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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682화 (683/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682화>

[‘전생’ 천마 천문석이 바로 나다!]

핵심 단어를 마음속으로 외친 천문석은 재빨리 제사장을 살폈다.

[…… ]

이름을 외쳤지만, 허공도의 제사장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마치 아무것도 듣지 못한 것처럼!

오히려 반응은 불타는 대형 범선에서 나왔다.

“천마……!?”

“천…… 뭐라고?”

“이세기가 아니라고!?”

“체형과 빡치는 목소리 모두 이세기가 맞는데!?”

……

류호, 탄, 태웅, 당종의 목소리가 잇달아 들려올 때.

천문석은 활대 위를 달리며 외쳤다.

“시작한다!”

타다다다닥-

단숨에 활대를 달려 끝에 도달하는 순간 도약!

이야아아아아악-

하누만이 뛰어오른 천문석을 허공도의 제사장이 있는 방향으로 집어던졌다!

“미호 시작해라!”

천문석이 하늘을 날며 외치는 순간.

정신없는 농악이 울려 퍼지고 갤리선이 불타는 대형 범선을 향해 급속히 가까워졌다.

징, 징, 지잉-

땅, 땅, 따아앙-

그리고 갤리선 갑판에서 들려오는 외침!

“엄마!”

“미호!?”

깜짝 놀란 류호가 고개를 돌리자, 미호가 널빤지 다리를 갑판에 올리며 외쳤다.

“모두 빨리 넘어와요!”

대형 범선에 남아 있던 이들이 정신없이 널빤지 다리를 건너 갤리선으로 넘어갔다.

류호는 갤리선으로 넘어가자마자 다급히 외쳤다.

“미호! 어떻게 된 거야!? 천문석, 천마라고? 이세기는 어디로 간 거야!?”

미호의 시선이 나무 가면을 찾아 허공을 훑었다.

하늘에서 떨어지던 나무 가면은 밧줄을 잡고 순식간에 돛대 위로 올라 제사장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미호는 돛대를 가리켰다.

“저기! 나무 가면 쓰고 제사장에게 달리는 사람이 이세기야!”

“뭐……! 이세기? 아니, 왜 엉뚱한 이름을 댄 거야!?”

류호의 황당해하는 시선이 나무 가면으로 향하는 순간 결코 잊을 수 없는 웃음이 들려왔다.

[카캬카카카카카-]

[허공도의 제사장! 맹약의 대가 경계석 반지를 받아라!]

웃음소리를 듣는 순간 류호의 얼굴이 환해졌다.

듣기만 해도 울화가 치미는 웃음소리!

하루 종일 뺑뺑이를 돌린 이세기의 웃음소리가 맞다!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지만, 나무 가면은 경계석 반지를 지닌 이세기가 맞았다!

그런 이세기가 화염을 뚫고 제사장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됐어! 적염성은 안전해!”

류호가 환희에 차서 외치는 순간.

미호는 엄마의 옷깃을 잡아끌었다.

“엄마! 잠깐만 꼭 알아야 할 게 있어!”

이때 당종과 적월 상단의 무사들이 널빤지를 넘어왔다.

“당종!”

깜짝 놀란 미호가 주술을 펼치려 할 때.

류호가 다급히 제지했다.

“협상 끝났어! 이제 적이 아니다!”

이 순간 하누만들이 일제히 외쳤다!

“모두 넘어왔다!”

“장대로 밀어내라!”

“당장 항구로 이동한다!”

“야, 우리 먼저 갈게!”

“함께해서 영광이었다!”

으아악, 이야악-

하누만들이 악을 쓰며 장대로 갤리선을 밀어내고.

촤아아, 촤아아아-

선체에서 솟은 수십 개의 노가 물살을 가르기 시작했다.

“이세기를 혼자 두고 떠나는 거야!?”

류호가 의아해하는 순간.

미호는 다급히 엄마의 손을 잡고 갑판 구석으로 달렸다.

“미호?”

아무도 없는 갑판 구석.

미호는 속삭이듯이 말했다.

“엄마. 항구에 내리는 즉시 적염성 사람들을 피난시킬 준비를 해야 해.”

“피난? 무슨 말이야? 경계석 반지만 건네면 해결되는데……?”

류호의 얼굴에 의문이 겹겹이 쌓일 때.

미호는 멀리 불타는 돛대 위에 서서 허공도의 제사장을 마주 보는 이세기를 봤다.

이세기는 계획대로 가짜 경계석 반지로 허공도의 제사장을 낚고 있었다!

계획대로만 진행되면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중간에 어떤 변수가 생겨 난장판이 될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적염성 주민들을 대피시킬 준비를 해야 한다.

그리고 그걸 하기 위해서는 류호, 엄마에게 모든 진실을 말해야 한다.

