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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711화 (712/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711화>

“……!”

안개 길잡이의 이마는 발갛게 부풀어 올라 있었다!

고통을 관조하는 자신조차 고통을 느꼈다.

당연히 안개 길잡이도 엄청난 고통을 느끼고 있을 거다!

특급 헌터는 열사의 사막으로 이어진 길을 열어 줄 길잡이의 이마에 전법륜인 딱밤을 날린 거다!

천문석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 괜찮으신가요?”

“완전 괜찮아! 이렇게 멋진 호랑이 망토도 생겼거든!”

불쑥 끼어든 특급 헌터가 호랑이 가죽을 망토처럼 두르고 외쳤다.

“야, 너 말고! 안개 길잡이님 말야!”

“뭐!? 길잡이 누나 뭔 일 생겼어!?”

깜짝 놀란 특급 헌터의 외침에, 말없이 빙그레 웃는 안개 길잡이.

으으윽-

으아아-

이때 아카린과 섬초의 신음이 들려왔다.

‘그렇지 재들도 있었지!?’

천문석은 특급 헌터에게 확인했다.

“아카린이랑 섬초도 네가 깨운 거 맞지?”

“섬초? 말하는 이상한 여우!? 맞아 내가 깨웠어! 앗! 잠깐만 길잡이 누나가 말려서 아직 덜 깼어! 내가 완전히 깨우고 올게!”

다다닥-

한달음에 달려가는 특급 헌터를 번쩍 들어 올리는 안개 길잡이.

“길잡이 누나 왜!? 알바처럼 연발로 하늘을 이으면, 일어난다니까!? 봐봐! 증거가 바로 앞에 있잖아!”

“연발!? 야, 너 그 딱밤을 얼마나 날린 거야!?’

천문석이 어이없어할 때, 안개 길잡이는 고개를 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저기 아카린이랑 섬초는 아주 피곤해 보여요. 좀 더 자게 놔두는 게 어떨까요?”

“뭐!? 해 떴는데 잔다고!? 검사 할아버지가 한국 사람은 빨리빨리 움직여서 성공했다고 말했단 말야! 해 떴는데 자면 안 돼! 얼른 놔줘! 내가 바로 깨울게! 이얍, 얍얍얍!”

안개 길잡이에게 잡힌 특급 헌터는 발버둥 치며 연신 허공에 딱밤을 날렸다.

천문석은 묘한 분위기를 느꼈다.

안개 길잡이는 어째선지 아카린과 섬초를 깨우는 걸 꺼리는 것 같았다.

‘그럴 이유가 있나? 설마……?’

천문석이 의혹 어린 눈으로 길잡이를 보는 순간.

특급 헌터의 입안에 쏙 들어가는 막대 사탕!

“내가 앤 줄 알아! 사탕 준다고…… 으아악-!”

“그 사탕!?”

특급 헌터와 천문석은 경악했다.

보글보글-

입에서 쏟아지는 오색 물방울!

비눗방울 총을 쏜 것처럼 막대 사탕을 문 특급 헌터의 입에서 물방울이 쏟아졌다!

“이건, 이건……! 엄청나게 훌륭하잖아! 알바! 이거 봐봐! 입에서 물방울 나와!”

후우우우-

보글보글보글-

특급 헌터가 입바람을 부는 순간.

오색 물방울이 순식간에 선실을 가득 채웠다!

구으으-

띠디딛-

구으응-

사슴이, 반짝이, 퐁퐁이가 흩날리는 오색 물방울을 톡, 톡- 터트릴 때.

천문석은 새삼스러운 눈으로 안개 길잡이를 봤다.

특급 헌터의 입에 물린 막대 사탕에 담긴 힘은 주술도 마력도 아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이한 힘, 어떻게 이게 가능한지 감도 안 왔다!

이 순간 확신했다.

이 사람은 진짜다!

안개 주술사가 길을 열어 준다는 말에 반신반의했는데, 아카린이 장담할 만했다!

