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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692화 (693/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692화>

[…… 내려 와! ]

천문석의 외침이 하늘 높이 퍼져 나가는 순간.

아득한 하늘에서 빛의 막에 휩싸인 덩어리가 수직으로 떨어졌다.

퐁퐁이!

포아아아아앙-

퐁퐁이의 로켓 추진음이 빠르게 커질 때.

파아아아앙-

제사장은 푸른 화염을 끌고 그 뒤로 따라붙었다!

천문석은 선수 갑판으로 달리며 내력을 끌어올렸다.

허공도의 제사장은 극에 달한 주술사!

하늘을 자유자재로 날고, 거대한 청염의 뱀을 불러 화염을 쏟아부었다.

이런 제사장을 정면 대결로 꺾는 건 지금의 자신에겐 불가능했다!

전생의 경지를 훔치면 대등하게 싸울 수 있지만, 허공도의 제사장과 싸우게 된 건 우연과 오해가 겹쳤기 때문이다.

굳이 변덕스러운 하늘의 저울에 대가를 올리며 생사를 걸고 싸울 필요는 없다.

지금 필요한 건 시간!

꼬리를 끊고 도망칠 시간만 벌면 됐다.

즉, 제사장의 주술력만 봉인하면 된다.

그리고 자신에게는 이럴 때 딱 맞은 기술이 두 개나 있었다.

굉천수와 구인창!

굉천수로 빈틈을 만들고 구인창의 경력을 쏟아부어 감각을 무너트린다!

신동대문에서 칠성파 보스 마혁진의 염동력을 봉인할 때처럼!

주술력도 염동력과 마찬가지로 영혼육백 모두가 관련된 힘.

구인창의 경력으로 육체의 감각이 교란되면 주술도 봉인된다!

문제는 허공도의 제사장에게 굉천수와 구인창이 먹힐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것!

이걸 확인할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었다.

직접 사용해 보는 것!

이때 선수 갑판에 도착했다.

천문석은 끌어올린 일기일원공의 내력을 굉천수의 요결에 따라 움직였다!

쿠릉, 쿠르릉-

먹구름이 몰려들어 우렛소리가 울려 퍼지고, 어느새 하나둘 쏟아지던 화염도 멈췄다!

이 순간 천문석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커다란 원을 그린 청염의 뱀을 통과하고 있었다.

수직으로 내리꽂히는 퐁퐁이, 반짝이, 사슴이, 섬초!

그 뒤를 바짝 쫓는 허공도의 제사장!

그리고 소리가 들려왔다.

구으, 구으으으-!

신나게 우는 퐁퐁이.

띠딛딛디디-

구으으으으-

쉴 새 없이 빛을 터트리는 반짝이와 용맹하게 우는 사슴이.

“으아악- 인간! 복수할 거야! 복수……!”

하늘 고래에 매달려 악을 쓰는 섬초.

[여우 요괴! 경계석을 내놔라!]

무시무시한 분노를 터트리는 허공도의 제사장.

모두가 불타는 갤리선 갑판을 중앙을 향해 일직선으로 내리꽂히고 있다!

‘바로 지금이다!’

천문석은 굉천수의 내력이 담긴 손을 번쩍 들고 외쳤다.

“퐁퐁이! 여기야! 갑판에 닿으면 바로 나한테 날아와!”

불타는 갑판을 향해 수직으로 떨어진 하늘 고래는 직각으로 방향으로 전환했다!

순간 천문석은 한계를 넘어 집중했다.

가속된 사고 속, 세상이 느려지고 정보가 쏟아져 들어왔다!

포아아아앙-

갑판을 가로질러 자신을 향해 쏘아진 하늘 고래!

콰드드드득-

충돌의 충격으로 단숨에 거대한 돛대를 부러트리고 하늘 고래의 뒤를 쫓는 허공도의 제사장!

부러진 돛대가 천천히 쓰러질 때 모든 걸 날려 버릴 엄청난 강풍이 불어왔다!

파아아아앙-

갑판에 치솟은 화염이 단숨에 날아가고 두 손을 든 천문석의 몸이 뒤로 밀려났다!

이 찰나의 순간 천문석은 시선이 마주쳤다.

지느러미를 펼치고 제트기처럼 날아오는 퐁퐁이, 사슴이, 반짝이, 섬초!