꿀꺽-

미호는 바짝 마른침을 삼키고 입을 열었다.

“엄마, 절대 흥분하지 말고 들어.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냐면…….”

미호의 설명이 끝났을 때.

류호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

‘뭐지, 이럴 리가 없는데!?’

“엄마, 엄마! 내 말 알아들었어?”

미호가 옷깃을 흔들며 묻는 순간.

류호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망했구나. 적염성도. 우리도. 모두 완전히 망했어…….”

“아냐! 엄마! 우리는 할 수 있어! 이세기! 저 녀석 잔머리 진짜 비상해! 완벽한 계획을 세웠어! 그러니까…….”

류호는 미호가 외치는 말은 들리지도 않았다.

‘가짜 경계석’과 ‘진짜 보증서’로 제사장을 낚아 지금의 위험을 피하고, 미래 제사장의 분노를 보증서에 이름을 적은 사람에게 돌린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계획이었다.

경계석은 상(上)께서 혼돈에 경계를 그리실 때 사용하신 돌!

돌 자체가 특별한 게 아니라, 그 돌을 사용하신 상이 특별하시다.

그렇기에 경계석은 상께 이름을 받은 존재가 아니라면 알아볼 수 없었다.

스카라베 지하 왕국의 주민.

케페니안 차원의 차원 용병 같은.

그러나 류호는 적예님이 말해 주신 허공도의 비밀을 알고 있었다.

세계의 나무가 가지를 뻗은 모든 세계, 모든 가능성을 향해 계단이 연결된 허공도!

그 어떤 주술사, 현자, 대요마, 마신이라도 허공도의 이적을 흉내조차 낼 수 없다.

단 한 명만 가능했다.

혼돈에 경계를 그어 인간과 요마괴이를 구분하고, 영혼육백을 태운 빛으로 세계의 나무를 키워내신 분.

상(上).

허공도는 상께서 만드신 세계의 나무를 유랑하는 섬이고, 허공도의 제사장은 그분을 모시는 제사장이다!

즉, 허공도의 제사장은 경계석을 손에 쥐는 순간 그 진위를 알 수 있었다!

류호는 절망 어린 눈으로 이세기를 바라봤다.

‘가짜 경계석을 건네는 순간 적염성은 끝장이다!’

당장이라도 막아야 했다!

그러나 갤리선은 빠르게 멀어지고 있고, 이세기는 이미 돛대를 기어 올라 제사장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천둥이 치는 듯한 거대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바로 나 천문석이 경계석 반지로 맹약을 이행하겠다!]

* * *

제사장에게 외친 순간.

천문석은 기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뭐지, 이 남의 이름을 말하는 것 같은 껄끄러운 감각은!?’

천문석은 곧 위화감의 정체를 깨닫고 속삭이듯 작게 외쳤다.

“이세기!”

“천검 이세기!”

“이세기 이 새끼!”

……

한 치의 껄끄러움도 없이 물 흐르듯 튀어나오는 목소리!

“……!”

하도 천검 이세기의 이름을 팔아먹다 보니, 이제는 오히려 본명을 밝히는 게 더 어색해졌다!

그러나 지금 중요한 건 허공도의 제사장을 낚는 것!

천문석은 재빨리 주위를 살폈다.

지금 자신은 불타는 배에 우뚝 솟은 돛대 첨단에 선 상태.

허공도의 제사장은 20여 미터 앞에 푸른 화염을 베일처럼 두르고 허공에 떠 있었다.

소용돌이 가면.

새하얀 종이옷.

갈라진 지팡이.

그리고 새파란 화염, 겁화(劫火)!

허공도의 제사장은 예상대로 계단산에서 만났던 그 제사장이 맞았다!

맹약의 대가를 치른다고 말하고 진짜 이름을 밝혔다.

게다가 계단산에서 한번 얽히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허공도의 제사장은 아무런 반응 없이 빙글빙글 회전하는 소용돌이 가면으로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뭐야, 나무 가면 썼다고 못 알아보는 건가? 아니, 그보다 경계석 반지 준다는데 아무 반응이 없어!?’

천문석은 힐끗 갤리선을 살폈다.

미호가 탄 갤리선은 빠르게 멀어지더니 항구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계획대로!

그런데 허공도의 제사장에게선 계획과 달리 아무 반응이 없었다.

제사장이 묻는 순간 조건반사적으로 대답할 수 있게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아무 질문도 하지 않는다.

단지 바람개비처럼 빙글빙글 도는 소용돌이 가면으로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뭐지, 이 녀석? 그냥 내가 먼저 건네줘야 하나?’

이때 제사장이 문득 고개를 들고 물었다.

[맹약의 대가라고? 그게 뭐냐?]

드디어!

천문석은 재빨리 목을 가다듬고 내력을 담아 외쳤다.

[경계석 반지를 맹약의 대가로 주겠다!]

