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664화 (665/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664화>

차아아앙-

천문석은 강철봉으로 창문을 뚫고 들어오는 즉시 텅 빈 실내를 전력 질주했다.

목표는 맞은편 문!

그러나 문에 닿기도 전에 목표로 삼은 문이 열리고 기사가 나타났다!

“여기다!”

쿵, 쿵, 쿵-

외침과 함께 육중한 발걸음 소리가 복도에서 빠르게 가까워졌다!

기사 일곱!

재빨리 바닥을 박차고 몸을 돌리는 순간.

팟, 팟, 팟-

번뜩이는 섬광과 함께 창가에 로브를 입은 사람 셋이 나타났다!

마법사 셋!

마법사와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몸을 던져 바닥을 굴렀다.

파아앙-

순간 십여 개의 마력탄이 천문석이 있던 위치를 지나 기사들에게 쏟아졌다.

하아앗-

기사들이 기합을 지르며 오러 가 담긴 검을 내려쳤다.

단숨에 마력회로가 깨지고 후끈한 열풍이 터져 나왔다.

“남방 공국!”

“남방 마탑!”

마법사와 기사들이 서로를 향해 외칠 때.

데굴데굴 바닥을 구른 천문석은 그대로 벽을 향해 강철봉을 내리찍었다!

콰아아앙-

벽에 구멍이 뚫리고 흙먼지가 훅 치솟는 순간 천문석은 바로 뛰어내렸다!

“멈춰라!”

“잠깐만 이세기!”

퇴로를 막았다고 생각해 방심한 마법사와 기사들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달렸다!

이세기는 도주의 달인!

간신히 잡은 꼬리를 이렇게 쉽게 놓치면 안 된다!

마법사와 기사들이 주저하지 않고 구멍으로 몸을 던지려는 순간.

콰아아앙-

구멍 아래 매달려 있던 천문석이 번개같이 뛰어오르며 두 손을 마주쳤다.

완벽하게 허를 찔린 순간 굉천수가 터졌다!

“이세기!”

“미친놈아!”

“야, 이 씹!”

무력화된 마법사들과 기사들이 분통을 터트리며 바닥을 구를 때 천문석은 탄식했다.

“지금 최대 출력 딱밤을 날리면 한방인데!”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이 녀석들은 난장판이 좀 더 엉망이 되도록 불을 지필 장작이니까!

그래서 천문석은 장작에 기름을 부었다!

“야, 사람이면 머리를 써야지! 이런 거에 낚이냐? 이래서 인장 반지 먹겠냐?”

카캬카카카카-

그리고 웃음과 함께 번개같이 옥상으로 기어 올라갔다.

순간 마법사들과 기사들은 배 속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느꼈다.

저 미친놈은 단 한 번도 제대로 싸우지 않고 잡힐 듯 말 듯 약 올리며 도망만 치고 있었다!

“이세기 새끼!”

마법사와 기사들이 동시에 외치는 순간.

지붕에 올라선 천문석은 대나무 장대를 들고 단숨에 지붕을 뛰어넘어 외쳤다.

[야! 술래 여기 있다! 으앗! 마법사! 앗! 기사! 잡힐 것 같아! 빨리빨리 뛰어와!]

사방에서 시선이 모여들고 도로를 달리던 모두가 천문석이 내려서는 건물을 향해 뛰었다.

그러나 천문석은 이미 건물 안으로 내려가 창문에 걸친 대나무 장대를 달려 다음다음다음 건물로 넘어가 쏙 사라진 상태였다!

“으아아아아악- 쥐새끼 같은 놈!”

분노어린 외침이 터져 나올 때.

천문석은 피식 웃으며 기감을 펼쳤다.

주위를 달리는 수많은 인파로 기감이 교란됐지만, 군계일학의 기도를 지닌 이들이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천문석은 기척을 죽인 채 옥상 난간 너머로 슬쩍 고개를 내밀어 이들을 살폈다.

-지붕을 달리는 탄과 태웅.

-마력 파문을 사방으로 뿌리며 걷는 마법사.

