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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709화 (710/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709화>

‘아니! 쟤는 무슨 꿈속까지 나타나!?’

천문석이 경악하는 순간.

서울대에 깔린 병력이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제발! 돌려줘!”

“쏴! 그냥 쏴버려!”

“안 돼! 저 상자에 기폭장치가 모두 담겨 있어!”

“상자 파손되면 끝장이다!”

“하늘! 저 하늘에 사령관님이다!”

“사령관님! 저놈이 기폭장치를 들고 날랐습니다!”

……

사령관은 염동력장의 날개를 펼치고 초대형 뱁새를 향해 활강했다!

‘잠깐! 그냥 돌진하면 안 돼!’

이 녀석은 그냥 뱁새가 아니다.

싸움에 익숙하고 속임수, 잔머리에 능한 전투의 달인이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파아아아아-

사령관이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 전투가 벌어지려는 순간.

착-

날개를 접고 지상을 향해 직각으로 떨어지는 초대형 뱁새!

“어디를!”

뒤를 따라 떨어지는 사령관에게서 표상 오러 가 쏘아지고 염동력장이 그물처럼 날아갔다!

파슥, 파스슥-

순간 초대형 뱁새의 전신에 전투 인장이 생겨났다.

전투 인장에 충돌하는 순간 오러 가 튕겨 나가고 염동력장이 산산이 흩어졌다!

“뭐!?”

사령관이 경악하는 순간.

날개를 활짝 펼쳐 급감속!

파아앙-

순식간에 사령관의 뒤를 잡았다!

‘전투 예지가 먹히지 않는다!?’

사령관이 재빨리 몸을 돌리는 순간.

초대형 뱁새 발에 잡힌 상자가 지상으로 떨어졌다!

“……!”

경악한 사령관이 염동력으로 기폭장치 상자를 잡는 동시에.

초대형 뱁새가 돌진해 전투 인장이 떠오른 날개를 휘둘렀다!

완벽한 타이밍!

‘당했다!’

다급히 팔에 표상 오러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잔상이 생길 정도로 빠른 날개 공격이 쏟아졌다!

파바바바밧-

사령관은 표상 오러 가 생겨난 팔로 공격을 막으며, 기폭장치 상자를 지상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충격이 없다!

잔상을 흘릴 정도로 빠른 날개 공격에서 아무런 충격이 느껴지지 않았다!

‘뭐지!?’

팔을 내리는 순간 보였다.

자신을 때리는 것은 날개 형상뿐!

어느새 초대형 뱁새는 사라졌다!

“어디에!?”

다급히 주위를 훑는 순간 몸에 느껴지는 감각!

콰드드득-

초대형 뱁새의 발이 몸통 전체를 조여 왔다.

히리히리히리-

그리고 엄청난 속도로 게이트 주변에서 원을 그렸다!

“사령관님!”

“사령관님이 잡혔다!”

“우선 폭약 설치한다!”

“시차 한계까지 3분밖에 안 남았어!”

병사들이 외치는 순간.

사령관도 마주 외쳤다.

“여기가 마지막이다! 1분 세팅하고 폭발시켜!”

멈칫했던 병사들은 바로 움직였다.

순식간에 기폭장치가 세팅되고 기계식 타이머가 작동됐다.

“60초! 남았습니다!”

“사격 쏟아붓겠습니다!”

“조금만 버티세요!”

정신없는 외침에 터지고 소총이 겨눠졌다.

그러나 초대형 뱁새에게 잡힌 사령관은 직감했다.

엄청난 반발장과 특이한 인장들!

자신의 이능이 억제되고 있다.

이 대형 뱁새는 겉모습과 달리 재앙급 마수다!

사령관은 소총을 겨누는 병사들에게 외쳤다.

“바로 빠져라! 난 버틸 수 있다!”

“네, 하지만…….”

“서울에 거점을 확보하려면 병력을 유지해야 한다! 명령이다! 빠져라!”

갈등하던 군인들이 빠져나가고.

게이트 주위에 원을 그리는 초대형 뱁새의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히리히리히리-

사령관은 오러 와 염동력, 내력을 모았다.

혹시라도 초대형 뱁새가 폭탄을 건드리려 하면 막아야 한다.

