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700화>
포아아아앙-
아무것도 하지 않고 흑룡의 머리를 지나쳐 하늘로 날아가는 퐁퐁이, 반짝이, 사슴이.
“……쟤네들 뭐 하는 거야?”
자신도 모르게 말하는 순간.
흠칫 놀란 천문석은 다급히 외쳤다.
“야, 잠깐만! 이 꼬리 좀 풀어 주고 가!”
그러나 퐁퐁이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포아아아아아아아-
로켓 폭음은 빠르게 멀어졌고 곧 퐁퐁이는 까마득한 하늘 높이 날아갔다.
“…….”
-……
천문석과 흑룡은 하늘 높이 치솟는 하늘 고래를 한참 동안 멍하니 바라봤다.
쟤들 왜 나타난 거지?
뇌전은 왜 뚫고 날았지?
하늘로는 왜 올라간 거야?
도대체 왜, 왜, 왜!?
……
수많은 질문이 머릿속에서 뒤엉키는 순간.
천문석의 머릿속에서 섬광처럼 번뜩이는 말이 있었다.
‘인생은 독고다이야!’
그렇다! 인생은 독고다이다!
타인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 헤쳐나가야 하는 게 인생이다!
퐁퐁이가 그냥 간 건 어이없지만, 긍정적인 면도 있었다.
뇌전을 뚫고 돌진해 아무것도 안 하고 하늘로 치솟은 동물 친구 셋!
자신만 황당한 게 아니다.
흑룡도 넋을 놓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흑룡이 다른데 정신을 팔자, 어느새 몸을 옥죄던 꼬리가 느슨해졌다!
기회다! 모든 힘과 내력을 끌어올려 단숨에 빠져나간다!
‘이야얍! 이야아아아얍-!’
천문석은 마음으로 기합을 지르며 은밀히 힘과 내력을 모았다.
그리고 끌어모은 내력을 한 번에 터트리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일이 터졌다.
포아아아아앙-
멀어지던 로켓 폭음이 다시 가까워지고.
파아아아아아-
퐁퐁이는 바람을 가르고 수직으로 떨어졌다.
콰카카카카쾅-
흑룡은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뇌전을 쏟아부었다.
이 최악의 타이밍에 천문석은 악을 쓰며 내력을 터트렸다.
으아악-
잔뜩 힘이 들어간 복부에 주먹을 날린 꼴이었다.
흑룡이 뇌전을 쏘는 순간 끌어모은 힘과 내력은 허무하게 흩어지고, 흑룡의 꼬리는 당장이라도 가루로 만들어 버릴 듯이 몸통을 조여 왔다.
위기의 순간!
하지만 천문석은 고통이 아니라 분노를 느꼈다.
남자라면 아니, 한국 사람이라면 절대 참지 못하는 게 있다!
킬 각, 궁 각.
한타 타이밍!
각, 타이밍. 기회를 날려 버리는 것!
“젠장! 못해 먹겠네! 야, 타이밍! 어 타이밍은 맞춰야 할 것 아냐!”
천문석이 진심으로 분노하는 순간, 흑룡의 교활한 시선이 하늘에서 꼬리로 움직였다.
그리고 ‘각’이 나왔다!
퐁퐁이의 궤적과 흑룡의 머리와 몸통이 겹치고.
사슴이가 물고 있는 펜던트가 이 궤적에 걸렸다!
이 순간 반짝이가 쑥 뻗은 기다란 더듬이가 펜던트에 닿았다!
그리고 타대륙의 마법과는 궤를 달리하는, 스카라베 지하 왕국의 마법이 발현됐다!
파파파파파팟-
섬광이 쉴 새 없이 터지고.
띠딛디디딛디-
기계음 영창이 완성됐다!
이 순간 펜던트 앞에 푸른 균열이 생겨났다.
이 균열에서 푸른 마력광에 물든 거대한 강철 덩어리가 튀어나와 떨어졌다.
흑룡의 머리를 향해서!
* * *
콰아아아아아아-
푸른 마력광에 물든 거대한 강철 덩어리가 유성처럼 떨어져 내렸다.
흑룡의 머리를 향해서!
흑룡이 시선을 돌린 찰나의 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천문석은 퐁퐁이, 반짝이, 사슴이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의 이유를 알아챘다!
‘타이밍을 잡아 흑룡의 의표를 찔렀다!’
그리고 완벽한 타이밍을 잡았다!
“잘했다! 카캬카카카-.”
천문석이 미친 듯이 웃음을 터트릴 때.
