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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668화 (669/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668화>

당종은 대형 범선에 오르는 즉시 강에 펼쳐진 봉쇄선부터 확인했다.

노을에 붉게 타들어 가는 강은 적월 상단의 원양 무역선과 사략 선단의 갤리선에 완전히 봉쇄된 상황.

수로 입구와 항구에는 수백 척의 배가 발이 묶여 있었다!

“빠져나간 배는?”

“봉쇄 후 빠져나간 배는 한 척도 없습니다! 강에 배가 뜨기만 하면 모조리 박살 냈습니다! 해적 놈들과 처음에 충돌이 좀 있었지만, 곧 같이 해상 봉쇄에 들어갔습니다.”

“우선 배를 출항시켜라!”

당종은 출발 명령을 내리고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인장 반지가 나타난 순간부터 폭풍해의 사략 선단에 제대로 명령이 먹히지 않았다.

놀라지는 않았다.

사략 선단 제독 에리히 우론이 딴생각을 하고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 에리히 제독이 강을 봉쇄하는 데 협조했다!

문득 고개를 들어 갤리선을 보는 순간 에리히 제독이 원하는 게 무언인지 감이 왔다.

‘인장 반지를 대가로 우론 공국을 되찾는 걸 도와 달라고 하겠지.’

순간 당종은 쓴웃음을 지었다.

‘멍청한 녀석!’

타대륙의 우론 공국과 원대륙의 적염성은 그 거리 만큼이나 제도와 문화가 다르다.

하지만 우론 공국과 적염성에는 공통점이 있다.

우론 공국은 제국, 적염성은 오래국의 영향권에 있다는 것!

그리고 제국과 오래국은 이름에 쌓이는 업, 명성과 평판, 명예를 대하는 태도가 같다.

즉, 두 나라 모두 해적질로 이름을 더럽힌 자가 대공, 성주가 되는 걸 용인하지 않는다!

에리히 우론!

‘우론 공국’의 지명을 성으로 가진 대공의 후손이라 해도 그건 마찬가지다.

에리히가 해적질로 타인의 생명과 재산을 빼앗아 이름을 더럽힌 순간 우론 공국을 되찾을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졌다!

당연히 인장 반지를 얻어도 적염성의 성주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에리히는 결국 자신에게 인장 반지를 건네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괜히 자극할 필요는 없다.

당종은 전령에게 명령했다.

“사략 선단에 연락해라! ‘충분한 대가’를 치르겠으니 보조를 맞추라고! 이렇게만 말하면 알아들을 거다!”

“네 단주님!”

전령이 달려가는 순간.

당종은 다른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항구와 수로에 멈춰 선 배들을 검문한다! 바로 움직여라!”

그리고 심복을 불러 속삭이듯 말했다.

“배 두 척을 빼서 상류와 하류로 보내라.”

당종의 명령은 바로 수행됐다.

강을 봉쇄 중인 적월 상단의 대형 범선들이 발이 묶인 수백 척의 배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때 당종의 연락을 받은 에리히 우론은 웃었다.

‘충분한 대가를 치르겠다!’

이거야말로 자신이 원하던 것!

에리히 제독은 천천히 움직이는 범선을 가리켰다.

“적월 상단과 같이 움직인다! 포위망을 좁혀라! 모든 배를 확인해야 한다!”

곧 갤리선도 범선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대한 성채 같은 대형 범선과 갤리선이 밀려 오기 시작했다!

‘무언가 시작된다!’

발이 묶인 배에 탄 모두가 마른침을 삼키고 있을 때.

이세기를 쫓는 강자들이 속속 강에 도착했다.

수로를 가로지르는 고속 보트에 줄줄이 앉아 땀을 비 오듯 흘리며 노를 젓는 기사들!

“오러를 일으켜 기감을 뻗어라!”

“이세기를 확보하는 즉시 포위망을 뚫는다!”

항구와 강이 내려다보이는 건물 옥상에 은신결계를 펼치고 대마법을 준비하는 마법사들!

“이세기가 나타나는 순간 바로 신호해라!”

“낚아채는 즉시 장거리 순간 이동으로 빠져나간다!”

“알겠습니다!”

“바로 움직이겠습니다!”

수습 마법사들이 항구로 달려갈 때.

미호와 탄, 태웅이 탄 곤돌라가 수로에 나타났다.

“저 배 중 하나예요! 가까이 접근하면 정확히 알 수 있어요!”

미호가 수로에 길게 늘어선 배를 가리키는 순간.

탄과 태웅은 장대로 미친 듯이 수로 바닥을 밀었다!

“알았다! 가속한다!”

“바로 배 붙일게! 확인되면 바로 말해라!”

촤아, 촤아아-

곤돌라가 물살을 가르고 나아갈 때, 미호는 통신 주술이 걸린 곡옥을 잡고 외쳤다.

“엄마! 이세기 찾았어요! 생각대로 강에 있어요! 지금 봉쇄 중이라 아직 빠져나가지……!”

이때 수로에 길게 늘어선 배 중 한 척이 움직였다!

“……!”

“……!”

순간 이세기를 찾는 강자들의 시선이 배에 꽂혔다.

