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708화 (709/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708화>

사령관은 단숨에 빌딩에서 뛰어내려 광화문 게이트로 달렸다.

이 순간 천문석은 사령관이 되어 보고, 듣고, 생각하는 모든 것을 느꼈다.

사령관은 다시 한 번 폭풍이 되어 그 앞을 막는 모든 것을 꿰뚫었다!

염동력장의 폭풍으로 자잘한 놈들을 갈아 버리고.

대형 마수와 몬스터는 내력과 마탄, 오러로 찢어발겼다!

그 앞을 잠시라도 막을 수 있는 마수, 몬스터는 없었다.

그러나 사령관은 마음이 초조해지는 걸 느꼈다.

서울에 열린 게이트는 다섯이나 자신의 몸은 하나뿐이다.

광화문 게이트만 폭파한다고 게이트를 닫을 수는 없다.

이걸 2차 서울 수복 작전에서 깨달았다.

병력을 집중해 다섯 개의 게이트를 시차를 두고 공략했다.

작전은 완벽하게 성공해 작전 1일, 3개 게이트 폭파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튿날 사라진 게이트들이 다시 열리고 엄청난 수의 마수와 몬스터가 쏟아져 나왔다.

상상을 초월한 거대한 웨이브에 서울 수복 작전의 병력뿐만 아니라, 서울에서 거점을 유지 중인 사람들까지 한강으로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2차 서울 수복 작전 실패를 통해 알게 됐다.

서울의 다섯 게이트는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었다.

시차를 두고 폭파하면 다른 게이트의 힘으로 게이트가 재생되고, 던전 브레이크처럼 마수와 몬스터를 쏟아붓는다.

방법은 하나.

서울 지역의 다섯 게이트를 가능한 한 동시에 폭파해야 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시차가 허용범위인지 알 수 없었다.

그 결과 서울 수복 작전은 8차까지 이어졌다.

그렇게 알아낸 허용범위는 15분!

15분 안에 서울 지역의 다섯 게이트를 폭파하면, 물길이 끊기듯 서울 지역에 쏟아지던 마수와 몬스터가 끊긴다!

그 순간 한강에서 물자와 인력을 싣고 대기 중인 선박들에서 내린 병력이 서울에 거점을 확보한다!

이게 서울 수복 작전의 핵심이었다.

이렇게 서울을 수복한 후에는 땅따먹기와 같다.

서울의 다섯 게이트처럼 서로 연동된 게이틀 찾아 폭파하며 조금씩 조금씩 영역을 확장하면 된다.

이때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사령관은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 끝까지 불길이 치솟는 북악산을 바라봤다.

북악산 전체, 북한산, 도봉산 남부를 불태워 서울 북부 마경과 이어진 길을 차단했고.

서울 전역에 흩어진 수백 명의 병사들이 오토바이, 자전거, 로프를 타고 거대 괴수를 유인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초 단위로 병력이 죽어 나가고 있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길을 뚫고, 폭탄 설치를 끝내야 한다!

사령관은 순식간에 광화문 도로를 뚫고 경복궁 경내로 들어가 염동력장의 폭풍을 터트렸다.

쾅, 쾅, 콰아아앙-

찌그러진 자동차, 철근이 박힌 콘크리트, 가로등!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는 온갖 물체가 폭격하듯 경복궁 안을 갈아엎었다!

게이트에서 쏟아지던 마수와 몬스터가 순간적으로 끊기는 순간.

우득-

주먹을 쥐고 눈에 힘을 집중했다.

파스스스-

눈앞에 푸른 섬광이 스치는 동시에 보이고 느껴졌다!

태양 코로나처럼 게이트 링에서 일렁이는 거대한 힘의 파동이!

어느 순간 근원을 알 수 없는 수많은 힘을 다룰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그중 단 하나, 볼 수도 느낄 수도 있으나 결코 움직일 수 없는 힘이 하나 있었다.

게이트에서 쏟아져 나오는 거대한 힘의 파동, 게이트 마력장!

이 순간 사령관은 주먹을 내리찍었다.

콰아아앙-

마수와 몬스터와 뒤엉켜 경복궁 안으로 갈아엎던 온갖 물체들이 게이트를 향해 날아갔다!