이때 천문석은 주위를 확인하고 있었다.

초대형 뱁새는 혼자 움직이지 않는다.

뱁새 발에 붙잡혀 이동하던 이상한 마법사!

서리 늑대에게 서리혼을 뽑아낼 때 경계석을 던져 준 마법사!

그 마법사가 분명 이곳 어딘가에 있을 거다!

이때 마른 나뭇가지로 뒤덮인 건물 위에서 얼핏 보이는 사람이 있었다.

‘야, 저기! 저 옥상……!’

다급하게 외치던 천문석은 불현듯 깨달았다.

이 꿈속 세계의 정보는 일방통행이다.

자신의 외침과 생각은 사령관에게 전해지지 않는다!

그리고 직접 겪은 마법사와 초대형 뱁새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지만, 적은 아니었다.

‘뭐지, 이 녀석들 목적이 뭐지!?’

이때 미친 듯이 달려가는 병력이 확성기로 외쳤다.

[폭파까지 10초 남았습니다!]

[10, 9, 8!]

초읽기가 시작되는 순간.

초대형 뱁새는 게이트 주위를 더욱 빠르게 회전했다.

파아아아아앙-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바람이 거세게 불어오고, 전신에 생겨난 전투 인장이 섬광을 번뜩이며 회전했다!

[6, 5, 4……!]

‘뭐야, 이녀석! 폭탄이 터지는데 왜 안 피해…… 어, 잠깐만!?’

이 순간 천문석은 벼락 치듯 깨달았다!

게이트!

초대형 뱁새는 게이트 주위를 날고 있었다!

게이트 마력장이 넘실거리고 링 중앙에 빛의 수면이 생겨난, 이세계로의 통로가 열린 게이트!

초대형 뱁새는 활성화된 게이트 주위를 날고 있었다!

‘이 녀석의 목적은 게이트 너머로 사령관을 던져 버리는 거다!’

[2, 1, 0!]

천문석이 직감하는 동시에 카운트다운이 끝나고 폭탄이 터졌다!

콰아아아앙, 쾅, 쾅-

게이트 링을 따라 설치된 폭탄이 연속해서 폭발했다.

폭음과 충격파가 쏟아지고 게이트 마력장이 미친 듯이 요동쳤다.

이 순간 게이트 링 중앙의 수면이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처럼 소용돌이쳤다!

팟, 팟, 팟, 팟, 팟-

섬광이 터질 때마다 이 폭풍우에 비치는 풍경이 순식간에 변화했다!

-바위와 모래, 흑백만 존재하는 황량한 평야에 박혀 있는 금속 탑.

-허무의 바다를 흐르는 빛의 강과 그 위를 항해하는 강철의 배.

-고통과 비명, 악의가 치솟는 네 개의 탑에 둘러싸인 도시.

-거대한 강이 흐르고 악어 와 뱀이 가득한 열대의 숲.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호수를 움직이는 섬.

이 순간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파트너 지금이야!]

“……!”

‘메시지 마법! 마법사!?’

사령관이 경악하고, 천문석의 시선이 움직이는 동시에.

원을 그리던 초대형 뱁새는 행동했다!

파아앙-

원을 그리던 경로에서 벗어나 수면으로 돌진!

사령관을 폭풍우가 몰아치는 수면을 향해 집어던졌다!

첨벙-

사령관은 뭘 어떻게 하기도 전에 수면을 통과했다!

다급히 역장을 움직이고 오러를 펼쳐 빠져나가려 했지만, 거대한 화염이 수면 위를 덮치고 게이트 마력장이 산산이 흩어졌다.

“ㅁㅁㅁㅁ!”

“ㅁㅁ ㅁㅁㅁ ㅁ!”

다급히 달려오는 병사들과 그 위로 날아가는 초대형 뱁새의 모습을 끝으로 수면 너머 서울대의 풍경은 꺼지듯 사라졌다!

그리고 사령관은 거대한 인력에 이끌려 물속 깊은 곳으로 빠르게 가라앉았다.

* * *

“사령관님!”

“당장 구해야 해!”

병사들이 게이트로 달려가는 순간.

