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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661화 (662/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661화>

쿠르르, 쿠르르릉-

하늘에서 우렛소리가 터질 때, 천문석은 내력을 끌어올리며 마음으로 외쳤다!

‘빨리빨리! 좀 움직여!’

천문석의 초조한 시선이 광장을 훑었다.

광장 곳곳에서 일어난 싸움이 점점 격화되고 있다!

피의 수레바퀴가 한번 구르면 굉천수로도 멈출 수 없다!

지금 당장 굉천수를 터트려야 한다!

그런데 광장에 접안한 갤리선에서 내리는 해적들은 더럽게 느리게 꾸물꾸물 내리고 있다!

이 느려터진 해적 놈들 때문에 아직도 굉천수를 터트릴 타이밍을 못 잡았다!

이곳에 성질 급한 특급 성주가 있었다면 벌써 뒤로 넘어갔을 거다!

“와, 뭐가 이렇게 느려! 야, 빨리빨리 좀 움직이라니까!”

분통을 터트리는 순간 널빤지 다리가 거둬지고 해적들이 무기를 뽑아 드는 게 보였다!

“드디어!”

재빨리 굉천수를 터트릴 준비를 하는데,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알바!”

반사적으로 시선을 돌리니 광장 외곽에서 달려오는 미호가 보였다.

시선이 마주치고 미호가 외치는 순간.

“그 돌 반지……!”

우와아아아아아아-

무기를 뽑아 든 해적들이 함성을 질렀다.

‘바로 지금이다!’

천문석은 모두의 시선을 모으기 위해 내력을 담은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하하하-]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전신의 솜털이 곤두서는 엄청난 내력이 담긴 웃음이 광장 전체에 울려 퍼졌다!

사방에서 시선이 쏟아질 때.

천문석은 재빨리 주위를 훑었다.

류호, 태웅, 웅인족 무사.

낭인 무사, 용병단.

탄과 12 가문의 무사들.

일천의 정예병.

……

모두 자신을 보고 있다.

지금 바로 터트린다!

천문석이 양손을 움직여 굉천수를 터트리려는 순간.

시야의 끝에 힐끗 걸렸다.

함성을 지르며 돌진하는 해적들.

해적들이 광장이 아닌 시가지 건물을 향해서 돌진하고 있었다!

“……!”

재빨리 부딪치려는 손을 비틀어 빗겨나게 한순간.

우와아아아-

해적들이 함성과 함께 문과 창문을 부수고 건물로 쏟아져 들어갔다!

잠시 후 떼어 낸 문짝, 커튼, 천에 온갖 물건을 담은 해적들이 나왔다.

순간 광장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

“…….”

“…….”

격전을 펼치던 모두가 말을 잊고 해적들을 바라봤다.

갑자기 나타나 약탈을 시작한 해적들을!

천문석은 황당했다.

아니, 저놈들 뭐 하는 거야!?

지금 동료들이 싸우는데 약탈을 한다고!?

저 해적 놈들 적월 상단에서 고용한 게 아닌 건가!?

갤리선을 다시 확인했지만, 분명 붉은 달 깃발이 흩날리고 있었다!

“와, 이 미친 해적 놈들 고용주 뒤통수를 때린 거야!”

당장이라도 굉천수를 터트리고 싶지만, 약탈 중인 해적 대다수가 실내로 들어간 상황!

지금 굉천수를 터트리면 해적들은 모두 빠져나간다!

해적들이 약탈을 멈추고 자신에게 달려 오게 만들 미끼가 필요했다!

그리고 미끼는 이미 자신의 손에 있었다.

류호, 미호, 태웅을 감쪽같이 속인 돌 반지!

원래 계획대로라면 굉천수를 터트린 후에 드러낼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계획의 순서를 바꾼다!

천문석은 터질듯한 내력을 담아 다시 한 번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하하하-]

음파 폭탄이 떨어진 듯한 충격파가 광장에 퍼져 나갔다!

광장 주위 건물에 닿는 순간 메아리치듯 되돌아와 중첩되는 충격파!

분수대의 물이 폭발하듯 치솟고, 광장의 모든 사람이 반사적으로 귀를 막는 순간.

둥둥, 둥둥둥둥-

단단한 판석을 깔아 만든 광장이 북이라도 된 것처럼 진동했다!