콰카카카카캉-

거대 괴수조차 멈춰 세울 엄청난 위력의 염동력장 폭풍이 게이트를 강타했다!

그러나 게이트와 접촉하는 순간 염동력 폭풍은 끈이 끊어진 꼭두각시처럼 통제할 수 없었다!

콰르르르릉-

온갖 잔해 와 마수, 몬스터의 사체가 뒤엉켜 게이트 입구에 산처럼 쌓였다.

‘계획 했던 대로!’

광화문 게이트가 막히고 길이 열리는 순간.

사령관은 주저하지 않고 달리며 외쳤다.

“시작한다!”

부아아아아앙-

광화문 주위 빌딩에 위장 중이던 트럭 10여 대가 거친 엔진음과 함께 사령관이 연 길을 질주했다!

트럭은 순식간에 광화문 게이트에 도착해 병력과 폭탄을 쏟아 냈다.

“바로 폭약부터 설치한다!”

공병들은 정신없이 움직여 광화문 게이트에 폭탄을 설치했다.

곧 폭탄 설치가 끝나고 장교는 보고했다.

“현재시간 12시 35분 광화문 게이트 폭탄 설치 완료됐습니다!”

“기폭 시간 13시 00분까지 25분 남았습니다!”

“폭발 시까지 게이트를 지킬 저지선을 만들겠습니다!”

이미 공병들은 철조망을 들고 달리고, 병사들은 기관총과 크레모아를 설치하고 있었다.

이때 연락 장교가 대형 무전기를 메고 달려와 외쳤다.

“광화문 게이트가 첫 번째로 설치 완료됐습니다! 다른 지역도 진입로를 뚫고 폭탄 설치 중입니다!”

사령관은 문득 주위를 돌아봤다.

콰앙, 콰아앙-

남쪽, 동쪽, 서쪽 저지선에서 폭음이 터져 길이 막히고, 병사들은 폭탄이 설치된 게이트 앞으로 천천히 후퇴하고 있었다.

이들의 마음속 긴장과 공포가 생생하게 느껴졌다.

이들의 임무는 폭탄이 광화문 게이트를 날려 버릴 때까지 게이트를 지키는 것. 살아날 가능성은 없었다.

사령관은 연락 장교를 봤다.

“연락 장교.”

“네! 사령관님!”

“광화문의 모든 병력 한강 거점으로 철수한다.”

“네?”

연락 장교가 깜짝 놀라고 저지선을 만들던 병사들과 지휘하던 장교의 시선이 사령관에게 모였다.

그리고 이들은 동시에 깨달았다.

‘홀로 남을 생각이다!’

“사령관님!”

장교들이 다급히 제지하려는 순간.

사령관은 손을 들어 말을 끊고 명령했다.

“명령이다! 전원 한강으로 철수! 13시 00분 폭발 때까지 대기한다! 게이트 폭파에 성공하면 계획대로 서울 수복 작전의 2단계를 시작한다!”

“실패하면…….”

한 병사가 입을 여는 순간 장교가 병사의 등을 툭 쳤다.

그리고 사령관과 장교, 병사 모두의 시선이 마주쳤다.

실패했을 때 일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9차 서울 수복 작전에 남는 여력을 모조리 끌어모아 때려 박았다.

이번에도 북부 전선을 만드는 데 실패하면 낙동강 전선은 끝없이 밀려 오는 마수와 몬스터의 파도에 질식할 뿐이다!

“…….”

“…….”

짧은 침묵 후 저지선을 만들던 병사와 장교들은 트럭을 타고 이동을 시작했다.

천천히 후퇴 중인 동료들에게로.

곧 모든 병사가 한강을 향해 이동을 시작했다.

“함께해서 영광이었습니다!”

“꼭 살아서 돌아오십시오!”

……

부아아아앙-

트럭과 오토바이가 빠르게 멀어지고 총성마저 뚝 끊겼다.

방금까지의 격전이 거짓말인 것처럼 광화문은 순식간에 정적에 빠져들었다.

틱, 틱, 틱, 틱-

폭탄에 설치된 기계식 기폭 장치의 초침 소리만 천둥소리처럼 들려왔다.

그러나 정적은 길지 않았다.

크아아아아-

건물을 폭파해 막아버린 도로, 무너진 빌딩과 폐허 곳곳에서 포효가 들려왔다.

