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669화>
파아아앙-
폭음이 터지는 순간 느껴지는 섬뜩한 예기!
그르르르륵-
천문석은 타륜을 돌리며 외쳤다!
“갤리선 발리스타 발사! 후방 5시 방향!”
돛 줄을 잡은 헌터들이 기겁해서 몸을 던지는 순간.
콰지직-
갑판 난간을 으스러트리며 강물에 떨어지는 대형 화살!
촤아아아-
파도가 높게 치솟을 때!
천문석은 타륜을 좌우로 돌리며 외쳤다.
“회피 기동한다! 속도 떨어진다! 전투 준비해라!”
촤아, 촤아아아-
범선이 지그재그로 치고 나가며 속도가 떨어지는 순간.
선체 좌우로 중형선 한 척씩이 달라붙었다!
쿵, 쿠웅-
선체가 충돌하는 순간 쏟아지는 외침!
“갈고리 던져라!”
“널빤지 걸고 뛰어!”
“그물! 그물 던져라!”
“이세기 잡으면 인생역전이다!”
선원들이 악을 쓰며 달려 갑판으로 뛰었다!
다급히 달려온 헌터들이 이들과 싸웠다!
콱, 콰악-
칼을 내리찍어 밧줄을 끊고!
“으아악- 밀어내라!”
악을 쓰며 널빤지를 집어던지고 날아오는 선원들을 밀어냈다.
선체를 맞댄 갑판에서 정신없는 싸움이 이어질 때.
“이세기!”
“뒤! 소리친 놈 후갑판에 있다!”
“후갑판! 타륜을 잡은 게 이세기다!”
몇몇 선원이 타륜을 잡은 천문석을 향해 돌진했다.
지이이이잉-
순간 징 소리와 함께, 돛대에서 뚝 떨어진 하누만이 선원들을 낚아챘다!
“우리 고용주님은 아무도 못 건든다!”
작은 체형의 하누만이 선원들의 팔다리를 잡아 빙글빙글 돌리다가 사방으로 휙, 휙 집어던졌다.
으악, 으아악-
강물, 갑판, 그물 위로 나뒹구는 선원들!
이때 다시금 폭음이 터지고 예기가 느껴졌다!
파아앙, 파아아앙-
어느새 거리를 좁힌 갤리선에서 발사한 대형 화살이 잇달아 쏟아졌다!
좌우에 배가 붙어 피할 수 없는 상황!
“야! 하늘! 하늘 봐! 이번 건 못 피해! 갑판에 직격한다! 알아서 피해라!”
격전을 펼치던 모두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다.
대형 화살 십여 발이 떨어지고 있다!
기겁한 선원들이 강으로 뛰어내리고, 헌터들은 다급히 나무판자, 방패, 문짝을 들고 배 가장자리로 달렸다.
이때 공중에서 잇달아 폭음이 터졌다.
쾅, 콰앙, 콰아앙-
단숨에 궤적이 비틀리는 대형 화살!
백보신권!
선수에 선 남궁휘는 바로 좌현에 붙은 배를 가리켰다!
궤적이 비틀린 대형 화살이 떨어지는 방향!
천문석은 남궁휘의 의도를 알아채고 바로 외쳤다!
“좌현으로 치고 나간다!”
그르르르륵-
거칠게 타륜을 돌리는 동시에 대형 화살이 선체 좌측에 붙은 배의 돛대를 꿰뚫고 갑판에 박혔다!
부러진 돛대가 강으로 떨어지고 돛 줄에 걸린 배가 큰 원을 그리며 떨어져 나갔다!
촤아아아아아-
커다란 파도가 치솟는 순간 중형 범선은 파도를 뚫고 날아올랐다!
파아아앙-
측풍에 돛이 가득 부푼 범선이 미끄러지듯 나아갔다.
하하하하하-
천문석은 통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야, 좀 더 노력해야지! 그 정도로 공격으로…….]
파앙, 파아앙-
말이 끝나기도 전에 대형 화살이 다시 한 번 무더기로 발사됐다.
순간 갑판의 헌터들에게서 분노 어린 외침이 쏟아졌다.
“그만해!”
“야, 미친 새끼야!”
“제발! 그 입 좀 닥쳐!”
……
“야, 원래 고생 끝에 낙이 오는 거야. 아니지 너희들은 고생 끝에 집에 돌아가겠구나?”
천문석은 씨익- 웃으며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물었다.
“혹시 고생하기 싫으면 여기서 내려줄까?”
천문석의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는 순간.
용역 헌터 모두는 같은 생각을 했다.
‘저건 진심이다!’
‘이세기! 이 또라이 새끼!’
그러나 이 황당한 던전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아는 건 저 미친놈 이세기뿐이다!
그래서 용역 헌터 모두는 일제히 외쳤다.
“아닙니다!”
“더 노력하겠습니다!”
