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698화>
이얍, 얍얍-!
특급 헌터는 머릿돌을 내려놓고, 퐁퐁검을 강을 향해 휘두르며 연신 외쳤다.
“이얍, 얍얍얍! 불나와라! 불 나오라니까!”
그러나 아무리 크게 외쳐도 퐁퐁검에서 불이 나오진 않았다.
퐁, 퐁, 퐁-
경쾌한 소리와 함께 반짝이는 물방울만 나왔다!
섬초는 멍하니 이 모습을 바라봤다.
마도 황제는 세계의 법칙조차 바꿀 수 있는 마도의 신.
그 언령의 힘이면 단지 말하는 것만으로도 이뤄져야 한다!
‘아닌 건가? 진짜로 아닌 건가!?’
“아니! 그럼 이게 전부 어떻게 가능한 거야!?”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문득 한가지 가능성이 떠올랐다.
타대륙에 마도 황제가 있다면.
원대륙에는 혼돈에 금을 긋고 영혼육백을 태워 세계의 나무를 키워내신 분!
상(上)이 있으셨다!
섬초는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한 번 물었다.
“혹시 허공도의 주인! 상이신가요!?”
“뭐? 나, 섬 주인이었어!? 허공도!? 허공도가 어딘데!? 혹시 거기에 성도 있어!? 나 성 꼭 갖고 싶은데!?”
눈을 반짝이며 오히려 반문하는 꼬맹이!
상은 혼돈에 금을 그어 모든 요마괴이에게 이성을 찾아 주신 분!
그렇기에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섬초는 재빨리 말했다.
“이름! 내 이름 ‘섬초’부르면서 명령해 보세요!”
“섬초! 점프! 점프해 봐!”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어, 잠깐! 이거 전에도 한 번 했던 거 같은데……?”
특급 헌터가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섬초는 머리가 빠개지는 것만 같았다.
‘아니, 마도 황제도 상도 아니면, 이 꼬맹이는 도대체 누구야!?’
“도대체 너 정체가 뭐야!?”
섬초가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특급 헌터와 스카라베 전사, 마법사, 하늘 고래가 동시에 대답했다.
“난 특급 헌터다!”
구으응-!
띧디딛-!
구으으-!
‘우리 두목님이야!’
“두목?”
“앗! 맞아! 섬초 조금 전에 나한테 두목…….”
‘아차!’
섬초는 잊고 있던 사실을 깨달았다.
기이한 딱밤을 맞고 영혼육백이 뒤틀리는 통증을 겪을 때 옛 동료가 가르쳐 준 방법을 사용했다!
‘항복입니다! 두목으로 모…….’
‘……시겠습니다!’
끝까지 말하진 않았지만, 분명 자신의 입으로 외쳤다.
이대로면 이상한 꼬맹이를 두목으로 모시게 생겼다!
절대 안 된다!
자신은 힘과 기억을 되찾아 엄마를 찾아가야 하니까!
섬초는 잽싸게 눈만 돌려 도망칠 방법을 찾았다.
이때 육지에서 밀려 온 빛의 파도가 고속선에 닿았다!
“앗! 내 목걸이! 왜 갑자기 떨려!? 간지러워! 으르르르르릇-.”
특급 헌터가 갑자기 갑판 위를 데굴데굴 구를 때.
섬초는 눈을 번뜩였다.
‘지금이 도망칠 기회다!’
타다닥-
반사적으로 난간으로 뛰어올라 강으로 뛰어내리려는 순간.
데굴데굴 구르는 꼬맹이 뒤에 떨어진 검은 돌이 보였다!
다차원 적층 마법진이 완성된, 무한의 힘을 주는 활성화된 머릿돌이!
‘머릿돌!’
섬초가 갈등하는 순간.
팟-!
섬광이 터지고 섬초의 몸이 공간을 뛰어넘어 머릿돌 앞에 나타났다.
‘공간도약? 힘이 돌아왔다! 어떻게!?’
의문을 품는 순간 바로 깨달았다.
머릿돌이 만들어 낸 힘의 파동, 빛!