정신없이 흔들리는 대지와 몸을 훑고 지나가는 거대한 충격파!

갑작스러운 기사에 모두가 경악했을 때.

돌연 웃음소리가 끊기고 정적이 찾아왔다.

이 순간 광장 분수대 정상에 선 천문석은 번쩍 손을 들고 외쳤다.

[여기에 성주님이 내리신 신뢰의 증표가 있다!]

[이 돌 반지를 가진 사람이 적염성의 새로운 성주다!]

* * *

충격이 광장을 휩쓸었다!

모두의 시선이 광장 중앙 분수대에 꽂히는 순간.

가장 먼저 반응한 건 약탈 중이던 해적들이었다.

“신뢰의 증표!”

“적염성의 새로운 성주!?”

“선장님!? 저거 인장 반지 아닙니까!?”

경악한 해적들의 시선이 선장에게 모이고, 약탈 명령을 받은 세 선장의 시선이 마주쳤다.

이 거대한 도시의 주인, 적염 성주의 상징 인장 반지!

저 반지만 손에 넣으면 상상을 초월한, 그야말로 엄청난 대가를 받을 수 있다!

“광장 중앙으로 달린다!”

“인장 반지는 우리가 손에 넣는다!”

“잡동사니는 던져 버리고 모두 달려라!”

선장들이 외치는 순간 약탈 중이던 해적들은 바로 몸을 돌려 달렸다!

그러나 다른 이들의 반응은 이들과 달랐다.

천천히 움직이던 남방 공국의 정예병.

마법을 준비하던 남방 마탑의 전투 마법사.

낭인 무사들과 탄이 이끄는 12 가문의 무사.

이들 모두는 황당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뭐? 인장 반지로 후계자가 결정된다고?”

“아니, 그보다 인장 반지가 돌 반지라고!? 하-!”

“저 미친놈은 뭐야!?”

“하여간에 어디에든 미친놈이 있다니까! 하하하-.”

“사기꾼놈이 여기가 어디라고!”

“너, 거기서 그대로 기다려라! 전투가 끝난 후 박살 내주마!”

……

생각과 전혀 다르게 진행되는 상황!

이번에는 좀 전과 반대로 해적만 낚이고, 다른 모두가 외면하고 있다!

“뭐야!? 이 녀석들! 뭐가 이렇게 의심이 많아! 시바! 이러면 안 되는데!?”

천문석은 재빨리 내력을 실어 다시 한 번 외쳤다.

[야! 이 믿음 없는 놈들아! 이거 진짜야! 진짜 신뢰의 증표!]

[이 돌 반지만 손에 넣으면 이 적염성을 통째로 먹는 거라니까!]

“우리가 적염성을 먹는다!”

“으하하! 대박이다! 초대박이야!”

이번에도 역시 해적들만 반응하고, 다른 모두는 어이없어하며 다시 전투를 시작하려 했다!

지금 굉천수를 때리면 3할 이상이 빠져나간다!

수많은 위기를 겪었지만, 단 한 번도 겪지 않은 위기! 자신의 계획이 먹히지 않고 있다!

“뭐지, 뭐를 잘못한 거지!?”

스스로에게 묻는 순간 바로 깨달았다.

권위, 믿음, 신뢰……!

생각은 복잡했지만, 결론은 간단했다.

천검 이세기의 이름을 팔지 않아서 그렇다!

“아, 시바! 깜빡했네!”

번개같이 머리를 굴려 플랜 B를 생각하는 순간 절박한 외침이 들려왔다.

“야, 이 미친놈아! 그 경계석 반지! 그거…….”

미호가 바람같이 전장을 달리며 외쳤다.

이 외침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같은 의문을 떠올렸다.

“경계석 반지……?”

다음 순간 곰이 으르렁거리는 듯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크어엉! 그걸 말하면 어떡해! 성주님의 인장 반지를 지켜야 한다! 달려! 모두 전투 중지하고 달려라!”

태웅이 사색이 된 얼굴로 소리치고 웅인족 무사들이 무기를 거두고 미친 듯이 달렸다!

“……!”

이 모습을 본 사람들의 얼굴이 경악으로 일그러지는 순간 마지막 결정타가 터졌다.

“태웅! 멍청한 녀석!”