“앗! 잠깐만! 나도 누나한테 선물 줄게!”

특급 헌터는 품에서 나무 상자를 꺼내 흔들기 시작했다.

휙휙, 휙휙휙-

“그 상자. 그렇군요…… 꿈이 아니었군요…….”

“야, 너 빈 상자 가지고 뭐 하는…….”

안개 길잡이가 쓸쓸하게 말하고, 천문석이 황당한 얼굴로 말할 때.

다다다닥-

빈 나무 상자에서 돌연 소리가 들려왔다!

“그 상자 뭐야!?”

“이거 마술 상자야! 물건 엄청엄청 많이 들어가! 막 흔들면 들어간 거 꺼낼 수 있어! 퐁퐁이가 나 줬어!”

구으, 구으응-!

지느러미를 까닥이며 우는 하늘고래, 퐁퐁이!

아이템! 그것도 극도로 희귀한 공간 관련 아이템을 얻었다고!?

금괴 상자를 얻고 좋아했는데 진짜 대박을 터트린 사람은 따로 있었다!

“와, 부러운 녀석!”

자신도 모르게 감탄하는 순간.

특급 헌터는 나무 상자를 활짝 열었다.

나무 상자 안에는 지퍼 랩에 담긴 반쯤 녹은 막대 사탕이 있었다.

특급 헌터는 반쯤 녹은 막대 사탕을 꺼내 안개 길잡이에게 내밀었다.

“길잡이 누나! 이거 내 보물인데 누나 줄게! 아, 해!”

“반쯤 녹은 막대 사탕? 어, 그거 눈에 익은데……?”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과거의 장면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키즈 카페, 악마 꼬맹이들, 악마왕 앙꼬.

장민 대표에게 잡혀간 파티.

장철 헌터와 박혁 이사.

그리고 갑자기 나타나 지퍼 랩에 담긴 막대 사탕을 보여 주며 자랑하던 특급 헌터.

‘이거 앙꼬가 나한테 준 사탕이야.’

“……!”

천문석은 벼락 치듯 깨달았다.

특급 헌터가 내민 저 사탕은 앙꼬가 먹다가 던진 사탕이다!

“잠깐! 멈춰……!”

그러나 이미 늦었다.

특급 헌터의 보물, 앙꼬가 먹다가 던진 막대 사탕은 안개 길잡이의 입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

“알바, 왜?”

“무슨 일 있나요?”

특급 헌터와 안개 길잡이의 의아한 얼굴을 보는 순간.

천문석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원효 대사님도 말씀하시지 않았는가?

해골 물도 목마를 때 마시면 감로수가 되나니!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르는 게 약일 때도 있었다!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천문석은 고개를 젓고 특급 헌터는 휙 낚아채 옆구리에 끼웠다.

더는 사고를 치지 못하도록.

“앗! 알바 옆구리 오래간만이야! 반가워!”

특급 헌터는 신나게 외치더니 순식간에 등을 타고 올라 목말을 탔다.

“친구들 모여!”

퐁, 퐁, 퐁-

특급 헌터의 머리 위에 퐁퐁이, 반짝이, 사슴이가 내려앉았다.

이대로 특급 헌터와 안개 길잡이가 같이 있는 건 좋지 못했다.

안개 길잡이가 모든 것을 아는 순간 엄청난 분노가 쏟아질 거다.

얼른 열사의 사막으로 이어지는 길을 열어야 한다!

천문석은 바로 말했다.

“열사의 사막으로 이어지는 길 열어 주신다고 들었는데…… 지금 이야기해도 될까요? 보시다시피 아카린은 저래서…….”

“네. 그러잖아도 그것 때문에 내려왔어요. 안개도 불렀고, 길을 열 준비는 거의 다 끝났어요. 갑판으로 올라가서 이야기할까요?”

바라던바!

천문석은 재빨리 앞장섰다.

“얼른 올라가죠!”

“출동! 우리는 열사의 사막으로 간다!”