빙글빙글 회전하는 소용돌이 가면을 쓰고 뒤를 쫓는 제사장!

이 순간 퐁퐁이와 그 등 위의 존재들에게 마음에서 마음으로 뜻을 전했다.

‘눈 꼭 감고! 내 등 뒤에 찰싹 달라붙어! 아무것도 안 보여도 기척 죽이고 꼭 붙어 있어!’

“으앗! 이거 뭐야!? 심어(心語)!? 너 이거 어떻게 한 거야!?”

깜짝 놀란 섬초의 외침이 터지는 순간.

퐁퐁이는 천문석을 지나쳤고 동시에 역추진했다!

포아아앙-

등 뒤로 찰싹 달라붙는 느낌이 전해질 때.

천문석 앞에는 허공도의 제사장만 남았다!

‘지금이다!’

순간 파르르 떨리던 두 손이 충돌하고 굉천수가 터졌다.

콰아아아아앙-

굉천수의 섬광과 굉음이 빛과 소리를 삼켜 버렸다!

그리고 섬광과 굉음이 끝없이 이어졌다!

쾅, 쾅, 콰아앙-

그러나 허공도의 제사장한테 굉천수가 먹혔는지 확신할 수 없다!

천문석은 납작 엎드려 번개같이 기면서 기감을 퍼트렸다.

순간 기감에 걸리는 게 있었다!

“……!”

강철봉을 뻗는 순간 봉 끝에 걸리는 부드러운 감촉!

‘제사장이다!’

천문석은 직감하는 순간 몸을 일으켜 구인창의 경력이 담긴 강철봉을 찔렀다!

쿠웅-

강철봉이 닿는 순간 돌아온 진동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거대한 바위에 계란을 던지는 듯한 막막함!

제사장이 보여 준 모습은 빙산의 일각이었다!

구인창의 경력이 엄청난 주술력에 막혀 1할도 스며들지 못하고 되돌아오고 있다!

허공도의 제사장은 상상 이상의 강자!

굉천수의 섬광과 굉음이 모두 사라지기 전에 어떻게든 감각을 무너뜨려야 한다!

방법은 하나!

방어를 뚫고 직접 신체를 접촉하여 구인창의 경력을 쏟아붓는다!

천문석은 폭풍처럼 몰아쳤다!

생사팔문의 보법을 펼쳐 전진하며 구인창의 경력이 담긴 강철봉을 무수히 찔러 넣었다!

쿵, 쿠웅, 쿠우웅-

거대한 진동이 연속해서 터질 때마다 구인창의 경력이 우산에 튕겨 나오는 빗물처럼 허공으로 흩어졌다!

그러나 천문석은 굉천수의 섬광과 굉음이 사라질 때까지 제사장의 방어를 뚫는 데 실패했다!

‘이렇게 된 이상! 근접 개싸움으로 간다!’

결심하는 순간 섬광과 굉음이 사라지고 보였다.

균형감각이 흐트러져 비틀거리는, 종이 가면에 그려진 소용돌이가 혼란스럽게 회전하는 제사장!

폭풍우가 몰아치면 우산을 써도 몸이 젖는 법!

굉천수, 구인창이 효과가 있다!

‘아직 늦지 않았다!’

천문석이 다시 한 번 몰아치려는 순간 등 뒤에서 비명이 터졌다.

“으앗! 내 눈! 아무것도 안 보여! 으아아, 으아악-!”

섬초!

순간 제사장의 지팡이가 비명을 지르는 섬초에게 겨눠지고 푸른 화염이 쏟아졌다!

화르르륵-

재빨리 갑판을 굴러 화염을 피하고 등 뒤에 찰싹 달라붙은 퐁퐁이를 손에 잡았다.

‘부러진 돛대 앞, 배 안에 숨어 있어!’

천문석은 마음으로 뜻을 전하는 동시에 전력을 다해 퐁퐁이를 던졌다!

쓰으으으윽-

단숨에 갑판을 미끄러진 퐁퐁이가 돛대 앞에 주저앉은 배에 숨는 순간 터져 나오는 외침!

“아무것도 안 보여! 으악! 안 보인다니까! 사기꾼 나 좀 도와줘! 으아앙- 나 눈 멀었나 봐! 큰일 났단 말야! 앙, 앙-.”

섬초는 울며불며 정신없이 소리쳤다.

