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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678화 (679/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678화>

“이세기라고 합니다. 당종 대인!”

천문석은 정중히 포권하고 갑판에 놓인 5관 금괴에 손을 뻗었다.

하-

순간 비웃음과 피식거림이 등 뒤에서 들려왔다.

무인이 재물에 넘어갔다고 하찮게 여기는 모습!

하지만 자신은 벽돌만 한 금괴에 넘어간 게 절대 아니었다!

초절정 고수 당종에게 일부러 재물에 넘어간 듯한 모습을 보여 주며 방심을 유도…….

쿵-!

묵직한 벽돌 금괴를 잡는 순간 무인의 예리한 감각으로 알 수 있었다.

진짜 5관, 18.75킬로그램이다!

순간 머릿속으로 자동으로 계산이 이뤄졌다.

1kg당 현재 금 시세가 약 7500만원.

18.75kg x 7500만원이면 대략 14억6백25…….

천문석은 경악해서 벽돌 금괴를 봤다.

‘뭐, 이거 한 개가 14억6백25만원이라고!?’

이 순간 느껴지는 당종의 시선!

천문석은 재빨리 금괴를 잡낭에 넣고 당종을 마주 바라봤다.

“…….”

그러나 당종의 얼굴에선 안도, 흥분, 비웃음. 그 무엇도 느껴지지 않았다.

여전히 담담한 표정으로 금괴를 챙긴 자신을 보고 있었다.

20대에 초절정의 무위.

그리고 이 깊은 심계까지!

‘강적이다!’

직감하는 순간 바로 마스터 급 오러 능력자에게 눈길을 보냈다.

“옆에 계신 분은……?”

“에리히! 저기 웃고 있는 멍청한 해적들 두목이다! 계속 웃어라! 얼빠진 새끼들아!”

에리히가 커틀러스로 가리키며 버럭 외치는 순간.

비웃던 해적들은 바로 입을 다물고 사색이 됐다.

탁-

인사를 마친 에리히는 커틀러스를 검집에 넣고 뒤로 물러섰고.

당종이 앞으로 나서서 입을 열었다.

“이제 오해를 풀도록 하죠. 저는 이세기 대협과 싸울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단지 대협이 가지고 계신 그 돌 반지, 인장 반지를 원할 뿐입니다.”

천문석의 손가락에 끼워진 인장 반지에 갑판 위 모든 사람의 시선이 모였다.

욕망으로 이글거리는 시선!

이 순간 천문석은 활로를 찾았다.

인장 반지는 하나뿐!

하지만 원하는 사람은 하나가 아니다!

‘이걸 이용해서 빠져나간다!’

“인장 반지는 하나…….”

천문석이 말하는 순간.

당종이 손을 들어 말을 끊고 갑판 위 모든 사람을 훑어봤다.

에리히, 해적, 무인, 마법사, 기사…….

그리고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가져와라!”

“네! 단주님!”

적월 상단의 무사들이 작은 궤짝을 들고 와 내려놓았다.

쿵, 쿵, 쿵-

육중한 굉음을 내며 줄줄이 놓이는 궤짝 십여 개!

“……!”

“……!”

붉게 충혈된 시선이 모여들 때.

당종은 발로 툭 궤짝을 쳤다.

궤짝 뚜껑이 열리고 3개의 벽돌 금괴가 드러났다.

“한 궤짝에 5관 금괴 6개!”

누군가 마른침을 꿀꺽- 삼키는 순간.

당종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계약금입니다. 나중에 적월 상단에서 추가 계산을 하겠습니다.”

이 순간 모두는 한 걸음씩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마법사들은 제자리에서 미동도 하지 않았다.

“금은 우리도 많아.”

“덤을 얹어 드리죠.”

당종은 전투 마법사들에게 고개를 까닥이고 적염성 하늘을 가리켰다.

성주 장원의 탑!

“…….”

전투 마법사들은 서로를 보더니 바로 뒤로 물러섰다.

이제 당종 앞에 서 있는 건 천문석 혼자였다.

당종은 다른 세력의 강자들을 재력으로 입을 닥치게 했다.

인장 반지를 이용해 분란을 일으키고 빠져나간다는 계획이 어그러진 상황!

‘하, 시바! 이거 어떻게 빠져나가지!?’

천문석이 미친 듯이 머리를 굴릴 때.

당종이 다시금 고개를 숙이고 정중히 말했다.

“당연히 대협께도 제대로 계산을 치르겠습니다.

쿵-

천문석 앞에 놓이는 궤짝!

‘하- 금괴로 나를 매수하려…….’