그러나 곧 강자들은 시선을 돌렸다.

“적월 상단?”

“저 배는 왜 저기에 있는 거야?”

강으로 나온 중형 범선의 돛대에서는 붉은 달, 적월 상단의 깃발이 휘날리고 있었다.

* * *

촤아, 촤아아-

중형 범선은 물살을 가르고 천천히 강으로 나아갔다.

휘이이익-

타륜을 잡은 천문석은 휘파람을 불고 외쳤다.

“야, 벌써 복면 쓰지 말라니까! 수상해 보이잖아! 차분히 기다려! 내 계획대로만 하면 아무 문제도 없을 거야!”

“…….”

“…….”

“…….”

천문석의 계획을 들은 왕체와 최림, 김기철과 용역 헌터 40인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고개를 돌려 천천히 다가오는 거대한 성채 같은 배를 바라봤다.

저 거대한 배들이 지금부터 자신들이 뒤에 달고 도망쳐야 하는 배다!

용역 헌터 모두는 바짝 마른침을 삼키며 복면을 벗고 마음으로 외쳤다.

‘이세기, 미친 새끼!’

‘시바, 개 또라이 새끼!’

‘하, 어쩌다가 저런 놈이란 엮어서는!’

이세기의 미친 계획을 들은 모두는 이를 갈았다.

이 순간 들려오는 장난스러운 목소리.

“뭐야, 너희들 눈빛이 불손한데? 나 그냥 갈까? 집에 돌아가기 싫은 거 같은데……?”

헌터들은 즉시 외쳤다.

“아닙니다! 이세기님!”

“그럴 리가 없죠! 헤헤헤-.”

“정말 탁월한 계획이라 감탄하고 있었습니다!”

피식 웃은 천문석은 시선을 돌려 돛대 위를 봤다.

“너희 정말 복면 필요 없어?”

지이이이잉-

징 소리와 함께 하누만들이 잇달아 외쳤다.

“우리는 걱정 마!”

“복면 써도 음악만 들으면 다 알아!”

“맞아! 그렇지! 당연하지!”

“관혼상제! 축제! 난장판!”

“어디서든 최고의 곡을 연주하는!”

“우리는 하누만 농악대니까!”

키키키킼-

크카카칵-

크크크킄-

정신없는 웃음을 터트린 하누만들이 일제히 외쳤다.

“아까 그 끝내주는 술!”

“칠전팔기 더 준다는 약속이나 꼭 지켜!”

“벌써 여관에 맡겨 놨어. 일 끝나고 찾아가면 여관 주인 하누만이 바로 건네줄 거야.”

천문석의 시선은 마지막으로 선수에 우뚝 선 남궁휘에게 향했다.

“…….”

눈이 마주치자, 말없이 고개를 숙이는 남궁휘!

남궁휘에게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기도가 느껴졌다.

역시 초절정 고수!

아군이 되니까 이렇게 든든하다!

준비는 끝났다.

이제 물꼬를 뚫어 주면 된다!

빠르게 가까워지는 거대한 성채 같은 대형 범선과 갤리선에!

촤아아, 촤아아아아-

예상대로 적월 상단 깃발을 단 중형 범선이 접근하자, 대형 범선과 갤리선에선 별다른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천문석은 타륜을 부드럽게 돌리며 외쳤다.

“배 사이로 빠져나간다! 모두 준비해라!”

그리고 고개를 뒤로 돌려 멈춰 선 배들을 쭉 훑었다.

수로와 항구에 발이 묶인 배에서 동요하는 기색이 느껴졌지만, 뒤를 따라 달릴 엄두를 내지 못했다.

당연했다.

돛대에 적월 상단의 깃발이 걸려 있는 이 배와는 상황이 다르니까!

하지만 곧 상황은 바뀐다.

이때 동료들이 타고 있는 배가 눈에 들어왔다.

눈에 내력을 담아 살피자 동료들의 모습이 생생히 보였다.

타륜을 잡은 아카린.

돛 줄을 잡은 이원과 허준.

바짝 긴장한 표정으로 장대를 들고 서 있는 최설.

진교은에게 꼭 안긴 채로 선수 난간 위로 얼굴을 내민 특급 헌터와 퐁퐁이!

순간 특급 헌터가 번쩍 손을 들어 크게 흔드는 게 보였다.

이때 외침이 들려왔다.

“야, 거기! 검문 명령 떨어졌는데 어디 가는 거야!?”

대형 범선 갑판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천문석은 태연하게 엄지로 항구를 가리키며 어깨를 으쓱였다.

“윗분 명령이다! 사람을 찾아오래.”

“지금 사람을 찾아오라고?”

선원의 얼굴에 생겨나는 의문.

“나도 이상하고 귀찮아! 누가 대신해 주면 좋겠다!”

천문석이 짜증 어린 어투로 외치며 돛대를 슬쩍 가리켰다.

문득 고개를 들었다가 하누만 농악대를 본 선원은 깜짝 놀라 시선을 피했다.

“……고생해라!”

“너도 수고해라!”

촤아아아-

천문석이 탄 중형 범선은 그대로 대형 범선 옆을 통과했다.