천문석과 특급 헌터, 안개 길잡이는 바로 선실을 나가 갑판으로 올라갔다.

끼이익-

문이 닫힌 선실에는 가위에 눌린듯한 아카린과 섬초. 그리고 천문석의 꿨던 꿈속 기억들이 남겨졌다.

자신이 아는 현실과는 완전히 다른 대한민국.

다시 만난 초대형 뱁새와 마력 각성자.

게이트를 통과해 떨어진 이상한 거북이 섬과 이상한 남녀 다섯 명.

그리고 너무나 익숙하면서도 생경했던 다중 각성자, 사령관 김석철까지.

보통의 꿈이 깨어나는 순간 흐릿해지는 것처럼.

천문석이 꾼 꿈, 타이탄의 사념도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흐릿해진 꿈은 특급 헌터의 연속 딱밤과 사건의 연속에 기억 속 깊은 곳으로 가라앉았다.

* * *

휘이잉-

문을 열고 나오자 갑판에는 안개가 가득했다.

“제가 부른 안개예요. 이 정도면 길 여는 데 충분하네요. 열사의 사막으로 이어지는 길 열까요?”

“동료들은…….”

안개 길잡이는 미소 지으며 천문석을 가리켰다.

“동료분들은 모두 동의하셨고 혼자만 남으셨어요. 결정하시면 바로 열도록 할게요.”

“잠시만…….”

천문석은 머릿속으로 재빨리 계획을 점검했다.

[적염성 -> 열사의 사막 -> 지구]

적염성에서 할 일은 모두 끝났다.

앞으로 할 일은 열사의 사막으로 넘어가 아카린의 술을 납품하고, 지구로 돌아가는 것!

더 정확히는 열사의 사막에서 일을 끝마치고 허공도로 넘어가.

아카린의 도움을 받아 지구로 이어지는 뒷길을 찾으면 된다!

아카린과 섬초가 기절한 게 걸리지만, 큰 문제는 아니다.

아카린의 술통과 짐은 모두 옮겨실었고, 첫 번째 목적지가 어딘지도 이미 들었다.

열사의 사막으로 넘어가 목적지에 도착할 때쯤이면 아카린도 깨어날 거다.

새끼 여우 섬초는 허공도에서 아카린과 헤어질 때 맡기면 된다.

아카린은 섬초를 류호와 미호가 있는 적염성으로 데려다줄 테니까.

동료들이 모두 동의했으면, 지금 열사의 사막으로 넘어가면 안 될 이유는 없었다.

‘뭐 빠트린 거 없나?’

머릿속을 몇 번 더 훑었지만, 별달리 생각나는 건 없었다.

“바로 넘어가면 될 것 같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안개 길잡이님.”

마음의 결정을 하고 말하는 순간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다.

아직 통성명도 안 했다!

“그러고 보니 이름…….”

안개 길잡이는 이미 랜턴을 걸어 둔 지팡이에 앞세워 선수 방향 안개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럼 전 바로 길을 열게요. 동료분들이 기다리고 있어요. 동료분부터 만나 보세요.”

“맞아! 알바 기다리고 있어! 저기 저기로 가면 돼!”

천문석은 목말 태운 특급 헌터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안개용 랜턴이 드문드문 걸린 넓은 갑판.

새로운 배는 돛과 노를 모두 사용하는 날렵한 복합선이었다.

선원들은 돛을 접어 활대에 단단히 고정하고, 기다란 대나문 장대를 강으로 뻗은 채 안개 속을 주시했다.

자욱한 안개에 가려진 강은 보이지 않고, 수십 개의 노가 강물을 젓는 소리만 들려왔다.

촤아, 촤아아-

돛을 접었는데도 속도감이 상당했다.

아카린이 준비한 고속선 수십 배 크기의 배는 속도도 더 빨랐다.

이렇게 안개 속에서 부분 부분을 보는 것만으로도 엄청나게 비쌀 거라는 감이 왔다.

