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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701화 (702/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701화>

파아아아아-

사령 화로가 피할 틈도 없이 뒤통수로 날아왔다!

그러나 지금 여기에 있는 사람은 허공도의 경계를 벗어나 의식이 흐려진 제사장이 아니라 꿈에서 깨어난 아마르였다!

아마르는 이미 몸을 돌려 지팡이를 휘두르고 있었다!

그러나 지팡이에 닿은 건 사령 화로가 아니었다.

팅-

용과 별이 그려진 검은 동전이었다.

“흑전! 야, 이 미친……!”

경악한 아마르가 외치는 순간 흑전에 담긴 업이 인과를 뒤틀었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사령 화로가 튀어나와, 뭘 어떻게 할 틈도 없이 아마르의 머리를 때렸다!

까앙-

엄청난 충격에 시야가 하얗게 변하고, 단숨에 화염과 주술력이 화로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의식이 훅- 날아가려는 순간.

아마르는 이를 악물고 수인을 짚었다.

수십 겹의 방어 술식이 단숨에 바스러져 사령 화로로 빨려 들어갔다.

사령 화로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인과를 비트는 흑전의 힘이다!

‘이대로면 정신을 잃는다!’

직감하는 순간 아마르는 명운을 담아 지팡이를 휘둘렀다!

팅, 깡-

얼굴 앞에서 회전하는 흑전과 사령 화로가 튕겨 나가고 의식이 아득히 흐려졌다!

다시 꿈속으로 빠져드는 순간.

아마르는 지팡이로 스스로의 다리를 때렸다.

콰지지직-

새파란 뇌전이 다리를 지지는 고통에 간신히 정신줄을 붙잡았을 때.

파아아아아-

아마르는 강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마음에서 마음으로 절절한 목소리가 전해졌다.

‘미안하다!’

‘이거 절대 내 본의가 아냐!’

‘인과의 고리를 잇기 위해서야!’

‘어쩔 수 없이 한 거야! 절대로 내가 일부러 그런 거 아냐!’

……

아마르는 날아가려는 정신줄을 붙잡은 채로 마음으로 외쳤다!

‘와, 뭐!? 흑전을 던져 인과를 비틀어 놓고 어쩔 수 없었다고!?’

‘이게 진짜 입만 열면 구라야!’

‘밑에서 딱 기다려!’

‘절대 어디 가지 말고 기다려!’

“또 도망치면 내가 절대 그냥 안 둔다! 끝까지 쫓아갈 거야!”

아마르가 분노를 담아 외치는 순간 다시 한 번 이글거리는 화염이 치솟았다!

“야, 참아! 지금 화염! 화염 멈춰야 해!”

“뭐!? 너 또 무슨 구라를…….”

이 순간 하늘에서 떨어지던 사령 화로가 다시 한 번 화염 향해 날아와 아마르를 때렸다.

까앙-

더는 버틸 수 없었다.

아마르는 완전히 정신을 잃고 기절했다.

“하아- 이렇게 믿음이 없다니.”

깊게 탄식하며 손을 뻗어 허공을 휘젓는 대사형.

탁-

흑전을 회수한 대사형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아마르와 사령 화로를 바라봤다.

조사님이 우주로 날려 보낸 사령 화로를 회수하려면 다른 방법이 없었다.

사령 화로는 화염에 이끌린다.

그냥 화염이 아닌 허공도의 제사장이 사용하는 푸른 화염 같은 영성(靈性)이 담긴 화염에!

하지만 하늘의 인과가 이렇게 이어질지는 자신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원래 계획은 조사님이 청염의 뱀에게 결정타를 넣는 순간 재빨리 균열을 열고, 영성을 가진 푸른 화염, 청염(靑炎)에 이끌린 사령 화로를 회수하는 거였다.

그러나 청염의 뱀은 검은 뱀으로, 검은 뱀은 흑룡으로 너무 빨리 진화했다.

게다가 조사님이 일방적으로 원거리 공격으로 얻어터지고 근접 개싸움을 펼쳐서 어떻게 끼어들 틈이 없었다.

허공도의 제사장이 화염을 불렀을 때가 사령 화로를 회수할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였다.

그래서 균열을 열고 아마르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이 세계에서 자신과 아마르는 만나선 안 됐다.

어쩔 수 없이 흑전으로 인과를 비틀 수밖에 없었다.

사령 화로에 두 번이나 강타당한 아마르는 방금의 기억이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하지 못할 것이다.

