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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688화 (689/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688화>

포아아아아아앙-!

익숙한 폭음이 들려오는 순간.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강에 깔린 자욱한 수증기가 단숨에 날아가고, 화염을 두른 허공도의 제사장이 나타났다!

불과 50여 미터 거리에서!

“……!”

“……!”

[……!]

천문석, 섬초, 제사장.

셋의 시선이 마주쳤다!

“뭐야! 어떻게 거리를 줄인 거야!?”

“어, 어어어!? 기다렸다! 대대대요괴 섬초님이 상대…… 해 주마!”

[인간! 여우 요괴! 당장 경계석을 내놔라!]

놀람, 당황, 분노!

세 가지 감정이 담긴 외침이 거의 동시에 터져 나오는 순간.

포아아아아앙-

폭음이 다시 한 번 터지고 거센 바람이 훅 불어왔다!

“……!”

바람을 맞는 순간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야, 앞에 봐! 아니 넌 뒤에 봐야지! 피해! 당장 피해!”

[인간! 또 무슨 속임수를……!]

분노한 제사장의 외침이 끝나기도 전.

엄청난 속도로 날아온 퐁퐁이와 제사장이 충돌했다!

“피하라니까……!”

충돌 순간 퐁퐁이의 전신에 빛의 막이 생겨났다.

그리고 스핀을 한계까지 먹인 당구공이 충돌한 것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

까아앙-

빛의 막에 휩싸인 제사장은 45도 각도로 강으로 쏘아졌다!

촤아아아-

수십 미터 높이로 강물이 치솟고!

[으아아-]

빛의 막에 쌓인 제사장은 강물 깊은 곳으로 처박혔다!

제사장을 한 방에 훅 보내버린 퐁퐁이는 미안하단 듯한 번 울고 다시 가속했다.

구으으-!

포아아아앙-

순식간에 배를 따라잡은 퐁퐁이와 천문석의 눈이 마주쳤다.

구으, 구으으으-!

퐁퐁이는 배와 나란히 날면서 척 가슴지느러미로 경례했다.

이 순간 들려오는 울음소리.

구으으응-

띠디딛띧-

하늘 고래 퐁퐁이는 혼자가 아니라, 등 위에 사슴이와 반짝이까지 태우고 있었다.

다행히 특급 헌터는 없는 상황!

특급 헌터의 동물 친구들의 등장과 동시에 제사장이 강 속 깊이 처박혔다!

이 덕분에 거리를 확 벌리게 됐다!

“퐁퐁이 도와줘서 고맙다. 나이스 타이밍이었다! 카캬카-.”

천문석의 칭찬에 퐁퐁이는 별거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가속하기 시작했다.

포아아아아-

“와, 너 진짜 빠르네!?”

감탄하는 순간 번개 치듯 머리를 스치는 장면!

특급 헌터와 진교은을 찾아 성주 장원 탑에 올랐을 때.

퐁퐁이는 특급 헌터를 태우고 로켓 비행을 했다!

그 힘과 출력을 보는 순간 감탄했었다.

자신과 특급 헌터, 진교은 셋이 매달려도 날 수 있겠다고!

지금 자신은 혼자이고, 퐁퐁이는 특급 헌터에게 날아가고 있을 거다!

즉, 하늘 고래 퐁퐁이에게 매달리면 순식간에 강을 가로질러 동료들과 합류할 수 있다!

허공도의 제사장은 강 속 깊이 처박혔지만, 그의 능력이라면 곧 빠져나와 뒤에 따라붙을 거다.

이대로 배를 타고 달려선 결국 잡힌다!

천문석은 마음의 결정과 동시에 멀어지는 퐁퐁이에게 외쳤다!

“야, 돌아와! 그냥 가지 말고 나 좀 도와줘!”

포앙-

순간 급정거한 하늘 고래가 대답하듯 울었다.

구으으, 구으으응-!

가슴지느러미로 손사래를 치면서!

천문석에게 각성 동물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은 없었다.

그럼에도 퐁퐁이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인생은 독고다이라서 안 돼!’

“이런 빌어먹을! 야, 이런 순간에도 독고다이…….”

이때 섬초를 낚으려던 돌이 생각났다!

특급 헌터가 강문 해변에서 주워 준 6점짜리 새하얀 돌멩이!

천문석은 번쩍 손을 들고 외쳤다!

“야, 이거 줄게! 특급 헌터가 준 6점짜리 돌멩이야!”

포앙, 포앙, 포아앙-

순간 날아가던 퐁퐁이가 크게 원을 그리며 360도 회전, 질주하는 배 뒤쪽에서 날아왔다!

‘됐다! 이제 이대로 퐁퐁이를 잡고 날아가면 된다!’

천문석은 깍지낀 손을 높게 들어 올렸다!