초대형 뱁새는 그 머리 위로 휙- 날아갔다!

“저 녀석이 사령관님을! 으아악!”

몇몇 병사가 악을 쓰며 소총을 겨누는 순간 다른 병사들이 외쳤다.

“사령관님이 이 정도 폭파로 당했을 리가 없다!”

“맞아! 수색이 우선이다!”

병사들이 폭발하는 게이트를 향해 달릴 때 건물 옥상에 숨어 이 모습을 보던 남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 다행히 잘 처리됐네!”

겹겹이 옷을 겹쳐 입고 머리와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는 시간 오류 수정자 에코였다.

에코는 허공에 손을 그어 책을 꺼내고 표지를 넘겼다.

촤르르륵-

페이지가 저절로 넘어가다가 멈추는 순간 짧은 지시 사항이 보였다.

[2020년 12월 31일.]

[서울대 게이트 폭파 지연. 한강에서 날아온 선천 능력 각성자를 프록시마 호수로 날려 보내라.]

임무를 완성하자, 이 짧은 문장에 가로줄이 그어졌다.

“…….”

이 순간 에코는 뭐라 말할 수 없는 감흥을 느꼈다!

이 간단한 임무를 처리하기 위해서 이 세계의 나뭇가지로 넘어온 후 1년 동안 노숙을 하며 기다렸다.

사방에 마수와 몬스터, 게이트가 열려 있는 버려진 도시에서!

하지만 그것도 이제 끝이다.

마침내 이번 장기 임무가 끝난 것이다!

[야, 돌아와! 바로 도약할 거야!]

에코는 파트너에게 메시지 마법을 보내고 회중시계를 꺼냈다.

그리고 시계 용두를 누르기 전 문득 고개를 돌려 폭발한 서울대 게이트를 봤다.

“이거 괜찮은 건가?”

에코는 자신도 모르게 말했다.

지난 1년 동안 겪은 이 세계의 나뭇가지는 너무나 이상했다.

자신이 도착한 대한민국이란 나라에 열린 게이트만 수십 개, 던전 균열까지 모두 헤아리면 수백 개가 훌쩍 넘어갔다.

사방에 생겨난 균열이 마경을 만들고, 게이트와 던전에선, 마수와 몬스터, 거대 괴수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결국, 대부분 사람은 수도 서울을 버리고 남쪽 끝까지 밀려난 상황이다.

그리고 일방적으로 공격을 받고 있었다.

이건 말도 안 되는 너무나 이상한 상황이었다.

에코는 시간 오류 수정자로 수많은 세계의 나뭇가지를 여행하며 깨달았다.

인과의 저울은 공평하다.

게이트, 균열, 던전.

마수, 몬스터, 거대 괴수!

천칭의 한쪽에 이것들이 놓였다면, 당연히 반대쪽 천칭에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놓여 균형이 맞춰진다.

사람들이 이능력을 각성하거나, 세계 구원자 태양 주술사, 신수, 영물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런데 균형이 맞춰지기는커녕 이 세계의 유일한 이능력자를 날려 버리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그것도 마도 제국이 세워지기 전, 프록시마 호수로!

“그 사람 괜찮을까?”

에코는 새삼 자신이 날려 버린 이능력자가 걱정됐다.

어지간한 마도왕조차 압도하는 엄청난 이능력을 가지고 있던 남자.

하지만 자신이 그 남자를 날려 버린 프록시마 호수 주위에는 삭풍의 황야와 흑룡의 제국이 있었다.

이곳은 마도사라 할지라도 버틸 수 없는 마경이다.

장소만이 아니라 시간대도 문제였다.

분명 자신이 세팅한 시간대는 마도 제국이 세워지기 전.

차원 준위가 낮아진 타대륙에 온갖 허신, 악신, 외신, 초월자들이 우글거릴 때다!

저 시공으로 게이트 이동을 하면 초월자들의 시선을 받게 된다!

“……이거 지금이라도 따라가서 도와줘야 하나?”

그러나 시간 오류 수정자는 어항 밖의 관찰자다.

규칙을 어기고 개입하는 순간 스스로 변수가 돼 모든게 엉망진창이 된다.