“미안하다. 아마르.”

대사형은 아마르에게 다시 한 번 사과하고 하늘을 바라보며 달렸다.

이제 마무리를 지어야 할 때다!

지금 하늘에서는 네 존재가 떨어지고 있었다!

-화염을 삼킨 사령 화로.

-사령 화로를 맞고 기절한 아마르.

-조사님을 삼킨 흑룡과 거기에 뒤엉킨 타이탄.

-흑룡을 향해 돌진하는 어린 하늘 고래.

그리고 잿더미가 된 갈대밭에선 자신이, 강에선 고속선이 질주하고 있다.

서로의 목적은 다르기에 충돌한 일은 없다.

하지만 이곳에는 개파조사님이 얽혀 있었다!

어떤 사건·사고, 변수가 생겨 다시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될지 몰랐다.

지금 멀리 강 하류에서 갑자기 나타난 날렵하게 생긴 갤리선처럼 말이다!

누군가 또 다른 인물이 등장했다!

‘사령 화로를 확보하는 즉시 튄다!’

마음의 결정을 한 대사형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존재들의 궤적을 눈으로 좇으며 전력으로 달렸다.

가장 먼저 떨어진 건 기절한 아마르였다.

첨벙-

강물에 떨어진 아마르는 물살에 실려 하류로 빠르게 떠내려갔다.

그러나 아마르는 걱정할 게 없었다.

하류에 나타난 갤리선을 향해 떠내려가고 있었으니까.

두 번째로 떨어진 건 뒤엉킨 타이탄과 하늘 고래였다.

촤아아아아-

조사님과 흑룡, 타이탄.

하나로 뒤엉킨 셋이 파도를 크게 일으키며 강 중앙에 떨어졌다.

포아아아앙-

그리고 뒤이어 하늘 고래가 수직으로 강을 향해 파고 들어갔다.

조사님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하늘 고래가 따라 들어갔고, 고속선이 선수를 돌려 강 중앙으로 움직였으니까!

이제 남은 건 사령 화로뿐!

콰아아아-

화염에 휩싸인 사령 화로는 아직 불꽃이 남아 있는 강변 습지에 떨어졌다!

팡, 파앙, 파아앙-

사령 화로의 화염과 습지의 물이 만나 폭음이 터지고 수증기가 쏟아졌다!

자욱한 수증기가 깔리는 순간.

대사형은 강변 습지에 도착했다.

수증기 속으로 뛰어드는 즉시 입문검을 찔러 넣어 원을 그렸다.

휘이이잉-

원안으로 빨려 든 수증기가 단숨에 물방울이 되어 쏟아지고 엄청난 열기가 느껴졌다!

허공도의 제사장과 칭지드의 제사장.

꿈과 현실의 두 제사장의 악몽과 화염을 삼킨 사령 화로는 백광을 뿜어내며 작열하고 있었다!

엄청난 열기에 습지의 물기와 대기에 깔린 자욱한 수증기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대사형은 사령 화로를 향해 전진하며 입문검을 펼쳤다.

일곱 걸음 걸어가는 동안 천원에서 지원으로 일곱 번 꺾여 떨어지는 검!

공간이 잘려 나가고 쏟아지는 열기가 끊기는 순간.

백열 하는 사령 화로를 향해 검을 찔러 넣는다!

쩌어엉-

공간을 뚫고 들어간 입문검은 사령 화로 바로 앞, 종이 한 장 간격을 두고 멈췄다.

화르르르르-

엄청난 열기가 검을 타고 올라와 검신이 하얗게 달아올랐다!

이 순간 작열하는 검신이 원을 그리고, 대지를 디딘 두 다리가 가볍게 굽혀졌다.

이 작은 움직임만으로 거대한 흐름이 생겨났다.

하늘에서 땅으로 쏟아지는 햇빛처럼, 굽이굽이 강줄기를 타고 흐르는 물처럼.

입문검을 타고 올라온 화염은 대사형이 만든 거대한 흐름을 타고 대지를 흐르는 용맥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파스스스스-

작열하는 백광이 천천히 사라지고.

핑그르르르-

제자리에서 회전하는 사령 화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침내 사령 화로를 손에 넣었다!’

대사형은 만감이 교차하는 눈으로 사령 화로를 봤다.

처음 경계를 넘어 적염성에 올 때는 사령 화로를 얻는 게 이렇게 힘들 줄 상상도 못했다.

