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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693화 (694/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693화>

휘이, 휘이잉-

바람이 소용돌이는 갈대밭.

그 중심에 허공도의 제사장이 쓰러져 있었다.

'일어나! 악몽에 삼켜지면 안 돼!'

그 내면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허공도의 경계를 멀리 벗어났기에 목소리는 너무 미약했다.

미약한 목소리는 구인창의 경력에 완전히 감각이 무너진 제사장을 깨우지 못했다.

허공도의 제사장은 꿈속에서 다시 꿈을 꾸듯 악몽 속으로 깊게 침잠해 들어갔다.

빙글빙글빙글-

종이 가면에 그려진 소용돌이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회전하고 악몽에 빠져든 몸이 천천히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늘에 똬리를 뜬 채 미동도 하지 않던 청염의 뱀이 떠오르는 제사장을 바라봤다!

이 순간 천문석은 퐁퐁이를 타고 고속선으로 돌아가고 있었고, 대사형은 미친 듯이 갈대밭을 달리며 외쳤다.

“야, 정신 차려!”

허공도의 제사장이 청염의 뱀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둘이 만나면 끝장이다

제사장을 삼킨 악몽이 청염의 뱀마저 삼키면 모든 게 잿더미가 될 것이다!

“뭐 하는 거야! 정신 차려! 아마르!”

이름을 불렀는데도 반응이 없다!

아무리 꿈이라고 해도 허공도의 제사장은 마도왕 급의 강자!

그런데 조사께서 어떤 방법을 사용하셨는지 아무리 불러도 반응이 없다!

허공도의 제사장은 완전히 정신줄을 놨다!

'이대로면 늦는다!'

실패를 직감하는 순간.

대사형은 검을 뽑아 청염의 뱀을 겨눴다!

다행히 조사님은 하늘 고래를 타고 강 하류로 멀어지는 상황.

조사께서 자신의 검에 담긴 일기일원공의 내력을 느껴도 인과가 얽히기 전에 충분히 도망칠 수 있을 거다!

'차원에 균열을 뚫어 청염의 뱀을 다른 나뭇가지로 날려 버린다!'

균열을 뚫을 수 있는 장소는 자신과 인과가 엮인 세계의 나무뿐!

하지만 자신은 이미 수없이 경계를 넘나들며 전생, 현생, 후생의 인과가 뒤얽힌 상황이다!

청염의 뱀을 잘못 날려 버리면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되는 연쇄 반응, 나비효과가 일어난다.

'어느 시대, 어느 장소로 날려야 하지?!'

이 순간 벼락 치듯 한 장소가 떠올랐다.

천 년 전 과거의 타대륙.

우뚝 솟은 계단산 앞, 쇳소리를 내는 숯과 석탄이 끝없이 깔린 검은 대지!

후생(後生)의 인과가 엮인 그곳!

숯과 석탄이 깔리기 전인 그 숲이 하늘의 인과가 준비한 청염의 뱀이 떨어질 장소다!

'이 모든 게 이미 예정되어 있었구나!'

대사형은 인과를 깨닫는 동시에 입문검에 일기공을 손에 일원공의 내력을 담았다.

일기공이 담긴 검면을 일원공이 담긴 손으로 훑는 순간.

우으으응-

입문검이 공명했다!

눈은 허공을 넘어 세계의 나무를 바라보고.

손은 검면을 훑어 길을 열기 위한 공명 주파수를 찾는다!

‘여기다!’

직감하는 순간 입문검에서 거대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구으으으으응-

입문검과 세계의 나뭇가지가 시공을 넘어 공명하는 순간.

쿵-

한걸음 내디디며 하늘을 향해 휘두른다!

삼천세계와 삼생의 인과를 엮어 자라나는 세계의 나무에 길을 여는 차원검을!

쿠르르르-

천천히 움직이는 입문검을 따라 차원 방벽에 균열이 생겨나려 할 때.

경악한 외침이 강에서 터져나왔다.

"뭐야! 제사장?! 쟤 어떻게 쐐기를 풀어낸 거야?!"

그리고 빠르게 가까워지는 폭음!

포아아아앙-

개파조사님!

‘아니, 이 양반 왜 다시 돌아와!?’

약간의 시간만 있으면 청염의 뱀을 날려 버릴 수 있는데 조사님이 돌아오고 있다.

조사님이 자신의 검을 보고 자신을 인지하는 순간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된다!

대사형은 재빨리 입문검을 거두고 갈대밭에 납작 엎드려 기척을 죽였다!

포아아아앙-

순간 폭음이 머리 위를 지나가고 하늘 고래와 그 위에 위태롭게 선 조사님이 보였다.

조사님은 청염의 뱀을 향해 정면으로 돌진했다!

'아니, 아니! 잠깐만! 그대로 돌진하시면…!?'

내심 비명을 지르는 순간 엄청난 열기를 품은 바람이 불어왔다.

"....!"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드는 순간 보였다.

작열하는 푸른 비늘과 숨 쉴 때마다 쏟아지는 열기!

청염의 뱀이 그 거대한 몸을 펼치고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하늘 고래와 그 위에 선 조사님을 봤다.

