자 보였다.

여량위와 이원이 공손히 허리를 숙인 채 형형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 형형한 눈을 보는 순간.

두 사람이 바라는 게 뭔지 바로 감이 왔다.

“……!”

마침내 약속을 지킬 때가 왔다.

이원과 여량위에게 일기일원공을 전수할 때가 온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사소한 문제가 있었다.

이원과 여량위는 20년의 세월 만에 자신을 만났다.

하지만 자신이 두 사람과 헤어진 건 몇 개월도 지나지 않았다!

20년과 몇 개월.

무림 던전 이후 엄청난 속도로 경지가 올랐으나, 스스로 익히는 것과 가르치는 건 이야기가 달랐다.

전생에 익힌 수많은 무공과 달리, 일기일원공은 타인에게 전수할 만한 경지에 오르지 못한 것이다!

* * *

천문석은 찰나의 순간에 머리를 굴리고 자리부터 옮겼다.

“후갑판으로 이동해서 이야기하자.”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이원과 여량위가 대답하는 즉시.

특급 헌터가 외쳤다.

“알았어! 후갑판으로 갈게!”

“야, 잠깐…….”

특급 헌터는 말릴 새도 없이 번개같이 후갑판으로 달려갔다.

“제가 데려올까요?”

진교은의 말에 천문석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됐어.”

어차피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꼬맹이 무공 전수 자리에 있어도 큰 상관은 없었다.

그리고 특급 헌터는 힘을 좀 빼놓을 필요가 있었다.

천문석은 이원과 여량위와 함께 시선이 가려지는 후갑판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확인부터 했다.

“두 사람 원하는 무공이…….”

“일기공입니다!”

“일원공입니다!”

“난 장민 이길 무공!”

여량위와 이원은 품에서 비급을 꺼내 들고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대답했다.

‘역시! 생각대로다!’

천문석은 은근슬쩍 제안했다.

“혹시 다른 무공 배울 생각 없냐?”

“다른 무공이라면?”

“무슨 문제가 있나요?”

“장민만 이길 수 있으면 돼!”

의아해하는 여량위와 이원.

씩씩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특급 헌터.

천문석은 바로 이유를 설명했다.

“열사의 사막 거쳐서 돌아갈 때까지 길어야 일주일? 그 정도밖에 시간이 없거든. 일주일이면 일기일원공을 전수하기에는 시간이 모자라.”

“…….”

“…….”

“난 시간 아주 많아!”

이원과 여량위는 심각한 얼굴로 고심했다.

“가르칠 만한 무공 말해 줄게. 한 번 생각해 봐.”

천문석은 머릿속으로 무공 리스트를 뽑았다.

필요한 조건은 둘!

1. 이원과 여량위를 모두 만족하게 할 잠재력이 있는 상승 무공.

2. 지구로 돌아갈 일주일 안에 기초를 닦아줄 입문이 쉬운 무공.

상승 무공이면서도 입문이 쉬운 무공이 필요했다.

천문석은 머릿속에서 떠오른 무공을 두 조건에 따라 분류했다.

백보신권, 용조수, 사일검, 태극검…….

정파의 상승 무공은 전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극음도, 화염도, 소혼장, 소수공…….

마공은 조건을 모두 만족하지만, 더 중요한 인성이 깎여 나간다.

‘주술공을 전해야 하냐?’

머릿속으로 무공을 훑는데 문득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있었다!

‘무공의 정수만 남겨서 간략하게 만들면 어떨까!?’

무공의 정수가 담긴 기초를 잡아 주고, 앞으로 뻗어 나갈 방향성을 정해 주는 거다!

즉시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오 보에서 시작해 백 보까지!

작은 돌멩이에서 시작해 태양까지!

미약한 열기와 냉기에서 천지를 태우고 얼릴 화염과 냉기로!

. ……

‘된다! 이거라면 먹힌다!’

천문석은 바로 입을 열었다.

“오보신권! 사석검! 극음화염도! 구조수! 어때?”

“……스승님. 이름이 좀 이상한데요? 오보신권이요? 백보신권이 아니라요?”

“오십보백보라는 말도 있잖아? 비슷한 거야. 이거 사거리를 좀 줄인 대신에 입문이 쉽고 나중에…….”

“아니, 줄여도 적당히 줄여야지! 오십 보도 아니고, 오보면 일장도 안 되는 건데!”

여량위가 손을 들어 이원의 말을 끊고 물었다.

“구조수면 아홉 개의 손인가요?”

“아니, 아홉 구(九)가 아니라 비둘기 구(鳩) 자거든,.”

“네? 비둘기 구요!?”

“수공이름이 비둘기 조법이라고요!?”

“앗! 비둘기 좋은 거 같아! 장민! 비둘기 달려드니까! 깜짝 놀랐어!”

여량위와 이원은 전혀 감을 잡지 못했다.

“직접 보여 줄게!”

천문석은 손을 비둘기 부리처럼 구부리고 보법을 펼쳤다!

