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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697화 (698/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697화>

화염 폭풍이 몰아치는 강변!

천문석은 물에 처박힌 채로 사방으로 기감을 뻗었다.

하늘, 강, 땅 사방에서 가까워지는 존재들의 기감이 느껴졌다!

하늘에선 검은 뱀!

강에선 고속선!

땅에선…… 류호?

‘뭐지, 뭔가 좀 이상한데!?’

본능적으로 류호에게 기감을 집중하려는 순간 아차 했다!

‘지금 중요한 건 이게 아니다!’

얍삽하게 하늘에서 원거리 화염 폭격만 퍼붓는 검은 뱀!

검은 뱀이 마침내 지상으로 내려온다는 게 중요했다!

자신은 대책 없이 도망친 게 아니다.

전략적 후퇴를 하며 검은 뱀을 세세히 관찰해 계획을 세웠다!

푸름 화염이 이글거리던 수백 미터의 청염의 뱀은 허공도의 제사장을 삼키고 어둠을 뭉친듯한 십 미터도 안 되는 검은 뱀이 됐다!

크기는 줄어들었지만, 그 화력과 힘은 몇 배로 강해진 상태!

하지만 자신에게는 오히려 상대하기 편해졌다.

검은 뱀의 본질은 어둠을 뭉친듯한 그릇에 담겼고, 자신에게는 이 어둠, 무명(無明)을 밝히는 빛이 있었으니까!

굉천수의 섬광.

대일여래의 빛.

계획은 심플했다.

1. 굉천수로 어둠을 흐트러트리고.

2. 어둠에 삼켜진 제사장을 재빨리 빼낸다.

3. 그리고 검은 뱀의 본질을 대일여래의 빛으로 끝장낸다!

이 계획의 문제점은 검은 뱀이 아무리 도발해도 하늘에서 내려 오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치명타를 입은 척 연기를 펼쳤다!

검은 뱀은 지금 자신에게 낚여 지상으로 내려 오고 있었다.

‘막타를 치기 위해서!’

검은 뱀이 막타를 치려는 그 순간이 기회다!

계획의 1단계.

굉천수를 때려 박을 기회!

천문석은 물에 처박힌 채로 심상 공간의 내력을 움직였다.

거듭된 강기공의 사용에 내력은 거의 바닥을 드러낸 상황!

‘어차피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천문석은 바닥을 긁어 내듯 내력을 쥐어짰다.

전신이 부르르- 떨리고 하늘이 우르릉- 진동했다.

그러나 몰아치는 화염 폭풍에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굉천수를 갈기고, 제사장을 빼낸 후, 대일여래의 빛으로 마무리한다!

천문석은 굉천수의 요결에 따라 내력을 움직이며 되뇌었다.

‘굉천수! 제사장! 대일여래의 빛!’

그리고 타이밍을 잡기 위해 마음속으로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10, 9, 8.’

크르르르-

검은 뱀이 살기 어린 쇳소리를 터트리고.

‘7, 6, 5.’

“이세기! 야! 버텨! 악을 깡으로 버텨!”

노를 젓는 헌터들의 다급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4, 3, 2.’

파바바바밧-

류호가 바람처럼 잿더미를 달리고.

‘1!’

콰아아앙-

검은 뱀이 막타를 치기 위해 쏘아졌다!

‘지금이다!’

천문석은 번개같이 몸을 돌려 일으키는 동시에 번쩍 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굉천수를 터트리는 순간 마음에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알바를 도와줘!]

‘특급 헌터?’

그리고 찰나의 순간에 모든 일이 일어났다.

검은 뱀이 집어삼킬 듯 덮쳤고, 천문석은 양손을 부딪쳐 굉천수를 터트렸다.

그러나 검은 뱀과 충돌하지도, 굉천수의 섬광과 굉음이 터지지도 않았다.

하늘 끝까지 몰아치던 화염 폭풍.

치솟던 화염과 작열하던 열기가 일순간에 빛이 됐다.

만져질 듯 선명한 빛이 파도치듯 밀려 와 천문석과 검은 뱀을 삼켜 버렸다!

이 순간 빛이 육체와 정신, 영육과 혼백으로 스며들었다.

한계에 달한 정신력과 체력이 채워지고, 혼백에 걸렸던 과부하가 단숨에 풀린다.

영육과 혼백 사이 심상 공간에 새겨진 기경팔맥.

말라 버린 기경팔맥에 끝도 없이 내력이 차올랐다.

그리고 끝없이 확장되는 정신으로 느껴졌다.

머리 위, 하늘의 별들이 그리는 천기가!

다리 아래, 대지의 용맥을 흐르는 지기가!

물결치는 빛의 파도에 실려 온 천기와 지기가 무한한 심상 공간에 닿는 순간.

