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675화>
[이래서 술래 잡겠냐?]
……
이세기의 외침이 울려 퍼질 때.
당종은 공중으로 치솟은 선수에 서서 눈을 빛냈다.
전후좌우, 위아래!
이세기는 정신없이 무작위로 달리는 것 같지만, 그 움직임에는 규칙성이 있었다!
남쪽!
이세기는 강과 가장 가까운 남쪽, 갤리선 방향으로는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남쪽 갤리선 방향에 무언가 있는 것처럼.
그리고 이세기를 따라 달리던 동료들이 어느새 사라졌다.
당종의 이세기의 계획을 바로 눈치챘다.
‘이세기는 동료들이 갤리선을 탈취해 도망칠 준비를 끝낼 때까지 시간을 끌고 있다!’
당종은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수천 명의 인파가 뒤를 쫓고 있지만, 여전히 이세기의 꼬리를 잡지 못하는 상황.
아니, 이세기는 자신을 쫓는 사람들을 오히려 방패로 사용하고 있다.
마치 하늘에서 내려다보듯이 아군과 아군을 충돌시키고 있다.
아군의 존재로 공격이 막히고, 이동 동선이 꼬인다!
이세기에게 머릿수는 안 먹힌다.
소수의 강자로 싸워야 한다.
그것도 지금처럼 뒤를 쫓아서는 안 된다.
이세기가 ‘올 장소’에 미리 기다렸다가 한 번에 들이쳐야 한다!
미래를 예측해야 하기에 평소라면 알고도 쓸 수 없는 방법이다.
그러나 지금 당종은 이세기가 올 수밖에 없는 장소를 알고 있었다.
동료들이 있는 남쪽 갤리선!
당종은 깨닫는 즉시 전령에게 명령했다!
“전령!”
“네, 단주님!”
“당장 흩어져서 마법사, 기사, 해적 만나는 모든 강자를 남쪽 끝 갤리선 옆. 원양 무역선으로 모아라! 조용하고 은밀하게! 명심해라 강자들만 모아들여야 한다!”
전령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순간.
당종은 바로 몸을 돌려 갤리선을 향해 달렸다!
[카캬카카카카-]
[여기다! 얼른 쫓아와라!]
[적염성을 먹을 인장 반지가 여기에 있다!]
도발하듯 외치는 웃음을 뒤로하고!
* * *
[카캬카카카카-]
“으악- 이세기! 미친 새끼!”
“잡아! 저 새끼 당장 잡아!”
……
분노한 외침이 사방에서 쏟아질 때.
땀을 비 오듯 쏟으며 기울어진 돛대를 달리는 세 사람이 있었다.
마침내 이세기를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쫓게 된, 미호, 태웅, 탄!
미호는 모든 힘을 끌어모아 이세기에게 다시 한 번 외쳤다.
“야! 제발 좀 멈춰! 나 미호야! 성주 장원의 미호!”
순간 이세기가 고개를 돌렸고 눈이 마주쳤다!
“미호!?”
이세기의 깜짝 놀란 외침이 들리는 순간.
미호는 미친 듯이 손을 흔들며 악을 쓰듯 외쳤다.
“맞아 나야!”
“이세기! 그만 달려!”
“그 돌 반지, 그 인장 반지!”
“당장 할 말이 있어! 멈춰……!”
……
순간 이세기가 가볍게 손을 흔들며 대답했다!
“야, 술래잡기는 공정해야 하는 거야! 이 돌 반지가 필요하면 좀 더 노력해라!”
“그게 아니라니까! 야, 그 인장 반지! 대가……!”
그러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세기는 반으로 뚝 꺾인 선체 속으로 뛰어들어갔다!
“야, 이 미친놈아! 멈추라니까!”
미호가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묵묵히 달리던 탄과 태웅이 입을 열었다.
“이대로는 못 잡는다. 류호와는 연락 안 돼냐!?”
“우리로는 더는 거리를 못 좁혀. 류호가 와야 해.”