“경계석!?”

소용돌이 가면에서 튀어나온 정상적인 목소리!

목소리만으로도 제사장이 경악과 놀람이 느껴졌다!

‘뭐지!? 뭔가 반응이 이상한데!?’

뭔가 촉이 왔다!

천문석이 머리를 굴리는 순간.

허공도의 제사장이 손을 내밀었다.

격동으로 파르르 떨리는 손을!

“……!”

아무 말도 없지만 무엇을 원하는지는 분명했다.

뭔가 이상하지만, 지금은 계획대로 움직여야 할 때!

“이게 경계석 반지다.”

천문석은 품에서 돌 반지를 꺼내 보여 주고 보증서를 꺼냈다.

“그리고 이건 경계석 반지가 진짜라는 걸 확인하는 보증서. 혹시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이 보증서에 적은…….”

“빨리!”

제사장의 다급한 외침이 말을 잘랐다.

천문석은 바로 경계석 반지를 쥔 손을 뻗었다.

제사장의 손과 일직선이 되는 순간 자석이 당기는 듯한 인력이 느껴졌다.

“이제 놔라!”

천문석이 손을 놓는 순간.

휘이이잉-

경계석 반지는 허공을 날아 제사장의 손으로 날아갔다.

“이 보증서도 같은 방법으로 보내겠다.”

그리고 보증서를 놓으려는 순간 고양이 울음소리가 허공에서 들려왔다.

냐아, 냐아아-

“웬 고양이 울음…….”

팟-

순간 허공에서 섬광이 터지고 새하얀 새끼 여우가 섬광에서 튀어나왔다.

휙-

새끼 여우는 번개같이 발을 움직여 제사장의 손에 들어가려는 경계석 반지를 낚아챘다!

“……!”

“……!”

경악한 시선이 모이는 순간.

새끼 여우는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마침내 경계석이 내 손에 들어왔구나! 대요괴 섬초님이 마침내 혼돈을 떨치고 힘과 기억을 되찾는다!”

파바바밧-

그리고 섬광이 연속해서 터졌다!

새끼 여우 섬초는 섬광이 터지는 매 순간 공간을 뛰어넘어 이동했다.

냐아, 냐앜, 냐아앜-!

기괴한 울음이 울려 퍼지고, 허공도의 제사장이 얼음처럼 굳어 있을 때.

천문석의 머리는 번개같이 회전했다.

갑자기 튀어나온 새끼 여우!

미호 친척 섬초가 가짜 경계석 반지를 가지고 튀었다!

생각지도 못한 돌발 사태가 발생해 계획이 어그러졌다.

하지만 원래 삶은 사건·사고의 연속,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면 된다!

‘어떻게 해결하지!?’

스스로에게 묻는 순간 바로 대답이 튀어나왔다.

‘오히려 잘됐다!’

제사장이 가짜 경계석 반지를 가져가기 직전 섬초가 낚아채 튀었으니까!

게다가 섬초는 공간 도약으로 도망치고 있다!

도주의 달인이기에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저건 못 잡는다!’

새끼 여우 섬초가 제사장에게 잡히지만 않으면 경계석 반지가 가짜란 게 밝혀질 리가 없다!

즉, 보증서를 건네줄 필요가 없어졌다!

자신의 계획보다 더 좋게 일이 끝났다!

순식간에 상황을 정리한 천문석은 정중하게 허리를 숙이고 입을 열었다.

“전 분명 경계석 반지를 제대로 건넸습니다!”

“……뭐?”

“방금 분명 ‘이제 놔라!’라고 말씀하셨잖아요?”

순간 제사장의 머릿속에서 재생되는 장면.

분명 자신이 손을 뻗으며 ‘이제 놔라!’라고 말했다!

“……!?”

종이 가면의 소용돌이가 미친 듯이 회전할 때.

천문석은 재빨리 쐐기를 박았다.

“기억나시죠? 그럼 맹약의 대가도 건넸으니까 전 이만. 수고하시고 안녕히 잘 가세요!”

천문석은 빙글 몸을 돌려 돛대를 잡고 미끄러지며 마음으로 외쳤다.

‘잘했다! 섬초! 얼른 도망쳐라! 카캬카-.’

허공도의 제사장은 마치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손에 들어오기 직전 경계석 반지가 사라졌다!

갑자기 튀어나온 새하얀 새끼 여우가 낚아채서!

카캬카카카카카-

냐아, 냐앜, 냐아앜-

한 사람과 한 여우의 웃음이 들려오는 순간.

이글거리는 푸른 화염이 폭발했다.

파아아앙-

제사장은 엄청난 속도로 허공을 날았다.

경계석 반지를 낚아채서 신나게 도망치는 새끼 여우를 향해서!

[멈춰라!]

냐아, 냐얔, 냐아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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