천지합일(天地合一)!

산을 부수고, 하늘을 무너트릴 압도적인 힘이 생겨났다!

“……!”

천문석은 이 힘이 생경하지도 낯설지도 않았다.

이 힘이야말로 자신의 혼백에 새겨진 무업(武業).

전생 천마, 천문석의 무혼(武魂) 그 자체였으니까!

새로운 힘을 얻은 게 아니라 자신의 것을 다시 찾은 것뿐이었다.

그렇기에 천문석은 아무렇지도 않게 한 걸음 걸으며 손을 펼쳐 하늘과 땅을 이었다.

손의 궤적을 중심으로 세상이 기울어지고, 그 안에 걸린 구름, 바람, 공기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다!

단 하나 검은 뱀을 제외하고!

콰르르르르-

검은 뱀의 전신에서 일렁이는 엄청난 힘!

천문석은 어떻게 된 일인지 바로 깨달았다.

하늘이 선악을 가려 비를 뿌리지 않듯, 자신에게 엄청난 힘을 전해 준 빛의 파도는 검은 뱀에게도 마찬가지로 힘을 전해 줬다.

이 순간 검은 뱀은 승천의 대원(大願)을 이룬 흑룡이 되었다!

상관없었다.

이 손으로 찢어발기면 그뿐!

검은 용을 향해 한걸음 걷는 순간.

천문석과 검은 용은 지상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어느새 먹구름이 가득 몰려든 하늘에서 굉음과 진동이 터져 나왔다!

* * *

화염 폭풍이 거대한 빛의 파도로 변해 밀려 오는 순간.

쿠르르릉-

먹구름이 가득 깔린 하늘이 울부짖고.

콰아아앙-

거대한 벼락이 직선으로 천지를 이었다!

이게 시작이었다.

하늘이 흔들리고 대지가 요동치는 매 순간 천둥벼락이 쉴 새 없이 터졌다.

섬광이 시야를 하얗게 물들이고, 굉음이 모든 소리를 삼켜 버렸다.

수천수만의 천둥벼락이 먹구름에서 튀어나와 하늘과 대지를 갈아엎었다.

상상조차 하지 못한 압도적인 위용에 천문석을 향해 달리던 모두는 경악했다.

“이 힘은 대체!?”

갈대밭을 달리던 대사형은 벼락이 떨어지는 순간 입문검으로 땅을 찌르고 연기처럼 땅속으로 파고들었다.

5미터 지하에서도 느껴지는 이 압도적인 존재감!

화염 폭풍이 빛의 파도로 변해 밀려 오는 순간 개파조사님의 기세가 완전히 변했다.

적염성과 강에서 적을 기만하며 상대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폭풍이 되어 몰아치고 있다!

검은 뱀도 마찬가지!

제사장의 악몽에 삼켜진 검은 뱀은 한계를 넘고 영성마저 얻어 흑룡이 되었다!

조사님과 흑룡이 먹구름 속에서 그 여파만으로도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뒤집히는 격전을 펼쳤다.

대사형은 먹구름 속에서 펼쳐지는 격전을 보지 않아도 생생히 느꼈다.

그리고 그 결과를 확신했다.

끝없이 밀려 오는 빛의 파도에 천기와 지기가 담겨 조사님께 전해지고 있다.

천지합일!

조사님이 압도적으로 승리한다!

그렇다면 자신이 할 일은 기다리는 것이다.

흑룡이 패배하는 결정적인 순간.

사령 화로를 회수할 단 한 번의 기회를!

하지만 조사님은 천지합일을 이루신 상황.

아차! 하는 순간 정체가 밝혀지고 엉망진창이 된다.

찰나의 순간에 모든 걸 해치워야 했다!

대사형은 눈을 반개한 채 입문검을 뽑아 들고 마음을 날카롭게 벼리기 시작했다.

* * *

천문석을 구하기 위해 사력을 다해 노를 저어 가던 순간 갑자기 상황이 급변했다.

화염 폭풍이 사라지고.

빛의 파도가 밀려 오더니.

천둥벼락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세기!”

“이세기 보이는 사람 없냐!?”

“섬광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벼락 범위가 넓어지고 있어! 위험해!”

“우선 강 중앙까지 빠진다! 노를 저어라!”

최설이 명령하는 순간.

헌터들은 거꾸로 노를 젓고 장대를 강바닥을 밀었다.

육지에서 점점 멀어지며 시야에 들어오는 풍경이 넓어지자 모두는 전율했다.

끝없는 번개 폭풍이 쏟아지는 먹구름!

섬광과 굉음이 몰아치는 구름 안에 무언가 있었다!

마치 이불을 뒤집어쓰고 움직이듯 먹구름이 그 궤적을 따라 요동칠 때마다 뇌전이 쏟아지고 우레가 폭발했다!

