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705화 (706/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705화>

“……부인이야.”

“네? 장주님 지금 뭐라고……?”

허준이 깜짝 놀라 반문하는 순간.

이원은 모두를 향해 크게 외쳤다.

“저기 웃고 있는 여량위! 내 아내야!”

순간 갑판 위 모두의 시선이 미친 듯이 웃고 있는 여량위에게로 모였다.

20대로 보이는 여량위!

40대로 보이는 이원!

“……?”

“……!?”

“……!”

모두가 황당해하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경악한 허준이 다시 한 번 외쳤다.

“네? 네!? 네에엣!?”

이원은 너무나 익숙한 의문이 가득 담긴 시선을 느꼈다.

‘절정의 경지에만 올랐어도 겉모습이 이렇게 차이 나지는 않았을 텐데!’

이원은 내심 탄식하며 주위를 돌아봤다.

“구라 아니고.”

“딸도 아니고.”

“친척도 아니다.”

“진짜 내 아내다.”

“그리고 나이는 내가 더 어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이원은 깊은 한숨과 함께 다시 한 번 확인해 줬다.

“하아- 내가 연하야. 여량위가 나보다 나이 많다고.”

“……!”

“……!”

충격이 고속선 갑판 위를 휩쓸고 정적이 내려앉았다.

이 정적 속에서 꼬맹이의 씩씩한 목소리와 여량위의 웃음소리만 울려 퍼졌다.

“이압! 특급 헌터와 정정당당히 싸우자!”

“하하하, 하하하하- 와, 진짜 미치겠네!”

여량위는 정말 즐겁다는 듯 특급 헌터를 가리키며 외쳤다.

“야, 너희들 모두 봤지! 이 꼬맹이가 나한테 주저하지 않고 달려드는 거!?”

순간 갤리선의 무사들이 일제히 외쳤다.

“봤습니다!”

“봤습니다!”

……

웃음을 뚝 그친 여량위는 돌연 진지한 목소리로 제안했다.

“꼬맹이! 너 진짜 마음에 든다! 우리 대륙 상단에서 일 안 할래?”

진교은에게 단단히 잡힌 특급 헌터는 용감하게 외쳤다.

“특급 헌터는 적과는 일하지 않는다!”

“나, 적 아닌데? 저기 뻘쭘하게 선 아저씨, 이원. 네 친구랑 부부인데?”

“앗! 부부면 신랑·신부!?”

특급 헌터의 경악한 시선이 닿는 순간.

이원은 고개를 끄덕여 긍정했다.

“맞아.”

“아, 적이 아니구나…….”

특급 헌터는 바로 대답했다.

“난 알바랑 철수형 사무실에서 일해서 안 돼.”

“알바? 이상한 이름이네. 뭐, 다른 사람이랑 일하면 어쩔 수 없지. 간만에 제대로 웃었네. 고맙다 꼬마야. 좀 있다가 내가 선물 줄게.”

여량위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이원을 보는 순간 얼굴이 무섭게 굳어졌다.

“뭐, 강호행을 간다고!?”

이원은 꿀꺽- 마른침을 삼키고 여량위 등 뒤를 힐끗 살폈다.

창백하게 질린 아들의 얼굴.

바짝 긴장한 상단의 정예 무사들.

게다가 타고 있는 갤리선도 상단이 보유한 경량 갤리선이다!

‘이걸 보고도 눈치채지 못했다니!’

방금 아들이 보인 이상행동의 이유가 짐작됐다.

아들 녀석은 갑자기 튀어나온 여량위에게 잡혀서 자신에게 경고한 거다!

‘아, 시바! 경량 갤리선을 보는 순간 바로 숨어야 했는데!’

그러나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흑사회주 여량위는 나라조차 움직이는 대륙 상단의 주인!

어떻게 여기서 도망친다 해도 갈 곳이 없었다.

여량위가 한마디 하는 순간 원대륙의 모든 나라, 군벌, 상단, 가문, 문파가 자신을 쫓을 테니까!

‘아니지, 그래도 명목상으론 내가 장주인데 위엄있게 말하면 먹히지 않을까!?’

이원은 바로 위엄을 담아 외쳤다.

“부인 그만하시오! 내게 천운이 닿았소! 강호행은 무인 이원으로서 반드시 해야 할…….”

여량위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호랑이처럼 성큼성큼 다가오며 주먹을 들었다.

“잘 생각해서 말해라.”

‘여기서 잘못 말하면 아작난다!’

이 순간 머리를 스치는 위기 회피 방법.

오래전 배웠던 대로 정신없이 말을 쏟아 내 혼을 쏙 빼놓는다!