미호는 몇 번이나 했던 것처럼 통신 주술이 걸린 곡옥을 잡고 류호에게 목소리를 전했다.
“엄마 어디예요! 이세기는 남쪽으로 달려요!”
-치이익, 치치이익-
그러나 통신 주술은 여전히 먹통!
신호용 주술이 걸린 곡옥이 있지만, 몇 번이나 사용해서 앞으로 1, 2번이 한계다!
아직도 엄마가 오지 않은 것을 보면 무언가 일이 생긴 게 확실했다.
신호용 주술을 사용했는데 엄마가 보지 못한다면?
생각만으로도 아찔한 현기증이 느껴졌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성주 장원에서 이세기와 같이 도망칠 때는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뒤를 쫓는 지금은 너무나 뼈저리게 느낀다!
이세기는 이 녀석은 진정한 도주의 달인이었다!
자신이 추적 주술을 사용하고 탄과 태웅이 길을 여는데도 간신히 따라가는 게 전부였다!
풍술사 류호, 엄마가 필요했다!
미호는 신호용 주술이 담긴 곡옥을 발동시켰다!
휘이이-
날카로운 바람이 하늘로 치솟아.
팡, 팡, 팡, 팡-
폭음이 연속해서 울려 퍼졌다.
* * *
팡, 팡, 팡-
하늘에서 폭음이 터지는 순간.
류호는 번쩍 고개를 들었다.
신호용 바람!
미호에게 넘긴 곡옥에 담긴 신호용 주술, 기다리고 있던 신호용 바람이 마침내 터졌다!
류호는 폭음이 울리는 하늘을 향해 반사적으로 달리며 생각했다.
만약의 사태를 위한 보험을 준비하기 위해 달려간 장원의 심처!
‘장원에서 시간을 너무 지체했다!’
류호가 장원 심처에서 보험과 함께 강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추격전이 끝나고 배가 뒤엉키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광경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갤리선을 중심으로 연쇄 충돌이 일어나 크고 작은 수백 척의 배가 뒤틀리고, 부서지고, 튀어 올라 거대한 인공섬을 만들었다!
상상조차 하지 못한 상황에 당황했던 류호는 곧 정신을 차렸다.
바로 작은 배에 올라 바람을 일으켜 인공섬에 도착했다.
하지만 이미 인공섬은 난장판이 된 상태였고 수많은 사람의 의지가 충돌해 통신 주술은 먹통이 됐다!
[카캬카카카카-]
멀리서 들려오는 이세기의 웃음을 따라 달렸지만, 수백 척의 배가 뒤엉킨 거대한 인공섬은 미로나 다름없었다.
류호는 몇 번이나 허탕을 치고 돛대에 올라 미호의 신호를 기다렸다.
그렇게 기다리던 바람 신호가 지금 울려 퍼지고 있다!
팡, 팡, 팡-
바람 신호가 들려오는 방향은 인공섬 남쪽 방향!
자신이 있는 북쪽과는 거리가 멀지만, 바람 주술을 타고 달리면 오래지 않아 도착할 수 있다!
휘이잉. 휘이이잉-
류호의 팔다리에서 휘몰아치는 바람 소리가 점점 커졌다.
그리고 기울어진 갑판, 부러진 돛대, 뚝 꺾인 선체를 뛰어넘어 달리는 류호의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류호는 전력으로 바람 신호를 향해 달리며 등에 멘 포대기에 시선을 뒀다.
포대기 안에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장원 심처에서 모셔 온 보험이 있었다.
그러나 여기까지 오는 동안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분명 전승대로 깨웠는데…….”
움찔-
이때 등에 느껴지는 작은 감촉!
류호는 재빨리 외쳤다.
“정신 드세요? 일어나셨나요!?”
움찔, 움찔-
순간 감촉이 점점 커지고 꼬물꼬물 포대기 가장자리로 움직이는 느낌이 왔다!
류호는 재빨리 멈춰 서서 꼬물거리는 포대기를 봤다.