“그러고 보니 이 배는 어떻게 된 거야? 아카린 배는 어쩌고?”

“이 배 호랑이 가죽 준 누나네 배야! 배 느리다고 바꿔 줬어! 아주아주 커지고! 엄청엄청 빨라졌어!”

목말을 탄 특급 헌터가 신나게 외치는 순간 안개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특급 헌터!? 이세기는 어때? 일어…….”

최설은 어느새 본명보다 익숙해진 이름을 부르며 나타났다.

“여기 이세기 일어났다!”

“야! 너 일어났구나!”

천문석의 목소리를 들은 최설이 뛰어오는 순간.

특급 헌터는 양손을 입에 모으고 외쳤다.

“알바 일어났어!”

“모두 빨리빨리 뛰어와!”

그리고 안개 속에서 사람들이 쏟아지듯 나타났다!

“이세기! 왜 이리 늦게 일어난 거야!”

무복을 입은 허준.

“일어 나섰군요!”

환하게 웃는 진교은.

“자네! 무사히 깨어났군!”

샘플 채집용 병을 든 한호석 교수님.

“이세기 대인님! 금괴 궤짝! 제가 안전히 지키면서! 궤짝에 광을 내고 있었습니다!”

마른 헝겊을 든 데이몽 발도.

“스승님! 드디어 일어나셨군요!”

어째선지 초췌해진 이원.

적염성의 난장판에서 같이 구른 동료들이 안개 속에서 달려왔다.

“……!”

이 순간 천문석은 뭐라 말할 수 없는 뭉클한 감정이 느껴졌다.

전생 천마 시절 호시탐탐 뒤통수 칠 기회만 노리던 마인 놈들과 다닐 때는 느낄 수 없었던 감정!

지금 이곳에는 자신을 진심으로 반겨 주는 동료들이 있었다!

같이 이상 던전에 빨려 들어와 계단산, 적염성을 거치며 개고생을 한 동료들이!

천문석은 팔을 활짝 벌리고 외쳤다!

“모두……!”

이 순간 특급 헌터가 한발 먼저 외쳤다.

“봤지!? 모두 똑똑이 봤지!”

“알바, 이마 봐봐 봐! 내가 알바 깨우는 데 성공했어!”

“알바 이마에 발갛게 부푼 게! 내가 연속으로 하늘을 이은 흔적…….”

……

모두의 시선이 연속 딱밤을 맞은 이마에 꽂혔다!

“……!”

천문석은 재빨리 상체를 숙이며 손을 뻗었다.

으앗-

목말을 탄 특급 헌터가 떨어지는 순간.

천문석은 굴렁쇠를 돌리듯 손을 회전시켰다.

빙글빙글빙글-

특급 헌터는 공중에서 수십 번 회전한 후 갑판에 내려졌다.

“으아, 으아! 하늘이, 하늘이! 빙글빙글 돌아!”

어지러움에 갑판에 털썩 주저앉는 특급 헌터.

단숨에 꼬맹이를 무력화시킨 천문석은 감동적인 재회를 이어 갔다!

“친구들! 난장판에서 내가 돌아왔다! 하하하-.”

“…….”

“…….”

그러나 모두의 시선은 여전히 이마에 꽂혀 있었다!

그리고 최설을 시작으로 걱정스러운 외침이 이어졌다.

“너 진짜 괜찮은 거야?”

“지금 피 나는 거 같은데?”

“아니, 뭐로 때리며 저렇게 돼?”

“스승님. 정말 괜찮으십니까!?”

“야, 이거 아무것도 아냐. 진짜 괜찮……!”

당당히 외치던 천문석은 깜짝 놀랐다.

이원의 옆에 한 여자가 서 있었다.

검은 장포를 걸치고, 화려한 장죽을 손에 든 마피아 보스 같은 여자가!

얼굴, 분위기, 카리스마까지.

세월의 흔적이 역력한 이원과 달리 예전 모습 그대로인 모습!

천문석은 한눈에 알아봤다!

“여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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