-해적 십여 명을 거느린 위험한 분위기의 해적 두목.

강적의 위치를 확인한 천문석은 도발하듯 달리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조용히 건물을 나와 골목, 다리를 지나 이들에게서 멀어졌다.

지금 자신의 목적은 난장판을 만드는 거지, 강자와 싸우는 게 아니다.

천문석은 내심 웃음을 삼키며 충분히 거리를 벌린 뒤 다시금 내력을 담은 외침을 던졌다.

[카캬카카카카! 멍청한 놈들 엉뚱한 곳을 찾고 있구나!]

그리고 다시 달렸다.

난장판을 더 크게 만들기 위해서!

* * *

“이야얍! 얍얍얍!”

상대를 분노하게 하는 기합과 함께 쏟아지는 대나무 장대!

으악, 으아악-

건물 난간을 붙잡은 낭인, 용병들은 머리를 맞고 후두둑 떨어졌다!

순간 천문석은 대나무 장대를 잡고 옥상을 달려 건물 3채를 잇달아 뛰어넘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기와가 깔린 건물 지붕을 달려 뛰어넘는 순간.

파아아아앙--

대나무 장대를 멀리 집어던지고 즉시 굴뚝 옆에 납작 엎드렸다.

대나무 장대가 바람을 가를 때 그 뒤를 따라 날아가는 소리를 담은 내력!

쿵-

대나무 장대가 맞은편 건물을 지나 다음 건물 옥상에 떨어지는 동시에 내력이 터지고 외침이 울려 퍼졌다!

[야, 빨리빨리 쫓아와라! 카캬카카카-]

“이세기다!”

“저 건물 옥상이다!”

도로, 골목, 수로에서 쏟아진 엄청난 사람들이 대나무 장대가 떨어진 옥상으로 몰려들었다!

옥상은 순식간에 몰려든 사람들로 가득 찼다!

천문석은 기척을 죽인 채 굴뚝 옆에 납작 엎드려 한참을 기다렸다.

주위의 기감이 적어지는 순간 재빨리 기와를 들고 구멍을 뚫어 건물 안으로 스며들었다.

예상대로 아무도 없이 텅 빈 방!

툭-

천문석은 바닥에 떨어지는 즉시 창가로 달려가 커튼을 치고 주위를 살폈다.

조금씩 노을이 지기 시작하는 저녁.

사람들이 하나둘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지만, 도시 전체는 들썩이고 있었다.

도로, 골목, 수로마다 가득 찬 사람들!

광장에서 싸웠던 낭인, 무인, 용병, 정예병, 해적뿐만이 아니다!

신나게 달리는 꼬맹이들.

꼬맹이를 잡으려는 부모님들.

대박의 희망에 뛰어나온 용병.

그냥 재밌어 보여 뛰어나온 청년.

무슨 일이 터졌나 고개를 내민 시민까지.

모두가 번뜩이는 눈빛으로 외치고 있었다.

“이세기!”

“어디에 있냐!?”

“당장 나와라! 이세기!”

“이세기 형! 어디 있어요!?”

“야, 잡히려면 우리한테 잡혀!”

……

외침이 끝도 없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1, 2만 명 수준이 아니다.

지금 적염성의 시민 대다수가 튀어나와 이세기를 외치며 자신을 찾고 있었다!

예상보다 난장판의 규모가 너무 커졌다.

이건 온 도시가 들썩이며 자신을 찾는 수준이다!

아찔한 현기증과 함께 자신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아, 시바! 이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순간 한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잠깐! 이거 오히려 좋은 거 아냐!?”

커튼 사이로 다시 시가지를 살폈다.

광장에서 격전을 펼친 해적과 정예병, 기사와 무인들. 그리고 쏟아져 나온 수많은 시민이 모두 어깨를 맞대고 한목소리로 외친다.

들려온다!

이 거대한 도시에 울려 퍼지는 목소리가!

[이세기!]

이 목소리에 담긴 절절한 분노가!

[이세기! 이 새끼!]

어느새 이세기는 모든 사람의 공적이 되어 있었다!