순간 포대기 가장자리에서 불쑥 튀어나온 갓 태어난 새끼처럼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는 작고 새하얀 여우 얼굴!
류호는 환희에 차서 외쳤다.
“선조님! 깨어나셨군요!”
두 손안에 쏙 들어갈 것 같은 갓 태어난 새끼 여우 같은 모습!
이 새하얀 여우가 류호가 장원 지하 깊은 곳에서 모셔 온 보험. 까마득한 시간 동안 잠들어 계시던 여우 일족의 선조였다!
갓 태어난 새끼 여우 같은 모습과 달리 선조는 헤아릴 수 없이 긴 세월 동안 요력을 쌓으신분!
세계의 나무의 개구멍, 무저갱의 마굴을 통과해 경계석 목걸이를 가져온 것도 선조셨다!
허공도의 제사장에게 대가를 건네지 못할 때를 대비한 보험이었다.
선조의 힘이라면 허공도의 제사장이라도 막을 수 있을 테니까!
류호는 깨어난 선조에게 지금 상황을 재빨리 설명했다.
“선조님! 당대의 가주 류호입니다!”
“여우 일족에 엄청난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허공도의 제사장이 맹약에 따라 적염성으로 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가로 줄 경계석 목걸이가 사라졌습니다. 대신 경계석 반지가…….”
……
설명이 빠르게 이어질 때.
새하얀 여우는 눈이 부신 듯 눈을 깜빡깜빡하다가 잠에 취한 듯 멍한 얼굴로 말했다.
“언니는 어디 있어?”
“네……!?”
당황한 류호가 반문하는 순간.
새하얀 여우는 멍한 얼굴로 주위를 살피다가 깜짝 놀라 외쳤다.
“하늘이 왜 이리 밝…… 어, 대적광!? 어! 하늘에 대적광이잖아!?”
“대적광이 밝혀졌으면 여기는…….”
“적염성!? 어, 어! 대적광이 떴는데 적염성이 왜 여기에 있어!”
“어, 어어! 잠깐 류호!? 여우 일족이 적염성에 있다고!?”
“어어! 설마 미호도 적염성에 있는 거야!?”
“뭐지? 뭐야! 내가 꿈을 꾸는 건가!? 뭐가 이렇게 엉망진창이야!? .”
선조의 당황한 외침이 점점 커지다가 비명이 터졌다.
“으아악! 저거 저기! 저 하늘 고래!”
류호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보였다.
포앙, 포아앙-
압축된 공기가 연속해서 터지고.
촤아아아아-
새하얀 파도가 하늘로 치솟았다!
작은 하늘 고래가 강 위를 날아오고 있었다.
류호가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비행 방법, 엄청난 속도로!
작은 하늘 고래는 순식간에 인공섬 위를 가로질러 적염성을 향해 날아갔다!
포아아아아앙-
“……!”
류호가 넋 나간 얼굴로 이 모습을 볼 때.
선조의 나른하고 졸린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아암- 어쩐지 전부 꿈이었구나. 도로 자야지…….”
포대기 안으로 들어간 선조는 꼬물꼬물 포대기 앞으로 이동해 잠들었다.
쌔근쌔근, 쿨쿨-
“…….”
류호는 우선 다시 달렸다.
여우 일족의 신화적 존재 선조님은 생각과는 전혀 달랐다.
그러나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괜찮다!
한번 깨셨다는 게 중요하다!
허공도의 제사장이 오면 선조님은 다시 일어나 적염성을 구해 주실 거다!
“그럴 거다! 반드시! 그렇겠지! 아마도!”
그러나 류호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발걸음은 점점 더 빨라졌다.
선조님의 상태가 예상보다 더 좋지 않았다.
환몽(幻夢)에 취해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상황.
선조님은 최후의 순간을 대비한 보험으로 생각해야 했다.
어떻게든 이세기가 가진 경계석 반지를 찾아야 한다!