순간 제사장의 지팡이가 다시 한 번 섬초에게 겨눠지고 화염이 쏟아졌다!

[거기에 있구나!]

그러나 이미 섬초는 퐁퐁이와 함께 배 안에 숨은 상황!

제사장이 쏟아붓는 화염은 부러진 돛대와 주저앉은 배에 막혔다.

전화위복!

비명을 지르는 섬초가 제사장의 주의를 끌어 주고 있다!

‘잘한다! 섬초!’

데굴데굴 구르던 천문석은 소리 없이 일어나 기척과 소리를 지우고 제사장에게 접근했다.

직접 신체를 접촉하고 구인창의 경력을 쏟아붓기 위해서.

그러나 종이 가면, 치렁한 종이 옷, 종이 장갑과 종이 신까지 겉으로 드러난 신체 부위는 없다!

종이 옷에 어떤 주술이 걸려 있을지 모른다.

파손은 불가, 옷 안으로 손을 넣어야 한다!

생각과 동시에 등 뒤로 접근.

번개같이 종이 옷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배를 움켜잡고 구인창의 경력을 쏟아부었다!

제사장의 몸이 감전된 듯 뻣뻣해지는 순간 주술사의 손이 천문석의 손을 잡았다.

꽈드드드득-

주술사라곤 생각할 수 없는 엄청난 힘이 전해졌다!

‘이대론 당한다!’

직감하는 순간 천문석은 바로 공중으로 몸을 띄워 제사장을 머리 뒤로 내리꽂았다!

수플렉스!

콰아앙-

충돌 순간 힘이 빠져 툭 떨어지는 팔!

바로 몸을 빼서 후속기를 넣으려는 순간 축 늘어진 제사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한테 뭘 한 거냐?”

떨리는 목소리!

허공도의 제사장은 갑판 위에 널브러져 움직이지 못했다.

‘이렇게 쉽다고!?’

천문석은 경계를 풀지 않고 강철봉으로 제사장의 발을 툭 쳤다!

발에서 시작한 경련이 다리, 몸통, 전신으로 퍼져 나가고 제사장의 신음이 새어 나왔다.

으윽-

종이 가면에 가려져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신음과 경련하는 몸만으로도 충분했다.

허공도의 제사장에게 구인창이 먹혔다.

계획대로 주술력이 무력화됐으니 이제 바로 튀면 된다!

그전에 천문석은 정중히 말했다.

“잠시 감각을 교란한 거다. 곧 감각 돌아올 거고, 후유증은 없는 기술이니까 걱정하지 마라. 그럼 안녕이다.”

“…….”

종이 가면으로 말없이 바라보는 제사장.

천문석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덧붙였다.

“……여러 가지로 미안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어.”

“하, 하- 미안하다고?”

제사장의 허탈한 웃음이 들려올 때 몸을 돌리던 천문석은 멈칫했다.

문득 한가지 클리세가 떠올랐다.

마무리가 어설퍼 뒤통수를 맞는 주인공!

천문석은 바로 몸을 돌려 말을 덧붙였다.

“야, 미안한데! 혹시 중간에 풀리면 서로 곤란하니까. 확실하게 한 번 더 할게.”

“……그게 무슨…….”

순간 허공도의 제사장은 경악했다!

종이옷 아래로 쑥 들어와 배에 놓이는 손!

“야, 너 어딜 만……!”

분통을 터트리려는 순간 몸 안으로 육체의 감각을 무너트리는 기이한 경력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리고 방금은 미처 깨닫지 못한 이 경력의 근원이 되는 내공이 느껴졌다!

하나이자 둘이고, 둘이자, 하나인 심법!

“설마……!?”

경악한 허공도의 제사장이 외치려는 순간 꿈속에서 꿈을 꾸듯 온 세상이 흔들렸다!

하늘, 땅, 태양, 화염, 청염의 뱀, 불타는 갤리선!

눈에 보이는 모든 게 뒤집히고 요동쳐 하나로 뒤엉켰다!

그리고 엄청난 현기증이 쏟아졌다!

이 순간 허공도의 제사장의 꿈 꾸듯 몽롱했던 의식은 뚝 끊겨 버렸다!

* * *

천문석은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외쳤다.

“퐁퐁이! 이제 끝났어! 얼른 나와라!”

그리고 배를 향해 달리려는 순간 제사장이 눈에 밟혔다.

