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665화 (666/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665화>

절벽 앞 야영지로 돌아온 순간 바로 알아챘다.

막내 사제 데이몽 발도가 사라졌다.

도깨비 궤짝이 실려 있던 지게와 함께!

“사형! 막내 사제는 저 도시로 간 것 같습니다!”

무사인 카이류가 외치는 순간.

대사형은 재빨리 황동 곰방대에 불을 붙여 한 모금 마시고 훅 불어 냈다.

몽글몽글 퍼져 나가는 푸른 연기는 곧 화살표로 변해 한 방향을 가리켰다.

절벽 아래 펼쳐진 거대한 강과 도시 방향을!

“하- 데이몽! 이 뺀질이 녀석!”

강을 보는 순간 데이몽의 생각이 짐작됐다.

강에 떠 있는 범선!

데이몽 발도, 막내 사제는 저 대형 범선을 타고 타대륙으로 튈 생각이다!

도깨비 궤짝은 밑천 삼아 들고 갔겠지!

‘궤짝에 뭐가 들었더라……!?’

재빨리 기억을 살필 때 무사인 카이류가 다급히 외치며 달려가려 했다.

“사형! 지금 쫓아가면 잡을 수 있습니다! 제가 데려오겠습니다!”

‘무사인 카이류가 지금 적염성에 들어간다고!?’

이거야말로 대형 사고!

재빨리 황동 곰방대를 뻗어 앞을 막았다.

“사형?”

무사인 카이류가 의아해하는 순간 도시를 가리키며 큰 원을 그리는 황동 곰방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린 무사인 카이류는 경악했다.

쿠르르르르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요동치는 도시!

도시 전체에서 거대한 흐름이 느껴졌다!

수천수만의 사람들이 지르는 외침이 하늘을 울리고.

이들의 갈망과 기세가 뒤엉켜 하늘 높이 치솟고 있다!

잠시 자리를 비운 동안 도시 전체가 홍수가 덮친 듯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도시를 덮친 건, 물이 아니었다.

인파!

마치 홍수처럼 몰아치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인파였다!

이 수많은 인파로 도시 전체가 점점 더 난장판이 되고 있었다!

“데이몽 발도. 이 멍청한 녀석…… 스스로 개고생의 마굴로 기어 들어가다니!”

“사형 당장 구하러 가야 합니다!”

사제의 말에 가볍게 고개를 젓고 짐꾸러미에서 육포와 인형을 꺼내는 대사형.

육포를 한 조각 던져 주고.

툭 튀어나온 언덕 끝 야영지에 긴 금을 긋고 나무 인형을 금 위에 놓았다.

이걸로 분노한 제사장에게서 숨을 은신 결계가 완성됐다.

간단한 결계지만 제사장은 나무 인형이 밟은 금 안을 인지하지 못한다!

“사형! 저라도 다녀오겠습니다!”

다시 한 번 외치는 무사인!

무사인의 외침에 육포를 씹으며 대답했다.

“사제. 일기일원공의 경지가 높아지는 가장 좋은 방법이 뭔지 아나?”

“……시동 말씀하시는 겁니까?”

“물론 시동을 걸면 한방에 팟! 도약하지. 하지만 일기일원문에는 그보다 역사가 오랜 개파조사께서 창안하신 수련법이 있다!”

“개파조사께서 창안하신 수련법이요? 그런 게 있었습니까?”

무사인이 고개를 갸웃할 때, 대사형의 목소리가 길게 이어졌다.

“일명 불운의 폭풍!”

“일기일원공은 난장판, 불운 속에서 성장하는 무공!”

“개고생을 할수록 일기일원공의 경지는 빠르게 오른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뺀질이 막내 사제가! 불운의 폭풍이라는 ‘기연’이 몰아치는 저 도시로 가고 있다!”

문득 고개를 들어 질문을 던지는 대사형.

“여기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그리고 스스로 대답했다.

“사형들로서 사제의 ‘기연’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즉, 우리는 여기 은신결계 안에서 막내 사제가 불운의 폭풍 속에서 데굴데굴 굴러 미래의 검성에 어울리는 성장을 이루길 기다려야 한다!”

