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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690화 (691/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690화>

콰아아아앙-

선체 아래에서 폭발하듯 치솟은 강물에 배가 공중으로 튕겨 올랐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섬초를 낚아채 퐁퐁이 등 위에 올리고.

퐁퐁이를 두 손으로 번쩍 들고 외쳤다.

“하늘로 던질게! 도망쳤다가 안전해지면 고속선으로 돌아와!”

천문석은 선수 갑판을 달려 전력으로 퐁퐁이를 던졌다!

휘이이잉-

단숨에 수십 미터를 날아가 로켓 비행을 시작하는 퐁퐁이.

포아아아앙-!

그러나 퐁퐁이는 도망치지 않았다.

구으으으으으-!

용맹하게 외치더니 청염의 뱀을 향해 돌진했다!

“야, 너 뭐하는 거야!”

“으아아- 어디가는 거야!?”

천문석과 섬초의 다급한 외침이 터지는 동시에!

파바바팟-!

퐁퐁이의 전신을 빛의 막이 감싸고, 허공도의 제사장과 충돌했다.

까아앙-

굉음과 함께 제사장이 튕겨 나가는 순간 그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연속 충돌하는 퐁퐁이!

깡, 깡, 깡, 까앙-

굉음이 연속해서 터지고 제사장은 정신없이 하늘에서 튕겨 다녔다!

[하늘 고래!]

제사장의 괴성이 터지고.

띠디딛딛-

구으으으응-

퐁퐁이 등 위의 반짝이와 사슴이가 용맹하게 울었다.

마치 허공도의 제사장을 도발하듯이!

“야! 너희들 뭐 하는 거야!? 그냥 도망쳐!”

[여우 요괴! 거기에 있었구나!]

이때 허공도의 제사장이 섬초를 보고, 퐁퐁이를 향해 쏘아졌다.

파아아아앙-

폭음과 함께 길게 늘어지는 푸른 화염!

허공도의 제사장은 폭발적인 속도로 날았다.

그러나 빛의 막에 휩싸여 로켓 비행하는 퐁퐁이는 더 빨랐다.

포앙-

퐁퐁이는 제사장을 수직으로 피해 내더니 하늘을 향해 가속했다!

도망치라고 던졌더니 제사장을 유인하는 상황!

다행히 퐁퐁이 등 위에는 반짝이, 사슴이, 섬초가 있다.

하나같이 보통이 아닌 각성 동물과 요괴!

‘퐁퐁이가 시간을 벌어 준 틈에 탈출한다!’

천문석은 바로 선수에 서서 주위를 살폈다.

배는 갤리선 갑판을 향해 15도 각도로 날아가고 있다.

이대로면 갤리선 갑판에 배가 충돌한다!

배는 다시 항해할 수 없을 정도로 박살 나겠지만, 이건 문제가 아니다.

바로 옆에 동료들이 탄 고속선이 있으니까!

천문석은 재빨리 계획을 세웠다.

-고속선으로 옮겨 탄 후.

-바람 주술이 걸린 곡옥으로 고속선 돛에 바람을 불어 넣어 가속.

-돌아온 퐁퐁이의 새로운 능력, 로켓 비행으로 2차 가속해서 거리를 벌리고.

-안개 길잡이의 힘으로 열사의 사막으로 도망친다!

방금은 방심하다가 제사장에게 불의의 습격을 당한 것!

곡옥과 퐁퐁이, 안개 주술사의 힘이면 허공도의 제사장에게서 충분히 탈출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타이밍!

퐁퐁이가 유인하는 동안 고속선이 최대한 가속해야 한다!

계획이 서는 순간 천문석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아득하게 높은 하늘!

로켓 비행하는 퐁퐁이와 그 뒤를 쫓는 허공도의 제사장이 어지럽게 얽혀 추격전을 펼쳤다!

보는 것만으로도 전신에 소름이 돋고 제사장이 엄청나게 빡쳤다는 게 느껴졌다!

그러나 제사장의 타겟, 여우 요괴는 퐁퐁이 등에 탄 상황.