허공도의 제사장은 화염이 치솟는 갤리선 한복판에 널브러져 있었다.

곧 갤리선 전체가 불덩어리가 되고 강 속으로 침몰할 거다.

이 정도로 이 무시무시한 제사장이 어떻게 될 거 같지는 않지만, 혹시 모를 일이었다.

“중간에 강가에 내려놓고 가야겠네.”

천문석은 제사장을 번쩍 들어 어깨에 걸치고 부러진 돛대 앞 배를 향해 달리며 외쳤다.

“야, 너 뭐 하는 거야! 얼른 나와! 퐁퐁이!”

그러나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설마, 당한 거야!?”

천문석은 흠칫 놀라 배를 향해 전력 질주했다!

“퐁퐁이! 사슴이, 반짝이, 섬초!”

단숨에 기울어진 배 위로 뛰어올라가는 순간 보였다.

기울어진 갑판 중앙에 모여 있는 넷!

퐁퐁이, 반짝이, 사슴이.

그리고 셋 앞에서 무언가를 설명 중인 섬초.

섬초의 열변이 들려왔다.

“……이 곡옥 보이지! 그러니까 이 곡옥을 3개 사면 골드 회원이 되는 거야! 골드 회원이 되면 실버 회원에게…….”

‘와, 이 상상을 초월하는 녀석!’

천문석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수많은 요마괴이를 만났지만, 이런 녀석은 처음이다!

허공도의 제사장과 싸우는 급박한 상황!

섬초는 갑판에 흩어진 바람 주술이 담겼던 곡옥을 주워, 퐁퐁이, 사슴이, 반짝이에게 사기를 치고 있었다!

천문석은 한달음에 달려가 회원 모집 중인 섬초를 번쩍 들었다.

“야, 모두 속지마! 이거 다단계야! 사기야, 사기!”

“사기라니! 무슨 말이야! 나도 다이아몬드 회원이란 말야!”

천문석은 섬초를 포대기 안에 넣고 끈으로 몸을 꽉 조였다.

“악, 으악- 이거 진짜라니까!”

섬초가 버둥거릴 때.

천문석은 외쳤다.

“이제 얼른 튀자! 퐁퐁이! 특급 헌터가 기다린다!”

구으, 구으으읏-!?

퐁퐁이는 로켓 비행하려다가 제사장을 보고 깜짝 놀랐다.

“놀랄 것 없어. 얘 기절했어. 가다가 갈대숲에 내려 주고 갈 거야. 바로 출발하자!”

포아아아앙-

천문석이 매달리는 순간 퐁퐁이는 로켓 비행을 시작했다.

단숨에 불타는 갤리선을 벗어나 강을 따라 나는 퐁퐁이.

중간에 강으로 툭 튀어나온 갈대밭이 보이자 천문석은 외쳤다.

“저 갈대밭 위에서 속도 좀 줄여 줘!”

속도가 확 줄어드는 순간.

천문석은 허공도의 제사장을 놓았다.

제사장은 무성한 갈대 위에 부드럽게 떨어졌고.

포아아앙-

퐁퐁이는 다시 한 번 가속해서 고속선을 향해 로켓 비행했다.

“모든 게 잘 끝났다! 이제 적염성도 안녕이다! 카캬카카카-.”

천문석의 웃음소리가 강 위로 울려 퍼졌다.

* * *

갈대밭에 숨어 있던 대사형은 경악했다.

허공도의 제사장이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순식간에 당했다!

자신이 몰래 개입할 틈도 없었다!

과연 개파조사님!

허와 빈틈을 찔러 순식간에 제사장을 제압했다!

그러나 문제가 하나 있었다.

허공도의 제사장이 당했는데도 하늘에 뜬 청염의 뱀은 사라지지 않고 점점 더 거세게 불타오르고 있다!

결론은 하나!

허공도의 경계를 벗어난 제사장이 악몽에 삼켜지고 있다!

허공도의 제사장이 완전히 악몽에 삼켜지면, 청염의 뱀이 깨어나 모든 것을 지워 버릴 거다!

거대한 성과 수만의 사령 군단을 잿더미로 만들었을 때처럼.

강, 들판, 적염성, 인근의 항구 도시까지.

그야말로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잿더미가 된다!

대사형은 제사장이 떨어진 갈대밭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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