카카캬카캌카-

사형의 악당 같은 웃음이 터지는 순간 무사인은 바로 움직였다.

“사형! 그냥 제가 얼른 가서 데려오겠습니다! 막내 사제 아직 강을 건너진 못했을 테니, 금방 데려올 수 있습니다!”

“멈춰라! 무사인 카이류!”

이 순간 터져 나온 준열한 외침!

무사인 카이류가 반사적으로 멈추는 순간 한없이 진지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미 은신 결계를 펼쳤다! 저 금을 넘는 순간 내 계획은 엉망이 된다! 데이몽 사제는 기연을 만났으니! 날 믿고 기다려라! 사제!”

‘아니, 사형! 경지가 오르기 전에 훅 가면 끝장 아닙니까!?’

무사인 카이류는 목까지 치밀어 옳은 말을 결국 삼켰다.

지금 자신 앞에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닌 일기일원문의 대사형이었으니까.

대사형이 막내 사제에게 해가 될 일을 할 리가 없었다.

고생은 하겠지만, 방금 말한 대로 그만큼의 성취를 얻을 것이다.

아마도…….

‘미안하다. 막내 사제…….’

무사인 카이류가 탄식하는 순간.

대사형은 오두막에 비스듬히 누워 황동 곰방대를 한 모금 들이켜며 탄성으로 터트렸다.

“과연…… 개파조사님!”

충분히 거리를 둬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데이몽 발도가 마치 홀린 듯이 적염성으로 달려가 버렸다!

문득 고개를 들자 일곱 개의 별이 그려내는 일기일원문의 성좌, 개고생의 성좌가 하늘에 떠 있었다.

대사형은 가볍게 연기를 뿜으며, 개고생의 성좌가 비추는 강을 향해 진지하게 말했다.

“막내 사제 고생해라. 이게 다 양분이 돼서 미래의 검성이 되는 거다! 아마도…….”

카카카카카캌-

* * *

촤아아아-

작은 나룻배 한 척이 물살을 헤치고 적염성을 향해 나아갔다.

이 나룻배 선수에는 지게를 짊어진 일기일원문의 막내 사제, 데이몽 발도가 서 있었다!

간신히 나룻배에 탄 데이몽 발도는 가까워지는 범선을 뚫어지게 살폈다.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큰 선체.

9층 전각을 올려다보듯 까마득한 높이의 갑판!

갑판 위로 높게 솟은 돛대에 선원이 올라 묶인 돛을 활짝 펼치고 있었다!

파아아앙-

커다란 돛이 바람을 받아 부풀어 오르는 순간.

쿵, 쿵, 쿵, 쿵, 쿵-

데이몽 발도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이 거대한 성채 같은 배가 원대륙과 타대륙을 잇는 원양 범선이다!

이 배를 타면 대사형의 마수가 뻗은 원대륙을 떠나 기회의 땅 타대륙에 갈 수 있었다!

카카카카카카-

데이몽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트렸다가 흠칫 놀랐다.

나도 모르게 대사형의 간신 웃음을 따라 하다니!

하하하하하-

재빨리 호탕하게 웃을 때.

뱃사공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어, 어어!? 저거 뭐야!?”

문득 고개를 돌리자 배 옆으로 노가 줄줄이 튀어나온 특이한 배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저 배는 좀 특이하네요? 저 배도 원양 범선인가요?”

데이몽이 배를 보며 묻는 순간 무언가 물에 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첨벙-

“응?”

고개를 돌리자 강물에 뛰어들어 미친 듯이 헤엄치는 뱃사공이 외쳤다.

“야, 뭐 하는 거야! 얼른 뛰어내려서! 도망쳐!”

“네? 그게 무슨!”

“저 배, 갤리선! 해적선이야! 당장 헤엄쳐서 도망쳐!”

“……!”

촤아아, 촤아아아-

수십 개의 노를 저어 가속하는 대형 갤리선.