로켓 비행하는 퐁퐁이를 잡기 전에는 여우 요괴는 잡을 수 없다!

그리고 퐁퐁이는 제사장보다 빨랐다!

완벽하다!

이 틈에 재빨리 튀면 된다!

카캬카카카-

천문석이 웃음을 터트리는 순간.

천지가 무너지는 듯한 외침이 울려 퍼졌다!

[인간! 여우 요괴! 모조리 불태워 주마!]

그리고 청염의 뱀에서 불덩어리가 쏟아졌다.

천문석이 타고 있는 배를 향해서!

“뭐!? 야, 왜 나를 공격해! 여우 요괴를 따라가야지!”

천문석이 외치는 것과 동시에 불덩어리가 배를 때렸다!

파아앙-

돛에 직격한 불덩어리!

순식간에 불타 버린 돛에서 불똥이 우수수 떨어졌다!

천문석은 갑판 중앙으로 돌진해 돛대를 향해 강철봉을 찔렀다.

콰아아앙-

불덩어리가 된 돛대가 단숨에 부러져 날아가는 순간.

위이이잉-

강철봉에 회전을 걸어 하늘을 향해 연속해서 찌른다!

팡, 팡, 파앙-

발로 치솟는 불을 짓밟고 강철봉으로 쏟아지는 화염을 정신없이 튕겨 낼 때.

갤리선 갑판이 급격히 가까워졌다!

천문석은 선수를 향해 달리며 외쳤다!

[모두 도망쳐! 충돌한다!]

닻을 끌어올리고 돛을 내리던 선원과 노잡이들이 정신없이 피하는 순간.

천문석이 탄 배는 갤리선 갑판으로 내리꽂혔다.

콰드드드드득-

배는 두꺼운 갑판을 갈아엎으며 중앙으로 미끄러졌다!

거대한 돛대가 가까워질 때.

천문석은 선수로 달리며 둔보를 펼쳤다.

쿵, 쿠웅, 쿠우웅-

매 걸음 급격히 무거워지는 발걸음.

돛대와 충돌하는 임팩트 순간.

둔보로 끌어올린 힘과 무게, 내력을 강철봉에 담아 일점으로 찌른다!

콰아아앙-

돛대가 부러질 듯 요동치고, 두꺼운 갑판이 단숨에 우지끈 주저앉았다.

미끄러지던 배 후미가 뒤집힐 듯 들리는 순간 내력을 담아 진각을 밟았다!

콰아앙-

진각에 실린 엄청난 힘에 배가 갑판을 부서질 듯 때렸다.

배가 완전히 멈추는 것과 동시에 화염 덩어리가 폭격하듯 쏟아졌다.

천문석이 탄 배가 멈춰 선 갤리선 위로!

파아앙, 팡, 팡-

갤리선 곳곳에서 화염이 치솟았다.

어떻게든 갤리선을 움직여 도망치려던 선원들이 사색이 된 얼굴로 절규했다.

“야, 튀어! 제사장 분노했어! 당장 튀어!”

“젠장! 갤리선 팔아서 한몫 쥘 수 있었는데!”

“미친 새끼! 제사장을 왜 여기로 끌고 와!”

“이렇게 재수가 없다고! 이게 말이 되는 거야!?”

“저기 고속선! 저 고속선으로 튀면……!?”

“그 배 아카린 배야! 미친놈아!”

……

절규하던 선원들은 갑판에 박힌 배에서 내리는 천문석을 본 순간 경악했다!

“이세기다!”

“눈 마주치지 마!”

“재수 없는 거 옮는다!”

“도망쳐! 당장 튀어야 한다!”

“뭐!? 야, 누가 재수가 없어! 어제오늘 어, 모든 게 내 계획대로…….”

버럭 소리치는 순간 하늘에서 떨어지는 화염!

반사적으로 강철봉을 찔러 터트리자, 산산조각난 화염이 도망치는 선원들에게 쏟아졌다!

으아악-

“빌어먹을 이세기!”

“진짜 불똥이 튀잖아!”