파아아앙-

폭발하는 바람을 타고 전장을 가로지르는 존재.

요괴선 류호!

“성주님의 인장 반지라고!?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기겁한 얼굴로 그 뒤를 따라 달리는 호랑이 일족의 가주 탄까지!

같은 말이라도 하는 사람에 따라 그 무게감이 달라지는 법!

천문석에겐 적염성에서 쌓아 올린 명성과 권위가 없었기에 아무도 믿지 않았다.

그러나 류호, 태웅, 탄은 달랐다.

이들 셋은 적염성주의 뜻을 이어받아 수백 년 동안 적염성을 움직이던 12 가문의 중심 여우, 곰, 호랑이 일족의 가주다!

이들의 말과 행동에는 권위, 믿음, 신뢰가 담겨 있었다.

즉 이들 셋의 외침과 행동은 분수대 위에 선 인간의 말이 진실이라고 보장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이 순간 멈춰 있던 모두의 시선이 광장 중앙 분수대 꼭대기 선 남자의 손으로 향했다.

돌 반지!

-신뢰의 증표.

-인장 반지.

-경계석 반지.

이 모든 외침이 진실이다!

저 반지를 얻는 사람이 적염 성주의 권력을 얻는다!

이 순간 엄청난 열기가 광장을 휩쓸었다!

“……!”

소리도, 모습도 보이지 않았지만, 이 자리의 모두는 이 뜨거운 열기를 느꼈다.

이 열기는 쿵쿵, 쿵쿵쿵- 미친 듯이 뛰는 모두의 가슴에서 시작됐으니까!

우와아아아아아아아-

거대한 환호성이 광장을 뒤덮는 순간.

광장 안에 자리한 모두는 거대한 해일이 되어 천문석을 향해 몰아쳤다!

가장 먼저 달린 300명의 해적.

남방 공국의 일천 정예병과 기사들.

은신 마법진을 펼치고 마법을 준비하던 전투 마법사들.

바람처럼 전장을 가로지르는 미호.

류호, 태웅, 탄과 이들이 이끄는 무사들!

그리고 9층 전각에서 망원경으로 이 모습을 보고 있던 적월 상단의 당종까지.

모두의 눈과 마음이 광장 중앙 분수대의 사람.

천문석의 손에 끼워진 돌 반지에 모였다.

이 순간 천문석은 직감했다.

그야말로 완벽한 타이밍이다!

‘내 계획대로!’

카캬카카카카카카-

천문석은 미친 듯이 웃음을 터트리며 양손을 움직였다!

왼손의 일원공!

오른손의 일기공!

천지개벽(天地開闢)!

하늘과 땅이 열리는 순간 빛과 소리가 태어나듯.

최고 출력 굉천수로 상상조차 하지 못할 빛과 소리를 터트린다!

파츠츠츠츠츠-

폭풍처럼 몰아치는 내력에 공간이 요동치고.

쿠릉, 쿠르르르릉-

하늘조차 호응해 먹구름이 모여들고 우렛소리가 끝없이 터졌다!

순식간에 세상이 어두워지고 수만의 사람이 지르는 함성이 천지를 진동시킬 때!

하늘의 일원공을 담은 왼손과 대지의 일기공을 담은 오른손이 가까워졌다!

이 찰나의 순간 천문석의 마음속에서 다급한 두 번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으아악- 너 이 새끼! 잡히면 뒤진다!]

[지금입니다! 개파조사님! 저 잡혀요! 어서 터트리세요!]

두 손이 닿기 직전.

극에 달한 정신에 전해진 외침!

한없이 느려진 찰나의 순간.

천문석은 자신도 모르게 이 외침에 마음을 두었다.

‘서쪽!?’

인지하는 순간 공간을 넘어 심상에 상이 그려졌다.

-새하얀 종이옷을 입고 지팡이를 휘두르며 미친 듯이 숲을 달리는 종이 가면!

-뒤를 쫓는 종이 가면을 피해 흙바닥을 구르고, 나무를 타고 오르더니, 거대한 벌통을 집어던지는 복면인!

벌통이 떨어져 주먹만 한 벌 수만 마리가 쏟아지는 순간.

두 사람이 동시에 하늘 높이 뛰어올랐다!

