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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658화 (659/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658화>

적염성의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9층 전각 최고층.

이곳에 이번 거사를 일으킨 상단, 방파, 단체의 수뇌부가 모여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모두를 끌어들인 적월 상단의 당종이 망원경으로 전장을 살피고 있었다.

12 가문과 그들을 지지하는 무사를 모조리 끌고 온 탄이 함정에 빠졌다!

적염성 안에 탄을 도울 수 있는 병력은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성주 장원에 있는 류호와 태웅, 곰 일족의 무사들뿐이다.

하지만 곰 일족의 무사들이 광장으로 내려 오기 위해서는 높게 솟은 암반과 아찔한 높이의 낭떠러지 사이 좁은 진입로를 통과해야 했다.

나무 방책, 말뚝과 밧줄 장애물, 강철창과 박도를 든 낭인 무사들로 완전히 막혀 있는 진입로를!

엄청난 힘을 지닌 태웅, 요괴선의 경지에 달한 류호라 할지라도 수백 명의 무사들이 단단히 방어를 굳힌 길을 뚫고 장원의 병력이 움직일 길을 만드는 데 최소 몇 시간은 걸린다!

곰 일족의 무사들이 광장에 도착했을 때면 탄이 이끄는 12 가문과 이들을 지지한 집단은 이미 끝장난 후다!

당종은 확신했다.

‘계획이 성공했다! 적염성이 손에 들어왔다!’

그래야 했다.

그래야 했는데…….

당종은 창문 밖 전장을 가리키며 외쳤다!

“도대체 쟤들 왜 저러는 거야!?”

광장에서 싸우는 남방 공국의 일천 정예병들은 제자리에서 방패만 흔들고!

폭풍해의 사략 선단은 갤리선 세 척만 먼저와 텅 빈 성벽에 발리스타를 날리고 있었다!

“그러게요? 왜 저러죠?”

“거, 전투 참 희한하네!”

“쟤들 왜 저러지?”

……

전각에 모인 거사의 수뇌부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 뭐야 이 새끼들! 왜 남의 싸움 구경하듯이 말하는 건데!’

가뜩이나 호랑이 일족 장원을 맡은 남궁 가주, 적룡방주의 소식이 끊겼는데.

함께 거사를 일으킨 문파와 방파의 수장들은 남의 싸움 보듯 말하고 있었다!

당종이 분통을 터트리려는 순간 부하가 다급히 달려와 외쳤다.

“남궁 가주를 찾았습니다!”

당종은 반색했다.

남궁 가주 남궁휘는 초절정 고수다! 탄과 류호는 놓쳤지만, 그가 있다면 이 지지부진한 전황을 단숨에 바꿀 수 있다!

“어디에 있나!? 아니, 당장 이곳으로 모셔와라! 바로 탄을 끝장낼 기회다!”

“……저 그게…….”

부하가 우물쭈물 말을 잇지 못하자.

당종은 버럭 소리쳤다.

“뭔데! 빨리 말해라!”

“남궁 가주! 배를 타고 강으로 나가셨습니다!”

“배, 강? 아니, 지금 광장에서 전투 중인데. 남궁 가주가 왜 강으로 나가?”

당종이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반문하자, 부하는 재빨리 보고를 이었다.

“강에서 꼭 찾아야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누만 농악대, 이상한 인간들과 함께 강을 봉쇄 중인 배를 타고 강을 훑고 계십니다!”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이고 있는데 꼭 찾을 사람이 있다고 강을 훑고 있다고!?

“……!”

당종은 순간적으로 정신이 혼미해졌다.

싸우는 시늉만 하는 남방 공국의 정예병.

싸우는 시늉도 안 하는 폭풍해의 사략 선단.

몇 년 동안 돈을 처먹은 남궁휘는 강에서 사람을 찾고 있고.

지금 옆에 있는 각 문파의 수뇌부 놈들은 남의 싸움처럼 구경만 하고 있다!

‘이게 도대체 뭐야? 아니 지금 우리 반기를 들었잖아!? 이거 지금 나만 긴박한 거야!?’

순간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야, 이 씹……!”

당종이 분노를 터트리려 할 때.

콰아아앙-

성주 장원 진입로에서 굉음이 터져 나왔다!

반사적으로 망원경을 돌리자 낭인 무사, 나무 방벽, 강철창, 말뚝, 밧줄 할 것 없이 모든 게 하늘을 날고 있다!

으아, 으아아-

비명과 함께 떨어진 낭인 무사를 류호가 제압하고, 제압된 낭인 무사를 미호가 끌고 달려 구석에 착착 쌓고 있었다!

엄청난 속도로 진입로가 뚫리고 있다!

‘뭐가 이렇게 빨리 뚫려!?’

당종이 경악하는 순간 들려오는 외침

“성문이 열립니다!”

“……!”

재빨리 성문으로 망원경을 돌리니 완전무장한 태웅과 웅인족 무사 수백이 천천히 전진하기 시작했다!

길을 뚫는 건 태웅이 아니다!

“그럼 도대체 누가!?”

