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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704화 (705/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704화>

포아아아앙-

퐁퐁이가 고속선 갑판에 멈추고 정신을 잃은 천문석이 내려지는 순간 사람들이 사방에서 달려 오며 외쳤다.

“이세기! 야, 이 새끼야!”

“너 죽은 거 아니지!?”

“죽으면 안 돼! 절대 죽으면 안 돼!”

“알바아아- 괜찮아? 멀쩡해? 살아 있어!”

“손님! 정신 차리세요!?”

“이세기 대인! 괜찮으십니까!”

……

가장 먼저 달려온 건 이세기에게 지구 귀환이 달린 용역 헌터들이었다.

왕체, 최림, 김기철 조폭 보스들은 재빨리 이세기의 맥박과 호흡부터 확인했다.

쿵, 쿵, 쿵-

후, 후우, 후우-

맥박이 뛰고 호흡이 살아 있다!

순간 하얗게 질린 얼굴에 핏기가 돌고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맥이 잡힌다!”

“숨 쉰다! 살아 있다!”

“이세기는 무사하다!”

우와아아아아-

“이세기가 살아 있다!”

“지구로 돌아갈 수 있다!”

용역 헌터들은 레이드라도 성공한 것처럼 환호성을 질렀다!

두 번째는 특급 헌터였다.

“알바아아!”

특급 헌터는 천문석의 가슴에 뛰어들며 외쳤다.

“알바아! 방금 특급 로봇 출동한 거 봤지? 봤지! 봤지!”

“역시 알바는 특급 알바야!”

“특급 알바가 주워다 준! 특급 로봇이 모두를 구했어!”

특급 헌터는 흥분상태였다.

계획이 완전히 먹혀들었다!

반짝이 말대로 특급 로봇이 깨어나지 않아도 괜찮았다!

퐁퐁이를 타고 높은 곳에서 특급 로봇을 떨어뜨리면 된다!

번개를 마구마구 쏘던 검은 뱀도 떨어지는 특급 로봇을 맞고 혼쭐이 났다!

특급 헌터는 정신없이 외쳤다.

“퐁퐁이! 반짝이! 사슴이! 모두 잘했어! 훌륭해! 아주 훌륭해!”

“알바! 이제 우리는 특급 쌩쌩이를 되찾을 수 있어!”

“나쁜 로봇 오면! 이번처럼 퐁퐁이 타고 특급 로봇 떨어뜨리면 돼!”

카캌카카카카캌-

특급 헌터는 완전한 흥분상태에서 천문석의 목깃을 잡고 마구마구 흔들며 웃음을 터트렸다.

쿵쿵, 쿵쿵쿵-

기절한 천문석의 머리가 갑판을 연신 두들길 때.

데이몽 발도가 재빨리 끼어들어 외쳤다.

“이세기 대인! 꼬맹이! 얼른 대인 몸에서 떨어져! 너 때문에 대인 돌아가시겠어!”

“뭐!? 그게 무슨 말이야?”

“네가 흔들어서 대인이 뒤통수로 갑판에 망치질하고 계시잖아! 이러다 훅 가겠어!”

“으앗! 진짜잖아!? 알바 머리에 혹이 생겼어!”

깜짝 놀란 특급 헌터가 손을 놓는 순간.

데이몽 발도가 재빨리 달라붙어 맥과 호흡을 다시 한 번 살폈다.

“어때? 알바 괜찮아!?”

“그냥 잠드신 것뿐이야. 괜찮다!”

주위를 둘러싼 허준과 이원, 진교은, 최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쉴 때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하류에서 갤리선이 나타났습니다!”

해적선!?

깜짝 놀란 최설은 후미 갑판으로 달려가 타륜을 잡고 외쳤다.

“우선 빠져나간다! 모두 움직여라!”

환호하던 헌터들이 노와 장대를 잡고 돛을 다시 펼쳐 고속선은 가속하기 시작했다.

최설은 빠르게 다가오는 갤리선을 살폈다.

버드나무잎 같은 유선형 선체, 돛대가 세 개나 솟아 있는 갑판.

게다가 선측으로는 대형 노 십여 개가 솟아 있었다.

범선과 노선의 장점을 합친듯한 모습.

전체적으로 날렵한 느낌의 고속 갤리선이었다.

보는 순간 바로 감이 왔다.

‘해적선은 아니다!’

이때 고속 갤리선에서 내력이 실린 외침이 들려왔다.

[그 배에 이가장의 장주님이 계십니까!]

“이가장? 이원 장주님! 저 외침!?”

돛 줄을 잡은 허준이 이원을 돌아보는 순간.

깜짝 놀란 이원이 외쳤다.

“나!? 설마……!”

이원은 한달음에 높게 솟은 선미 갑판으로 달려갔다.

낯익은 고속 갤리선 선수, 너무나 낯익은 얼굴들이 보였다!