랩터, 거대 늑대, 오크, 고블린, 뿔 코뿔소, 육식 사슴, 트롤…….

사방에서 튀어나오는 마수와 몬스터들은 순식간에 백 단위를 넘어서 천 단위를 지나갔다.

수많은 마수와 몬스터가 하나의 군단인 것처럼 뒤엉켜 한 장소를 바라봤다.

광화문 게이트를 틀어막은 사체와 피, 콘크리트의 산꼭대기.

이곳에 서 있는 사령관을 봤다.

사령관은 문득 시선을 내려 시계를 봤다.

12시 50분.

폭발까지는 10분 남았다.

“세상에서 제일 긴 10분이 되겠네.”

피식 웃은 사령관은 상의 포켓에서 오래전 끊은 담배를 꺼냈다.

담배 케이스 안에는 이날을 위해 남겨 둔 돛대가 남아 있었다.

사령관은 마지막 담배를 물고 손가락을 튕겼다.

팟-

표상 오러에서 일어난 열기가 단숨에 담배에 불을 붙였다.

후우우우-

담배 연기를 뿜어낸 사령관은 주위를 포위한 수천의 마수를 훑어봤다.

“얼른 와라. 이 담배 다 피우기 전에 처리하고 쉬어야겠다.”

그리고 진각을 밟는 순간.

콰아아앙-

마지막 격전이 시작됐다!

끝이 보이지 않는 마수와 몬스터의 해일이 밀려 왔다!

인간 한 명쯤은 단숨에 해일에 휩쓸려 으스러질 것만 같았다!

그러나 이 한 명의 인간은 사령관이었다.

파스스-

10미터가 넘게 치솟는 표상 오러 가 반발장을 날려 버리고!

콰아아앙-

염동력장의 폭풍이 소형 마수와 몬스터를 붙잡아 칼날이 되어 회전했다!

자잘한 놈들은 몸을 일으킬 엄두도 내지 못낼 때.

검치호, 트롤 같은 대형 마수와 상급 몬스터가 염동력장을 뚫고 돌진했다.

순간 사령관은 마주 돌진했다.

하아앗-

진각을 밟는 순간 기합을 질러 엄청난 내력을 강화된 육체에 담아 폭발시킨다!

제대로 된 무공을 모르기에 단순하기 그지없는 공격이었다.

그러나 이 공격에는 엄청난 내력과 육체 각성자의 단단한 육체, 오러 각성자의 오러 가 담겨 있었다.

콰아아앙-

일격에 검치호의 송곳니가 부러지고 두개골이 깨지고 트롤이 전신이 비틀려 죽어 나갔다!

광화문 게이트 주변 100미터는 순식간에 살상지대가 됐다.

사령관이 움직이는 길을 따라 마수와 몬스터의 피가 강처럼 흐르고 시체가 산처럼 쌓였다!

그러나 사방에서 몰려 오는 적은 끝이 없었다.

백을 죽이면 천이!

천을 으스러뜨리면, 만이 몰려 왔다!

그러나 오러, 초능력, 내력, 마탄, 육체…… 모든 종류의 이능의 극에 달한 사령관에게 머릿수는 의미가 없었다.

대형 마수, 최상급 몬스터도 다르지 않았다.

그 어떤 마수와 몬스터도 사령관 앞에서 버티지 못했다.

사령관은 싸울수록 강해지는 자신을 느꼈다.

정신이 고양되고, 전신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대로 서울에. 아니, 대한민국에 나타난 모든 마수와 몬스터를 박살 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사령관은 알고 있었다.

무한에 가까운 이능을 가지고 있지만, 체력과 정신력까지 무한인 것은 아니었다.

육체의 한계에 도달하는 순간 죽는 건 마찬가지다.

그리고 자신은 혼자다.

모든 장소에 동시에 있을 수는 없었다.

자신이 이곳에서 몬스터를 박살 내는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이 싸우고 있었다.

서울 수복 작전에 투입된 군인.

낙동강 전선을 지키는 병사.

나주, 호남평야에서 식량을 나르는 일반인.

인천까지 물길을 유지 중인 선원.

부족한 자원과 물품을 얻기 위해 끝없이 던전으로 들어가는 사람들.

……

대한민국 어딘가에서는 사람이 죽어 가고 있었다.

