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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694화 (695/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694화>

"...."

대사형은 갈대밭에 납작 엎드린 채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봤다.

조사님만 철석같이 믿고 있었는데, 청염의 뱀이 허공도의 제사장을 삼켜 버렸다!

제사장을 삼킨 악몽이 청염의 뱀마저 삼켜 푸른 불꽃의 육체는 밤을 뭉쳐놓은 듯한 어둠으로 물들었다!

청염의 뱀은 이제 칠흑같이 어두운 검은 뱀이 됐다!

딱 봐도 10배는 더 위험해졌다!

"아니, 이거 괜찮은 거야?! 그냥도 빡센데! 각성. 아니, 진화했잖아?! 도대체 어떻게 하시려고…?"

황당함에 자신도 모르게 말하는 순간 개파조사님의 외침이 들려왔다!

[내려와라!]

그리고 천지를 울리는 진각과 함께 하늘로 솟구치는 엄청난 기세!

[제대로 한번 붙자!]

순간 천지가 무너지는듯한 폭음이 터져나왔다!

콰카카카쾅-

개파조사님의 위용이 전해지는 순간.

대사형의 얼굴이 환해졌다!

'과연 조사님! 역시 방법이 있으셨구나!'

대사형은 재빨리 황동 곰방대를 꺼내 허공을 그었다!

파스스-

푸르스름한 연기에 조사님의 모습이 투영됐다!

최소한의 내력을 이용해 비 오듯 쏟아지는 화염을 쳐내는 조사님!

극에 달한 내력 운용!

감탄하는 순간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야, 타임! 정지! 원거리 공격은 반칙이잖아! 내려와서 정정당당하게 싸워!]

‘어…?!’

황당함에 얼빠진 얼굴이 된 것도 잠시 대사형은 경악했다.

“....!”

조사님은 번개같이 몸을 돌려 강변을 따라 도망쳤다!

그리고 검은 뱀이 그 뒤를 쫓아가며 화염 폭격을 쏟아부었다!

“조사님이 도망친다고…?!”

순간 얼음물을 뒤집어쓴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여기서 개파조사께서 훅 가면 일기일원문은 사라진다!

일기일원문에 엄청난 위기가 찾아왔다!

재빨리 몸을 일으켜 달리려는 순간 절벽 위에서 적염성을 몰래 엿보던 때가 기억났다.

‘잠깐만?!’

조사님의 기만술은 상상을 초월한다!

적염성에서도 독 안에 몰아넣은 줄 알고 밀고 들어갔다가 역으로 당한 놈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지금 도망치는 것도 기만술이라면?!’

게다가 자신은 조사님과 만나서는 안 되고 사령 화로를 반드시 회수해야 한다.

이건 아직 오지 않은 후생의 인과로 이미 정해진 사실!

지금 이곳에서 자신이 힘을 쓰고 조사님이 자신의 정체에 의문을 품는 순간.

현재뿐만 아니라 과거와 미래까지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된다!

“아, 시바시바! 무사인 카이류! 둘째를 데려오는 건데! 어떻게 하지?!”

대사형이 갈등할 때 강 상류 방향에서 다급한 외침이 들렸다.

"이세기!"

류호!

풍술사 류호가 조사님을 돕기 위해 달려오고 있다!

하지만 류호의 힘은 악몽에 삼켜진 검은 뱀을 막기는 역부족이다!

'어, 잠깐만?! 류호라고?!'

이 순간 대사형의 머릿속에서 아이디어가 번뜩였다!

지금 자신이 움직일 수 없는 건 정체를 들키게 될 위험 때문이다.

‘류호로 위장해서 움직인다면?’

대사형은 바로 미호를 숨겨둔 장소로 달리며 외쳤다.

"여기에 기절한 미호가 있다!"

"....!"

류호는 생각지도 못한 외침에 달리는 방향을 바꿨다.

그리고 진짜로 갈대밭에서 기절한 미호를 발견했다!

“미호! 너 어떻게 여기에!”

류호는 재빨리 미호를 안고 빠져나가려 했다.

순간 등 뒤에서 느껴지는 기척!

그러나 류호는 이미 대비한 상태.

몸을 돌리는 순간 칼날 바람을 쏟아부었다!

휘잉, 후두둑-

갈대밭 수십 미터가 단숨에 잘려나가는 순간 다시 한번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류호.”

흠칫 놀라 몸을 돌리는 동시에 뒤로 뛰었다.

‘나무 가면?!’