갑판에 닿은 빛의 파도가 몸에 스며들어 주술력이 돌아왔다!
‘바로 머릿돌을 낚아채 공간도약으로 튀면 된다!’
꼬리가 머릿돌을 휘감는 순간.
섬초는 연속도약하며 외쳤다!
“꼬맹이! 머릿돌 빌려 갈게!”
그러나 빛의 파도가 힘을 준 건 섬초만이 아니었다.
파파파파팟-!
반짝이의 반전 결계가 후미 갑판 전체를 뒤덮고.
구으으으으응-
사슴이의 톱날 집게가 하늘을 향해 치솟았다.
포그르르르르르-
그리고 퐁퐁이가 당장이라도 쏘아질 듯 물방울을 압축하기 시작했다!
“으앗! 이게 뭐야!”
반전 결계에 닿아 갑판에 떨어지는 순간.
꽈드드득- 몸통을 옥죄는 톱날 집게!
“이게 뭐야!? 이야압, 으아압-.”
깜짝 놀란 섬초는 악을 쓰며 발버둥 쳤다.
하지만 아무리 힘을 써도 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반전 결계가 공간 좌표를 교란하고, 톱날 집게에서 전해지는 초진동이 주술력을 산산이 부서트리고 있다!
그리고 특급 헌터가 다가왔다,
우힛, 우히히히힛-
온몸을 떨며 기괴하게 웃으면서!
콩, 콩, 콩-
특급 헌터의 작은 발이 갑판을 울릴 때마다, 섬초의 가슴이 철렁철렁 내려앉고 얼굴이 검게 물들었다!
맞는다!
딱밤을 맞는다!
영혼육백이 뒤틀리는 그 딱밤을 다시 맞는다!
공포에 질린 섬초는 혼신의 힘을 다해 외쳤다!
“검은 돌 빌려 가는 거였어! 나중에 꼭 돌려주려고 했어! 진짜야!”
그러나 섬초도 이미 알고 있었다.
절대 믿지 않을 것을!
자신이 가지고 튀려던 머릿돌은 마탑에 숨겨진 머릿돌이 아니다.
그 본래 모습이 드러나고 다차원 적층 마법진마저 활성화된 머릿돌이다.
만약 이 머릿돌을 마도왕들이 봤다면, 2차 마도 전쟁이 일어났을, 가치를 따질 수 없는 보구였다!
“엄마…….”
절망한 섬초가 눈물을 뚝뚝 흘릴 때.
그 앞에 특급 헌터가 멈춰 섰다!
“……!”
섬초가 질끈 눈을 감는 순간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져가.”
“뭐!?”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눈을 뜨자, 손을 꼬물거리는 꼬맹이가 보였다.
꼬맹이는 끈으로 묶은 머릿돌을 내밀며 웃었다.
“고마워!”
“뭐……?”
“섬초가 가르쳐 줘서. 알바 도울 수 있었잖아! 고마워. 이 검은 돌 빌려줄게. 가져가. 나중에 아주 천천히 돌려줘도 돼.”
특급 헌터는 끈으로 묶은 머릿돌을 섬초의 목에 걸어 주고 손을 흔들었다.
“나중에 꼭 내 집 놀러 와. 박스로 만든 완전 멋진 천공성도 있어! 만나서 재밌었어. 섬초.”
“…….”
섬초는 손을 흔드는 인간 아이를 멍하니 바라봤다.
아는 건 섬초라는 이름뿐.
어디에 사는지, 머릿돌로 무엇을 할지, 언제 돌려줄지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주저하지 않고 머릿돌을 건네고 고맙다고 말하며 손을 흔든다.
특급 헌터는 이상한 아이였다.
이름, 생각, 행동, 능력……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는 너무나 이상한 아이였다.
그래서 섬초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
“그럼 안녕. 조심해서 가!”
특급 헌터가 작별 인사와 함께 몸을 돌리는 순간.
톱날 집게가 활짝 펼쳐지고 반전 결계가 사라졌다.
“…….”
