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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656화 (657/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656화>

‘허공도의 제사장에게 줄 대가가 사라졌다!’

자신이 한 행동의 의미를 깨닫는 순간.

미호의 가슴속에서 먹먹한 무언가가 치밀어 올라 얼굴에서 쏟아졌다.

후드득-

눈에선 눈물이.

흐윽, 흐으흑-

입에선 흐느낌이 터져 나왔다.

미호가 흐느끼는 순간.

깜짝 놀란 류호가 미호를 안고 토닥였다.

“엄마 걱정돼서 그래? 걱정할 거 하나도 없어! 엄마 엄청 강해! 울지마. 착하지, 착하지…….”

근 몇 년 동안 들어 본 적 없는 엄마의 달래는 듯 부드러운 말투에 순간 목이 메어 왔다.

“흐윽, 흑- 그게. 흑- 그게 아니라……!”

“걱정할 거 하나도 없단다. 장원에 가서 엄마 방에서 경계석 목걸이만 가져오면 돼. 에휴- 나이를 먹으니 자꾸 깜박깜박하네.”

“아니아니…… 그게 아이라. 흐어, 흐으-.”

“우리 딸은 누굴 닮아서 이렇게 울보일까? 꼭 여기로 돌아오지 않아도 돼. 허공도의 제사장이 올 때까지 숨어 있다가 모든 게 끝나면 맹약의 대가로 경계석 목걸이만 건네면 된단다.”

류호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미호의 머리를 쓰다듬고 등을 두들기며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줬다.

“엄마, 엄마아아아! 으아아-.”

미호는 다섯 살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차마 뭐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엄마가 말한 모든 게 불가능했다.

엄마 방을 아무리 찾아도 경계석 목걸이는 나오지 않는다.

벌써 자신이 이상한 꼬맹이에게 대가로 넘겨줬으니까!

그리고 경계석 목걸이를 다시 찾아온다 해도 허공도의 제사장에게 대가로 넘기는 건 불가능했다.

경계석 목걸이는 이미 반으로 쪼개졌으니까!

그리고 이제 자신은 이 모든 사실을 엄마에게 말해야 했다.

아무것도 모른 채 허공도의 제사장이 찾아오면 모든 게 끝장이니까!

미호는 지금 자신에게 일어난 이 모든 게 믿기지 않았다.

경계석 목걸이를 사용한 안개길의 비술로 정략결혼을 난장판으로 만들 재앙을 불렀다.

그 결과 진짜 재앙이 찾아온 것처럼 정략결혼이 없던 게 된 것에 더해 적염성 자체가 사라지게 생겼다.

생각조차 하지 못한 초대형 사고를 쳐버렸다!

“엄마. 엄마……!”

아득한 절망 속에서 미호는 대성통곡했다.

으아아앙-

* * *

미호가 대성통곡하고 있을 때, 배에 탄 특급 헌터는 깜짝 놀라고 있었다.

“앗! 뭐야? 목걸이잖아!”

독고다이 누나가 돌려준 주머니에서 나온 건 목걸이였다.

그것도 가운데 박힌 돌이 반으로 쪼개진 목걸이!

“이거 깨졌잖아!”

깜짝 놀라 쪼개진 돌을 살피던 특급 헌터는 곧 고개를 끄덕였다.

“휴, 붙이면 되겠네!”

특급 헌터는 어린 하늘 고래, 퐁퐁이에게 물었다.

“퐁퐁이 이 목걸이 누나가 돌려준 건데! 다시 줄까?”

구으, 구으응-

퐁퐁이는 휙휙- 고개를 저었다.

“나 가지라고? 그럼 내 돌 줄게.”

특급 헌터는 자신의 배낭을 뒤져 알바에게 준 것과 비슷한 구멍 뚫린 돌을 찾아냈다.

가죽끈으로 구멍을 꿰어 목걸이를 만들어 퐁퐁이의 목에 걸어 주는 특급에.

“멋지지?!”

퐁, 퐁, 퐁-

퐁퐁이가 물방울을 쏟아 내며 주위를 빙글빙글 돌 때.

특급 헌터는 쪼개진 목걸이 조각에 순간 딱풀을 바르고 손으로 강하게 눌렀다.

“이야압! 하늘을 잇는다!! 얍얍, 얍얍-.”

꾹꾹, 꾹꾹꾹-

쪼개진 돌이 찰싹 달라붙는 순간 특급 헌터는 돌만 쏙 빼서 목에건 펜던트 줄에 같이 걸었다.

이제 특급 헌터의 목걸이 줄에는 세 개가 같이 매달려 있었다.

조각난 돌을 이어 붙인 나이트 아머 펜던트.

세연의 이름이 적힌 오래된 붉은 반지.