'인지했다!'

직감하는 순간 이글거리는 청염, 겁화(劫火)가 쏘아졌다!

* * *

파아아앙-

푸른 화염이 날아오는 순간.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강철봉을 뻗으며 외쳤다.

"튕겨낼 수 있어! 그대로 돌파해!"

"으앗! 이거 겁화야! 불붙으면 안 꺼져!"

경악한 섬초가 외쳤지만, 퐁퐁이는 주저하지 않고 가속했다!

포아아아아앙-

정면에서 날아오는 푸른 화염을 향해서!

순간 강기가 치솟은 강철봉이 푸른 화염을 꿰뚫었다!

유형화되지 않아도 강기는 강기!

푸른 화염은 강기에 그 맥(脈)을 뚫려 산산이 조각났다!

화르르르륵-

조각나 쏟아지는 푸른 불꽃은 반짝이가 펼친 빛의 막과 섬초가 다급히 움직인 주술 방벽에 막혔다.

띠디딛-!

"젠장!"

그리고 천문석은 감을 잡았다.

유형화되기 전이라도 내력 소모가 엄청난 강기!

그러나 이 정도면 내력이 바닥나기 전에 뚫고 제사장에게 닿을 수 있다!

천문석은 바로 외쳤다.

"푸른 화염은 내가 막을게! 제사장한테 직선으로 날아가라!"

포아아아앙-

퐁퐁이가 다시 한번 가속했다.

푸른 화염이 연속해서 쏟아졌고, 강기가 담긴 강철봉에 쉴 새 없이 터져 나다!

팡, 팡, 파아앙-

어제 아침부터 지금까지 만 24시간 이상, 정신없이 달리고, 도망치고, 싸웠다.

그러나 제대로 내력을 쓰지 않고 적을 기만하며 싸웠기에 아직 내력은 충분하다!

천문석은 강기가 담긴 강철봉을 찌르며 제사장을 향해 외쳤다.

"야, 그만해! 여기 갈대밭이야! 대형 화재 난다!"

그러나 미동도 하지 않는 제사장!

'설마?!'

흠칫 놀라 제사장을 향해 기감을 뻗는 순간 느껴졌다.

제사장은 완전히 정신줄을 놓은 상태.

그 몸에선 한점의 주술력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무리가 어설퍼 뒤통수 맞는 클리셰를 부수기 위해 제사장 몸에 구인창의 경력을 쐐기처럼 박아 넣었다!

제사장이 그 쐐기를 풀어내고 청염의 뱀을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했다.

완전히 오판했다!

제사장은 정신을 잃은 상태.

지금 청염의 뱀은 스스로 움직이고 있었다!

제사장이 정신줄을 놓자, 통제를 잃은 청염의 뱀이 푸른 화염을 쏟아붓는 거다!

이대로라면 푸른 화염이 모든 것을 잿더미로 만들 거다!

청염의 뱀을 막아야 한다!

천문석은 재빨리 주위를 확인했다.

서쪽 강 상류에는 수십만이 사는 적염성이.

동쪽 강 하류에는 동료들이 탄 고속선이 있다.

남쪽은 갈대와 들판이 끝없이 이어지는 평야.

북쪽은 만년설을 이고 있는 거대한 산맥이 있다.

'북쪽 산악지대로 유인한다!'

결심하는 순간 천문석은 바로 외쳤다.

"계획변경! 저 뱀 북쪽으로 유인해야 해!"

구으으-!

퐁퐁이는 용맹하게 외치고 청염의 뱀을 향해 돌진했다.

포아아아앙-

천문석은 청염의 뱀을 향해 내력을 실어 외치는 동시에 마음에서 마음으로 도발했다!

[야, 나랑 한판 붙자!]

'야, 나랑 한판 붙자!'

순간 몸을 핥는 섬뜩한 시선이 느껴졌다!

‘어그로가 끌렸다!’

“퐁퐁이! 북쪽으로 날아!”

포아아앙-

퐁퐁이가 직각으로 방향 전환하는 동시에 청염의 뱀이 입을 벌렸다.

그리고 활짝 벌린 입에서 쏘아지는 만져질 듯 선명한 푸른 빛!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직감했다.

‘이건 강기로는 못 막는다!’

그야말로 찰나!

직감하는 순간 끌어올린 내력을 모조리 강철봉에 밀어 넣어 찔렀다!

쩌어엉-

강철봉 첨단에서 빛이 치솟았다.

강제로 만들어낸 유형화된 강기, 검강!

순간 푸른 빛이 검광과 충돌해 튕겨 나갔다!

콰아아아아-

내력이 뭉텅이로 날아가는 순간 갈대밭에 거대한 흔적이 남고 충돌의 여파가 사방으로 몰아쳤다.

팟, 파팟파-

주위를 두른 반짝이의 빛의 막과 섬초의 주술 방벽이 단숨에 날아가고 퐁퐁이가 정신을 잃고 추락했다.

푸른 화염과는 격을 달리하는 위력!

그 힘의 여파만으로도 퐁퐁이는 정신을 잃고 갈대밭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이대로 떨어지면 치명타를 입는다!'