“……!”

한국 사람이 한일전만 되면 세대, 이념을 넘어 하나가 되듯!

‘이세기’라는 공통의 적 앞에 적염성의 모두가 구원(舊怨), 적아(敵我)를 잊고 대통합을 이뤘다!

어느새 전투는 끝났고, 자신이 만든 난장판 속에서 모두의 마음이 하나로 모였다!

“이세기! 이 새끼! 어디 있냐!”

때마침 들려온 목소리를 듣는 순간.

천문석은 깨달았다.

자신의 계획은 이미 성공했다.

지금 창밖의 그 누구도 싸울 생각을 하지 않고 ‘이세기 새끼’를 쫓고 있으니까!

이제 악당은 조용히 퇴장할 때였다!

카캬카카카카-

천문석은 재빨리 변장했다.

가죽 재킷 위에 옷을 덧입고, 얼굴에 잿가루를 칠하고 머플러를 두르고 강철봉에 천을 감았다.

이제 계획의 마지막 단계를 실행할 때였다.

아무에게도 걸리지 않고 적염성을 빠져나가는 것!

그리고 이건 어렵지 않을 터였다.

지금 도시에는 수많은 이방인이 섞여들어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었으니까.

천문석은 건물 밖으로 나와 아무렇지도 않게 도로를 달리며 절절한 분노를 담아 외쳤다.

“이세기! 이 새끼야! 어디에 숨었냐!?

* * *

적염성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 숲.

대사형은 생사팔문진을 바라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카카카카캌- 드디어 생사팔문진이 완벽하게 발동했다!”

순간 대답하듯 생사팔문진에 갇힌 제사장이 절규했다!

[ㅁㅁㅁ- ㅁ, ㅁ ㅁㅁ!]

허공도의 제사장의 소리 없는 외침이 터져 나오는 순간 이 외침에 담긴 뜻을 바로 알아챘다.

[으아악- 너, 이 새끼!]

카캬카-

자신도 모르게 탄성이 터졌다.

“역시 개파조사님!”

처음 허공도의 제사장을 유인하는 순간 깜짝 놀랐다.

‘뭐야, 얘 왜 이렇게 빨라!?’

예상보다 몇 배는 빠른 속도와 엄청난 힘!

간신히 생사팔문진으로 끌어들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진법을 발동시킬 틈이 없었다!

아니, 도주의 달인인 자신조차 오래 버티지 못하고 잡힐 위기에 처했다!

‘그냥 두들겨 패서 기절시킬까!?’

문득 가장 쉬운 해결 방법이 떠올랐지만.

그러다가 허공도의 제사장이 ‘잠’에서 깨면 대형 사고가 터진다!

그래서 다급히 조사님께 SOS 신호를 날렸다!

그리고 개파조사님은 그야말로 천지개벽!

영혼육백 전체가 하얗게 물드는 엄청난 ‘굉천수’를 터트리셨다!

미리 알고 있던 자신도 당할뻔한 굉천수다!

굉천수를 처음 맞는 허공도의 제사장은 완벽하게 당했다!

‘으아악- 내 눈!’

제사장이 비명과 함께 무력화된 찰나의 순간.

재빨리 생사팔문진을 발동시키고 빠져나오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생사팔문진을 조율해 완전히 가뒀다!

자신과 사제 둘 다 정체를 들키지 않고, 허공도의 제사장을 생사팔문진 안에 가두는 데 성공했다.

카캬카카카카카-

“완벽한 성공이다!”

다시 한 번 웃음을 터트리는 순간.

화르르르륵-

생사팔문진에 막혀 소용돌이치는 엄청난 화염 폭풍이 보였다!

나무는 발갛게 타오르는 숯이 됐고 몰아치는 화염 폭풍을 따라 불꽃과 회색 재가 흩날린다!

쿠르르르-

진법을 이룬 돌기둥은 돌가루를 뿌리며 요동치고.

치이이익-

나무 기둥은 인두로 지지듯 검게 타들어 가고 있었다.

허공도의 제사장의 힘은 예상치를 몇 배나 넘어서고 있었다!