순간 천문석은 더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카캬카카카카카-]
[야, 너희들 더 열심히 공격해!]
[지금 우리 애들이 비웃잖아!]
“네, 아니 그게 무슨!?”
“아니 우리가 누굴 비웃어요!”
“지금 뭔 말씀이세요!?”
용역 헌터들이 다급히 외치는 순간.
천문석이 말했다.
“웃어.”
찰나의 정적 후에 용역 헌터 모두는 일제히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하-
“더 크게!”
하하, 하하하하-
“각성력을 담아서! 상대가 빡치게!”
[하하, 하하하하하하하-!]
40인의 용역 헌터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각성력을 담아 웃음을 터트리는 순간.
팡, 팡, 파아앙-
연속해서 폭음이 터지고 대형 화살이 끝도 없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거센 물살에 흔들리는 갤리선에서 발사한 대형 화살은 대부분 엉뚱한 곳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거리가 가까워지자 정확도가 점차 올라갔다!
그리고 마침내 대형 화살이 돛대를 스치고 지나가며 바람에 부풀어 오른 돛을 찢어발겼다!
콰지지지직-
모두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순간 범선의 속도가 확 줄고 발리스타 공격이 멈췄다.
그리고 소리가 들려왔다.
둥, 두웅. 두우웅-
갤리선에서 울려 퍼지는 북소리가!
촤아, 촤아아아아-
수백 개의 노가 파도를 가르는 소리가!
소리는 빠르게 가까워지고, 곧 우현에서 살기등등한 갤리선이 나타났다!
“이세기!”
“드디어 잡았구나!”
“미친놈들! 박살을 내주마!”
갤리선 해적들의 살기 어린 외침이 터지는 순간.
사색이 된 용역 헌터들은 가슴이 다시 한 번 철렁 내려앉았다.
이 순간 남궁휘가 내력을 실어 발을 굴렀다.
쿠우우웅-
갑판 전체가 북처럼 진동할 때 터지는 사자후!
[준비해라!]
천문석은 외치는 즉시 우현의 갤리선을 향해 타륜을 끝까지 돌렸다!
그르르르륵-
중형 범선이 우현으로 움직이고 선측이 무방비하게 노출되는 순간.
“나포용 작살을 발사해라!”
파아앙-
쇠사슬이 달린 나포용 대형 작살이 발사됐다!
콰드드드득-
대형 작살은 갑판을 꿰뚫고 선체 깊숙이 박혀 들었다.
차르르르륵, 깡-
대형 화살에 박힌 쇠사슬이 팽팽히 당겨지고 굉음과 함께 두꺼운 나무가 우지끈 부러져 나갔다!
순간 범선은 밧줄이 걸린 야생마처럼 크게 기울어져 회전했다!
갸우뚱 기운 갑판 위 밧줄, 삭구, 물통 온갖 잡동사니가 나뒹굴고 용역 헌터들이 돛대와 난간, 밧줄을 잡고 간신히 버텼다!
으악, 으아악-
“날아간다!”
“아무거나 붙잡아!”
이 순간 돛대에 매달린 하누만 농악대는 미친 듯이 악기를 두들겼다.
지이이잉-
쨍, 쨍, 쨍-
둥둥, 둥둥둥-
“으하하하-!”
“더 강하게! 더 빠르게!”
“더 큰 난장판을 만들어라!”
“이세기! 너 이 새끼! 맘에 들었다!”
크하하하하하-
하누만 농악대가 정신없는 웃음을 터트릴 때.
남궁휘는 기울어진 갑판에 우뚝 선 채 내력을 끌어올렸다.
배는 나포용 대형 작살을 맞고 쇠사슬에 끌려 회전 중!
뒤에선 수십 척의 갤리선과 대형 범선들이 시시각각 밀려 온다!
저들에게 포위되면 끝장이다!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
남궁휘는 타륜을 잡은 이세기를 봤다.
이세기는 여전히 담담한 표정으로 우현에 붙은 갤리선을 보고 있다!
수많은 사람과 강자들이 이세기를 쫓았다. 그런데도 잡지 못한 이유를 지금 알 수 있었다.
‘모든 게 이세기가 말한 대로 흘러가고 있다!’
이세기는 마치 들여다보듯 사람들의 심리를 예측하고 두 발, 세 발 앞서 움직이고 있다!
남궁휘는 새삼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깨달았다.
이세기의 흔적을 놓쳤을 때 강으로 달려온 선택!
이세기가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을 때 진심을 보여 준 선택!
문득 고개를 들어 주위를 보는 순간.
사략 선단의 갤리선과 적월 상단의 대형 범선뿐만 아니라 수백 척의 배가 몰려 오는 게 보였다.
남궁휘는 앞으로 이 강에서 벌어질 일이 눈에 보이는 것만 같았다.
적월 상단, 사략 해적, 기사, 마법사, 12 가문의 강자들!