흑룡의 뿔에서 엄청난 뇌전 다발이 쏟아졌다!
거대한 빛의 기둥 같은 뇌전이 하늘로 쏘아졌다!
‘이 녀석 힘을 숨기고 있었다!’
깜짝 놀란 천문석이 움직이려 할 때.
콰카카카캉-
거대한 뇌전의 기둥이 푸른 마력광에 물든 강철 덩어리를 때렸다!
그리고 꺼지듯이 사라졌다!
경악한 흑룡이 뇌전을 연속해서 쏟아부었다!
콰카카카카카캉-
그러나 결과는 같았다.
강대한 뇌전은 강철 덩어리에 닿기도 전에 푸른 마력광과 충돌해 사라졌고, 곧 거대한 인력이 생겨나 흑룡을 끌어당겼다!
흑룡은 미친 듯이 발버둥 치며 뇌전이 끝없이 뿌렸다.
뇌전을 맞을수록 푸른 마력광은 점차 사라졌다.
푸른 마력광이 완전히 사라지는 순간 그 안에 있던 거대한 강철 덩어리의 본모습이 드러났다.
얼굴을 숙이고 팔로 다리와 몸통을 감싼 안은 거대한 강철 거인.
일곱 색의 핏자국과 격전의 흔적이 곳곳에 남겨져 있고, 외장갑에 새겨진 마법 회로가 숨 쉬듯 빛났다.
천문석은 강철 거인을 보는 순간 깨달았다.
세기말 북한산.
초월적 존재가 탔던 나이트 아머.
자신이 주워서 특급 헌터에게 준 나이트 아머가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특급 헌터의 동물 친구들과 함께 나타난 나이트 아머.
그렇다면 이 나이트 아머에 타고 있을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
“특급 헌터!?”
천문석은 환호했다!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러나 이 나이트 아머는 북한산에서 신적 존재들을 파리 잡듯 때려잡았다!
흑룡 정도는 주먹질 한두 방이면 끝장낼 수 있다!
카캬카카카카-
천문석은 하늘을 향해 미친 듯이 웃었다.
‘특급 헌터가 특급 로봇을 타고 왔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
모든 것을 끝장낼 진정한 기계 장치의 신이 등장했다!
그러나 천문석의 기대와는 달리 나이트 아머 안에는 아무도 타고 있지 않았다.
아니, 탈 수가 없었다.
머릿돌의 힘으로 만들어진 빛의 파도를 빨아드려 연료는 채워졌으나.
타이탄은 여전히 시동이 꺼진 채로 잠들어 있었으니까.
이렇게 시동이 꺼져 손가락 하나 까닥할 수 없는 마도 제국 타이탄 0번기.
황제 전용기 강철은 거대한 철퇴가 되어 흑룡의 머리로 떨어졌다.
띠디디딛-!
반짝이의 계획대로!
* * *
“어, 너무 빠른 거 같은데?”
고개를 갸웃한 천문석은 나이트 아머를 향해 외쳤다.
“특급 헌터 너무 빨라! 속도 줄여!”
그러나 대답이 돌아오지도 속도가 줄어들지도 않았다.
나이트 아머는 기이한 인력으로 흑룡을 꽁꽁 옭아매고 유성처럼 떨어지고 있었다.
천문석은 뭔가 잘못됐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바로 한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나이트 아머 안에 아무도 없다면!?’
순간 자신이 완전히 잘못 생각했다는 걸 깨달았다.
나이트 아머를 조정할 수 있었다면, 퐁퐁이가 하늘로 올라가 흑룡의 머리에 떨어뜨리듯이 소환했을 리 없다!
저 나이트 아머는 그냥 돌이다!
성벽에서 떨어뜨리는 돌처럼 적의 머리를 향해 떨어지는 돌!
“야, 이 미친! 이거 누구 계획이…….”
모든걸 깨달은 천문석이 외치는 순간 떨어지는 나이트 아머와 흑룡의 머리가 충돌했다!
콰아아아앙-
나이트 아머와 흑룡은 하나로 뒤엉켜 강으로 추락했다!
이 순간 느껴졌다!
나이트 아머와 충돌하자, 흑룡의 힘이 급격히 약해지고 있다!
파스스슥-
어둠이 겹겹이 쌓여 뭉친듯한 육체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어느새 몸을 옥죄던 꼬리는 풀린 상황.
천문석은 재빨리 꼬리를 잡고 기어 올라 흑룡의 몸통 위를 달렸다.
허공도의 제사장이 있는 곳으로!