배율을 끝까지 올려 진입로를 훑자 곧 보였다.

커다란 강철봉을 든 무사 한 명이 모든 것을 박살 내고 있었다!

빙글빙글 돌리는 강철봉으로 툭, 툭- 건드리는 순간.

밧줄이 끊기고, 강철창이 부러지고, 단단한 나무 방벽이 으스러졌다!

그리고 낭인 무사들이 하나같이 뻣뻣하게 굳었다.

순간 번개같이 달려들어 굳어 버린 낭인 무사를 뒤로 던진다.

하늘을 날아 류호 앞에 줄줄이 떨어지는 낭인 무사들!

광장의 전투가 끝날 때까지 버틸 거로 생각한 진입로가 너무 빨리 뚫리고 있다!

이대로라면 탄을 잡고 버티는 금순 용병단의 등 뒤에서 칼이 날아온다!

당종은 바로 고개를 돌려 싸움 구경 중인 방파와 문파의 수뇌부들에게 외쳤다.

“당장! 지금 당장 광장 전투를 지원하시오!”

“네? 우리가요……?”

한 방주가 반문하는 순간.

당종은 마침내 폭발했다.

“진입로가 뚫리고 금순 용병단이 무너지면! 탄, 호랑이 일족의 가주가 함정에서 풀려난다! 미친 호랑이에게 물려 죽기 싫으면 당장 움직여라!”

“……!”

“……!”

사색이 된 수뇌부들이 다급히 달릴 때.

당종은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남방 공국의 기사들! 저기 호수에서 허튼짓하는 갤리선에 전해라! 제대로 싸우지 않으면 계약은 파기다! 아니! 저놈들 그냥 여기다 버려 두고 철수한다고 전해라!”

“바로 전하겠습니다!”

전령이 광장과 호수로 달려가는 순간.

당종은 로브를 걸친 수습 마법사들에게 외쳤다.

“마법사들에게 전해라! 제대로 싸우지 않으면 계약은 파기다! 저 탑 근처에는 얼씬거리지도 못할 거다!”

“……!”

깜짝 놀란 수습 마법사들이 뛰어갈 때.

당종은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태웅과 류호가 성주 장원에서 나와 진입로를 뚫고 있다.

당연히 새로운 성주는 뒤로 빼돌렸을 터!

고립된 성에서 빠져나갈 길은 뻔했다.

바위 언덕 아래 펼쳐진 호수, 호수와 연결된 도시 수로를 거쳐 나오는 강!

그러나 강은 이미 적월 상단의 배들로 봉쇄됐다.

이제 그 포위망을 조여 성주를 잡을 때다!

“강에서 대기 중인 모든 배에 알려라! 도시 수로를 봉쇄하고! 협선을 내려 수로를 샅샅이 뒤진다! 새로운 성주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

당종은 부하들에게 명령하는 즉시 호위 무사들을 봤다.

원대륙과 타대륙에서 하나둘 모아들인 부하들.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믿을 건 이들뿐이다.

“성주의 위치가 확인되는 즉시 움직여 그 신병부터 확보한다!”

당종은 가장 중요한 일에 이들을 투입했다.

* * *

휘이이-

속이 빈 갈대처럼 가볍게 떨어져 내리는 강철봉.

맞아도 타격은커녕 아픔조차 느껴지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이 강철봉이 다가오는 순간.

낭인 무사는 방패를 몸에 바짝 붙이고, 강철창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콰드드득-

그리고 상대의 몸이 나무 방벽에 닿기 직전.

“지금이다! 찔러라!”

조장의 명령이 떨어지고, 상중하 3단으로 놓인 강철창이 일제히 쏘아졌다.

순간 떨어지던 강철봉이 커다란 원을 그렸다.

파아앙-

엄청난 기세를 싣고 나아가는 강철창 수십 자루!

휘이이-

갈대처럼 가볍게 원을 그리는 강철봉!

깡, 깡, 까아아앙-

충돌 순간 강철과 강철이 맞부딪치는 굉음이 울려 퍼지고 반짝이는 창날이 우수수 부러졌다.

그리고 손에 전해지는 엄청난 힘!

“으악- 버텨! 끝까지 버텨라!”

조장이 악을 쓰며 외쳤지만. 맞닿은 무기를 통해 기이한 경력이 전해지는 순간.

핑-

강철창을 찌른 낭인 무사들은 천지가 뒤집히는 아찔한 현기증을 느꼈다.

그러나 낭인 무사들도 내력을 지닌 무인!

게다가 무기와 방어구를 거쳐 간접적으로 전해진 경력이었다.

단지 1초!

낭인 무사들이 현기증을 느낀 건 1초 남짓한 시간이었다.

서로 어깨를 붙인 단단한 합벽진을 이뤘기에 이 ‘1초‘로 큰 문제가 생길 리는 없었다.

상대가 천문석만 아니었다면!

현기증에 낭인 무사들의 다리가 휘청이는 순간.

천문석은 기다렸다는 듯이 몸을 던져 데굴데굴- 굴렀다!

