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707화 (708/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707화>

‘2020년 12월 31일!?’

‘9차 서울 수복 작전!?’

‘뭐야, 이게 말이 되는 거야!?’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전개에 천문석은 경악했다.

자신이 이상 던전에 들어온 게 2020년 가을이다!

그런데 악몽 속은 2020년 12월 한겨울, 오지 않은 미래를 보여 주고 있다.

게다가 2005년 1차로 성공한 서울 수복 작전이 9차까지 이어졌다!

보통의 꿈이라면 그러려니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이 압도적인 현실감!

사령관이란 인물의 시점으로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게 진짜 현실 같았다!

오감이 생생한데, 그 오감이 자신의 것이 아닌 기이한 감각!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내력을 끌어올렸으나, 내력은 단 한 점도 느껴지지 않았다.

‘주술공에 당한 건가?’

‘혹시 진법에 갇혔다면?’

‘설마, 세기말 대한민국 같은 일이 또 일어난 건가!?’

‘나이트 아머와 흑룡이 충돌 했을 때 정신만 던전 너머로 날아간 거라며!?’

……

수많은 가능성이 머릿속에서 복잡하게 뒤엉키는 순간.

크롸아아아-

거대한 포효가 등 뒤에서 울려 퍼졌다!

반사적으로 몸을 돌린 사령관.

광화문 진입로를 막고 있는 병력을 향해 오우거와 트롤 대형 몬스터가 접근하고 있었다!

사령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5분 후 돌아오겠다.”

“사령관님!”

“네!? 잠시만!”

“지금 움직이시면……!”

다급한 외침이 쏟아질 때 사령관은 빌딩 난간을 달려 허공으로 뛰었다!

‘이 높이에서 뛴다고!?’

파아아아아-

수십 미터 아래 지상으로 떨어지는 이 순간 사령관의 사념이 천문석에게 흘러들어왔다.

///

이번이 마지막이다!

수많은 사람의 피로 남부 전선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 전역에 생겨난 게이트에서 쏟아진 마수와 몬스터, 거대 괴수, 재앙급 마수들이 모조리 남부 전선으로 몰려 오고 있는 상황!

남부 전선, 낙동강 전선과 노령산맥 방어선에 가해지는 마수와 몬스터들의 압력은 이미 한계를 넘어섰다!

울산, 포항의 산업기반과 피난민을 지키는 낙동강 전선.

나주, 호남평야의 식량 기반을 보호하는 있는 노령산맥 방어선.

둘 중 하나만 뚫려도 끝장이다!

방법은 하나뿐이다.

서울을 수복하고 남부 전선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여야 한다!

그러나 2005년 게이트가 열리고 벌써 15년.

8차에 걸친 서울 수복 작전은 모두 실패했다.

남은 역량을 모조리 끌어모아 이번 9차 서울 수복 작전에 투입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서울에 생겨난 5개의 게이트를 폭파하고 서울을 수복해 북방 전선을 만들어 낸다!

///

“……!”

마치 직접 겪은 일을 회상하는 것처럼 생생한 기억이 전해졌다.

천문석은 지금 이 상황이 도저히 꿈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러나 사념에 담긴 내용은 현실과는 너무나 달랐다.

게이트가 열린 건 2005년이 아닌 2000년.

서울 수복 작전은 9차까지 가지도 않고 1차, 첫 번째 시도에 성공했다.

사령관 검은 폭풍과 1세대 헌터들의 힘으로!

그렇다.

서울 수복 작전의 사령관은 검은 폭풍이다.

그러나 지금 자신이 겪고 있는 사령관은 검은 폭풍이 아니었다.

검은 폭풍의 이름, 나이, 출신 모든 게 극비지만 단 하나 알려진 게 있었다.

검은 폭풍은 여자다!

‘이 남자가 서울 수복 작전의 사령관이라고!?’

의문을 품는 순간 사령관의 기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낙동강 전선의 치열한 전투!

수천, 수만의 마수와 몬스터가 파도처럼 밀려 오고.

기관총과 소총이 화망을 만들고, 포탄이 비 오듯 쏟아진다.

화망을 뚫고 철조망을 뛰어넘어 단단한 콘크리트 방벽으로 돌진하는 랩터와 암석 코뿔소!

살기 어린 포효가 터질 때마다 피 분수가 터져 나오고 팔다리가 날아다닌다!

악을 쓰는 병사들이 마수에게 그물을 던지고 방패로 밀어내고 정글도, 해머를 내리찍었다!

피가 강처럼 흐르고, 비명과 괴성이 방벽 위에서 울려 퍼졌다!

상상 이상의 격전이 이어졌다.

팟-

순간 섬광과 함께 장면이 전환된다.

길게 이어지는 산맥과 드넓은 평야가 보였다.

‘수학여행 때 갔었던 장소다!’