쪼개졌다가 다시 붙은 돌까지.

특급 헌터는 목걸이를 옷 속에 넣고, 고개를 돌려 빠르게 멀어지는 광장을 봤다.

여전히 사람들은 싸우고 있었다.

그러나 더는 걱정되지 않았다.

언제나 모든 일을 해결하는 특급 알바가 출동했으니까!

“알바! 난 언제나 알바를 완전 믿고 있어!”

특급 헌터는 주먹을 움켜쥐고 씩씩하게 외친 후 하늘 고래를 바라봤다.

“그런데 뭔가 까먹고 있는 거 같은데…… 퐁퐁이 나 뭐 까먹었어?”

구으, 구으응-?

어린 하늘 고래가 휙휙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잊어버린 거 없는데? 이상하네…… 왜 자꾸 뭔가를 깜빡한 거 같지……?”

특급 헌터가 연신 고개를 갸웃할 때.

범선은 호수를 가로질러 도시 수로로 이어지는 갑문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성벽을 달리는 천문석.

전각에서 엉엉 울고 있는 미호.

그리고 탑에서 ‘완전 멋진 돌’을 찾는 사슴이와 반짝이까지.

모두가 멀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특급 헌터는 잊은 게 있다는 것도 잊은 채 다시 한번 외쳤다.

“알바! 난 알바를 완전히 믿고 있어! 화이팅! 모두가 안 싸우게 해 줘!”

* * *

암반에 뚫린 긴 통로가 끝나자, 햇살이 쏟아지는 성문이 보였다!

천문석은 광장과 진입로부터 확인했다.

아직 전황에 별다른 변화는 없다!

바로 성문 뒤를 확인하자.

웅인족 무사 수백 명이 진형을 짜 도열하고, 그 선두에 강철 갑옷을 입은 거대한 덩치가 등을 보이고 서 있었다.

다른 웅인족 두 배는 됨직한 등을 보는 순간 누군지 바로 알 수 있었다.

탑에서 만났던 곰 일족의 가주 태웅이다!

태웅은 등을 돌린 채 한 전각을 바라보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이때 성문을 지키는 웅인족 무사 몇몇이 성벽을 달려오는 천문석을 봤다!

“……!”

깜짝 놀란 웅인족 무사들이 뭐라 외치려는 순간.

천문석은 한발 먼저 소리쳤다.

“태웅!”

“……!”

반사적으로 몸을 돌린 태웅은 한눈에 천문석을 알아봤다.

“성주님을 데려가 인간! 성주님은 어디 계시냐?!”

당장이라도 공격 명령을 내릴 듯 으르렁거리는 외침이었다!

하지만 천문석은 한달음에 성벽을 달려 주저하지 않고 뛰어내렸다!

착지하는 순간 가볍게 굴러 충격을 흘린 천문석이 일어나는 것과 동시에 터져 나온 외침!

“이번에는 안 놓친다!”

쿵쿵, 쿵쿵쿵-

태웅은 곰처럼 돌진했다!

하지만 이미 예상했던 일!

천문석은 계획대로 번쩍 손을 들고 외쳤다.

“태웅! 성주님의 명령을 받들라!”

“……!”

돌진하던 태웅이 다급히 멈추는 순간.

천문석은 번쩍 든 손을 내밀며 외쳤다.

“야, 이 돌 보이지! 이게 성주님이 내게 내리신 신뢰의 증표다!”

“그 돌이 신뢰의 증표라고?!”

태웅은 의혹 어린 눈으로 신뢰의 증표라는 돌을 살폈다.

마치 반지처럼 손가락이 쏙 들어갈 구멍이 뚫린 돌!

천문석은 스스로에게 말했다.

‘거짓말은 아니다!’

적염성의 성주, 특급 헌터는 전투를 멈추길 바랐고 이 돌을 자신에게 준 건 진실이다!

혼약 선물로 주긴 했지만, 자신을 완전히 신뢰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결국, 이 진실의 조각들을 모두 합치면 하나의 결론에 닿는다!

천문석은 거짓 없는 진실한 얼굴로 돌 반지를 들어 보이며 외쳤다.

“그렇다! 이게 바로 성주님이 내게 주신 신뢰의 증표! 적염성의 모든 권력을 위임한 반지다!”

“……!”

“……!”

충격이 태웅과 웅인족 전사들을 휩쓸었다.

적염성의 모든 권력을 위임한 반지라면 하나뿐이다.

인장 반지!

‘성주님의 인장 반지를 저 인간이 가지고 있다면…….’

“성주 대리!”

누군가 외치는 순간 이 자리에 있는 모두는 충격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이게 말이 되는 거야?!”

“저거 아무리 봐도 그냥 돌로 보이는데……?”