“재수 없는 거 옮았잖아!”

……

불이 붙은 선원들은 비명을 지르며 정신없이 강물로 뛰어들었고.

사방에선 이세기를 성토하는 외침이 끝도 없이 울려 퍼졌다.

“…….”

천문석이 멍하니 이 모습을 볼 때 아득한 하늘에서 폭음이 터져 나왔다!

포아아아앙-

엄청난 속도로 하늘을 가로지르는 빛의 막!

제사장을 꼬리로 달고 로켓 비행 중인 퐁퐁이다!

[하늘 고래! 여우 요괴!]

곧 분노한 외침과 함께 허공도의 제사장이 그 뒤를 쫓는 게 보였다!

그러나 예상대로 제사장은 퐁퐁이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었다!

‘궤짝을 옮길 시간이 있다!’

천문석은 재빨리 나무 궤짝을 양어깨에 올리고 고속선으로 달렸다.

나무 궤짝 하나가 30관, 112.5kg!

어깨를 짓누르는 엄청난 무게와 당장이라도 무너질 듯 삐걱 이는 갑판.

그리고 하늘에서 쏟아지는 화염과 사방에서 치솟는 불길!

천문석은 이 모든 것을 뚫고 갑판을 가로질러 선측 난간에 섰다.

순간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알바! 위에 봐! 알바 왔어!”

“이세기! 왔구나!”

“야, 바로 넘어와!”

“빨리빨리 내려 와라!”

정신없이 돛을 펼치고, 닻을 끌어올리는 동료들과 헌터들!

천문석은 우선 확인부터 했다.

“거기 헌터 다 탔어!?”

“모두 탔어! 너만 타면 된다!”

“출발준비는!?”

“이제 곧 끝나!”

최설이 대답하는 순간.

이원이 널빤지 다리를 번쩍 들어 선체에 놓았다.

갤리선에서 고속선으로 급경사를 그리며 놓인 널빤지 다리.

아직 출발준비를 끝낼 때까지는 시간이 있다!

천문석은 널빤지 위에 나무 궤짝을 올리며 외쳤다.

“궤짝만 옮기고 넘어갈게! 무거우니까 조심해!”

“뭐!? 야, 무슨 소리야! 당장 넘어와!”

크으으으윽-

순간 나무 궤짝이 널빤지 다리 위를 미끄러져 고속선 갑판에 떨어졌다.

“어엇! 이거 뭐야!? 뭐가 이리 무거워!”

다급히 달려가 나무 궤짝을 받은 허준이 깜짝 놀랄 때.

천문석은 몸을 돌려 갑판 중앙 돛대 앞에 멈춰 선 배를 향해 달렸다.

그리고 한 소년을 발견했다.

“……배가 불탄다! 으하하하-.”

“미래의 거상이 될 밑천이 불타고 있어!”

“대사형! 이 모든 게 대사형 때문이야! 으아아악-.”

* * *

땀과 흙, 먼지로 엉망인 무복을 입고, 검대에 검을 찬 10대 중후반의 소년 무림인!

소년은 갑판 중앙 돛대 앞, 자신의 배 앞에서 괴성을 지르고 있었다.

천문석은 한달음에 달려가며 외쳤다.

“너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얼른 강으로 뛰어내려!”

“……저 헤엄 못 쳐요.”

천문석은 궤짝을 어깨에 올리며 소년을 다시 봤다.

“무슨 선원이 헤엄을 못 쳐?”

하, 하하-

소년은 대답 없이 허탈하게 웃었다.

천문석은 갑판 위 궤짝을 눈짓했다.

“저 나무 궤짝 끌고 따라와라! 저기 고속선 있어! 타고 가다가 내려줄게!”

“……네? 네!”

소년의 얼굴이 일순간에 환하게 펴졌다.

“감사합니다! 대인!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대인!”

크게 외친 소년은 바로 나무 궤짝에 달라붙어 들어 올리려 했다.

“야, 그거 100킬로. 아니, 30관이 넘어!”

