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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652화 (653/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652화>

남방 공국의 일천 정예병이 일제히 나아가는 순간.

쿵쿵, 쿵쿵쿵-

단단한 판석을 깨뜨릴 듯 내려찍는 대형 방패와 강철 군화의 울림이 퍼져 나갔다!

이 울림에 심장이 빠르게 뛰고, 전신의 피가 뜨겁게 끓어올랐다!

수레와 방벽, 방패에 붙잡힌 적들의 ㄴ당황한 눈빛을 보는 순간.

타대륙에서 머나먼 이곳 원대륙 적염성까지 온 정예병 모두는 상관에게 들은 말의 의미를 깨달았다.

‘무인은 군인이 아니다!’

개인의 무력은 대단하지만, 조직력과 대규모 집단전 경험은 없다.

방패진에 밀려나 피를 뿌리며 쓰러지는 무인들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러나 동시에 머릿속에 의문이 생겨났다.

‘마수, 몬스터, 대습지의 마물, 군인도 아닌 사람과 싸운다고?’

의문을 품은 정예병들의 시선이 지휘 중인 기사들에게 향하는 순간.

곳곳에 선 기사들은 명령했다.

“선두 반보! 속도를 죽여라!”

“어깨 붙이고! 간격을 조여라!”

“후열! 동료의 등을 단단히 받힌다!”

“개별 행동 금지! 집단으로 자리만 지킨다!”

……

수많은 전투로 단련된 정예병들은 지휘관이 내리는 명령의 의미를 바로 깨달았다.

최대한 몸을 사리고 안전하게, 생색을 낼 정도만 싸운다!

이 전투 대가로 적월 상단에서 약속한 건 곡식과 철괴의 원가 공급 3년!

지금 이 순간에도 대습지에서 쏟아지는 마수, 몬스터와 끝없는 전투를 벌이는 남방 공국에는 꼭 필요한 대가였다.

그러나 남방 공국의 정예병들과 기사들의 마음에는 긍지가 있었다.

거대한 대습지에 펼쳐진 악의 제국과 싸워 대륙 남부를 지켜왔다는 긍지가.

비록 대가를 받고 무력을 팔아 원대륙까지 왔으나, 지금 눈앞에 있는 적들은 겉모습은 조금씩 달라도 모두 같은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강철 방패를 내려찍는 소리가 더 커지고 기세와 투지가 하늘 끝까지 솟아 올랐으나.

남방 공국 일천 정예병의 진격은 점점 느려졌다.

격돌하는 순간을 늦추기 위해서.

적이 물러서거나 도망치기를 바라면서!

그리고 이런 모습을 광장을 둘러싼 지붕 위.

빛과 소리, 기척을 차단하는 마법진을 펼친 마법사들이 바라보고 있었다.

남방 마탑에서 이곳 적염성까지 온 십여 명의 전투 마법사들은 점점 느려지는 정예병을 보며 혀를 찼다.

“쯧- 공국의 고지식한 기사들이 병이 도졌구나!”

“원래 남방 공국 놈들은 저런 녀석들이지.”

“적월 상단의 후계자가 용병을 잘못 고용했어!”

“아니지. 오히려 제대로 고용했지.”

몇몇 마법사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빛냈다.

“의뢰인 뒤통수를 치는 용병 놈들보다야 저놈들이 낫지.”

“배신하지도, 물러서지도 않을 테니까 말야.”

“맞아. 지금이야 굼떠도 격돌하고 피를 보면 돈값을 할 거다.”

“결정타를 가할 사람은 따로 있고 말이지.”

피식 웃는 마법사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호수로 향했다.

도시 안에 있다고는 믿기지 않는 거대한 호수 북쪽, 수십 척의 갤리선 노를 저어 다가오고 있었다.

아직은 보이지 않는 갤리선의 정체를 마법사는 이미 알고 있었다.

폭풍해를 근거지로 활동하는 사략 선단!

“적월 상단이 폭풍해 사략 선단에도 끈이 있었나?”

한 마법사가 의아해하자, 비웃음 담긴 대답이 돌아왔다.

“해적과 상인. 공생 관계지. 강도가 없으면 누가 적월 상단에 물건을 팔겠나? 자신이 직접 나르고 엄청난 이득을 거두지!”

피식, 피식 웃는 마법사들의 시선이 호수에서 광장으로 움직였다.

“남방 공국의 정예병이 밀어붙였을 때. 저 사략 선단이 결정타를 넣는다는 계획인가?”

“거기에 우리가 마법 지원을 해 주고 말이지.”

“그건 상황을 보도록 하지. 대규모 공간이동 좌표를 열어 준 것만으로도 우리는 할 일을 다 했으니까 말야.”

마법사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건 상황을 봐야지.”

“다음은 대가를 받고 생각하지.”

“맞다. 대가를 확보하는 게 우선이다.”

남방 마탑에서 온 모든 마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한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바위 언덕 위, 높게 솟은 성벽.