파닥, 파다다닥-

정신없는 비둘기 날갯짓을 닮은 보법과 동시에 펼쳐지는 구조수(鳩爪手)!

구국, 구쿠쿠구쿸구국-

구부린 손끝에서 비둘기 울음이 터지는 동시에.

파파파파파파팟-

번뜩이는 손 그림자 수백 개가 허공을 가르고 갑판에 떨어졌다!

미친 비둘기 수백 마리가 달려들어 모이를 쪼아대는 모습이 펼쳐졌다!

파바바바파파파팟-

단단한 갑판이 으스러져 톱밥이 날리고 글자가 새겨졌다.

구조수(鳩爪手)!

그리고 그 아래 붙는 한 글자.

광(狂)!

“이게 바로 구조수의 요결이자 맥이지! 미칠 광(狂)! 미친 비둘기!”

천문석이 말하는 순간.

이원과 여량위는 두 번 놀랐다.

이름과 전혀 다른 구조수의 위력에 한번 놀라고, 진짜로 비둘기 수백 마리가 몰려 온 것 같은 정신없는 파닥거림과 소리에 다시 한 번 놀랐다!

그리고 다시금 깨달았다.

20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이세기는 이세기였다!

세상에 어떤 미친놈이 비둘기를 보고 무공을 만든단 말인가!

그것도 이런 상승 무공을!

“어때 맘에 들어? 이걸로 배울래?”

위력은 맘에 들었다.

그러나 선뜻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걸 배우면 끔찍한 별호가 붙을 것 같았다.

비둘기 대협.

비둘기 여협.

미친 비둘기.

. ……

“…….”

“…….”

이원과 여량위가 침묵할 때.

특급 헌터가 환호성을 질렀다.

“아주 맘에 들어! 미친 비둘기라니! 아주 훌륭해! 난 구구국! 배울래!”

구구국, 구구국구국-!

특급 헌터가 비둘기를 흉내 내자, 천문석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뭘 좀 아는구나!? 이게 처음은 미친 비둘기지만 나중에는 광룡(狂龍)까지 성장해. 일종의 진화형 무공이지!”

“진화!? 엄청 멋지잖아! 결정했어! 난 구구국 배울래!”

“너희 둘은 어때? 구조수 배울래? 바로 시작할까?”

당장이라도 무공 전수를 시작할 기세였다.

이원은 번쩍 정신을 차리고 외쳤다.

“스승님. 다른 것! 다른 것도 보여 주세요!”

“알았어. 맘에 드는 거 있으면 바로 말해!”

천문석은 바로 무공을 펼치기 시작했다.

오보신권(五步神卷)!

갑판을 미끄러지다 멈추는 순간 쇠뇌를 발사한 듯 다섯 걸음 밖 돛대가 요동친다!

“아니, 다섯 걸음은 너무 짧은데…….”

극음화염도(極陰火焰刀)!

왼손에선 ‘시원한‘냉기가, 오른손에선 ‘따뜻한‘열기가 쏟아져 나온다!

“아니, 극음도 화염도 아니잖아요!?”

구인창(蚯蚓槍)!

감각을 교란하는 지렁이 창술이 강철봉에서 펼쳐졌다!

“아, 진짜 왜 이름 다 그래요!?”

굉천수(轟天手)!

양손이 부딪치는 순간 하늘을 놀라게 하는 섬광과 굉음이 터진다!

“……!”

“……!”

이원과 여량위는 보는 순간 깨달았다.

약화 됐지만, 그 기술이다!

수없이 많은 사람을 굴린 이세기의 절기!

이원과 여량위는 동시에 외쳤다.

“굉천수 배우겠습니다!”

“저도 굉천수를 배우겠습니다!”

“그런데 이거 약간 문제가 있거든.”

“네, 문제라고요?”

“어, 이거 굉천수의 원래 기반이 일기일원공이거든. 그래서 다른 내력으로 터트리면 시전자도 당해.”

자기 무공에 자기가 당한다고?

‘뭐지, 이 병신 같은 상황은…….’

‘뭐지, 이 병신 같은 상황은…….’

“…….”

“…….”

이원과 여량위는 멍하니 천문석을 바라봤다.

구구, 구구국-

이 침묵이 특급 헌터의 기합에 깨지는 순간 두 사람은 단호히 외쳤다.

“그냥 일원공 배우겠습니다!”

“저도 일기공 배우겠습니다!”

“아니, 그러니까. 일기일원공을 가르치는 데는 시간이 모자……! 어, 잠깐만!”

고개를 젓던 천문석은 흠칫 놀라 다시 확인했다.

“이원 뭘 배우겠다고!?”

“일원공입니다.”

“여량위!?”

“일기공입니다.”

“……!”

완전히 깜박하고 있었다!

자신이 이원과 여량위에게 약속한 건 ‘일기일원공‘이 아니다!

일원공과 일기공!

일기일원공을 이루는 두 무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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