천문석은 바로 알아봤다.

노령산맥 방어선!

게이트 전쟁 당시 피난민의 식량 보급을 책임진 나주, 호남평야다!

인지하는 순간 평야가 빠른 속도로 가까워지고 곧 보였다.

지게를 짊어지고, 수레를 끄는 백여 명의 사람들!

이 사람들은 하나같이 화상을 입은 듯 붉게 타 버린 얼굴과 몸으로 지게와 수레에 쌀 포대를 가득 싣고 미친 듯이 도로를 달렸다.

우워어어어-

도로 멀리서 하울링이 터져 나오고 비명이 점차 가까워졌다.

던전 브레이크가 터져 마수가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고개를 돌리지도 쌀 포대를 버리지도 않았다.

지게와 수레에 담긴 쌀 포대가 마치 생명이라도 되는 것처럼 앞만 보고 달렸다!

팟-

다시 한 번 섬광이 터지고 시야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파아아아-

여전히 몸은 허공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사령관의 기억을 엿본 천문석은 더욱 혼란스러웠다.

게이트에선 마수와 몬스터가 끝없이 쏟아지고, 균열은 산과 평야, 도시를 마경으로 만들고 있다.

게다가 던전 브레이크로 쏟아진 몬스터가 폭풍이 되어 각 지역을 휩쓸었다.

게이트가 열리고 15년, 대한민국 전체에서는 끝없는 소모전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나 이 기억에는 꼭 있어야 하는 게 보이지 않았다.

-오러, 육체, 마력, 마탄, 초능력…… 수많은 계통의 각성자들!

-마탄, 강화 전투복, 게이트 안정화 장치…… 재금 공업이 만들어 낸 게이트 전쟁 무기들!

사령관의 기억에는 각성자와 재금 공업의 흔적이 전혀 없었다.

마치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이 꿈은, 이 세계는 도대체 뭐지!?’

의문을 품는 순간 총성과 포효가 동시에 울려 퍼졌다!

타타타탕-

끼에에에-

크아아아-

수백의 랩터와 늑대무리가 공중으로 뛰어오르고.

오우거와 트롤이 던진 콘크리트 잔해를 정면으로 날아왔다!

‘맞는다!’

직감하는 순간 사령관은 손을 뻗었고 모든 게 느려졌다!

마치 시간이 정지한 듯 랩터와 늑대무리, 콘크리트 잔해가 허공에 뜬 채로 멈췄다.

‘……!?’

깜짝 놀라 시선을 돌리는 순간 거대한 힘의 파동이 사방으로 밀려 갔다!

팟, 파파팟-

공중에 떠오른 수백의 랩터와 늑대무리가 물풍선처럼 터져 나가고.

꽈드드드득-

주위 백여 미터에 널린 부서진 잔해 와 자동차, 가로수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모두 엎드려!”

“염동력장이다!”

“당장 엎드려라!”

다급한 외침이 터지고 폭풍이 몰아쳤다!

바위, 철근, 자동차, 유리, 가로수!

온갖 잔해가 회전해 수십 미터 반경의 마수와 몬스터를 단숨에 갈아 버렸다!

쾅, 쾅, 콰아앙-

자잘한 마수나 몬스터는 1초도 버티지 못했다.

단숨에 육체가 터지고 뼈가 으스러져 다진 살덩어리가 되어 쏟아졌다.

그 위력은 천지 차이지만, 신동대문에서 이미 한번 봤던 각성력이다!

‘염동력장의 폭풍! 초능력 각성자!?’

순간 사령관은 잔해를 밟고 오우거를 향해 직선으로 달렸다!

쒜애애액-

전봇대, 자동차, 잔해!

온갖 잡동사니가 엄청난 속도로 날아왔다.

사령관은 물체가 날아오기도 전에 예지하듯 피했다!

크아, 크아아-

사방에서 오크와 고블린, 늑대가 염동력장의 폭풍을 피해 잔뜩 웅크린 채로 돌진했다.

달려드는 몬스터에게 손을 뻗자, 육체가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다.

장갑 낀 손이 닿는 순간.

육중한 오크, 두꺼운 늑대가 종이처럼 찢겨 절명했다!

‘육체 각성!?’

촤아아앙-

5층 건물 유리창이 박살 나 쏟아지고.

크아아아-

거대한 트롤이 괴성을 지르며 떨어졌다!

사령관은 물이 흐르듯 부드럽게 피해 내고 빙글 회전한 주먹으로 트롤의 육체를 때렸다.

콰드드득-

주먹이 닿는 순간 단단한 트롤의 피부와 근육, 내장이 소용돌이치듯 비틀렸다!

그리고 왈칵 쏟아져 나오는 피!

‘침투경! 무공!? 아니다. 단지 엄청난 내력을 때려 박은 거다!’

그러나 트롤의 재생력은 압도적!