이 성벽 위로 하늘에 닿을듯 끝이 보이지 않는 탑이 있었다.

이 탑이 적월 상단의 당종이 약속한 대가였다.

머나먼 타대륙에서 이곳 적염성까지 3개월이 넘게 항해하고, 막대한 마석과 시료를 사용해 남방 공국의 정예병을 이동시킬 순간이동 문을 열어 준 이유!

저 거대한 탑은 마탑이었다!

“제대로 작동하는 마탑이 원대륙에 있었다니!”

“아직 작동 중인 마탑이라고 확정 지을 수는 없다.”

“맞아. 여전히 마력 파문에 전혀 반응하지 않고 있다!”

수인을 짚고 마력 파문을 일으키던 마법사들이 고개를 저었다.

저 마탑이 제대로 작동하는 마탑이라면 마력 파문에 반응해야 했다.

그러나 반응하지 않는 탑을 바라보는 마법사들의 가슴에서는 뜨거운 열망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적염성에 깔아둔 수습 마법사들에게서 전해진 보고!

[탑 전체가 종처럼 울고 거대한 빛의 기둥을 하늘로 쏘아 올렸다!]

남방 마탑의 마법사들에게 대대로 전해지는 선조의 기록과 일치했다!

무한한 마력이 흐르는 마력장 지대와 지상을 연결해, 마법사들에게 신과 같은 권능을 안겨 줬다는 마도 황제의 마탑!

마도 제국이 멸망한 후 타대륙에 존재하는 모든 마탑이 그 빛을 잃었다.

그런데 마도 제국이 있던 타대륙도 아닌 머나먼 원대륙에서 제대로 작동하는 마탑을 발견했다!

마도 황제가 마법을 만들어 낸 후 모든 마법사의 꿈은 하나였다.

마탑의 코어, ‘머릿돌’에 이름을 새기고, 무한의 마력을 움직이는 마탑의 주인, 마도왕이 되는 것!

그리고 마도 황제처럼 별의 길을 걸어 인간을 초월해 승천하는 것이다!

그 가능성이 이곳 적염성에 있었다.

마탑의 코어, ‘머릿돌’이 살아 있는 마탑, 빛을 잃지 않은 마탑이 지금 눈앞에 있었다.

당장이라도 저 탑으로 달려가 모든 바위를 뒤져서라도 코어, ‘머릿돌’을 찾고 싶었다!

그러나 남방 마탑의 마법사들은 조급해지려는 마음을 달랬다.

적월 상단이 동원한 무인.

남방 공국의 일천 정예병.

폭풍해의 사략 선단, 그리고 자신들 전투 마법사들까지 있다.

승리는 확정된 것이나 마찬가지.

이제 곧 저 마탑은 자신들의 차지가 된다.

마탑을 손에 넣는 순간 마탑의 마지막 먼지 한 올까지 뒤져서라도 머릿돌을 찾는다!

남방 마탑의 전투 마법사들이 다짐하는 순간.

마법사들의 예상대로 거대한 호수 북쪽에선 갤리선 수십 척이 다가오고 있었다.

* * *

“제독님! 적월 상단에서 답신이 왔습니다!”

갑판장의 보고에 제독실에 모인 사략선 선장들이 들썩였다.

“드디어!”

“뭐라고 하나?”

“약탈을 허용했나!?”

……

그러나 갑판장은 대답 없이 제독의 얼굴만 바라봤다.

“말해라.”

제독이 고개를 까닥이는 순간 갑판장이 바로 외쳤다.

“전장 상륙은 명령이 떨어질 때까지 불허! 원거리 지원 공격만 한다.”

“하-.”

“빌어먹을!”

“한몫 잡을 기회인데! 구경만 하라니!”

사략 선장들의 탄식이 이어질 때.

제독은 손을 들었다.

모두가 말을 삼키는 순간.

제독의 손이 사략 선장 셋을 가리켰다.

“우르지, 티치, 라피트! 너희는 ‘선박 침수’로 호수 변에 긴급 접안 한다!”

‘선박 침수!’

이 단어를 듣는 순간 사략 선장들은 제독이 무슨 말을 하는지 바로 알아챘다.

선박 침수를 핑계로 긴급 접안 후 도시를 털라는 이야기!

“그렇지!”

“배에 구멍이 뚫렸는데!”

“긴급 접안 해야지!”

“침몰 위험이 있으니. 선원들은 하선할 테고!”

“눈앞에 주인 없는 물건이 보이면?”

“당연히 그 물건을 주워야지!”

“혹시, 주인이 있으면 해치우고 말야?”

하하하하하-

선장들의 살기 어린 웃음이 퍼져 나가는 순간.

제독은 다시금 손을 들었다.

일 순간에 웃음이 사라지고, 욕망으로 붉게 충혈된 사략 선장 수십 명의 눈이 제독에게 모였다.