단숨에 숲에서 튀어 올라 먹구름이 가득 깔린 하늘에서 천천히 떨어지는 두 사람.

이 순간 천문석은 종이 가면, 복면인 두 사람과 시선이 마주쳤다.

[당신은……!]

[완벽한 타이밍입니다! 카카캌-!]

경악과 웃음이 전해질 때.

천문석의 양손이 마침내 닿았다.

콰아아아아아아앙-

그리고 광장 중앙 분수대에서 빛의 태양이 폭발했다.

눈과 마음을 천문석에게 둔 모두의 시야가 하얗게 물드는 순간 단숨에 날아가는 오감!

굉천수의 빛과 굉음은 오감을 넘어 영육과 혼백과 그 사이 심상 공간마저 새하얗게 물들였다.

해적, 낭인, 정예병, 무인뿐만이 아니었다.

류호, 탄, 태웅.

오러를 사용하는 기사들.

겹겹이 보호 마법과 마도구를 장착한 전투 마법사들.

전투를 이끄는 강자들조차 지금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조차 잊고, 거대한 빛 속에서 온몸과 마음이 새하얗게 물들었다.

상상을 초월한 엄청난 위력에 굉천수를 터트린 천문석조차 깜짝 놀랐다.

기해혈의 내력 7할 이상이 날아가고 몇 시간의 격전을 펼친 듯 정신력과 체력이 훅 깎여 나갔다!

그냥 물리적인 빛과 소리가 아니다.

초절정의 벽에 닿은 내력에 대일 여래의 빛과 관음천수장의 뜻이 섞여 들어가 생각지도 못한 위력을 내고 있다!

‘이게 말이 되는 건가!?’

수많은 의문이 떠올랐으나, 모두가 무력화된 이 순간은 찰나!

바로 계획대로 움직여야 한다!

천문석은 전법륜인의 수인을 짚었다.

그리고 허공을 향해 한 걸음 걸으며 굉천수의 빛에 물든 모든 이에게 마음에서 마음으로 뜻을 전했다.

[나를 잡으면! 성주님께 받은 신뢰의 증표! 이 적염성을 냠냠할 수 있는, 이 돌 반지를 준다!]

말과 글로는 전할 수 없는 깨달음을 전하기 위해 만들어진 수인, 전법륜인(轉法輪印).

천문석은 이 전법륜인을 극한의 고통을 전하는 딱밤을 때릴 때 주로 사용했다.

그런 전법륜인이 정말 오랜만에 원래 목적대로 사용됐다.

마음에서 마음으로 언어, 감정, 속마음 그 무엇도 숨기지 않고 온전히 전하는 전법륜인으로 전해진 천문석의 뜻을 듣는 순간.

굉천수의 섬광에 마음이 물든 모두는 이 외침이 진실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찰나의 순간이 지나 빛과 굉음이 사라졌을 때 건곤일척의 승부를 펼치던 모두는 생각했다.

‘모든 게 변했다!’

적을 향해 검을 날려 쓰러트리는 게 아닌 성주님의 인장을 가진 인간을 잡는 사람이 적염성을 손에 넣는다!

“……어디냐!?”

누군가 외치는 순간.

대답하듯 하늘에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성주가 되고 싶은 모두는 달려라!]

[온 힘을 다해서!]

[나 ‘이세기’를 잡아라!]

[적염성을 건 술래잡기 시작이다!]

[카캬카카카카카-]

거대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모두는 깨달았다.

이세기라는 인간은 진심으로 자신을 잡은 사람에게 인장 반지를 넘길 생각이다!

류호, 태웅, 탄과 12 가문의 가주.

해적, 무인, 낭인, 수인족, 마법사, 기사, 정예병.

당종과 거사를 일으킨 방파, 문파, 단체의 수뇌부.

……

이번 일에 엮인 모두는 미친 듯이 달렸다!

[카캬카카카카카-]

마치 자신이 여기 있다고 알려 주는 듯한 웃음소리를 쫓아서!

광장에서 싸우던 수천의 인파는 거대한 파도가 되어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적염성의 시가지를 향해 쏟아졌다!

그 파도의 선두 미호는 절규하듯 외치며 달렸다.

“미친놈아! 당장 멈춰! 그거 대가야! 그 돌 반지 없으면 적염성 불바다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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