제대로 된 기술 없이 쏟아진 내력을 버티고, 반사적으로 주먹을 내리찍었다!

순간 폭발하듯 치솟은 빛이 트롤을 삼켜 버렸다!

‘표상 오러! 오러 능력!?”

사령관에게서 생겨난 표상 오러 가 트롤의 반발장과 재생력을 날려 버렸다.

트롤은 선 채로 절명해서 죽어 버렸다!

크아아아아아-

이 순간 오우거의 피어가 담긴 포효가 터져 나왔다!

건물, 맨홀, 잔해 곳곳에 숨이 있던 병사들이 픽픽 쓰러져 나가는 순간.

사령관의 손이 허리를 스치고 총성이 터졌다.

탕, 탕, 탕-

푸른 마력광이 이글거리는 총알이 단숨에 공간을 넘어오우거의 머리, 목, 가슴으로 날아갔다!

‘마탄!’

크아아아아-

오우거는 포효하며 두 팔로 몸을 가렸다.

파스스스스-

순간적으로 최상급 몬스터의 강력한 반발장이 생겨났다.

하지만 마탄의 저주가 담긴 총알은 반발장을 단숨에 태우고 오우거의 팔에 박혀 들었다!

콰드드드득-

마탄의 저주는 오우거가 단 한 번도 겪지 못한 고통이 되어 신경을 태웠다.

끄어, 끄어어-

오우거는 겁먹은 강아지처럼 몸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사령관은 땅을 밟고 공중으로 뛰었고 공간을 넘어 도약했다.

팟, 파팟, 파팟-

섬광과 함께 연속으로 도약, 오우거 머리 위에 내려선 사령관.

크아아아-

오우거가 발작하듯 주먹을 날리는 순간.

사령관은 축구공을 걷어차듯 오우거 머리를 걷어찼다.

콰아아앙-

강철보다 단단한 오우거 머리가 두부처럼 으깨져 산산조각났다!

이 순간 허공에서 회전하는 염동력장의 폭풍이 하늘로 올라갔다.

콰아아아앙-

거대한 믹서 날처럼 굉음을 울리며 건물과 빌딩 외벽을 갈아 버린 염동력장이 텅 빈 하늘에 닿는 순간 폭발했다.

쾅, 쾅, 콰아앙-

염동력장의 폭풍은 수천, 수만 개의 포탄이 되어 우글거리는 마수와 몬스터를 꿰뚫었다!

우와아아아아-

이 순간 사방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우리는 승리한다!”

“오우거가 쓰러졌다!”

“게이트를 날려 버리고 서울을 되찾는다!”

병사들이 엄폐물에서 뛰어나와 목이 터져라 외치고 있었다.

천문석은 직감했다.

사령관은 각성자가 없는 이 세상의 유일한 각성자였다.

이태성, 장철, 추이린!

직접 만났던 1세대 헌터 모두를 압도하는 각성자다!

그것도 염동력, 예지, 육체, 무공, 오러, 마탄…… 모든 각성력을 극한까지 사용하는 다중 각성자였다!

‘이게 가능한 거야!? 아니, 그보다 이 사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쿵, 쿠우웅, 쿠우우웅-

이 순간 지진이 난 듯 땅이 요동쳤다.

그리고 반으로 꺾인 빌딩 너머 산을 짊어지고 움직이는 듯한 거대 괴수가 나타났다!

“거대 괴수가 나타났다!”

환호성을 지르던 병사 몇몇이 반사적으로 달려가며 외쳤다.

“가자! 괴수 유인조! 밥값 할 시간이다!”

“사령관님 모셔서 영광이었습니다!”

“끝나고 맥주 한잔 쏘세요! 사령관님!”

“친구들! 모두 살아서 보자! 하하하-.”

병사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거대 괴수가 있는 방향으로 질주했다.

콰카캉-

타타타탕-

곧 폭음과 총성이 터지고 먼지가 하늘 높이 솟구쳤다!

쿠우웅, 쿠웅-

거대 괴수의 땅을 울리는 진동이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폭음 사이사이 병사들의 단말마의 비명이 들려왔다.

“…….”

말없이 이 모습을 바라보던 사령관이 움직이려는 순간.

빌딩 위에서 다급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사령관님! 동대문팀에서 거대 괴수 유인에 실패했습니다! 바로 작전 시작한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지금 움직이셔야 합니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내려 시계를 보는 사령관.

[11시 55분]

팟, 팟, 팟, 팟-

순간 섬광이 연속해서 터지고 주위 풍경이 빠르게 변했다.

사령관은 연속 도약으로 순식간에 빌딩 옥상에 돌아왔다.

“시작한다!”

그리고 서울에 생겨난 다섯 게이트의 중심 광화문 게이트를 향해 돌진했다.

9차 서울 수복 작전이 시작됐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