사령관은 이능을 각성한 후로 지금까지 수없이 고심했다.

‘어째서 나에게만 이런 이능이 생겨났는가?’

게이트 전쟁 15년 동안 만난 수많은 사람. 그중 누구도 자신과 같은, 아니 비슷하기라도 한 이능을 가진 사람도 없었다.

모든 사람에게 나눠 줘야 할 이능이 누군가의 실수로 자신에게 몰빵된 것만 같았다.

할 수만 있다면 자신의 이능을 쪼개 모두에게 나눠 주고 싶었다.

거대한 소모전, 게이트 전쟁에선 힘을 독차지한 한 사람보다 수천, 수만의 강자가 필요했으니까.

그렇기에 꿈꾸고 소망했다.

“이 이능을 수십억 개의 씨앗으로 만들어 세계에 뿌리는 것을!”

자신도 모르게 말하는 순간 시계에서 알림이 울렸다.

띠딛, 띠딛, 띠딛-

[12시 59분]

남은 시간은 1분.

돛대는 이미 다 타들어 간 지 오래였다.

담배를 잡아 던지려다가 멈칫했다.

‘쓰레기 아무데나 버리면 안 돼!’

선생님을 하다가 입대했다던 나이 든 신병.

고립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구하고 죽은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

사령관은 상의 포켓의 빈 담배 케이스에 꽁초를 넣었다.

이 순간 멀리 동쪽에서 섬광이 치솟았다! 그리고 마력장이 미친 듯이 요동치는 게 보였다!

콰아아앙-

뒤늦게 들려온 폭음을 듣는 순간 직감했다.

‘동대문 게이트!’

콰아아아앙-

‘홍대 게이트!’

그리고 등 뒤.

광화문 게이트에서 터지는 폭발!

콰아아아아앙-

엄청난 충격파가 밀려 왔다.

그러나 사령관의 표상 오러 와 강화된 육체는 거대 괴수의 공격마저 받아 낸다!

파아아아아-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는 순간 표상 오러에 둘러싸인 몸은 거인이 던진 공처럼 까마득한 하늘로 날아갔다.

사령관은 까마득한 하늘에서 염동력장을 날개처럼 펼쳤다.

휘이이이이-

거대한 새처럼 활강하며 서울 전체를 바라봤다.

서울 지역 다섯 개의 게이트에 설치된 다섯 개의 폭탄!

동대문, 홍대, 광화문은 터졌고 남은 건 둘 뿐이다!

서울대, 올림픽공원!

콰아아아아앙-

‘올림픽공원 게이트!’

이제 마지막 하나, 서울대 게이트만 남았다!

사령관의 얼굴이 환해졌다.

남은 시간은 10분, 시간은 충분했다!

10분 안에 서울대 게이트만 폭파하면 된다!

9차까지 이어진 서울 수복 작전의 첫 단계!

가장 어려운 첫 단계가 마침내 성공한다!

격동으로 전신이 떨려 와 이대로 있을 수가 없었다!

도착 전에 폭발하겠지만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곳에서 보고 싶었다!

사령관은 염동력장의 날개를 움직여 서울대 방향으로 활강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3분이 지나 남산 타워 와 용산 미군기지를 지날 때도 폭발은 없었다.

파아아아아아-

어느새 사령관은 표상 오러로 바람을 가르고 엄청난 속도로 활강했다.

이럴 리가 없었다!

서울대 게이트는 북쪽은 한강으로 남쪽은 관악산으로 둘러싸였다.

8차까지 단 한 번도 폭파에 실패한 적이 없는 게이트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현충원을 지나 서울대학교가 보일 때.

사령관은 경악으로 굳어졌고.

천문석은 자신도 모르게 외쳤다.

‘아니, 쟤들이 왜 여기 있어!?’

서울대 하늘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히리히리히리-

짧은 날개.

삼각형의 부리.

착해 보이는 까만 눈.

새하얀 털로 뒤덮인 동글동글한 몸.

보는 순간 홀려 버릴 듯한 귀여운 모습.

그러나 그 안에는 사악한 악마가 들어 있는.

초대형 뱁새!

세기말 대한민국에서 만났던 초대형 뱁새!

그 초대형 뱁새가 서울대 게이트 위를 날고 있었다!

발에 폭탄 상자를 움켜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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