“충돌한다!”

“우현으로 돌려!”

“돛 모조리 펼쳐라!”

다급히 돛을 펼치고 선수를 돌리는 대형 범선.

대형 갤리선은 대형 범선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경로에 자신이 탄 나룻배가 걸렸다!

“빨리 뛰어! 휩쓸리면 끝장이다!”

뱃사공이 악을 쓰는 순간.

데이몽 발도는 멍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저 헤엄 못 쳐요.”

이 순간 갤리선이 나룻배를 스치듯 치고 나아갔다.

꽈드드드득-

선체가 비틀리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콰아아아앙-

갑판, 선체, 노, 밧줄 모든 게 박살 나 폭발하듯 날아갔다!

으아아악-

데이몽 발도는 지게를 짊어진 채로 하늘을 날아 강에 떨어졌다.

순간 눈코입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강물!

커억, 크업-

정신없이 허우적거리는데 손끝에 무언가 걸렸다!

으아악-

악을 쓰며 몸을 끌어당기는 순간 지게 무게로 가라앉는 나무 기둥!

다시 한 번 강물을 들이마신 데이몽 발도는 깨달았다.

‘지게를 벗어야 한다!’

재빨리 지게를 벗고 물에 뜬 궤짝에 매달리는 순간.

콰아아아아아-

거대한 굉음이 터져 나왔다!

갤리선이 범선 선체를 깊게 긁고 지나갔다!

박살 난 선체와 그 안의 온갖 잡동사니가 쏟아지고, 선수에 솟은 작은 돛대가 부러져 강물로 떨어졌다!

“이게 뭐야!?”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사방에서 충돌음이 들려왔다!

문득 돌린 시선에 보였다.

콰아아, 콰아아아앙-

가속한 갤리선 수십 척이 강에 떠 있는 범선을 긁듯이 지나가고, 여기에 휩쓸린 작은 배들이 단숨에 박살 나고 있다!

평온했던 강이 순식간에 난장판으로 변하고 거센 물살에 온갖 잡동사니들이 쓸려 오고 있다!

쪼개진 문짝, 커다란 물통, 밧줄 더미, 부서진 나무…….

그리고 성문을 향해 떨어지는 공성추처럼 거센 물살을 타고 자신에게 밀려 오는 부러진 돛대!

‘저 돛대와 충돌하면 끝장이다!’

으아아악-

첨벙, 첨벙-

궤짝을 잡고 물장구를 쳐 봤지만, 거센 물살에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피할 수 없다! 부숴야 한다!’

데이몽은 재빨리 궤짝을 타고 올라 검을 뽑아 들었다!

챙-

돛대에 검을 겨누고 마음을 모은다!

충돌하기 전에 검기를 날려 박살 낸다!

하아앗-

기합을 지르며 내력을 검에 담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일이 터졌다.

휘이이이-

바람 소리와 함께 검에 밀어 넣은 내력이 허공으로 흩어졌다!

“어, 내력이 왜 흩어…….”

손에 쥔 검을 본 순간 있어서는 안 될 게. 보였다!

하나둘셋넷다섯여섯일곱!

검신에 뚫린 너무나 낯익은 일곱 개의 구멍!

자신의 손에 들린 건 대사형의 칠공검이었다!

“시바시바시바시바시바!”

대사형이 또 검을 바꿔 치기 했구나!

모든 걸 깨달은 데이몽 발도는 하늘을 향해 절규했다.

“대사형!”

이 순간 공성추처럼 날아온 돛대가 궤짝을 때렸다!

투우우우웅-

데이몽 발도가 충격파에 공중으로 튕겨 오르는 순간.

돛대에 충돌한 궤짝이 순식간에 멀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내 밑천!”

머리가 새하얗게 변하고 가슴에서 타는 듯한 고통이 느껴진다.

이렇게 끝낼 수는 없다!

순간 물살에 휩쓸려 내려가는 온갖 잡동사니들이 보였다.

돛대, 갑판, 그물, 부표, 문짝……!

데이몽 발도의 머리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회전했다.