“여량위! 내가 강호행을 꼭 가야 하는 이유 20가지를 말할 수 있다! 첫 번째로…….”

“한 줄로 간단히!”

여량위는 불끈 쥔 주먹을 내밀며 살벌하게 쏘아봤다.

이원은 마른침을 삼키고 바로 핵심을 외쳤다.

“천문석! 예전 청해성에서 우리에게 무공을 전수해 주신 스승님을 만났다!”

* * *

천문석!

이름을 듣는 순간 여량위는 즉시 멈춰 섰다.

‘먹혔구나!’

이원이 직감하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 돌아왔다.

“천문석이 누군데?”

‘아차!’

천문석이란 이름은 마지막에 단 한 번만 밝혔다.

그 전에 수없이 외쳐 기억에 각인된 이름은 따로 있었다!

“너 이 새끼. 이번에는 또 무슨 구라를 치려고!”

여량위의 목소리가 살벌해지는 순간.

이원은 재빨리 외쳤다.

“이세기! 청해성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던 이세기님을 만났다!”

“……!”

여량위는 경악으로 굳었고.

이원은 내심 환호했다.

‘됐다! 이제 잘 설득하기만 하면…….’

이 순간 날아오는 주먹!

후우우웅-

이원은 다급히 주먹을 피하고 외쳤다.

“으앗! 왜 이래! 이세기님! 장가장의 손님을 만났다니까!”

“하! 야! 네가 이세기 팔아먹은 게 몇 번이야!? 내가 또 속을 거 같냐! 자리 비우자마자 상단, 장원 모두 내팽개치고 도망치더니! 뭐? 강호행!?”

여량위는 호랑이처럼 돌진해 강기가 담긴 주먹을 휘둘렀다!

파아아앙-

이원은 주먹을 피해 갑판을 데굴데굴 구르며 외쳤다.

“이번엔 진짜야! 진짜 진짜라고!”

“됐고! 우선 맞자!”

분노한 여량위가 갑판을 울리며 돌진하고.

당황한 이원이 갑판을 미친 듯이 구르며 도망쳤다.

“이거 말려야 하는 거 아냐?”

허준의 말에, 최설은 고개를 저었다.

“부부싸움을 어떻게 말려? 저기 배 봐라.”

“……갤리선?”

허준은 고개를 돌리는 순간 봤다.

조금의 동요도 없이 등을 보이고 서 있는 백여 명의 무사들을!

이 익숙한 모습을 보는 순간 깨달았다.

이게 이원과 여량위 부부의 평상시 모습이라는 것을!

이때 이원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비켜! 거기 비켜 줘!”

싸움 구경하던 헌터들은 길을 열어 줬고.

도망치는 이원과 뒤쫓는 여량위가 그 사이로 달렸다.

“야! 너 안 서지!”

여량위가 분노를 터트리는 순간.

이원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잠깐만 증거 있다!”

그리고 재빨리 몸을 숙여 갑판에 기절한 이세기를 번쩍 들어 올렸다.

“증거는 무슨! 딱 열대만 맞……!”

주먹을 날리던 여량위는 돌연 멈춰 섰다.

“……!”

벌써 수십 년이 흘렀다.

그런데도 보는 순간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작은 지방 흑도 방파의 회주였던 자신에게 무공 비급을 전하고, 금은 재정거래라는 대륙 상단을 세울 방법을 가르쳐 주신 분!

이세기!

수십 년 전에 헤어질 때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모습으로 이세기가 눈앞에 있었다!

“이게, 이게……! 대체 어떻게!?”

여량위는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이원은 재빨리 품에서 서책을 꺼내 당당히 외쳤다.

“이세기님은 이 비급의 뒤를 전해 주시겠다고 약속하셨다!”

“……!”

수십 년전 청해성 소금 벌판에서 받은 비급!

여량위는 순간적으로 과거의 기억 속으로 빠져들었다.

초절정 고수의 비급을 받았다는 생각에 얼마나 격동했는가!?

그러나 비급의 내용은 마종권과 너무나 비슷했고, 몇 년을 수련해도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이세기에게 속았다고 생각해 이원을 찾아가 뒤집어엎었다.

이게 인연이 돼 이원과 백 년가약을 맺게 됐다.

그리고 이원이 일심으로 비급을 익히는 모습에 자신도 마음을 다잡고 비급을 익혔다.

때마침 금은 재정거래로 막대한 부가 쌓이기 시작할 때.

비급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습관처럼 수련을 이어 갔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자신이 절정의 벽을 넘어 초절정의 경지에 올랐다는 것을!

생각지도 못한 일에 환호하면서도 이세기에게 받은 비급 때문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이원은 여전히 벽에 막혀 있었고, 비급의 내용에 특별한 것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 모든 생각을 뒤집는 일이 생겨났다.