섬초는 공중에 뜬 채 계속 특급 헌터를 봤다.
특급 헌터는 손을 동글게 말아 눈에 대고 하늘을 바라봤다.
“알바! 잘 싸우고…… 으앗! 저게 뭐야!?”
특급 헌터가 경악하는 순간.
섬초는 자신도 모르게 하늘을 올려다봤다.
이 순간 벼락 폭풍이 몰아치는 하늘과 갑판에서 동시에 폭음이 터져 나왔다.
콰카카카카캉-
먹구름 속에서 수천 개의 뇌전이 터진듯한 섬광이 폭발하고.
포아아아아앙-
갑판 구석, 지금까지 열심히 물방울을 압축하고 압축하던 하늘 고래가 발사됐다!
“알바! 위험해!”
특급 헌터가 외치는 동시에.
까아아앙-
로켓처럼 쏘아진 퐁퐁이가 섬초를 들이박았다!
“……!”
섬초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기절했다.
이 순간 특급 헌터는 번개같이 달려와 떨어지는 섬초를 잡고 외쳤다.
“섬초! 큰일 났어! 알바가 갑자기 힘이 빠지고 있어! 검은 돌 잠깐만 쓸게!”
특급 헌터는 번쩍 머릿돌을 들고 외쳤다!
“알바 좀 도와줘!”
그러나 이번에는 아무 반응도 없었다!
당연했다.
머릿돌은 통제기이자 변환기이지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는 물건이 아니었다.
이미 몰아치던 화염 폭풍은 모두 힘의 파동, 빛의 파도로 변환된 상황!
이 지역에는 더는 끌어 낼 힘이 없었다!
“다른 방법 없어!? 알바 도와줄 다른 방법 없어!”
특급 헌터는 기절한 섬초를 흔들며 다급히 외쳤다.
이런 특급 헌터의 가슴에서 펜던트가 천천히 점멸하고 있었다.
* * *
천문석은 흑룡을 압도했다.
그 걸음은 구름을 밟고 뛰어 하늘을 꿰뚫고.
일수(一手), 일수는 실체가 없는 어둠조차 찢어발겼다!
콰아아앙-
흑룡이 불러일으킨 뇌전과 천둥이 몰아쳤지만.
하-
천문석이 지른 기합 한 번에 튕겨 나가 지상으로 쏟아졌다!
어느 순간 흑룡은 정신없이 도망치고 그 뒤를 천문석이 추격하고 있었다!
카캬카카카카-
천문석은 가슴이 터질 듯 웃었다!
이 힘과 희열!
그리고 터질듯한 고양감!
정말, 정말로 오랜만에 도망치는 게 아니라 적의 뒤를 쫓고 있었다!
빛의 파도를 맞는 순간.
천지합일이 이뤄지고 무혼이 깨어났다!
천마 천문석이 혼백에 새겼던 무혼이!
주먹을 쥐는 산을 쪼개고 하늘을 가를듯한 엄청난 힘이 느껴진다!
3할!
지금 펼쳐지는 힘은 전생에 가졌던 힘의 3할일 뿐이지만, 전생의 힘 10할 모두를 준다고 해도 바꾸지 않을 힘이다!
지금 자신이 펼치는 힘은 천마신공, 마공의 굴레를 벗어난 힘이니까!
1234금융권, 영혼까지 끌어모아 산 집과 대출 한 푼 없이 현금 완납으로 산 집만큼이나 차이가 났다!
갑자기 밀려 온 빛의 파도.
벽을 넘기 전 이뤄진 천지합일.
대가 없이 저절로 깨어난 무혼까지.
수많은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과정이 아닌 결과다!
흑룡을 추적하며 쥐잡듯 쥐어패는 이 결과!
카캬카카카-
천문석은 번개 폭풍이 몰아치는 구름 속을 뛰어 흑룡의 꼬리에 손을 뻗었다!
손이 꼬리를 스치는 순간.
본질이 담긴 그릇, 어둠이 찢어발겨졌다!
콰카카카캉-
카캬카카카카-
천문석은 광소를 터트리며 흑룡을 뒤쫓았다!