보인다!

돛대에 걸려 떠내려가는 궤짝까지 이어지는 경로가!

탁-

허공에서 떨어진 몸이 문짝에 닿는 순간.

콰아아앙-

데이몽 발도는 내력을 폭발시켜 뛰어올랐다!

갑판, 선체 조각을 밟고 뛰어, 뒤엉킨 돛대와 용골을 밟고 달린다!

그리고 도약!

쿠우웅-

허공을 가로지르는 순간.

온 정신과 내력을 하나로 모았다!

그리고 다시 몸이 떨어지는 순간 문짝, 부표, 박살 난 나무토막들과 엉킨 그물을 잇달아 밟고 번개같이 뛰었다!

됐다!

궤짝이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다!

대상인이 될 밑천을 되찾을 수 있다!

데이몽은 궤짝을 밀고 가는 돛대를 향해 마지막으로 도약했다.

휘이이잉-

돛대에 내려서기 직전.

쿠르르릉-

물속에서 용트림하는 소리가 터졌다!

궤짝을 밀고 나아가던 돛대 앞부분이 갑자기 물속으로 처박히고, 돛대 뒷부분이 시소처럼 하늘 높이 솟아 올랐다.

후우우웅-

그리고 뭘 어떻게 하기도 전에 솟아오른 돛대가 데이몽을 때렸다!

커어어억-

정신이 혼미해지는 충격과 함께 다시 하늘 높이 날아가는 순간.

데이몽의 머릿속에서 대사형의 얄미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쯧쯧쯧- 그러니까 가면 안 된다니까.’

순간 가슴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근원을 알 수 없는 힘이 솟아났다!

으아악-

데이몽은 악을 쓰며 스스로 전신을 두들겨 당장이라도 날아갈 듯한 정신줄을 잡았다!

이 순간 품에서 무언가 툭- 떨어지는 느낌이 왔다!

“……!”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보이는 낯익은 주머니!

무도왕 조각상을 담은 주머니마저 강으로 떨어지고 있다!

“내 조각상!”

데이몽 발도가 절규하는 순간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포아앙-

폭음과 함께 물속에서 튀어나온 무언가가 조각상이 든 주머니를 낚아챘다!

그리고 직각으로 꺾어 강물 속으로 다시 파고들었다.

파아아앙-

강물이 폭발할 듯 치솟고 온갖 잡동사니와 자신의 궤짝이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

“내 궤짝!”

다급히 외치는 순간.

포앙, 포앙, 포아앙-

굉음이 연속해서 터지고 공중으로 떠오른 궤짝이 빠른 속도로 멀어졌다!

“……!”

데이몽 발도는 봤다.

내 주머니를 입에 물고, 내 궤짝을 머리에 올린 채로.

하늘을 날고 있는 작은 고래!

고래!?

고래가 왜 하늘을 날아!?

아니, 그보다 이 상황에 먹튀까지 당했다고!?

“야, 먹튀 고래! 당장 돌……!”

데이몽 발도가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담아 외치는 순간.

쿵, 쿵, 콰다다당-

궁중으로 튀어 오른 온갖 잡동사니가 데이몽 발도를 덮쳤다.

“으아아악- 시바시바! 뭐가 이따위야!”

잡동사니에 휩쓸려 강에 떨어진 데이몽 발도가 절규할 때.

어린 하늘 고래 퐁퐁이는 신나게 울었다!

구으으, 구으으으응- !

‘로켓 비행을 가르쳐 준 새 친구는 엄청 대단하다!’

‘저기 뭔가 아주 좋은 게 있는 것 같아! 퐁퐁이 발사!’

그 말대로 날아오니까, 진짜로 신기한 물건을 찾을 수 있었다!

으스스한 느낌이 드는 주머니!

아주아주 커다란 어른 하늘 고래도 들어갈 수 있는 궤짝!

포앙, 포아앙-

퐁퐁이는 다시 한 번 압축된 물방울을 터트려 가속했다.

강과 수로가 연결되는 곳에 숨어 있는 새 친구를 향해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