천문석은 포대기를 펼쳐 퐁퐁이, 사슴이, 반짝이, 섬초를 단숨에 낚아채 몸에 묶었다.

이 순간 바로 앞으로 다가온 갈대밭.

갈대밭에 비스듬히 처박히려는 순간 천문석은 강철봉을 내려쳤다!

속도와 무게.

추락의 충격을 내려치는 강철봉으로 상쇄한다!

콰아아아앙-

강철봉에서 쏟아진 내력에 단숨에 수십 미터의 갈대밭이 갈려 나갔다!

전신에 쏟아지는 엄청난 반발력!

몸이 터질 듯이 요동치고 기혈이 뒤틀렸다!

천문석은 그대로 백여 미터를 달려 여파를 흘려내고 멈췄다.

순간 가슴 속에서 울컥 치솟는 핏덩어리.

천문석은 핏덩어리를 삼키고 반사적으로 달리며 하늘로 고개를 들었다.

이 순간 청염의 뱀이 허공도의 제사장을 삼켰다!

* * *

제사장을 삼키는 순간 청염의 뱀은 수백 미터가 넘는 몸을 활짝 펼쳤다.

파아, 파앙, 파아앙-

쉴 새 없이 안으로 폭발하는 푸른 화염!

수백 미터에 달하는 몸이 빠르게 작아지고, 푸른 불꽃이 이글거리던 몸이 검게 변하며 열기가 사라지고 있다!

청염의 뱀은 힘을 잃는 것처럼 보였다.

"....!"

그러나 이 모습을 보는 천문석의 심장은 빠르게 뛰었다!

'약해지는 게 아니다! 힘이 안으로 갈무리 되고 있다!'

천문석은 재빨리 포대기를 펼쳐 안을 살폈다.

퐁퐁이, 사슴이, 반짝이, 섬초 모두 무사하다.

"너희들 괜찮아? 날 수 있겠어?"

구으, 구으으-!

흔들리는 눈으로 열심히 끄덕이는 퐁퐁이.

뒤이어 반짝이와 사슴이도 고개를 끄덕이며 울었다.

띠디딛-!

구으응-!

"섬초! 넌 어때?! 괜찮지!!"

"하나도 안 괜찮아! 으으으- 내 곡옥! 토할거 같아!"

모두 무사했다!

천문석은 다시 하늘을 확인했다.

제사장을 삼킨 청염의 뱀은 밤을 뭉친 것처럼 검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북쪽 산맥까지 유인하는 건 불가능.

어떻게든 여기서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

결심하는 순간 천문석은 바로 움직였다.

포대기를 펼치고 퐁퐁이 등에 반짝이, 사슴이, 섬초를 올렸다.

"퐁퐁이 특급 헌터에게 도착하는 즉시 강 하류로 도망치라고 전해. 이번에는 주의 끌지 않게 조용히 가는 거야. 알았지?"

구으으-!!

고개를 끄덕이는 퐁퐁이.

퐁퐁이를 던지기 위해 번쩍 드는 순간 섬초가 의아한 얼굴로 묻는다.

"어, 잠깐! 너 같이 안 가?!"

"난 저놈 처리하고 갈게. 먼저 가라."

"뭐?! 무슨 소리야!! 같이 도망……."

천문석은 달리는 힘을 담아 그대로 퐁퐁이를 강을 향해 던졌다!

촤아아아-

퐁퐁이는 수면을 스치듯 날아가다가 빛의 막에 휩싸이는 순간 물속으로 쏙 들어갔다.

그리고 강 하류를 향해 소리 없이 쏘아졌다!

이제 청염의 뱀만 처리하면 된다!

청염의 뱀은 어느새 십 미터도 안 되는 크기의 검은 뱀이 되어 하늘에서 원을 그리고 있었다.

크기는 줄어들었지만, 이 검은 뱀에게서 마치 여의주를 얻은 용과 같은 엄청난 힘이 느껴졌다.

제주도에서 싸웠던 마신의 강림치 이상!

싸우겠다는 생각을 품는 것만으로도 전신에 전율이 흘렀다!

천문석은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압도적인 물리력을 지닌 수백 미터의 청염의 뱀보다 크기가 확 줄어든 검은 뱀이 오히려 상대하기 쉽다!

지금까지 늘 그러했듯이.

근접전으로 붙으면 어떻게든 방법이 나올 거라는 감이 왔다!

천문석은 검은 뱀을 향해 강철봉을 겨누고 내력을 끌어올렸다.

강철봉에 강기가 담기는 순간.

천문석은 내력을 담아 외쳤다!

[내려와라!]

이 순간 원을 그리던 검은 뱀이 멈췄다.

검은 뱀의 광포한 시선이 지상을 훑는 순간.

천문석은 진각을 밟아 내력을 터트리며 도발했다!

콰아-

[제대로 한번 붙자!]

그리고 화염이 비 오듯 쏟아졌다!

콰카카카쾅-

천문석은 대지를 갈아엎는 화염을 강기로 쳐내며 외쳤다.

[야, 타임! 정지! 원거리 공격은 반칙이잖아! 내려와서 정정당당하게 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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