흑룡의 몸 곳곳에서 어둠이 검은 연기처럼 흩날렸다.
본질을 담는 그릇에 금이 가고 있다!
이 상태라면 굉천수의 섬광 없이도 제사장을 빼낼 수 있다!
천문석은 한달음에 몸통으로 달려가 강철봉부터 박아 넣었다!
소리도 없이 어둠을 뚫고 박히는 강철봉!
천문석은 흑룡의 어둠 속으로 손을 뻗어 허공도의 제사장을 끌어당겼다.
어둠이 끈적끈적한 늪처럼 달라붙는다!
이야압-!
악을 쓰며 단숨에 제사장을 빼내 번쩍 들어 올린 순간.
촉수처럼 솟구친 어둠이 다시 제사장을 잡기 위해 뻗어 나왔다.
강철봉을 찔러 어둠을 터트리고 주위를 살폈다!
흑룡은 나이트 아머에 찰싹 달라붙은 채 강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대로 딸려 들어가면, 자신은 버텨도 기절한 제사장은 끝장이다!’
이때 하늘에서 원을 그리는 퐁퐁이가 보였다.
천문석은 하늘을 향해 외쳤다!
“퐁퐁이! 여기야! 좀 도와줘!”
포아아아아-
곧 로켓음이 커지고 퐁퐁이가 빠르게 날아왔다.
“여기 위험해! 스쳐 지나가! 내가 알아서 붙잡을게!”
포아, 포아아앙-
퐁퐁이는 커다랗게 원을 그리더니 흑룡이 추락하는 궤적을 따라 돌진했다!
30, 23, 17, 11, 7, 3미터!
순식간에 가까워지는 퐁퐁이!
천문석은 제사장을 어깨에 걸친 채로 흑룡 위를 달려 퐁퐁이를 향해 도약했다!
이 순간 폭발하듯 튀어나온 어둠의 촉수가 천문석의 발목을 낚아챘다!
이야압-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어깨에 걸쳐 맨 제사장을 퐁퐁이에게 던졌다.
“부탁한다!”
빛의 막이 터져 나와 제사장을 품는 순간.
어둠의 촉수에 발목이 잡힌 천문석은 흑룡의 몸통 안, 어둠 속으로 끌려들어갔다.
검은 어둠이 시야를 가리고, 마치 잠에 빠져들 듯이 모든 감각이 아득하게 멀어졌다!
반사적으로 강철봉을 찌르려는 순간.
문득 인력이 느껴졌다.
‘나이트 아머!?’
천문석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었다.
그리고 나이트 아머 외장갑에 손이 닿았다.
이 순간 셋이 하나로 이어졌다.
허공도의 제사장의 악몽을 삼킨 흑룡.
시동이 꺼진 채 잠든 타이탄.
전생 천마, 천문석.
잠든 타이탄의 사념이 제사장의 악몽에 담겨 천문석에게 전해졌다.
힘을 잃었다고 해도 천문석의 본질은 감정을 삼키는 마공의 극에 달한 천마.
무저갱의 대요마라 할지라도 천문석의 정신 방벽을 뚫고 사념을 밀어 넣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건 꿈일 뿐이었다.
잠든 타이탄에 남겨진 그 주인의 꿈.
그렇기에 천문석은 타이탄의 사념이 만들어 낸 꿈속으로 순식간에 빠져들어갔다.
* * *
반짝이의 계획대로 커다란 로봇을 던져 검은 뱀을 맞추고 사람을 구했다!
그러나 구한 사람이 알바가 아니었다!
구으으-!?
퐁퐁이는 당황했다!
두목은 분명 알바를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알바는 구하지 못하고 엉뚱한 사람을 구했다!
알바는 강으로 추락하는 흑룡의 어둠에 삼켜졌다!
구으, 구으으으-!?
‘어떡해, 친구들 어떡해야지!?’
퐁퐁이가 다급히 묻는 순간.
사슴이와 반짝이가 대답했다.
구으으으응-!
띠딛, 띠디딛-!
그리고 바로 움직였다!
반짝이는 엉뚱한 사람에게 더듬이를 대고 저속 낙하 마법을 걸었다.
제사장이 민들레 솜털처럼 바람에 실려 천천히 고속선을 향해 떨어지기 시작했다.
반짝이는 톱날 집게에 물려 있던 펜던트를 더듬이로 잡아 퐁퐁이의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사슴이의 톱날 집게가 섬뜩한 소리를 내며 맞물렸다.
철컹, 철컹-!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다!