“와, 생사팔문진으로도 오래 못 버티겠는데!”

새삼 감탄하는 순간 마치 자신의 목소리를 들은 듯 화염 폭풍이 멈추고 소용돌이 가면이 자신을 노려봤다!

허공도의 제사장은 마치 자신이 보이는 것처럼 바라보며 들리지 않는 외침을 내뱉는다!

[ㅁㅁㅁ ㅁㅁㅁ! ㅁㅁㅁ ㅁㅁㅁㅁㅁㅁ ㅁㅁ!]

순간 무사인 카이류가 비스듬히 앞을 가려 쏟아지는 투지를 흘렸다.

[진법을 치우고! 제대로 정정당당하게 붙자!]

외침에 담긴 뜻이 머릿속에 전해지는 순간.

대사형은 피식 웃었다.

“야, 나한테는 이게 정정당당이야!”

“……?”

무사인 카이류의 눈에 의문이 서렸지만, 대사형은 설명하지 않고 생사팔문진에 갇힌 허공도의 제사장을 바라봤다.

종이 모자, 종이 옷, 종이 가면을 쓰고 두 갈래로 갈라진 지팡이를 든 제사장.

소용돌이치는 종이 가면을 보는 순간.

그 아래 있을 얼굴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대사형은 문득 미소 지었다.

겹겹이 계단 논이 펼쳐진 산속.

수많은 동물 조각상이 있는 작은 사당.

이 사당의 어린 제사장 소녀는 지금쯤 이를 갈며 분통을 터트리겠지.

‘곰 같은 농사꾼! 얍삽한 장사꾼! 주정뱅이 노름꾼! 이 새끼들 또 어디로 튄 거야!’

그 생생한 목소리가 지금 당장이라도 귓가에 들려올 것만 같았다.

문득 고개 들어 성질 급한 별들이 하나둘 나타나는 하늘을 본 순간 새삼 깨닫는다.

하늘의 인과란 이 얼마나 아득한가!

빗자루를 휘두르며 분통을 터트리는 어린 제사장 소녀.

생사팔문진에 갇혀 화염 폭풍을 일으키는 허공도의 제사장.

그리워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아득한 시간 동안 꿈을 꾸는 칭지드 봉우리의 제사장.

셋의 본질은 같았다.

허공도의 제사장은 칭지드의 제사장이 꾸는 아득한 꿈이다.

그렇기에 세계의 나무, 모든 인과와 가능성을 이어 자라나는 나무의 가지가 뻗은 모든 곳에 존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아득한 꿈을 꾸는 이유를 이미 알고 있었다.

어린 시절 만났던 주정뱅이 노름꾼을 다시 만나기 위해서…….

“…….”

삶은 유한하나 본질은 무한히 이어지니.

짧은 삶이 끝나도 아득한 하늘의 인과는 이어지고.

세계의 나무를 걷는 모두는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된다.

그러나 아득한 그리움으로 꿈속에서나마 만나려는 이를 어찌 책망할 수 있겠는가.

대사형은 생사팔문진에 갇힌 제사장을 향해 미소 지었다.

파아아아앙-

순간 화염 폭풍이 쏟아졌다!

‘아차! 너무 오래 정신줄을 놨구나!’

움찔한 대사형은 바로 몸을 돌려 외쳤다

“사제! 이제 바로 숨어야 한다!”

“네? 숨는다고요?”

“저 진법으로 제사장 오래가두지 못한다! 대략 2, 3시간, 2시진 정도면 무너질 거다! 처음부터 시간을 끄는 게 목적이었다!”

그리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사제는 내가 오두막에서 빈둥거렸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은신결계를 준비하고 있었다! 바로 오두막으로 달리자!”

“제가 길을 열겠습니다!”

무사인 카이류가 앞장서 길을 여는 순간.

대사형은 고개를 돌려 몰아치는 화염 폭풍속 제사장을 향해 작별 인사를 했다.

“멀지 않아 다시 만날 거다. 그럼 그때 보자. 허공도의 제사장…….”

‘아마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