* * *
포아아아앙-
퐁퐁이는 로켓 비행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쫙 펼친 가슴, 꼬리지느러미에서 생겨난 엄청난 추진력과 양력으로.
예전에 퐁, 퐁, 퐁- 허공을 헤엄치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빨리 날았다!
이제 자신은 그냥 하늘 고래가 아닌 특급 하늘 고래였다!
포아아아앙-
특급 하늘 고래 퐁퐁이는 빠르게 강 위를 날아 신나게 인공섬을 가로질렀다.
이때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엇! 너 어디 가는 거야!?”
고향에 돌아오게 도와준 친구!
구으으으으으으으-
친구에게 특급 헌터에게 배운 경례를 하며 외치고, 단숨에 인공섬을 가로질러 45도 각도로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포아아아아앙-
순식간에 커다란 도시가 지나가고 높게 솟은 탑이 나타났다!
재빨리 탑 정상에 도착하자 뻥 뚫린 구멍이 보였다.
퐁퐁이는 구멍 안으로 쏙 들어가며 외쳤다.
구으으, 구으으응-!?
순간 탑 아래쪽 멀리서 빛이 반짝이고 소리가 들려왔다!
띠디디띧디디딛-!
반짝반짝 빛나는 반짝이다!
포아앙-
퐁퐁이는 단숨에 탑 아래로 내려갔고, 친구의 친구들을 만났다!
반짝이와 사슴이!
둘은 커다란 벽돌에 붙어서 더듬이로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퐁퐁이는 친구의 이야기를 둘에게 전했다!
구으, 구으으-!
바로 돌아오는 대답.
띠딛디디띧디-!?
구으으, 구으으응-!?
구으으-?
띠딛디딛-!
구으, 구으응-!
디디딛디디딛디-!
구으으, 구으으으-!
구으으으-?
퐁퐁이가 고개를 갸웃하자, 반짝이가 허공에 빛으로 그림을 그렸다.
두 팔을 활짝 펼치고 무시무시한 이빨을 드러낸 살아 있는 듯 생생한 다람쥐!
빛으로 그려진 다람쥐를 보는 순간 퐁퐁이의 전신에서 폭발하듯 물방울이 터져 나왔다!
포아아아아앙-
반짝이와 사슴이가 말한 깡패 다람쥐, 부두목 니케!
퐁퐁이는 니케를 이미 알고 있었다!
보물 도토리 143개를 가져간 범인을 찾아 달라고 아껴둔 빛을 자신에게 모두 건네준 옛 친구.
도토리 숲의 폭군이 니케였다!
받았던 빛은 모두 사라졌고, 보물 도토리를 가져간 범인도 찾지 못했다.
그리고 도토리 숲의 폭군에게 용서란 없다.
꽈드득-
그 이빨로 무는 순간!
자신을 마구마구 때리던 늑대!
도토리를 몰래 주워 먹은 사슴!
도토리나무에 영역 표시를 한 곰!
……
이들 모두가 픽 쓰러져 바들바들 떨며 극한의 고통을 겪었다!
구으, 구으으으-!
‘큰일 났다! 엄청엄청 큰일 났다!’
생각지도 못한 위기에 퐁퐁이는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방법은 하나뿐이다!
반짝이와 사슴이 말대로 ‘완전 멋진 돌’을 찾아 부두목 니케보다 서열이 올라가는 것!
반짝이와 사슴이가 달라붙은 벽돌 옆에 새로운 동료가 찰싹 달라붙었다.
파다다다닥-
퐁퐁이는 가슴지느러미로 미친 듯이 벽돌을 두들겨 ‘완전 멋진 돌’을 찾기 시작했다!
이제 탑에서 ‘완전 멋진 돌’을 찾는 특급 헌터의 친구는 셋이 됐다.
사슴 벌레, 사슴이.
황금 풍뎅이, 반짝이.
하늘 고래, 퐁퐁이.
사슴이와 반짝이를 데리러 온 퐁퐁이가 가장 열심히, 최선을 다해 ‘완전 멋진 돌’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