여량위는 문득 고개를 돌려 갤리선을 훑었다.

‘아버지! 도망치세요!’

이원에게 입 모양으로 연신 신호하는 아들.

무림의 명사를 초빙해 무공의 기틀을 잡아 주었으나 큰 성취를 보이지 못했다.

그런데 저 비급을 같이 익히는 순간 절정의 경지에 도달했다!

아들이 절정의 경지에 오르는 순간 여량위는 두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이원은 파멸적으로 무의 자질이 떨어진다는 것!

이세기가 준 비급은 평범에 비범을 숨긴 가치를 따질 수 없는 무가지보라는 것!

여량위는 정신을 잃은 이세기를 바라보고 바라봤다.

수십 년 전 모습 그대로 나타난 이세기.

이세기가 소금 벌판에서 헤어지며 했던 이야기가 선명히 떠올랐다.

‘훗날 선연이 이어져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 뒤를 가르쳐 주겠다.’

‘일기공!’

마음으로 외치는 순간.

여량위는 무인의 피가 끓어올랐다!

화상을 입을 듯 뜨거운 열기가 전신을 휘감고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자신은 예전의 흑사회주가 아니다.

원대륙과 타대륙을 아우르는 황금의 제국, 대륙 상단의 주인이 됐다.

그럼에도 자신의 본질은 무인!

초절정의 경지에 올랐음에도 끝없는 갈증을 느꼈다!

지금 그 갈증을 풀어 줄 무공, ‘일기공’을 익힐 기회가 왔다!

이원, 남편의 말이 맞았다.

무인이라면 이런 천운을 놓칠 수 없었다!

여량위는 이원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강호행 가라.”

“과연 여량위! 당신이라면 내 뜻을 이해할 줄…….”

여량위는 이원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몸을 돌려 고속 갤리선을 향해 선언했다.

“이 강호행 나도 같이 간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어딜 같이 가!?”

“네!? 어머니! 갑자기 무슨 말씀을……!”

이원이 경악하고 대 공자가 반문할 때.

여량위는 고개를 돌려 이세기의 배를 훑어봤다.

이원과 이세기.

용감한 꼬맹이, 특이한 무사들.

갤리선도 아닌데 노를 든 40여 명의 노잡이까지.

이세기의 배는 사람 수에 비해 비좁고 느렸다.

“뭐야, 갤리선도 아닌데 웬 노잡이가 이렇게 많아?”

고개를 갸웃한 여량위는 바로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접안하고 배 바꾼다!”

“네!”

“이 배에 있는 모든 물자를 우리 배로 옮긴다!”

“네!”

“최소 선원과 상단 서기를 제외하고 노잡이와 무사들은 모두 옮겨탄다! 바로 움직여라!”

“아니, 어머니 잠깐만……!?”

“잠깐! 아니 초절정 고수가 무슨 강호행이야!? 그냥 나 혼자 얼른 갔다 올게! 멈춰! 잠시만 멈춰!”

대 공자와 이원이 다급히 막으려 했으나, 여량위의 명령을 받은 무사들은 신속하게 움직였다!

기절한 천문석, 아카린, 새끼 여우와 짐이 갤리선으로 옮겨지고.

갤리선의 무사들과 노잡이, 고속선의 천문석의 동료들과 용역 헌터들이 자리를 바꿨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모두가 황당해할 때.

이원은 갤리선으로 옮겨타지 않고 외쳤다!

“생각해 보니까! 강호행 안 가도 될 거 같아! 그냥 혼자 다녀와!”

여량위는 이원을 낚아채 단숨에 갤리선으로 넘어갔다.

“으아악- 젠장!”

이원이 비통하게 외치는 순간.

여량위는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너희는 알아서 대륙 상단으로 돌아가라!”

그리고 넋이 나간 듯한 아들에게 말했다.

“우리가 강호행을 다녀올 동안 이가장 장주, 대륙 상단의 단주는 너다!”

대 공자는 번쩍 정신을 차리고 항의했다.

“아니, 어머니! 장원, 상단에 쌓인 일이 하나둘이 아닌데! 갑자기 이러시면 어떡해요!? 상단 서기! 빨리 단주님을 말려!”

대 공자의 항의는 조금도 먹혀들지 않았다.

“어차피 물려받을 것. 좀 빨리 물려받는다고 생각해라!”

하하, 하하하하-

여량위의 통쾌한 웃음소리가 빠르게 멀어졌다.

이원의 강호행.

아카린의 술 납품 계약.

천문석의 지구 귀환 계획.

여기에 초절정 고수 여량위라는 새로운 동료가 추가됐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