한참 동안 고심했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에코는 시간 오류 수정자를 만드신 창립자가 남기신 격언을 따라 긍정적 마인드로 생각했다!

시간 오류 수정자는 선의로 움직이는 조직!

과정만 보면 사고를 치는 것 같지만, 결과는 99% 긍정적 변화를 일으킨다!

이건 묵시적인 규칙이 아니라 실제로 구속력이 있는 규칙이다.

세계의 나무를 키워내신 분의 바람을 어기는 존재는 차원 도약에 엄청난 제약이 생겨나니까!

게다가 이능력자를 날려 버린 장소, 시간대가 꼭 최악은 아니었다.

프록시마 호수는 마도 황제께서 처음 동료들을 만나신 장소, 게다가 시간대도 마도 제국이 세워지기 직전이다!

이건 거꾸로 말하면 몇 년 후 마도 황제 폐하께서 타대륙에 가득한 허신과 악신들을 몰아내고 마도 제국을 세운다는 이야기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힘내라! 좀 구를지 몰라도 결국 모든 게 좋아질 거야!”

에코는 게이트 너머로 날아간 이능력자를 향해 건승을 빌어 줬다.

히리히리히리-

이때 파트너의 울음소리가 가까워졌다!

찰칵-

에코는 재빨리 책을 펼치고 회중시계 용두를 눌러 좌표를 뽑아냈다.

“……응? 뭐지 이 좌표 좀 이상한데?”

그러나 책에 오류가 생길 리는 없었다.

에코는 난간에 올라 손을 흔들며 외쳤다.

“바로 다음 나뭇가지로 도약할 거야! 저 강 위로 날아가면 된다!”

휘이이이잉-

초대형 뱁새는 에코를 낚아채 단숨에 한강으로 날아갔다!

한강에는 수십 척의 배가 줄줄이 늘어져, 엄청난 수의 병력과 장비들을 내리고 있었다!

깜짝 놀란 병사들이 하늘을 향해 무기를 겨누는 순간.

찰칵-

에코는 시계 용두를 누르고.

휘익-

경계석을 쥔 손으로 허공을 그었다.

손의 궤적을 따라 허공에 균열이 생겨나는 순간.

에코와 초대형 뱁새는 그 안으로 빨려 들듯 날아갔다.

그리고 어두운 하늘로 튀어나왔다.

“어, 뭐야? 도약이 실패했나!? 강이 똑같은 거 같은데?”

에코는 고개를 갸웃했다.

낮과 밤으로 달라졌지만, 너무나 낯익은 강이 바로 밑에 보였다.

그러나 주위를 돌아본 에코는 고개를 저었다.

“그냥 비슷한 강인가 보네.”

차츰 밝아오는 여명 아래 하늘 높이 솟은 마천루, 강변도로를 줄줄이 달리는 자동 마차 불빛이 보였다.

강을 사이에 두고 수백만 명이 살아가는 거대한 도시가 펼쳐져 있었다.

방금까지 자신이 있던 폐허가 된 도시와는 완전히 달렸다!

“은신 마법 걸 테니까! 우선 저기 북쪽 도시 위로 날아보자!”

초대형 뱁새는 강을 지나 도시 위로 날았다.

“와, 이거 문명 수준이 엄청난데?”

연신 감탄하던 에코는 쭉 뻗은 도로 끝에 걸린 커다란 현수막을 발견했다.

“새해맞이 축제? 야, 축제하나보다! 잘됐다. 축제에 끼어들어서 좀 쉬어야겠다! 어 저기, 저 빌딩 옥상에 내리자!”

히리히리히리-

초대형 뱁새는 가볍게 착륙했고.

에코는 옥상에 내려서는 순간 환호했다.

“으아아! 드디어 문명사회에 돌아왔다! 임무 하기 전에 좀 씻고 먹고 자야겠다!”

이때 에코의 등 뒤 빌딩 전광판에 불이 들어오고 아침 뉴스가 시작됐다.

[1998년 12월 24일 아침 뉴스]

1998년 12월 24일.

닫힌 세계에 갇혀 버린 날.

시간 오류 수정자 에코와 강습 수송병 초대형 뱁새의 첫 번째 루프가 시작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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