적염성에서 헤어진 호위 무사와 상단에 있어야 할 정예 무사들!

그리고 그 선두에는 이가장의 대 공자, 아들이 있었다!

“뭐야, 너 왜 거기 있어? 상단 무사랑 배는 또 왜 여기에……?”

“당연히 장주님을 모시러 왔죠! 얼른 넘어올 준비 하세요!”

대 공자는 쉴 새 없이 눈을 끔뻑이며 손으로 갑판을 가리켰다.

‘이 녀석 갑자기 왜 이래?’

아들의 행동에 고개를 갸웃한 이원은 손을 흔들며 외쳤다.

“나는 손님. 아니, 스승님과 함께 강호행을 떠난다! 따라오지 마라!”

“장주님! 아니, 아버지! 지금 나이가 몇이신데 강호행이에요! 아버지 원래 뜻이 그게 아닌 거 잘 아니까! 얼른 넘어오세요!”

대 공자는 소리 없이 입 모양으로 말을 덧붙였다.

“ㅁㅁㅁ! ㅁㅁ ㅁㅁㅁㅁㅁ! ㅁㅁㅁ, ㅁㅁㅁ ㅁㅁㅁㅁ!”

이원은 고개를 갸웃하며 아들의 입 모양을 따라 말했다.

“아버지. 당장 넘어오세요? ㅁㅁㅁ, ㅁㅁㅁ가 왔어요?”

“야 누가 왔다는 거야!? 제대로 말해!”

이원이 크게 외치는 순간.

촤아아아-

부서진 파도가 갑판에 쏟아지고, 어느새 고속 갤리선이 닿을 듯 가까워졌다!

깜짝 놀란 이원은 위엄을 담아 명령했다!

[이가장의 장주로서 명한다!]

[나 이가장 장주 이원은 강호행을 떠난다!]

[무인의 결심은 그 누구도 꺾을 수 없는 법! 더 이상 따라오지 말아라!]

이 순간 천둥이 터진듯한 외침이 울려 퍼졌다!

[강호행? 지랄하고 있네!]

“……!”

고속 갤리선 선수에 가득한 무사들이 일제히 양쪽으로 갈라졌다.

그리고 검은 비단 장포에 호피 가죽을 걸친 여인이 나타났다!

나른한 표정으로 장죽을 물고 있는 젊은 여인!

여인이 선수를 향해 걸어오자, 무사들이 흠칫 놀라 고개를 깊이 숙이고.

선수에 섰던 대 공자가 재빨리 자리를 비켰다.

선수에 선 여인은 장죽을 한 모금 깊게 빨고 내쉬었다.

하아아아-

탄식 같은 숨이 새어 나오는 순간.

경악으로 굳어 있던 이원이 외쳤다.

“여량위!?”

“아니, 어떻게 여기에!?”

“분명 마탑 갔다고……!?”

“이게 어떻게 된 거야!?”

. ……

이원이 정신없이 말을 쏟아 내자.

여량위는 탁, 탁- 장죽을 털고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그건 알 거 없고. 빨리 결정해라.”

“뭐를……?”

이원이 반문하는 순간.

살기가 담긴 흉포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네 발로 건너올래? 아님, 내가 건너가서 다리를 부러트리고 끌고 올까!”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얼굴에서 튀어나오는 흉포한 외침과 살기!

이 간극에 헌터들과 최설과 허준이 바짝 긴장해 서로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허준이 바로 외쳤다.

“전투 준비!”

순간 갑판 위의 헌터들은 무기에 손을 가져다 대고 각성력을 끌어올렸다!

동시에 고속 갤리선의 무사들도 내력을 끌어올렸다!

어느새 나란히 하류로 나아가는 고속선과 갤리선 위, 수백 명의 살기가 서로를 향해 쏘아졌다!

당장이라도 폭발할듯한 긴장 속!

이원은 다급히 외쳤다.

“멈춰! 안 싸워도 돼! 설득할 수 있어!”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장주님!”

“뭐?”

쿵-

허준은 이원 앞으로 걸어 나오며 각성력을 담아 외쳤다.

“헌터는 절대 동료를 버리지 않는다!”

“……!”

“……!”

이 순간 용역 헌터들은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생각지도 못한 이상한 던전에 떨어져 미친 듯이 굴렀다.

그림자 마수에게 끌려 와.

까마득한 탑 위에 갇히고.

호랑이 일족의 죄수가 됐다.

난장판이 된 장원을 달리고.

이종족이 가득한 도시를 구르고.

미친 듯이 노를 젓고 장대를 밀었다.

이렇게 자신을 미친 듯이 굴린 이세기는 입만 열면 외쳤다.

‘빠릿빠릿하게 안 움직이지? 그냥 ‘버리고’ 간다?’

‘어, 눈빛이 불손한데? ‘버리고’ 그냥 나 혼자 갈까?’