천문석이 다급히 외치는 순간.

소년은 100kg이 넘는 나무 궤짝을 번쩍 들었다.

궤짝을 든 소년의 눈에서 광채가 번뜩이고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어, 어어어!? 이 무게! 이 냄새! 이 느낌! 대인 설마, 이 궤짝에 담긴 물건!?”

천문석은 고속선을 향해 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궤짝 안에 5관 금괴 6개 들어 있다!”

“……!”

“야, 빨리 따라와! 급해!”

경악으로 굳었던 소년은 반사적으로 따라 달리며 연신 외쳤다.

“금괴를 궤짝으로 담다니!”

“이런 엄청난 부자는 처음입니다!”

“진짜, 엄청, 너무 부럽습니다! 대인!”

“존경합니다! 정말 존경합니다! 대인!”

……

천문석은 슬쩍 소년을 살폈다.

약관도 안 된 호리호리한 소년이 112kg의 금괴가 담긴 궤짝을 들고 달리고 있다.

엄청난 무게가 몸에 실렸지만, 호흡은 안정됐고 중심과 자세는 자연스럽다.

이 모습에서 엄청난 고련(苦練)의 흔적과 명가의 품격이 느껴졌다!

높은 경지의 스승이 긴 시간 세심하게 하나하나 지도했으리라!

그리고 소년의 수준이 짐작됐다.

일류의 극(極).

절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10대 중후반의 나이를 생각하면 놀라운 성취다.

나이에 맞지 않는 높은 경지, 몸에 새겨진 고련의 흔적과 품격을 보면 분명 명문 거파의 기명 제자다!

그런데 묘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뭐지? 뭐가, 이상한 거지?’

천문석이 내심 고개를 갸웃할 때.

소년의 외침이 들려왔다.

“저도 금 모아 봤는데. 금반지 하나 만들 정도로 모으는 것도 엄청 빡셌습니다! 그런데 금 조각도 아니라 금괴 상자라니! 정말 존경합니다! 대인!”

‘존경?’

소년의 외침과 눈에서 깊은 선망과 존경, 부러움이 느껴졌다.

그리고 위화감의 정체를 깨달았다!

몸에 새겨진 무가의 품격과 달리 소년의 말투는 완전히 상인이었다!

돈을 하찮게 여기는 명문 거파의 제자들과는 완전히 다르다!

게다가 분명 처음 보는 소년인데 목소리를 듣고 얼굴을 보면 볼수록 어쩐지 낯익고 친숙하게 느껴졌다.

“대인! 저 실례가 안 된다면…… 어떻게 부자가 되셨는지 물어도 될까요? 조금이라도 말씀해 주시면, 엄청난 영광…….”

천문석은 소년의 말을 끊었다.

“야, 대인은 됐고. 그냥 이세기라고 불러. 그보다 너 이름이 뭐냐?”

얼굴이 환해진 소년이 고개를 깊게 숙이며 외쳤다.

“이세기 대인! 영광입니다! 제 이름은…….”

이 순간 깊게 숙인 소년의 뒤통수로 무언가 떨어졌다!

천문석은 무심결에 손을 뻗었다.

휘이이잉-

손에서 생겨난 와류에 소년의 뒤통수로 떨어지던 물체가 빨려 드는 순간.

소년은 번쩍 고개를 들고 이름을 외쳤다.

“데이몽 발도입니다!”

“……!”

천문석은 깜짝 놀라 소년, 데이몽 발도를 다시 봤다.

데이몽 발도!

이름을 듣는 순간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무림 던전.

마제사의 주지.

바라카스 발도 스님!

그리고 이 세계는 무림 던전과 같은 세계다!

‘설마 같은 가문 사람, 인척인가!?’

천문석의 의문은 데이몽 발도의 얼굴을 다시 보는 순간 바로 풀렸다.

“아니구나!”

천문석은 확신을 담아 고개를 끄덕였다.

데이몽 발도와 바라카스 발도.

두 사람이 같은 가문 사람, 인척일 리 없었다.

데이몽 발도는 잘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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