“옥이나 금, 보석도 아닌 평범한 돌 반지가 인장 반지라고!”

웅인족 무사들이 황당함을 담아 외치는 순간.

태웅은 머리를 때리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평범한 돌로만 보이는 돌 반지!

화려한 보석 반지가 아니라 오히려 믿음이 갔다.

지금 눈앞의 인간이 사기를 치고 있다면, 제대로 된 그럴듯한 반지를 준비했을 거다.

돌 반지를 성주 인장이라고 외치는 사기꾼이 있을 리 없었다!

태웅은 처음 적염 성주님을 모신 12 가문. 그중에서도 성주님의 유지를 받든 호랑이, 여우, 곰 세 가문 중 곰 일족의 가주였다.

그렇기에 비밀을 알고 있었다.

옛 적염 성주님이 남기신 맹약의 대가, 류호가 받은 목걸이와 비슷하다.

경계를 그리신 분에게 이름을 받은 존재가 아니라면 알아볼 수 없는 보물!

새로운 성주님이 신뢰의 증표이자, 성주의 권력을 위임한 ‘인장 반지’로 저 ‘돌 반지’를 내리셨다면 그 정체는 하나였다!

“경계석 반지!?”

태웅이 외치는 순간.

웅인족 무사들에게서 경악한 외침이 쏟아졌다.

“저게 경계석 반지라고?”

“경계석?! 경계석이 나타났다고!?”

“주술사! 저거 진짜 경계석 맞냐?”

“멍청한 녀석! 주술로는 경계석 확인 못해!”

“요괴선 류호님이라면?!”

“주술로는 확인 안 된다니까!”

“전설로는 스카라베 녀석들이 확인할 수 있다던데…….”

……

천문석은 사방에서 들려오는 온갖 외침에 귀를 활짝 열었다.

계획에 없던 사건·사고는 언제나 일어나는 법!

‘경계석 반지’라는 태웅의 외침과 뒤이어 들려온 웅인족 무사들의 웅성거림에 담긴 정보를 듣는 순간.

천문석은 바로 감을 잡고 순식간에 계획을 변경했다.

‘이제 이 돌 반지는 성주님의 인장 반지, 경계석 반지다!’

그러나 자신이 직접 언급해서는 안 된다.

모두가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게 만들어야 한다!

천문석은 돌 반지가 모두에게 잘 보이게 손을 번쩍 들고 외쳤다.

“천지신명께 맹세코! 이 돌 반지는 성주님이 내게 직접 내려 주신 물건이다!”

경지에 오른 무인의 예민한 감각은 진실과 거짓을 귀신같이 알아챈다!

태웅은 목소리를 듣는 순간 깨달았다.

‘진실이다! 저 경계석 반지를 직접 받았다!’

“성주님의 명령을 받들겠습니다!”

태웅이 바로 무릎을 꿇으며 외치는 순간.

도열한 웅인족 무사들도 일제히 외쳤다!

“명령을 받들겠습니다!”

첫걸음은 뗐다.

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류호는 어디 갔어? 미호도 여기로 달려왔을 텐데?”

“…….”

“…….”

순간 태웅과 무사들의 시선이 한 곳으로 모였다.

태웅이 바라보고 있던 문과 창문이 굳게 닫힌 전각!

“저 전각?”

“네…… 류호랑 미호가 저 안에 있긴 한데…….”

태웅이 말꼬리를 흐릴 때, 천문석은 전각으로 달렸다.

그리고 곧 소리가 들려왔다.

짝짝, 짜자자작-

‘뭐지, 이 찰진 소리는?!’

고개를 갸웃하며 달릴 때 찰진 소리 사이에 섞여 있는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아악, 으아아악-

“……!”

미호의 목소리다.

그것도 흐느낌이 담긴 목소리!

“……미호? 야, 안에 있냐?! 무슨 일이야!”

천문석이 크게 외치는 순간.

콰아앙-

굳게 닫힌 전각 창문이 부서질 듯 열리고 사람이 튀어나왔다.

으아아-

처절한 외침과 함께 다급히 창턱을 넘어, 번쩍 고개를 드는 사람!

눈물 콧물로 엉망이 됐지만 낯익은 얼굴!

“미호……?”

순간 미호의 얼굴에 떠오르는 환희!

미호는 마치 지옥에서 지장보살을 만난 사람처럼 휘청이는 몸으로 한달음에 달려와 옷깃을 붙잡고 절규하듯 외쳤다.

“그 꼬맹이! 아니, 성주님! 내가 주머니 준 성주님! 아직 성벽 아래 호수에 있지! 그렇지! 제발 그렇다고 말해 줘! 성주님 호수에 있는 거 맞지! 아직 안 떠났지!! 거기에 계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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