쿵-

순간 궤짝이 하나 더 쌓였다.

그리고 계속, 계속 쌓였다.

5개가 될 때까지.

5관 금괴 6개가 들어 있는 궤짝 5개가 앞에 놓였다!

순간 자동으로 머릿속에서 계산이 이뤄졌다.

한 궤짝에 들어 있는 5관 금괴가 6개.

궤짝이 5개니까 총 30개의 금괴.

5관 금괴 하나에 18.75kg.

30개 x 18.75kg = 562.5kg.

562.5 킬로그램!

0.56 톤의 금괴가 눈앞에 있었다!

지금 자신의 손에 끼워진 돌 반지에 대한 대가로!

“……!”

천문석은 홀린 듯이 금괴와 당종을 번갈아 봤다.

‘미친놈인가!? 아무리 인장 반지라고 해도 돌로 된 반진대!? 금괴 0.56톤을 태운다고!?’

‘아니지!’

순간 천문석의 시선이 사방에 놓인 십여 개의 궤짝들로 향했다.

다른 세력에 뿌린 궤짝까지 포함하면 거의 스무 궤짝 2톤에 가까운 금괴를 뿌렸다!

상상을 초월한 엄청난 금액이다.

그런데도 당종은 금괴가 아닌 납덩어리를 건넨 듯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눈앞의 당종에게서 마신의 강림체와 싸웠을 때도 느끼지 못한 위압감이 느껴졌다.

막강한 재력이라는 이름의 위압감이!

그리고 천문석은 결심했다.

어차피 적염성을 떠날 생각이고, 특급 헌터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받았다!

천문석은 포권하며 외쳤다.

“과연 적월 상단의 당종 대인! 감탄했습니다!”

그리고 손에서 돌 반지를 빼려는 순간 하늘에서 폭음이 터져 나왔다!

파아앙-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자 하늘에서 떨어지는 세 사람이 보였다.

미호, 태웅, 탄!

그리고 다급한 외침이 잇달아 터졌다.

“야, 이 세기야!”

“이세기! 도와주러 왔다!”

“당종! 여기서 결판을 내자!”

“야, 아냐! 지금 그런 분위기 아냐!”

천문석이 재빨리 외쳤지만, 소용없었다.

탄의 클로와 당종의 소검이 충돌하고.

태웅이 어느새 둔기를 뽑아 들고 에리히를 밀어붙였다!

콰아아앙-

클로의 검강과 소검의 검강이 충돌해 섬광이 폭발하고.

쿠르르르릉-

주술력이 담긴 육중한 둔기과 커트러스의 오러 가 얽혔다!

“야, 잠깐만…….”

천문석 말리려는 순간 옷을 낚아채는 떨리는 손길.

“야, 이세기! 어, 이 세끼! 으악! 이 새끼야! 너 멈추라니까 왜 안 멈춘 거야! 어, 내가 얼마나 빡세게 어! 개같이 달린 줄 알아!”

미호가 잡은 옷을 흔들며 미친 듯이 분통을 터트렸다.

“잠시만 나중에…….”

천문석이 외치려는 순간.

태웅이 한발 먼저 소리쳤다.

“미호! 우선 이세기를 데리고 빠져라! 류호에게 가라!”

미호는 번쩍 정신을 차렸다!

탄, 태웅은 박빙이지만 이곳은 적지, 사방에 적들이 있다.

지금 당장 이세기를 데리고 빠져나가야 한다!

미호는 바로 천문석을 끌고 달렸다.

“잠시만! 야, 잠시면 돼! 하나만!”

천문석이 궤짝으로 손을 뻗는 순간 사방에서 돌진하는 적들!

“이세기! 함정을 팠구나!”

“그럼 그렇지! 얍삽한 새끼!”

“거래는 끝났다! 박살을 내주마!”

“야, 이번엔 진짜 아냐! 나도 몰랐어! 우리 그냥 거래하자!”

천문석이 다급히 외치는 순간.

미호의 손이 활짝 펼쳐지고 곡옥이 갑판에 떨어졌다.

파아아앙-

폭발하는 바람이 두 사람을 날려 버렸다!

미호와 천문석은 단숨에 포위를 뚫고 중앙 갑판으로 떨어졌다.

휘이잉, 휘이이잉-

미호는 전신에 바람 주술을 휘감은 채 천문석을 끌고 미친 듯이 갑판을 달렸다.

“야 멈춰! 딱 하나만 가져갈게!”

“뭔 헛소리야! 당장 빠져나가야 해! 지금 네 손에 적염성의 미래가…….”