‘벌점 먹여! 벌점 높은 놈은 그냥 여기다가 ‘버리고’ 갈 거니까!’

……

버리고!

버리고!

버리고!

그런데 지금 눈앞에 선 허준은 외쳤다!

‘헌터는 절대 동료를 버리지 않는다!’

‘버리지 않는다! ’

이 말을 듣는 순간 용역 헌터들은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느낌을 받았다.

부끄럽고, 민망하며, 울컥하고, 자랑스러운.

평생 처음 칭찬을 받은 아이처럼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

이때 다시 한 번 용맹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특급 헌터는 동료를 버리지 않는다!”

순간 용역 헌터들은 각성력을 담아 일제히 외쳤다!

“헌터는 절대 동료를 버리지 않는다!”

“헌터는 절대 동료를 버리지 않는다!”

……

용역 헌터들은 이원에게 달려와 철벽을 쳤다!

수십 명의 헌터와 무사들.

이들이 만들어 내는 각성력과 내력이 충돌했다!

일촉즉발!

당장이라도 격전이 시작될 것 같은 긴장 상황!

이원은 다급히 제지했다.

“그만! 그만해! 저 무사들은…….”

허준과 특급 헌터는 동시에 이원의 말을 끊고 외쳤다.

“장주님! 괜찮습니다!”

“맞아! 괜찮아!”

“아니, 그게 아니라!”

“종사협골향(纵死侠骨香)! 협객의 의기는 죽어서도 향기를 남기니!”

“특급 헌터는 적과는 타협하지 않으니!”

비장한 외침과 함께 허준과 특급 헌터는 동시에 검을 뽑고 외쳤다!

쩌엉-

퐁, 퐁, 퐁-

“장주님을 원하면, 우리와 먼저 싸워라!”

“특급 헌터는 적 앞에서 물러서지 않는다!”

구으으-!

띠디딛-!

구으응-!

우와아아아아-!

고속선 갑판에서 터진 함성이 대기를 뒤흔들었다!

“……!”

이원은 순간적으로 말문이 탁 막혔다.

이때 여량위는 연기를 훅 내뿜으며 말했다.

“야, 거기 꼬맹이. 너 진짜로 안 물러서냐?”

“당연하지! 특급 헌터는 절대로 적 앞에서 물러서지 않아!”

특급 헌터가 씩씩하게 외치는 순간.

여량위의 기세가 일변했다.

거대한 파도처럼 치솟는 기세!

성큼 한 걸음 나서는 순간 호피가 저절로 벗겨져 뒤로 날아가고 장포가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다!

갑판에 발이 닿는 순간 터지는 진각!

쿠우우우웅-

배가 무너질 듯 요동치고.

촤아아아아-

높게 치솟은 파도가 비처럼 쏟아져 시야를 가렸다!

시야가 되살아났을 때.

여량위는 어느새 배를 건너와 고속선 난간에 서 있었다.

그리고 태산이 무너지는 듯한 엄청난 위압감이 쏟아졌다!

거대 괴수 이상의 존재감!

상상을 초월하는 강자다!

경악한 모두가 자신도 모르게 주춤 물러설 때.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터졌다.

“하늘을 잇는다!”

특급 헌터는 용맹하게 외치며 돌진했고, 그 뒤로 사슴이, 반짝이, 퐁퐁이가 따랐다!

여량위는 내력이 담긴 두 손을 펼치며 외쳤다.

“그래 와라!”

여량위의 손에는 만져질 듯 선명한 빛이 담겨 있었다!

유형화된 강기, 수강!

경악한 허준이 특급 헌터를 낚아채 뒤로 던지며 돌진하고.

헌터 사이에서 뛰어나온 최설과 진교은이 특급 헌터를 잡은 채 갑판 위를 굴렀다!

까앙-

허준의 오러 가 담긴 검은 여량위의 수강에 닿는 순간 단숨에 부러져 나갔다!

충격의 여파가 오러를 뚫고 내부를 뒤흔들었다!

당장이라도 주저앉을듯한 뒤흔들리는 몸!

그러나 여기서 물러서면 뒤가 위험하다!

허준이 이를 악물고 오러를 끌어올리며 재차 돌진하려는 순간.

짝짝짝-

돌연 박수를 치며 웃음을 터트리는 여량위.

하하하, 하하하하하-

여량위는 방금까지의 위압적인 모습이 거짓말인 것처럼. 너무나 즐거워하는 얼굴로 웃음을 터트렸다!

어느새 갤리선의 무사들은 무기와 살기를 거두고 물러선 상황.

뻘쭘해진 헌터들도 하나둘 각성력을 갈무리했다.

그리고 최설과 허준, 헌터들의 의문 어린 시선이 이원에게 모였다.

이원은 짧은 한숨과 함께 웃고 있는 여량위를 가리켰다.

“……내 부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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