“속도 줄이지 말고 이 손 통과해서 날아가면 돼! 알아서 잡을게!”

이때 눈에 밟히는 게 있었다.

밤새 추격전에서도 끝까지 버리지 않은 나무 궤짝 10개!

한 궤짝에 6개씩, 모두 60개의 5관 금괴가 들어 있다!

‘챙길 방법 없나!?’

재빨리 머리를 굴렸지만, 궤짝 하나가 100kg이 넘는다.

퐁퐁이가 아무리 로켓 비행을 해도 금괴까지 매달고 제사장을 따돌릴 수는 없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천문석은 피 끓는 심정으로 미련을 끊고 외쳤다!

“시작해!”

포아아앙-

퐁퐁이는 재차 가속해서 천문석을 단숨에 지나쳐 선수를 날았다!

그리고 황금 풍뎅이, 반짝이에게서 기계음과 섬광이 연속해서 터져 나왔다.

띠디디딛디딛-

파바파파바팟-

“야, 뭐 하는 거야!?”

천문석이 퐁퐁이를 향해 달리는 순간.

반짝이의 몸에서 폭발하듯 뻗어 나오는 빛이 배를 통째로 삼켜 버렸다!

촤아아아아-

다음 순간 수면 위를 스치듯 질주하던 배가 수면 위 공중으로 떠올랐다!

콰아아앙-

쏟아지는 바람이 유선형으로 배를 감싼 빛을 타고 흘러가고.

파아아아-

강물 속 깊이 처박힌 제사장이 빠르게 멀어지기 시작했다.

어느새 물 위를 질주하던 배는 물 위 2, 3미터 허공을 날고 있었다!

“…….”

천문석은 멍하니 허공을 나는 배의 선수를 바라봤다.

선수에는 특급 헌터의 동물 친구들이 날고 있었다.

지느러미를 쫙 펼친 퐁퐁이.

노래하듯 기계음을 내는 반짝이.

톱날 집게로 검은 돌을 집은 사슴이.

이 셋의 힘으로 배가 허공을 날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아니, 이게 가능한 거였어!

수많은 질문이 생각났지만, 질문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제사장과 거리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

고속선으로 옮겨탈 시간을 벌었다는 것!

그리고 갑판 위에 놓인 10개의 나무 궤짝이 그대로라는 것!

카캬카카카-

천문석은 통쾌한 웃음을 터트리고 나무 궤짝을 갑판 난간 쪽으로 옮겼다.

동료들이 기다리는 고속선에 바로 옮기고 튈 수 있도록!

쿵, 쿵, 쿵-

나무 궤짝의 묵직한 진동이 울려 퍼지는 순간.

넋을 놓고 이 모든 것을 보던 새끼 여우가 번쩍 정신을 차리고 다급히 외쳤다.

“으앗! 쟤! 배 앞에 저 어린 고래! 하늘 고래지? 맞지! 이게 어떻게 된 거야!? 하늘 고래가 왜 널 도와주는 거야!?”

부릅뜬 눈과 뻣뻣하게 솟은 털, 포대기 안에서 미친 듯이 움직이는 꼬리까지!

섬초는 온몸으로 경악을 표현하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보는 순간.

미운 네 살 새끼 여우 섬초와 얽히며 받은 스트레스가 한 방에 날아갔다!

더럽게 말 안 듣는 미운 네 살 섬초에게 부탁할 필요가 없어진 거다!

가슴속에서 희열이 치솟고 손으로 시선이 움직였다.

섬초를 낚으려 했던 6점짜리 하얀 돌멩이!

순간 새로운 계획이 생각났다!

천문석은 선수에서 배를 인도하는 퐁퐁이한테 걸어가며 섬초에게 말했다.

“하늘 고래가 나를 왜 도와주는지 궁금하다고 했지?”

“맞아. 맞아! 맞아!”

휙, 휙휙휙-

섬초는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천문석은 섬초에게 하얀 돌멩이를 보여 줬다.

“너 이게 뭔지 아냐?”

“……?”

섬초는 한참 동안 돌멩이를 살피다가 대답했다.

“하얀 돌멩이?”

“뭐야? 대대대요괴 섬초가 몰라보는 거야? 실망인데?”

천문석은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젓고 선수를 향해 물었다.

“너희들은 이게 무슨 돌인지 알지?”

구으으-!

띠딛디-!

구으응-!

특급 헌터의 동물 친구들은 환호했다.

“……!”

이 모습을 본 섬초의 눈이 다시 커졌다!

하늘 고래만이 아니다!

쭉 뻗은 톱날 집게를 가진 사슴벌레.

배 주위를 감싼 빛과 연결된 황금 풍뎅이.

스카라베 전사와 마법사까지 있다!

하늘 고래, 스카라베 전사와 마법사가 환호하는 돌!?

“설마……!”