멀리서 개파조사님이 만드는 난장판을 구경만 하다가 슬쩍 하면 되겠지 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내 사제, 데이몽 발도가 조사님과 얽혀 들어가며 조사님의 불운이 한 다리 건너 자신에게까지 미쳤다!

그러나 그것도 이제 끝이다!

사령 화로를 마침내 얻었으니까!

카카카카카-

대사형이 웃음을 터트리는 순간.

그으으윽-

사령 화로가 회전을 멈추고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완전히 망가진 모습으로!

우주로 쏘아지고, 수백 개의 균열을 넘나들며 가속했다.

게다가 허공도의 제사장, 칭지드의 제사장과 충돌하기까지 했다.

사령 화로는 곳곳이 깨지고 바스러진 채로 삼켰던 어둠을 토해 내고 올리고 있었다.

대요마의 영과 혼, 감정마저 빨아들여 불태우는 신기가 사령 화로다.

그러나 이제는 화로가 아닌 그냥 고철 덩어리로 보였다.

하지만 전혀 실망스럽지 않았다.

원래 이렇게 망가진 모습으로 자신의 손에 들어오는 게 맞으니까!

가볍게 손을 뻗는 순간 망가진 무쇠 화로가 날아와 손에 잡혔다.

대사형은 미소 지었다.

이 망가진 무쇠 화로는 끊어진 인과의 사슬을 잇는 고리이다.

아니, 이 망가진 무쇠 화로를 고치는 과정이 더 중요했다.

이 무쇠 화로를 수리하기 위해 영계, 환계, 명계…… 수많은 경계를 넘나드는 길고 장대한 모험을 하게 된다.

이 모험에 함께할 동료들이 눈에 선했다.

사제, 무사인 카이류.

막내 사제, 데이몽 발도.

산속 작은 사당에서 이를 갈고 있을 신입 제사장, 아마르.

……

힘들고, 어렵고, 황당한, 어이없을 정도로 거대한 모험이 끝나는 순간.

망가진 무쇠 화로는 다시금 제 모습을 찾게 된다!

그 날의 일이 마치 보고 있는 듯 두 눈에 그려졌다.

산더미처럼 쌓인 고구마와 타란을 무쇠 화로로 구워 동료들과 마을 꼬맹이들과 나눠 먹는다.

자신은 어이없어하는 사제들과 제사장 소녀를 향해 웃으며 말할 것이다.

‘이거 불 조절이 끝내줘! 고구마, 타란 굽는데 최고야!’

그리고 무쇠 화로는 대륙, 차원, 시공간을 넘나들며 수많은 존재를 거쳐 다시 돌아오게 된다.

메이스를 내려쳤다가 헤드에 화로가 붙어 버려 황당해하는 용병에게로.

하하하하하-

이 순간 대사형은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하늘의 인과는 천원을 보는 자신조차 모두 헤아릴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사소한 일상이 자신이 적염성에 온 이유 중 하나, 이으려 하는 인과의 고리였다.

고난이 닥치고 힘든 시절이 왔을 때.

미소 짓게 하고 그 고난을 헤쳐나갈 힘을 주는 건 이런 사소한 일상의 기억이니까.

황제, 무사인 카이류.

검성, 데이몽 발도.

칭지드 봉우리의 아마르.

긴 고난을 겪을 사제들과 친구에게 필요한 것 또한 이런 사소한 일상이었다.

대사형은 문득 고개를 돌려 강을 바라봤다.

그리고 사령 화로, 인과의 고리를 자신에게 전해 주신 개파조사님을 향해 정중히 고개 숙였다.

“화로 감사합니다! 조사님!”

조사님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대신 고속선에 가득한 사람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이세기 보이냐!?”

“나이트 아머 보인다!”

“흑룡 조심해!”

“같이 뒤엉켜 떨어졌어!”

“흑룡은 보이지 않아!”

“사라졌다! 흑룡은 없다!”

“수심이 깊지는 않다!”

“밧줄부터 내리자!”

“손님! 제가 갑니다!”

“이세기 대인! 제가 구해 드리겠습니다!”

“알바아아! 괜찮아? 퐁퐁이! 얼른 알바 꺼내봐!”

고속선에서 강으로 뛰어내리는 수많은 사람!

이들 중에 너무나 익숙한 얼굴들도 보였다.

“와, 데이몽! 이 뺀질이 녀석! 바로 뛰어드네!”

대사형은 피식 웃었다.