대충 깎은 조악한 나무 가면이 보이는 순간 머리에 전해지는 충격!

콰앙-

‘이것도 함정이었구나!’

깨닫는 순간 정신이 아득해지고 류호는 기절했다.

대사형은 재빨리 달려가 쓰러지는 류호와 미호를 잡고 손잡이로 류호의 머리를 때린 입문검을 낚아챘다.

그리고 빠르게 움직였다.

잘려나간 갈대밭 가운데 류호와 미호를 눕히고, 검으로 원을 그리고 팔방에 돌을 놓아 간이 진법을 펼쳤다.

그리고 류호의 옷소매를 훑자, 류호의 주술력이 담긴 곡옥과 장죽이 튀어나왔다.

손을 올리고 내력을 밀어 넣는 순간 바로 감이 왔다.

‘가능하다!’

흉내 내기는 자신의 특기!

이 곡옥과 장죽에 담긴 주술력을 이용, 류호로 위장해서 끼어든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기회는 단 한 번뿐이다!

대사형은 바로 나무 가면을 눌러쓰고 화염 폭격이 쏟아지는 곳, 조사께서 도망치시는 장소로 달렸다!

그러면서 단 한 번의 기회를 쓸 계획을 세웠다.

개파 조사님은 일기일원공에 입문한 문도에게 사건·사고가 알아서 찾아와 자동으로 수련이 되도록 불운까지 심어 놓으신 분이다!

‘그런 조사께서 아무 계획 없이 무작정 도망치실 리가 없다!’

분명 결정적 순간을 노리고 계획적으로 도망치고 계실 거다!

그 결정적 순간이 기회다!

조사님이 반격하는 그 찰나의 기회를 노려야 했다!

대사형은 곡옥과 장죽에 새겨진 류호의 주술 지문을 전신에 씌우며 화염 폭격을 쏟아붓는 검은 뱀을 향해 달렸다.

곧 개파 조사님의 외침이 들려왔다.

“야, 얍삽한 검은 뱀! 내려와! 우리 정정당당히 땅에서 붙자!”

* * *

강 하류로 도망치던 고속선은 강으로 툭 튀어나온 갈대밭 뒤에 숨어 있었다.

강 하류, 폭이 급격히 좁아지는 장소에 새워진 요새와 그 앞을 막은 두 척의 배 때문이었다.

붉은 달 깃발이 달린 적월 상단의 대형 무역선.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외침을 지르는 사람들이 가득 탄 중형 범선.

이때 중형 범선에서 수많은 사람이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악적이 신상이 파괴하고!”

“...파괴하고!”

“어린 하늘 고래마저 납치했다!”

“...납치했다!”

“우리는 반드시 어린 하늘 고래를 구할 것이다!”

“...구할 것이다!”

쿵쿵, 쿵쿵쿵-

쿵쿵, 쿵쿵쿵쿵-

수백 미터 거리가 떨어져 있는데도 들려오는 함성과 진동!

듣는 순간 제정신이 아니라는, 절대 얽혀서는 안 되는 놈들이라는 감이 왔다!

그래서 최설과 그 동료들은 외침을 듣는 즉시 갈대가 무성한 툭 튀어나온 모래 둑 뒤에 고속선을 숨기고 천문석과 퐁퐁이를 기다렸다.

그런데 강 상류, 천문석과 퐁퐁이가 있는 방향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콰카카카쾅-

쉴 새 없이 터지는 폭음과 하늘로 치솟는 섬광과 연기!

천문석이 남은 장소에서 화염 폭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고속선 위의 모두는 갈등했다.

"이거 도와주러 가야 하는 거 아냐?"

허준의 말에 고개를 가로젓는 최설.

"...오히려 방해될 수 있어."

“이세기님은 걱정할 거 없습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난장판에서도 무사히 빠져나오셨거든요!”

이원이 확신을 담아 말하는 순간.

숨죽이고 있던 용역 헌터들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지.”

“이세기 그놈이 절대 당할 놈이 아니지.”

“저 화염도 아마 다른 놈을 굴리고 있을걸.”

....

순간 특급 헌터가 벌떡 일어나 외쳤다.

“맞아! 알바는 엄청 대단해! 하지만 혹시 모르니까 내가 얼른 가서! 괜찮은지만 살짝 보고 올게! 퐁퐁이….”

그리고 번개같이 퐁퐁검을 휘두르려는 순간 손에 쥔 퐁퐁검이 쏙 빠져나갔다.