이 순간 벼락 치듯 생각나는 기억이 있었다!

눈앞의 인간은 자신이 삼킨 돌 반지가 가짜라고 몇 번이나 말했다.

자신도 이미 알고 있었지만, 대대대요괴의 체면 때문에 절대 인정할 수 없던 사실!

그런데 저 인간은 방금 저 하얀 돌멩이를 내밀며 말했었다.

‘이건 그냥 돌멩이가 아니야. 이게 바로 진짜…….’

‘진짜!’

분명 ‘진짜……!’라고 말하고 뒤에 말을 이으려 했다!

그리고 ‘진짜’ 뒤에 이어질 말은 하나밖에 없었다!

“진짜 경계석! 으아앗- 그 돌이 진짜 경계석이었구나!”

모든 걸 깨닫는 순간 섬초는 그야말로 번개같이 움직였다!

육체를 영체로 변화시키는 동시에 팟- 공간을 도약해 낚아챈다!

그러나 천문석은 이미 대비하고 있었다!

근접 박투는 자신의 특기!

절정의 내력이 담긴 손이 빙글 회전하는 순간 서른여섯 번 변화가 일어났다!

그러나 그럴 필요도 없었다.

섬광과 함께 팟- 도약한 섬초는 포대기 밖으로 도약에 갑판에 뚝 떨어졌다.

“…….”

“앗, 아앗! 이게 뭐야!?”

이야얍, 얍얍-

섬초는 연신 기합을 지르며 공간 도약했다.

팟, 파팟, 팟-

3, 5, 3, 7cm…….

시라소니의 점프력보다 못한 공간 도약.

섬초는 쉴 새 없이 공간 도약했지만, 천문석의 무릎 위로도 올라오지 못했다.

“…….”

구으으-?

띠디딛-?

구으응-?

의아한 시선과 울음소리가 들려올 때.

천문석은 탄식했다.

“너 꾀병 아니었던 거야? 아니, 밤에는 엄청난 거리를 연속 도약하더니…… 너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야?”

순간 섬초는 울먹이며 소리쳤다!

“으아- 네가! 으아아- 네가 나를 속였잖아! 으아앙- 나쁜 놈아! 사기꾼 놈아!”

내심 찔끔한 천문석은 버럭 소리쳤다.

“야, 내가 속이긴 뭘 속여! 경계석 반지 먹튀 하고, 초콜릿 먹고 배 짼 것 모두 너잖아!”

섬초는 갑판 위를 데굴데굴 구르며 분한 듯이 외쳤다.

“경계석 반지 가짜였잖아! 진짠 줄 알고! 어, 진짠 줄 알고 초콜릿 먹었는데! 너 때문에 다 망했어! 완전히 망했단 말야! 어떡해! 이제 세계의 나무로 가는 길 못 찾는단 말야!”

으아, 으아앙-

섬초는 아이처럼 엉엉 울기 시작했다.

“아니, 경계석 반지가 진짜인 거랑 초콜릿이 무슨 관계가 있다고…… 잠깐만!”

천문석은 문득 든 생각에 갑판을 데굴데굴 구르는 새끼 여우를 바라봤다.

섬초는 고양이처럼 냐아, 냐아- 울었지만, 새끼 여우다.

여우는 개과 동물이고, 개과 동물에게 초콜릿은…….

독이다!

“……!”

순간 머릿속에서 한 장면이 재생됐다!

초콜릿을 먹은 후 공간 도약 능력이 급격히 감소하는 섬초의 모습!

“초콜릿! 엄청엄청 먹고 싶었던 초콜릿! 겨우 먹을 수 있었는데! 사기꾼이 날 속였어! 완전히 망했어! 으아앙-.”

모든 진실을 깨달은 천문석은 갑판에서 데굴데굴 구르는 섬초를 바라보며 탄식했다.

“와, 진짜 상상도 못했다!”

그렇다!

진짜 상상도 하지 못했다!

섬초는 초콜릿이 독이란 걸 알면서도 먹은 것이다!

경계석이 있으니까 초콜릿을 먹고 해독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그러나 경계석은 가짜였고, 그 결과 초콜릿이란 독에 당해 공간 도약 능력을 상실했다!

“현실은 영화보다 황당하다더니…….”

초콜릿과 공간 도약 능력을 맞바꾸다니!

전생, 현생을 모두 다 해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이야기.

아니, 설령 들었다고 해도 믿지 못했을 이야기였다!

“야, 너 왜 이렇게 멍청해! 초콜릿이 뭐라고 독인 줄 알면서도 먹어!”

벌떡 일어난 섬초가 버럭 소리 질렀다!

“초콜릿 먹으면 기억 돌아올 것 같았단 말야!”

“아니, 무슨 기억을 초콜릿을 먹어서까지 찾아!”

섬초는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로 대답했다.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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