파바바바바밧-

미호의 외침은 광탄 폭격에 지워졌다!

다급히 강철봉을 겨누고 깨트리려는 순간 한발 먼저 돌진하는 미호!

“여기는 나한테 맡기고 먼저 도망쳐! 너 절대 잡히면 안 돼! 허공도…… 컥-.”

호기롭게 광탄 폭격으로 돌진한 미호는 1초도 버티지 못하고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후두두두둑-

전신에 쏟아지는 광탄 폭격을 맞으며!

“컥, 커억- 이거 뭐야!? 으악, 으아아아악-.”

동료를 위해 인간방패가 된 비장한 광경은 1초 만에 코미디가 됐다.

“…….”

이 모습을 본 순간 천문석은 문득 주위를 돌아봤다.

순식간에 모든 게 변했다.

-도와주겠다며 뛰어들어와 당종과 에리히와 격전을 펼치는 탄과 태웅.

-자신을 빼내 주겠다더니 광탄 폭격에 데굴데굴 구르는 미호.

-층층이 쌓인 5개의 궤짝, 30개의 벽돌 금괴.

“안녕 완전 멋진 금괴들아…….”

천문석은 미련을 끊고 미호에게 뛰어들었다.

강철봉으로 원을 그려 광탄을 빨아드리는 즉시 미호를 낚아채 바닥을 박찼다!

“야, 괜찮아!?”

“으으으- 괜찮아!”

몸에서 휘몰아치는 바람 덕분에 광탄에 직격당하지는 않았다.

이때 뒤늦게 후미 갑판에서 뛰어내린 해적, 무인, 기사들이 돌진했다!

“잡아라!”

“이세기! 멈춰라!”

“인장 반지를 얻어야 한다!”

천문석은 갑판 난간을 향해 달렸다.

“내 뒤로 바짝 붙어! 우선 포위를 뚫고. 빠져나가고 이야기하자!”

그리고 천문석의 강철봉에서 기괴한 창술이 펼쳐졌다.

콕, 콕, 콕-

장난치듯 첨단으로 두들기고.

휘리리리릭-

회전시켜 다리를 걸어 넘어트린다!

무의 상리를 따르지 않는 창술이 무기, 방패, 갑옷이 닿는 매 순간!

기이한 경력이 신체로 스며들어 감각을 교란한다!

감각이 교란되는 순간.

권장지법이 폭풍처럼 쏟아진다!

이야압! 얍얍얍얍-!

무인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경박한 기합과 함께!

그러나 그 결과는 놀라웠다.

주먹, 손바닥, 손가락이 닿는 순간.

검이 날아가고, 방패가 뚝뚝 떨어졌다!

강자들이 아찔한 현기증에 비틀거리며 물러나다가 풀썩풀썩 주저앉았다!

천문석은 사방에서 밀려 오는 적 사이를 뚫고 달렸다.

이 모습을 보는 모두는 같은 생각을 했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잡을 수 있다!

“몸으로 밀고 들어가!”

“버텨! 밀려나지 말고 잡고 버텨!”

그러나 아무리 악을 쓰고 달라붙어도 이 조금을 넘을 수가 없었다.

이세기는 마치 물처럼 조금의 틈만 있어도 빠져나갔다.

그리고 모두는 깨달았다.

이세기는 처음부터 우리를 농락했다.

직접 정면에서 싸워 이길 실력을 갖추고도 농락하듯 온종일 모두를 뺑뺑이 돌렸다!

“……!”

진실을 깨닫는 순간 가슴에 쌓이고 쌓인 울분이 끓어올라 폭발했다.

으아아아아악-

갑옷이 걸레짝이 된 기사!

얼굴에 멍이 든 무인!

칼이 부러진 해적!

모두가 괴성을 지르며 몸으로 밀고 들어왔다.

“야, 뭐야!? 적당히 적당히 싸워!? 원수진 것도 아니고 뭐 하는 거야!?”

천문석이 깜짝 놀라 달려드는 적들을 피할 때.

멀리 떨어져 마법을 준비하던 전투 마법사들이 외쳤다.

“사선 가리지 말고 비켜!”

“붙지 말고 떨어지라고 새끼들아!”

“그냥 같이 날려 버리자!”

“앵커 박는다! 알아서 피해라!”

‘앵커, 날려 버려!?’

마법사들의 외침을 듣는 순간 소름이 등골을 달리고 장면이 떠올랐다.

난장판을 뚫을 때 한번 본 마법!

빛의 구가 생겨나 그 안의 모든 것을 날려 버리는 마법이다!