‘구름 속 무언가가 저 거대한 번개 폭풍을 일으켰다!’

상상조차 하지 못한 현실에 모두는 넋을 놓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

“…….”

멍하니 이 모습을 바라보던 사람 중 한 명이 문득 말했다.

“설마, 이세기……?”

최설, 진교은, 허준, 용역 헌터들뿐만 아니라 무림인 이원까지 고개를 저었다.

‘구름 속을 달리며 천둥벼락을 불러 싸운다?’

1세대 마력 각성자, 천외천의 고수 천하십절이라해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늘을 바라보는 모두가 고개를 저었다.

단 한 명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후갑판 구석, 흑옥 큐브를 번쩍 들고 있는 특급 헌터를 제외하고.

“역시 알바는 특급 알바야! 막막! 날아다니잖아! 알바 힘을 내!”

특급 헌터는 한 손에는 큐브를 들고, 다른 한 손은 동글게 말아 하늘을 보며 환호했다.

이 순간 특급 헌터와 같이 하늘을 보던 동물 친구들도 환호성을 터트렸다.

구으으으으-!

띠딛띠디디디-!

구으, 구으으응-!

“그렇지!? 역시 특급 알바는 대단하다니까!”

카카카카캌-

특급 헌터의 신나는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앗!”

섬초는 웃음소리에 번쩍 정신을 차리고 재빨리 주위를 돌아봤다.

-머릿돌의 비밀을 풀어낸 꼬맹이!

-단숨에 빛의 파도로 변한 화염 폭풍!

-빛의 파도를 흡수해 영성을 얻고 흑룡이 된 검은 뱀!

-한계를 넘은 흑룡과 대등하게 싸우는 인간!

그리고 강으로 밀려 오는 거대한 빛의 파도!

순식간에 이 모든 일이 일어났다!

머릿돌의 힘으로!

그러나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방법으로!

‘이게 말이 되는 거야?’

‘어떻게 가능한 거지!?’

의문을 품는 순간 잊고 있던 기억들이 대답하듯 튀어나왔다.

머릿돌은 모든 종류의 힘을 움직이는 통제기이자 변환기!

수신기이자 송신기인 마탑이 없기에 마력장 지대와는 연결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곳에는 거대한 화염 폭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머릿돌이 몰아치는 화염 폭풍을 힘의 파동, 빛의 파도로 변환했다!

그리고 그 빛의 파도를 검은 뱀과 이세기가 흡수했다!

검은 뱀은 한계를 넘어 흑룡이 됐고, 이세기는 벽을 넘어 무공의 경지가 도약했다.

영성을 얻은 검은 뱀이 흑룡이 되는 건 이해됐다.

그러나 이세기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머릿돌이 만든 빛의 파도는 씨앗을 빠르게 자라게 하는 것이지, 없는 씨앗을 만들어 내는 게 아니다!

무인의 내력, 마법사의 마력, 주술사의 주술력처럼 가지고 있는 힘을 발휘하도록 할 뿐이다.

이세기가 갑자기 벽을 넘어서는 건 말이 안 됐다.

그러나 이것 이상으로 말이 안 되는 게 있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머릿돌을 분해했다가 다시 조립한 특급 헌터!

섬초는 옛 친구와 온갖 난장판을 구르며 수많은 마법사를 만났다.

혼돈이 몸에 스며들며 수많은 기억을 잃었다.

하지만 지금도 생생히 남아 있는 기억이 있었다.

마탑의 지배자, 머릿돌에 이름을 새긴 마도왕의 기억!

그런 마도왕조차도 머릿돌을 분해하고 조립하는 건 상상조차 못했다!

만약 그게 가능한 사람이 있다면 단 한 명뿐이다.

보석과 강철.

마탑과 타이탄.

돌(石)과 철(鐵).

대륙어 와 마법, 대협약의 맹세를 세계에 새기신 그분!

‘설마……?’

섬초는 어느새 떨리는 몸을 돌려 이상한 꼬맹이, 머릿돌을 들고 있는 특급 헌터를 바라봤다.

마법은 말(言)로서 세계와 맺은 약속(約), 언약이다.

그렇기에 경지에 이른 마법사는 거짓을 말하지 못한다.

섬초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 마도 황제 폐하신가요?”

특급 헌터의 두 눈에 번쩍 빛이 스치고 시선이 날아왔다.

그리고 천천히 입이 열렸다.

섬초, 사슴이, 반짝이, 퐁퐁이는 숨 쉬는 것조차 잊고 집중했다!

“……!”

-……!

-……!

-……!

영겁 같은 기다림이 찰나에 지나가고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마도 황제!? 나 마법 황제였어!? 그럼 마법 쓸 수 있는 거야!? 불나와라! 불! 이얍, 얍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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