제독은 이들을 죽 훑어봤다.

언제나 그렇듯 처음이 어려울 뿐이다.

선장 셋이 물꼬를 트면 다음은 다섯, 열, 스물, 모두가 몰려가는 건 순식간이다!

적월 상단의 당종이 약속한 대가에 이 거대한 도시를 털어 모아들인 재부를 모두 합치면 사략 선단의 규모와 질을 두 배 이상 늘릴 수 있다!

그 정도 규모면 대륙을 관통하는 베라강의 남쪽 출입구, 카데르 협해의 제해권을 가진 대공국과 일전을 벌일 수 있다.

5년 전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 나타나, 제국의 다섯 유력자를 업고 대공위를 훔쳐 간 찬탈자!

이번에야말로 그 찬탈자를 꺾고 가문의 것이었던 대공위를 되찾는다!

에리히 우론, 폭풍해 사략 선단의 제독은 커틀러스로 테이블을 내려치며 외쳤다!

“흘수선이 물에 잠길 정도로 긁어모은다!”

쿵쿵, 쿵쿵쿵-

사략 선장들은 미친 듯이 발을 구르며 일제히 외쳤다!

“모조리 긁어모은다!”

“먼지 한 톨 남기지 않는다!”

……

제독실에서 시작된 함성이 갑판, 선실을 지나 모든 사략선으로 옮아갔다.

우와아아아아-

호수를 요동치게 하는 거대한 함성과 함께, 수십 척의 갤리선의 노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남방 공국의 정예병.

남방 마탑의 전투 마법사.

폭풍해를 누비는 사략 선단.

적월 상단의 후계자 당종까지.

서로 다른 목적을 지닌 이들이 한편이 되어 적염성 광장으로 모이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격전이 펼쳐지려는 이 순간.

천문석은 굳은 얼굴로 캠에 걸린 로프를 확인했고.

미호는 홀린 듯 성문에 모여 우왕좌왕하는 병력을 바라봤다.

“엄마, 태웅 아저씨…….”

“……지금 광장에 모이는 사람들…… 축제구나!? 맞지! 축제 때문에 모이는 거 맞지!?”

그리고 특급 헌터가 손을 번쩍 들고 환호할 때.

진교은은 뭐라 대답하지 못하고 침묵했다.

“…….”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 긴장기 고조되는 지금.

모두에게서 잊힌 두 존재가 서로를 보며 울었다.

구으으-?

띠디디딛딛-!?

수십만 개의 바위를 쌓아 올려 만든 거대한 탑 안.

스카라베 추심꾼 사슴벌레와 황금 풍뎅이는 입구 위 바위에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둘이 이곳에 있는 건 지난밤 특급 헌터가 꿈을 꾸며 내린 명령 때문이었다.

숨 쉬듯 자연스럽게 꿈속에서 현실로 영체를 투영한 특급 헌터가 외쳤다.

‘앗! 저기 탑! 낮에 탑 울 때 봤어! 저 탑에 ‘완전 멋진 돌’이 숨어 있어! 그 멋진 돌 찾으러 가자! 그게 우리 임무야! 모두 출발!’

꿈꾸는 특급 헌터와 사슴벌레, 황금 풍뎅이는 아무도 모르게 탑에 도착해 멋진 돌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곧 탑에는 오색 불꽃을 연신 터트리는 어린 하늘 고래, 퐁퐁이가 나타났다.

특급 헌터는 새로운 친구 퐁퐁이와 함께 하늘을 나는데 정신이 팔려 원래 목적 ‘완전 멋진 돌’을 찾는 건 까맣게 잊어버렸다.

결국, 멋진 돌을 찾는 건 사슴벌레와 황금 풍뎅이의 임무가 됐다.

그리고 지금 스카라베 전사 사슴이와 스카라베 마법사 반짝이는 지상 2미터 위치 바위에 있었다.

여기까지가 두 스카라베 추심꾼이 멋진 돌을 찾기 위해 확인한 바위였다.

이제 정상까지 남은 바위를 확인해 멋진 돌을 찾으면 임무 완수였다!

타다다다닥-

확인을 끝낸 사슴이와 반짝이는 다음 바위로 넘어가 문득 위를 올려다봤다.

…… -

…… -

끝이 보이지 않는 까마득한 정상까지 층층이 쌓인 바위들.

눈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엄청난 수의 바위가 남아 있었다.

이상했다.

어젯밤부터 쉴 새 없이!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건 신경도 쓰지 않고!

열심히 바위를 확인하는데 일이 줄어드는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임무는 기회였다.

케페니안 차원 깡패, 부두목 니케보다 서열이 올라갈 기회!

구으으-!

띠디디딛딛-!

사슴이와 반짝이는 용맹하게 울며 다시금 바위 속을 살폈다.

거대한 탑을 이루는 수십만 개의 바위 속 어딘가 숨겨져 있다는 ‘완전 멋진 돌’을 찾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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