이때 육지에서 강으로 천천히 밀려 가던 빛의 파도가 마침내 고속선에 닿았다.
하늘이 호오를 가려 비를 뿌리지 않듯.
빛의 파도는 고속선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스며들었다.
이원, 허준.
진교은, 최설.
한호석, 아카린.
왕체, 최림, 김기철과 용역 헌터 40인.
섬초.
사슴이, 반짝이, 퐁퐁이.
특급 헌터.
그리고 특급 헌터의 목에 걸린 8개의 부채꼴이 원을 이룬 펜던트!
펜던트에 빛의 파도가 닿는 순간.
빛의 파도는 구멍으로 쏟아지는 물처럼 엄청난 속도로 빨려 들어갔다!
고속선 갑판, 강물 위, 허공.
그리고 까마득한 하늘에 펼쳐진 거대한 먹구름 속을 달리는 흑룡과 천문석까지.
펜던트는 모두에게 힘을 전해 주던 빛을 모조리 삼켰다!
그리고 8조각 난 펜던트 중앙, 말간 돌에 물이 차오르듯 빛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 * *
가장 먼저 이상을 느낀 건 흑룡을 추격하던 천문석이었다.
천기와 지기가 가닥가닥 말라붙기 시작했다!
‘이대로면 천지합일이 깨진다!’
갑자기 생긴 힘이니 당연히 갑자기 사라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지금 할 일은?’
자문하는 순간 바로 튀어나오는 대답!
어차피 천지합일이 깨지면 끝장이다!
그 전에 혼신의 힘을 다해 흑룡을 쥐어패고 제사장을 빼낸다!
으아악-!
천문석은 괴성을 지르며 몸을 날렸다!
두 번째로 이상을 느낀 건 대사형이었다!
날카롭게 벼리는 마음에 닿는 직감!
번쩍 눈을 뜨는 찰나의 순간 천기가 번뜩이고 깨달았다.
‘무언가 변했다!’
격전의 펼쳐지는 구름에 마음을 놓는 순간 느껴졌다.
조사님의 천지합일이 깨지려 한다!
변덕스러운 하늘의 저울이 다시 기울려 한다!
그 순간이 결정적인 순간이다.
하늘의 인과가 이어지고, 운명은 결정되어 모든 일이 마무리되는 순간.
그때가 자신이 나설 때 단 한 번의 기회, 찰나의 순간이다!
그때 운명이 어떤 모습으로 자신 앞에 모습을 드러낼지는 몰랐다.
하지만 대사형은 조사님을 믿었다!
조사님은 일기일원문을 창안하신 개파조사시니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상을 깨달은 사람은 특급 헌터였다.
“으앗! 저게 뭐야!?”
검은 뱀을 쫓고 있던 알바가 갑자기 휘청이고 비틀거렸다!
마치 자신이 30일 동안 고등어를 먹었을 때처럼!
검은 뱀이 반전해서 뇌전을 쏟아부을 때.
경악한 특급 헌터는 하늘을 향해 외쳤다.
콰카카카카캉-
“알바! 위험해!”
섬광에 갑판 위가 환하게 밝혀진 순간.
특급 헌터는 알바의 위기를 직감하고 신속하게 움직였다.
머릿돌을 번쩍 들고 외치고, 기절한 섬초를 흔들어 깨웠다!
그러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으앗! 친구들 큰일 났어! 출동이야! 우리가 출동해야 해!”
특급 헌터가 최후의 방법 직접 출동을 선택하려는 순간.
사슴이의 톱날 집게와 반짝이의 더듬이가 특급 헌터의 가슴을 가리켰다.
구으으응-
띠디딛딛-
“뭐, 펜던트를 보라고!?”
재빨리 목에 걸린 펜던트를 꺼내든 순간 특급 헌터는 깜짝 놀랐다.
알바가 주워다 준 완전 커다란 로봇, 특급 로봇이 들어 있는 펜던트가 빛났다.
펜던트 중앙에 박힌 말간 돌에 물이 차오르듯 빛이 차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