이들 모두가 뒤엉킨, 적염성에서 만들어진 것 이상의 난장판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자신은 그 난장판에서 이세기와 약속한 대로 싸워야 했다.
복면을 썼지만, 백보신권을 펼치는 순간 모두는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될 것이다.
결국, 남궁세가는 기반을 잃고 적염성을 떠나게 될 터!
그러나 이 순간 남궁휘는 가슴이 터질 듯 벅차올랐다.
이세기에게 받은 대가!
대일여래의 빛에는 그 모든 걸 감수할 가치가 있었다!
스승님께 받은 크나큰 은혜를 갚는 길이니까!
이때 이세기의 외침이 터졌다.
“모두 준비해라!”
촤아아아아-
사슬로 연결된 갤리선이 급격히 가까워졌다!
갤리선 갑판 위 무기를 들고 백병전을 준비한 해적들이 보였다.
“드디어!”
“모조리 잡아들인다!”
“우리가 이세기를 잡는다!”
콰드드드득-
대형 도르래에 걸린 쇠사슬이 빠르게 감기고.
콰아아앙, 쿵, 쿵-
다음 순간 갤리선과 중형 범선 선체가 연속해서 충돌했다!
갑판 사이의 거리는 불과 2, 3미터!
우와아아아-!
해적들은 함성과 함께 갑판을 달려 단숨에 뛰었다!
이 순간 천문석은 내력을 실어 외쳤다.
[지금이다!]
으아아아아악-
용역 헌터들이 악을 쓰며 갑판을 달려 갤리선 갑판으로 뛰고!
“우리도 간다! 으하하하-!”
돛대에 올라선 하누만 농악대가 활대를 달려 갤리선 돛대로 뛸 때.
쿵-
단숨에 갤리선 갑판에 내려선 남궁휘는 백보신권을 펼쳤다!
팽팽하게 당겨진 쇠사슬을 향해서!
파아앙-
굵은 쇠사슬이 단숨에 끊어지고 갤리선은 범선 선체를 긁으며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해적과 헌터들이 상대방의 배로 옮겨탄 상황!
“……!”
“어, 어어!?”
“돌아가!”
“야, 빨리 돌아가!”
이제야 상황을 깨달은 해적들이 갑판을 달려 갤리선으로 돌아가려는 순간.
타다다다닥-
누군가 한발 먼저 달려와 대나무 장대로 갑판을 찍고 갤리선을 향해 날아갔다!
휘이이이잉-
화살처럼 날아가는 사람이 씨익 웃으며 외쳤다.
“만나자마자 헤어져서 섭섭하네. 넘겨준 갤리선은 잘 쓸게. 다음에 보자.”
카캬카카카카카-
이 빡치는 웃음소리만 들어도 이 남자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이세기!”
“장대! 대나무 장대 들어!”
“우리도 넘어갈 수 있다!”
으아아아악-
대나무 장대를 든 해적들이 피를 토하듯 절규하며 갑판을 달렸다.
이때 갤리선 난간에 내려선 천문석이 외쳤다.
“전방 섬광!”
용역 헌터들이 다급히 엎드리는 동시에 굉천수의 섬광과 굉음이 터졌다.
콰아아아앙-
대나무 장대를 들고 달리는 해적들 바로 앞에서!
시각과 청각이 균형감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할 이상!
달리던 해적의 9할은 뛰지도 못하고 갑판을 데굴데굴- 구르고 후두둑- 강물로 떨어졌다.
1할의 해적들이 갤리선으로 넘어왔으나 이들도 굉천수에 당한 것은 마찬가지!
“던져!”
“얼른 던져 버려!”
무력화된 해적들은 용역 헌터들에게 붙잡혀 강으로 던져졌다!
천문석은 타륜이 있는 후갑판으로 달려가며 외쳤다.
“야, 모두 계획대로! 빨리빨리 움직여라!”
“알았다!”
왕체, 최림, 김기철이 이끄는 용역 헌터들은 노잡이가 있는 하갑판으로 달려가고, 남궁휘와 하누만 농악대는 갑판에 남은 해적들은 정리했다.
천문석은 타륜을 잡고 씩 웃었다.
“그럼 계획대로 이 강물 위를 난장판으로 만들자!”
“난장판으로 만들자!”
하누만 농악대가 일제히 외치는 순간.
“…….”
남궁휘가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천문석은 타륜을 돌리며 외쳤다.
“우측으로 선회한다!”
“우측으로 선회한다!”
둥, 둥둥, 둥둥둥-
헌터들의 복창과 함께 북소리가 변하고.
갤리선이 크게 원을 그리며 선회했다.
이세기의 뒤를 쫓는 갤리선, 범선, 상선, 보트 수백 척의 배!
수천의 선원과 수십 명의 강자를 향해서!
적염성을 대가로 올린 마지막 승부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