‘이 정도 고수가 바닥을 구른다고!?’

심리의 사각으로 파고들어 합벽진을 이룬 낭인 무사 앞에서 벌떡 일어나는 순간.

기겁한 낭인 무사들은 다급히 창을 버리고 박도를 꺼내려 했다.

그러나 한발 늦었다!

천문석이 뿌린 손이 낭인 무사의 신체를 두들기고 있었다.

만 개한 벚꽃이 바람에 흩날리는 듯한 장법, 관음천수장!

툭, 툭, 툭-

발목, 무릎, 허리, 가슴, 등, 어깨, 팔, 목, 머리!

가벼운 손이 갑옷을 입지 않은 몸을 스치는 순간 오감을 뒤집어엎는 구인창의 경력이 쏟아졌다!

무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전해진 경력이 아닌, 직접 쏟아진 구인창의 경력이 몸에 스며드는 순간.

몸 밖과 안!

하늘과 땅, 오장 육부가 뒤집혔다!

“으웨엑-.”

“컥, 커억!?”

합벽진을 이룬 낭인 무사들이 박도와 방패를 놓치고 와르르 무너졌다!

천문석은 바로 팔을 돌려 쓰러지는 이들을 낚아채 줄줄이 뒤로 던졌다!

“류호! 날아간다!”

날아간 낭인 무사들이 땅에 떨어지는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들려오는 건 수백 명이 기세를 돋우며 전진하는 발소리뿐!

쿵, 쿵, 쿵-

보지 않아도 감이 왔다.

류호가 낭인 무사들을 제압하고.

미호가 제압된 낭인들을 치워 길을 열고.

태웅이 수백 무사들을 이끌고 전진하고 있다!

휘이이잉-

손에 아무것도 걸리지 않는 순간.

문득 고개를 들자 어느새 합벽진을 이룬 낭인 무사 모두가 날아가고, 5미터 앞 나무 방벽 뒤에서 불안한 눈으로 자신을 보는 낭인 무사들이 있었다.

그리고 이들 뒤로 광장이 보였다.

광장까지 이어진 진입로의 8할 이상을 뚫었다!

“뭐야? 너희 아직도 도망 안 갔어?”

천문석이 피식 웃는 순간.

합벽진 뒤 조장들이 다급히 외쳤다.

“저놈 사술을 쓴다!”

“모두 단단히 자리를 지켜라!”

“저 강철봉! 저 강철봉이 보패다!”

“절대 막으면 안 된다! 피해야 한다!”

……

그러나 낭인 무사들의 얼굴은 밝아지지 않았다.

저 강철봉은 막아서는 안 되는 반드시 피해야 하는 공격이라는 건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러나 가뜩이나 좁은 진입로에 온갖 장애물을 설치했다.

적은 반드시 피해야 하는 공격을 쏟아붓는데 피할 공간이 없었다.

“시바! 말이 쉽지!”

“가뜩이나 창 들고 싸우기 빡센데!”

이때 한 조장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외쳤다.

“저 녀석 살수를 쓰지 않고 있다! 장창 버리고 박도를 꺼내라! 단병접전으로 시간을 끈다! 모두 동귀어진의 각오로 공격해라!”

“……!”

“……!”

낭인 무사들의 얼굴에 깨달음의 빛이 스치고, 모두가 장창을 버리고 박도를 꺼냈다.

‘기다리던 기회!’

천문석은 바로 움직였다.

쿠우웅-

진각으로 내력을 폭발시켜 화살처럼 몸을 쏘아 보냈다!

“살수를 못 쓴다! 동귀어진……!”

낭인 조장이 다시 한 번 외칠 때.

콰아앙-

강철봉으로 바닥을 때린 천문석은 그 탄력으로 짧은 박도를 든 낭인들을 단숨에 뛰어넘었다.

다급히 박도를 찔러 보지만 단병!

천문석 근처에도 닿지 않는다!

천문석은 진형 한가운데 뚝 떨어진 동시에 살수를 못 쓴다고 외친 낭인 조장에게 주먹을 날렸다!.

순간 낭인 조장은 날아오는 손을 무시하고 번개같이 박도를 뽑아 찔렀다!

무시무시한 기세를 담고 쏘아지는 주먹과 박도!

낭인 조장은 깨달았다.

‘내 박도가 늦다!’

그러나 상대는 살수를 펼치지 못하는 애송이!

공격으로 몸으로 버티면 목에 칼을 박아넣을 수 있다!

예상대로 상대의 주먹이 한발 먼저 가슴에 닿았다!

이 순간 낭인 조장은 악을 쓰며 박도를 날렸다!

그러나 입을 여는 순간 소리가 아닌 핏덩어리가 쏟아졌다.

쿨럭-

그리고 손에서 떨어져 바닥을 구르는 박도.

멍하니 고개를 들자 멱살을 잡힌 몸이 단숨에 진형에서 빠져나왔다.

“너…….”

낭인 조장이 입을 여는 순간.

천문석은 낭인 조장을 집어던졌다.

절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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