“으앗! 내 퐁퐁검!?”

깜짝 놀란 특급 헌터가 펄쩍 뛰는 순간.

퐁퐁검을 낚아챈 진교은이 손을 번쩍 들었다!

으앗, 아앗-

특급 헌터는 계속 펄쩍, 펄쩍 뛰었지만, 손이 안 닿았다!

“나, 안 갈게!”

“퐁퐁이 안 부를게!”

“교은 누나! 퐁퐁검 돌려줘!”

울상이 된 특급 헌터가 약속하는 순간 퐁퐁검이 손에 쥐어지고.

갑판 난간 아래서 소리가 들려왔다.

구으으-!

"퐁퐁이! 너 온 거야?! 알바! 알바도 같이 왔어?!"

특급 헌터가 바로 달리고 깜짝 놀란 사람들의 시선이 난간으로 모였다.

이때 난간 위로 눈만 살짝 내미는 어린 하늘 고래!

퐁퐁이와 특급 헌터의 눈이 마주쳤다!

“진짜로 왔구나!”

환호성을 지르며 달려온 특급 헌터가 퐁퐁이를 번쩍 들었다!

"걱정했잖아! 너희들 왜 이리 늦게 온 거야! 내가 항상 말했잖아! 한국 사람은 빨리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특급 헌터가 외치는 순간.

퐁퐁이, 반짝이, 사슴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구으으-

띠디딛-

구으응-

"알바는! 알바는 어떻게 됐어?!"

순간 퐁퐁이의 지느러미, 반짝이의 더듬이, 사슴의 톱날 집게가 같은 곳을 가리켰다.

화염 폭풍이 몰아치는 곳!

"으악! 알바 왜 안 온 거야! 큰일 났어. 빨리빨리 알바 도와주러 가야 해!"

"맞아! 도와주러 가야 해!"

이 순간 하늘 고래 머리 위에 우뚝 선 새끼 여우가 사람 목소리로 외쳤다.

특급 헌터의 눈이 터질 듯 커지고 입이 확 벌어졌다!

퐁, 퐁, 퐁-

퐁퐁검을 휘두르며 다급히 외치는 특급 헌터.

"말을 했어! 저 여우가 말을 하잖아!"

"뭐야? 인간 꼬맹이. 너 여우 요괴 처음 봐?"

풉-

어이없다는 듯 웃은 섬초는 다시 외쳤다.

"저 인간 지금 혼자서 청염의 뱀이랑 싸우고 있어! 지금 당장 도와주러 가야 해! 그냥 내버려 두면 끝장이야!"

특급 헌터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냐! 알바는 엄청 강해! 알바가 이길 수 있어!!"

"뭐? 야, 너 방금 도와주러 가야 한다며!"

특급 헌터는 단호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도와주러 가야 해!"

"그런데 이긴다고?"

"맞아! 알바가 이기는 것도 맞아!"

"와, 와! 억지 봐! 야, 너희가 말 좀 해봐!"

섬초가 외치는 순간, 특급 헌터도 마주 외쳤다.

"맞아! 퐁퐁이, 사슴이, 반짝이! 어떻게 생각해! 말해봐"

바로 특급 헌터 앞으로 이동하는 하늘 고래, 사슴벌레, 황금 풍뎅이.

구으으-!

구으응-!

띠디딛-!

셋이 고개를 끄덕이며 우는 순간 특급 헌터는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봤지?! 내 말이 맞다잖아!"

"뭐, 야, 너희들 뭐야?! 저 앞뒤가 안 맞는 말이 뭐가 맞아!"

섬초가 분통을 터트리는 순간.

특급 헌터는 의젓하게 외쳤다.

“우리는 지금 당장 알바가 괜찮은지 확인하러 가야 해! 몰래!”

이 말을 듣는 순간 새끼 여우와 특급 헌터의 말싸움에 넋을 놨던 모두는 번쩍 정신을 차렸다!

강 하류 물길은 어차피 막힌 상황.

이세기가 혼자 고립됐으면 도와줘야 한다!

"우선 다가가서 상황을 확인하죠!"

최설이 외치는 순간 바로 움직이는 사람들.

돛을 접은 채로 노를 젓기 시작했다.

고속선은 소리 없이 조용히 강을 거슬러 화염 폭풍이 몰아치는 곳으로 나아갔다.

이때 특급 헌터는 친구들에게 물었다.

"그런데 퐁퐁이 왜 이리 늦은 거야? 사슴이, 반짝이는 어제 탑에서 왜 안 돌아왔어?"