띠디딛-!
반짝이가 외치는 순간 퐁퐁이는 추락하는 흑룡을 향해 돌진했다!
포아아아앙-
흑룡의 어둠에 삼켜진 알바를 구하기 위해서!
* * *
천문석이 꿈에 삼켜지고.
퐁퐁이가 흑룡에게 돌진하는 순간.
민들레 솜털처럼 천히 떨어지던 허공도의 제사장이 눈을 떴다.
허공도의 제사장은 여전히 악몽에 삼켜진 상태.
이성이 흐려진 머릿속에 남은 것은 하나뿐이었다!
‘경계석!’
멈춰있던 소용돌이 가면이 빙글빙글 혼란스럽게 회전하고, 엄청난 주술력이 몸 안에서 차올랐다!
그리고 이 주술력이 화염을 부르는 순간.
땅속에 숨어 마음을 벼리던 대사형이 번쩍 눈을 떴다.
‘지금이다!’
제사장의 화염이 폭발하는 찰나의 순간.
입문검이 땅을 꿰뚫고 공간을 잘라 냈다!
팟-
섬광이 터지고 허공도의 제사장 바로 앞에 균열이 생겨났다.
이 균열에서 아득한 우주에서 천천히 유영하는 사령 화로가 나타났다.
사령 화로는 단숨에 균열을 넘어 허공도의 제사장이 만들어 낸 화염을 향해 쏘아졌다!
화르르르륵-
마치 불을 탐하는 요마처럼 제사장의 화염을 삼키며 나아가는 사령 화로!
악몽에 삼켜진 허공도의 제사장이 화염을 뿜어냈지만, 화염이 강해질 수록 이를 삼키는 사령 화로의 힘도 강해졌다!
사령 화로가 가슴을 때리기 직전, 허공도의 제사장은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막았다!
탁-
사령 화로와 손이 닿는 순간 감정을 태우는 화로는 제사장의 악몽을 단숨에 빨아드리기 시작했다.
“……!”
악몽이 사라진 자리에 이성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린 제사장은 깜짝 놀라 악몽을 빨아드리는 화로를 봤다.
“이 화로는?”
이때 문득 느껴지는 시선.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순간 눈이 마주쳤다.
대충 깎아 만든 가면을 쓰고, 검은 잿더미 한가운데 서 있는 남자.
기이한 진법으로 자신을 가둔 그 녀석이다!
경계석을 날리게 만든 놈.
이 모든 난장판의 시작이자 원인!
치솟는 분노에 사라지던 악몽이 되살아나려는 순간.
마음에서 마음으로 목소리가 전해졌다.
‘이제 꿈에서 깰 시간이야. 아마르.’
“……!”
이름을 불린 순간 제사장의 종이 가면과 종이 옷이 불꽃이 되어 흩날리고, 이 사람이 누군지 깨달았다.
이 순간 남아 있던 악몽의 잔재가 날아가고 의식이 꿈에서 깨어났다.
꿈을 보는 왼눈과 현실을 보는 오른눈.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칭지드 봉우리의 제사장 아마르는 입을 열었다.
“너 어떻게. 어떻게 여기에…… 지금 만날 리가…… 지금 만날 수 있을 리가 없는데…….”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고 가슴에 단단한 돌이 박힌 듯 말이 이어지지 않았다.
너무나 긴 시간.
너무나 많은 꿈을 꿨기에.
아마르는 지금 이 순간이 현실인지 꿈인지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건 상관없었다.
오래전 그 날처럼 웃고 있는 그를 마침내 다시 만났으니까.
“주정뱅이 정말 오랜…….”
아마르가 마침내 입을 여는 순간.
대사형은 재빨리 고개를 숙이며 외쳤다.
“미안하다! 아마르. 이거 절대 내 본의가 아니다!”
“뭐? 어, 잠깐……!”
‘……만나자마자 사과부터 한다고!?’
아마르의 뇌리에 불길한 직감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
팟-
섬광이 터지고 잘려 나간 공간이 사령 화로를 삼켜 버렸다!
그리고 대사형의 입문검이 원을 그렸다.
“어, 어어어! 너 설마……!?”
경악한 아마르가 외쳤지만, 끝까지 말을 이을 수는 없었다.
파파파파팟-
무수한 섬광이 터지고 아마르의 주위를 수백 개의 균열이 뒤덮었다.
파아아아아-
그리고 다음 순간 수백 개의 균열과 균열 사이를 통과해 가속한 사령 화로가 날아왔다.
아마르의 머리를 향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