이때 강에서 푸른 마력광이 치솟고 폭음이 터졌다.

촤아아아아-

높게 치솟은 물속에서 튀어나온 어린 하늘 고래.

어린 하늘 고래는 축 늘어진 조사님과 함께였다.

그리고 멀리 강 하류에 멈춰 선 갤리선에서도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으앗! 저기 사람 떠내려온다!”

“구명정, 장대 준비해! 사람부터 건지자!”

갤리선에서 보트가 내려지고, 물살에 떠내려가던 아마르를 장대로 건지는 모습이 보였다.

이로써 개파조사님이 일으킨 난장판이 마침내 일단락했다.

대사형은 흠뻑 젖은 채 고속선 갑판을 오르는 막내 사제를 향해 작별 인사를 했다.

“막내 사제 수고하고. 강해져서 돌아와라! 카카카카카-.”

그리고 몸을 돌려 적염성으로 돌아가기 전, 문득 고개를 돌려 주위를 돌아봤다.

잿더미가 된 갈대밭.

갤리선에 구해진 꿈에선 깬 아마르.

하늘 고래에게 구해져 고속선에 내려진 조사님.

조사님에게 달려드는 수많은 사람.

그리고 전력으로 노를 저어 고속선으로 다가오는 갤리선.

이 모든 곳에서 끝을 헤아릴 수 없는 하늘의 인과가 느껴졌다.

대사형은 지금 느끼는 하늘의 인과가 어디서 기원한 것인지 이미 알고 있었다.

전생, 현생, 후생.

삼생의 인과가 뒤엉켜 탄생한 일기일원공.

일기일원공이 스승님께 전해지는 순간을 찾아, 경계를 넘어 지금 이곳 미래의 적염성으로 왔다.

대사형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어느새 비가 그치고 태양이 뜬 푸른 하늘 너머로 수없이 많은 별이 그려내는 천기가 보였다.

거대한 불운의 별이 작은 불운의 별들과 만났다.

이제 곧 끊겼던 인과의 사슬이 이어지고, 천원좌, 하늘의 끝에 오르기 직전 스스로 멈췄던 자신의 운명은 다시금 흐르게 된다.

이 순간 스스로의 운명과 삼생의 인과가 너무나 선명하게 느껴졌다.

천원좌, 정점에 오르는 순간 스스로 모든 것을 포기하고 뛰어내려.

필멸자로 다시 한 번 세계의 나무 위를 걷게 된다.

천원의 힘을 잃겠지만, 조금도 아쉽지 않았다.

필멸자로 세계의 나무를 걷는 동안 만나게 될 이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황제가 된 무사인 카이류.

검성이라 불리게 될 데이몽 발도.

한 자루 창으로 빚쟁이를 잡으러 다닐 창잡이.

신념의 불길로 대륙을 밝힐 강철의 기사.

도박꾼, 사기꾼, 웃음이 근사한 엘프들.

불운이 따라다니는 마법사.

온갖 사고를 치고 다닐 노움.

……

수많은 이들과 만나 가슴 뛰는 모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만나게 된다.

신나는 웃음소리와 함께 바퀴 달린 악어를 타고 달릴 꼬맹이를.

귀 끝을 발갛게 물들인 채 자신의 뒤를 따라 조심조심 걷는 소녀를.

너무나 그리운 지구의 음식이 가득 차려진 상을 내주고 빙그레 자신을 바라볼 그녀를.

삶은 끝이 정해져 있으나, 그 본질은 무한히 이어지니.

고통과 고난에 잠시 슬퍼해도, 결국, 크게 웃고 즐거워하리라.

그렇기에 혼돈에서 영혼육백을 태워 세계의 나무를 키워내신 그분의 바람대로!

자신은 신나고! 즐겁게! 최선을 다해서 놀 것이다!

적염성에서!

막내 사제가 잠시 자리를 비워 상황이 꼬였지만, 적염성에는 막내 사제가 돌아올 때까지 대신할 사람들이 이미 있었다.

하누만 농악대!

난장판을 만드는 데는 일가견이 있는 녀석들!

적염성은 다시 한 번 거대한 난장판이 될 것이다!

처음이 일기일원문의 개파조사님이시라면.

이번에는 일기일원문의 대사형의 손에 의해서!

카카카카카캌-

대사형은 통쾌한 웃음을 터트리며 류호와 미호를 내려 둔 진법을 향해 달렸다!

이번 난장판의 시작이자 끝.

미호 스노우볼을 굴리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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