이 순간 퐁퐁이, 사슴이, 반짝이 셋의 시선이 마주쳤다.

드디어 지난밤의 고생을 보답 받을 순간이 왔다!

퐁퐁이가 목에 걸린 주머니를 내밀고, 반짝이가 더듬이로 주머니 입구를 열고, 사슴이가 주머니 안에 집게를 집어넣었다.

이 순간 특급 헌터는 깨달았다!

"앗! 멋진 돌! 탑에 있던 '완전 멋진 돌' 찾느라고 늦었구나!"

섬초는 웃음을 터트렸다.

“‘완전 멋진 돌?’ 너 ‘완전’ 꼬맹이구나? 푸흐흐흡-”

이때 사슴이의 톱날 집게가 주머니에서 나왔다.

이 톱날 집게에는 검은 정육면체가 잡혀 있었다.

“완전 멋진 돌!”

특급 헌터가 환호하는 순간.

섬초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파바바밧-

섬초는 재빨리 손과 꼬리로 눈을 비볐다!

그대로다!

한 면이 9칸으로 나뉜 검은 정육면체!

9칸, 6면!

54개의 칸 전체에 복잡한 황금빛 선과 도형이 뚝뚝 끊어진 채 새겨져 있었다.

결코, 잊을 수 없는 기억!

섬초는 이 물건의 정체를 한눈에 알아봤다!

재질은 흑옥(黑玉), 형태는 3x3 정육면체 큐브!

그 위에 새겨진 뚝뚝 끊긴 황금빛 선과 도형은 다차원 적층 마법진이다!

기억 그대로의 모습이다!

그러나 이건 여기에 이렇게 나타나서는 안 되는 물건이다!

순간 옛 기억이 되살아났다.

까마득한 오래전 악신과 허신, 용들의 놀이터였던 타대륙에 한 사람이 나타났다.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 나타난 그 사람은 강철과 마법의 힘으로 타대륙 전체를 뒤집어엎었다!

강철의 폭풍이 인류를 노예로 부리던 강대한 용과 초월종을 찢어발기고!

무한한 마탑의 힘을 얻은 마도왕들이 악신과 허신을 짓밟아 허수 공간에 집어 던졌다!

수많은 허신이 차원을 넘어 도망치고 악신과 그 추종자, 초월종들은 대륙 끝으로 밀려나 숨을 죽였다.

그리고 인간과 수인, 엘프, 노움, 드워프 수많은 인류의 뜻을 모아 대협약의 약속을 세계에 새겼다.

그 사람은 마도 제국을 세우고, 타대륙의 절대자 마도 황제가 됐다.

마도 황제에게는 수많은 이명이 있었다.

그 이명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보석과 강철’의 황제!

이 흑옥 큐브가 그 ‘보석’이다.

마도 황제가 직접 만든 보석.

마력장 지대의 무한한 힘을 지상을 끌어내기 위한 마도구.

마탑의 머릿돌!

그러나 마도 황제가 세계에 새긴 약속 대협약이 깨지고 모든 마탑이 빛을 잃는 순간.

마탑에 숨겨진 머릿돌도 그 힘을 잃고 평범한 돌이 됐다!

수많은 마도사, 마도왕, 허신과 악신의 추종자들이 머릿돌을 찾았다.

그러나 머릿돌은 그 어떤 마법, 주술적 탐지도 먹히지 않기에 그 누구도 찾을 수 없었다.

그런 머릿돌이 지금 이곳 머나먼 원대륙에 모습을 드러냈다.

온전한 모습으로!

섬초는 문득 고개를 들어 눈앞의 광경을 봤다.

스카라베 전사가 머릿돌을 들어 인간 꼬맹이에게 건네주고 있다.

마력장 지대의 무한한 마력을 사용할 수 있는 마도구이자.

정명(正命)한 길을 걷는다면 별의 길을 걸어 승천하리라는 마도 황제의 약속!

사람으로 태어나 별의 길을 걸어 마침내 승천한 마도 황제.

보석과 강철의 황제가 만든 ‘보석’이 다시 세상에 나타났다.

그리고 인간 꼬맹이의 손에 놓이고 있다.

이 순간 그 누구도 끝을 헤아릴 수 없는 하늘의 인과, 거대한 운명이 맞물리는 아득함이 느껴졌다.

섬초는 인간 꼬맹이를 바라보며 마음으로 외쳤다.

‘너 정체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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