재빨리 피하려고 했으나, 사방에서 미친 듯이 밀어붙여 움직일 공간이 없다!

“야, 저거 위험해! 너희도 위험하다니까!”

다급히 외쳤지만, 오히려 악을 쓰며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 적들.

마력 유동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곧 앵커가 날아온다!

사면초가의 위기의 순간.

천문석은 내력을 담아 외쳤다!

[야, 정정당당히! 시바! 우리 마법은 빼고 정정당당히 싸우자!]

“…….”

“…….”

“…….”

순간 갑판 위에 정적이 흘렀다.

악을 쓰며 발목을 잡던 해적, 무인, 기사.

앵커 마법을 날리려던 전투 마법사.

후미 갑판에서 격전을 펼치던 당종과 탄, 에리히와 태웅까지.

갑판 위 모든 사람이 전투를 멈추고 이세기를 봤다.

정정당당히 싸우자고 소리친 이세기를!

그리고 다음 순간 사방에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와, 와! 와!?”

“뭐, 정정당당!?”

“네 입에서 정정당당히란 말이 나와!?”

“와! 저 제대로 도른 새끼!”

……

적염성에서 시작해 수백척의 배가 뒤엉킨 인공섬까지.

이세기와 엮여서 하루 종일 미친 듯이 구른 모두가 분통을 터트렸다.

탄과 당종, 태웅과 에리히마저 싸움을 멈추고 어이없어하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지금 이 순간 모두가 이세기를 바라보며 한마음으로 외치고 있었다.

‘이세기, 이 미친 새끼!’

천문석은 그걸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럴 때 움찔하는 건 하수!

전생과 현생 온갖 난장판에서 구른 진정한 삶의 달인 천문석은 하수가 아니다.

번쩍 손을 들고 9살 꼬맹이처럼 당당히 외쳤다.

[하여튼 마법 금지야!]

[마법 쓰기만 해 봐라!]

[이거 강에 던져 버린다!]

번쩍 든 손에는 손가락이 쏙 들어갈 구멍이 뚫린 돌 반지가 들려 있었다.

돌 반지, 인장 반지, 경계석 반지.

오늘 이 모든 개고생의 원인이 된 그 반지가.

* * *

갑판 위 모두는 순간적으로 말문이 컥 막혔다.

수천 명이 구른 이 거대한 난장판을 만든 원인, 인장 반지.

그런 인장 반지로 협박을 한다고!?

“……!”

“……!”

“……!”

상상조차 하지 못한 협박에, 터질 듯 아찔한 침묵이 흐를 때.

말도 안 되는 협박을 한 천문석은 재빨리 주위를 확인하고 머리를 굴렸다.

어느새 마법사들은 지팡이를 내린 채 마법을 쓸 엄두도 못 내고, 다른 모두도 돌이라도 된 듯 굳어 있었다!

초절정 고수 당종과 오러 마스터 에리히까지!

‘이거 뭐야!? 생각보다 반응이 더 좋은데!?’

그렇다면!?

천문석은 미호를 낚아채 단숨에 난간으로 달리며 손을 뿌렸다.

[인장 반지 받아라!]

파아앙-

인장 반지가 엄청난 속도로 마법사들에게 날아가는 순간 돌처럼 굳어 버린 모두는 미친 듯이 달렸다.

타다다다다닥-

이 순간 천문석은 단숨에 난간을 박차고 뛰어 적월 상단의 대형 범선을 탈출했다.

* * *

“야, 멈춰!”

“잠깐만! 거리 좀 더 벌리고!”

천문석은 미호를 끌고 정신없이 달려 100미터쯤 거리를 벌리고 멈췄다.

“미호? 너 괜찮냐?”

천문석이 묻는 순간.

미호는 사색이 된 얼굴로 외쳤다.

“미친놈아! 그 돌 반지! 인장 반지를 던지면 어떡해! 그 반지…….”

천문석은 피식 웃었다.

당연히 던진 건 돌 반지가 아니다.

잡낭 안에 들어 있던 돌멩이를 던지는 순간 바꿔치기했다.

“야, 걱정 마. 진짜는 여기…….”

천문석이 돌 반지를 보여 주려는 순간.

미호의 절절한 외침이 이어졌다.

“반지! 그 경계석 반지! 그거 허공도의 제사장에게 줄 대가야! 그거 없으면 적염성이 불바다! 잿더미가 된다고!”

손을 내밀던 천문석은 얼어 버렸다.

경계석 반지?

허공도의 제사장?

적염성, 불바다, 잿더미?

‘아니, 지금 이게 무슨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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