그리고 20여 미터 정도 나아갔을 때.

천문석은 갑판에 대기 중인 임시 동료들에게 외쳤다.

“야, 시작한다! 복면 써라!”

적염성에서 구르고 구른 용역 헌터들은 번개같이 복면을 썼다.

“준비됐냐?”

시선이 닿는 순간.

지이이이잉-

징을 치는 하누만.

“…….”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복면 쓴 남궁휘.

하누만 농악대.

용역 헌터 40인.

초절정 고수 남궁휘.

임시 동료 모두 준비가 끝났다!

이제 시작할 때다!

천문석은 바로 몸을 돌려 멀어지는 대형 범선과 갤리선을 향해 내력을 실어 외쳤다.

[야, 나 더럽게 잘생긴 이세기다!]

[이제 인장 반지는 내 거다! 모두 안녕이다!]

[카캬카카카카카카-]

적염성 시가지를 난장판으로 만든 웃음소리가 이번에는 노을 지는 강으로 퍼져 나갔다!

* * *

[카캬카카카카카-]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거대한 충격이 모두를 휩쓸었다.

적염성을 난장판으로 만든 이세기!

이세기가 인장 반지를 가지고 도망치고 있다!

가장 먼저 움직인 건 적월 상단의 당종과 사략 선단의 에리히 우론이었다.

“잡아라! 모두 반전! 반드시 잡아라!”

“멍청한 새끼들! 돌진 속도로 노를 저어라!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나포해야 한다!”

육지로 나아가던 대형 범선과 갤리선이 다급히 항로를 틀었다.

서로 선체가 부딪치고 노가 뒤엉키는 선박들!

그러나 곧 수십 척의 대형선이 이세기가 탄 중형 범선을 향해 돌진했다!

‘지금이다!’

천문석은 바로 돛대를 향해 외쳤다.

“하누만 농악대! 시작해라!”

지이이잉-

꽝, 꽝, 꽈앙-

두우웅, 두우우웅-

요란한 징, 꽹과리, 북소리가 울려 퍼지고.

하누만들은 가슴을 크게 부풀려 천둥 치듯 외쳤다.

[봉쇄가 풀렸다!]

[물꼬가 트였다!]

[지금이 기회다!]

[빨리빨리 도망쳐!]

[모두 돛을 펼쳐라!]

이 순간 수상 봉쇄에 발이 묶여 있던 수백 척의 배가 일제히 강으로 쏟아져 나왔다!

넓은 강이 수백 척의 배로 가득 차는 순간.

당종은 직감했다.

이세기가 탄 중형 범선은 미끼다!

강으로 쏟아지는 수백 척의 배 중에 ‘성주’가 탄 배가 있다!

그러나 모든 배가 이세기를 쫓고 있다!

봉쇄선은 이미 깨지고 쏟아진 배는 수백 척!

이제 와 배를 돌려도 늦었다!

당종은 재빨리 심복에게 명령했다.

“상류와 하류로 보낸 배에 전해라! 성주가 빠져나갔다! 잡아야 한다!”

하지만, 상류와 하류로 보낸 배는 한 척씩, 두 척뿐.

수백 척의 배에서 성주를 찾아낼 가능성은 희박했다.

어떻게든 이세기를 잡아, 인장 반지를 손에 넣어야 한다!

“전속으로 나아가라! 인장 반지를 손에 넣어야 한다!”

적월 상단의 대형 범선들은 돛을 활짝 펼치고 빠르게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단거리에서는 갤리선이 압도적!

둥, 두웅, 두우웅-

북소리가 빠르게 울리고, 대형 범선 사이사이에서 튀어나온 갤리선들이 순식간에 가속했다!

이 순간 수상 봉쇄가 깨진 틈에 강으로 쏟아진 배들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모든 배가 도망치는 건 아니었다.

배에 탄 모두는 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이름을 들었다.

[이세기!]

오늘 적염성에서 일어난 난장판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인장 반지를 가진 이세기가 지금 눈앞에 있다!’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왔음을 깨달은 이들은 주저하지 않고 중형 범선을 향해 선수를 돌렸다.

여기에 남방 공국의 기사들이 탄 고속 보트가 합류하고.

미호, 탄, 태웅이 재빨리 갑판에 올라탄 배가 끼어들었다.

짙은 노을에 붉게 물든 강!

작은 보트에서 대형 범선, 갤리선까지 수백 척의 배가 뒤엉킨 추적 전이 시작됐다!

이들 모두의 목표는 외침이 끝없이 울려 퍼지는 중형 범선이었다!

[모두 힘을 내라!]

[강 위라서 도망칠 곳도 없어!]

[나만 잡으면 인장 반지 얻는 거야!]

[이 인장 반지만 얻으면 적염성 통째로 먹는다!]

[이거 전부 다 성주님이 허락하신 일이다! 최선을 다해 달려라!]

[카캬카카카카카-]

강 위로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특급 헌터는 벌떡 일어나 신나게 외쳤다.

“맞아! 내가 허락했어! 모두 열심히! 빨리빨리! 달려! 카카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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