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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651화 (652/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651화>

파스스스스-

엄청난 증기가 하늘에서 쏟아졌다.

이 증기는 높은 성벽으로 둘러싸인 장원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점점 짙어졌다.

시계가 빠르게 줄어들어 어느새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

그러나 미호는 주저하지 않고 길을 인도했다.

어린 시절부터 놀았던 성주 장원이라 지리에 빠삭했고, 중간중간 웅인족 무사를 만나는 순간 그들이 맹수를 만난 양 떼처럼 도망쳤기 때문이었다.

여우 일족의 후계자이자, 곰 일족의 가주 태웅의 조카.

사방에서 사고를 치고 다니는 자칭 요괴선 미호!

미호의 앞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결과 미호와 그 뒤를 따르는 천문석과 일행 모두는 순식간에 성주 장원을 가로질러 성벽에 도착했다.

처음 올라올 때처럼 몰래 성벽을 기어 오를 필요도 없었다.

모두는 당당히 계단을 걸어 강풍에 증기가 날아간 성벽에 올랐다.

이 순간 미호는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모두 봤지! 내가 말한 데로 금방 장원을 가로질러 성벽에 도착했어!”

천문석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자욱한 증기로 시야가 가려진 장원을 순식간에 빠져나왔다.

미호가 없었다면 길을 잃고 헤매거나, 중간에 만난 웅인족 무사들과 싸우다가 발목이 잡힐 수도 있었다.

“그래 수고했다!”

“수고했어! 누나!”

“고마워요!”

감사 인사가 이어지자, 미호는 웃음을 터트리며 천문석 옆에 붙어 은근한 어조로 말을 걸었다.

“흐흐흣- 내가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봤지! 그럼 이제…….”

그러나 천문석은 말이 끝나기도 전에 캠을 박아둔 성벽을 향해 달렸다.

“야, 잠깐만 같이 가!”

천문석은 다급히 달려온 미호를 힐끗 보며 말했다.

“여기까지면 됐어. 이제부터는 우리끼리 빠져나갈 수 있다. 수고했어.”

‘생각대로구나!’

미호는 눈을 빛내며 말했다.

“너희들 호수에서 배 타고 수로로 빠져나갈 거 맞지?!”

“맞아! 우리 배 타고 도망칠 거야!”

특급 헌터가 자랑하듯 외치는 순간.

미호는 바로 대답했다.

“나도 같이 갈게!”

“미호, 네가 같이 간다고?”

“나 적염성 탈출 전문가야!”

미호는 눈을 반짝이며 말을 쏟아 냈다.

“내가 같이 가면 호수 갑문 바로 통과 가능해! 복잡한 도시 수로도 빠삭하고! 강으로 빠져나가면 나오는 요새를 통과하는 방법도 알아! 혹시나 추적이 붙어도 아까처럼 따돌릴 수 있고. 그리고 또……!”

미호가 자신의 필요성을 쏟아 내는 매 순간.

특급 헌터는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리액션 했다.

“으앗- 앗! 진짜로?! 대단해! 훌륭해! 알바! 우리는 누나가 꼭 필요해! 누나만 있으면 순식간에 도망칠 수 있어!”

‘하, 이 귀 얇은 녀석…….’

천문석은 미호의 말을 들으며 머리를 굴렸다.

미호를 데려가면 얻게 되는 수많은 이점.

그러나 여기에는 원치 않는 덤이 붙어 있었다.

분노한 초인경의 주술사, 미호 엄마 류호가 꼬리로 붙는다!

하지만 어차피 특급 헌터, 성주를 데리고 있는 이상 꼬리가 붙는 건 피할 수 없다.

‘데리고 갈까?’

‘아니지, 자작극이 걸려서 류호가 빡쳤을 텐데?!’

‘그래도 적염성 탈출 전문가라니까. 돌발 사건이 터졌을 때 도움이 될 것 같긴 한데…….’

……

천문석이 마음의 결정이 내리지 못할 때.

문득 머리를 스치는 게 있었다.

‘왜 이렇게 조용하지?’

한참 동안 성벽을 달렸는데 순찰하는 무사를 만나지도, 따돌린 류호와 태웅이 뒤를 쫓는 기척도 느껴지지 않는다.

게다가 성문 입구에서 들려오던 전투 소음도 어느새 사라졌다.

슬쩍 고개를 돌려 성문을 살피니 흩날리는 증기 사이로 공격 측의 모습이 보였다.

좁은 공간으로 교착 상태에 빠져 있던 공격 측은 증기가 가득한 구불구불한 길 아래로 몸을 빼고 있었다.

이 모습을 성문 위 무사들은 그냥 바라보고만 있었다.

‘뭐지, 왜 그냥 보내?’

이때 무심코 바라본 성문 뒤에서 느껴지는 게 있었다!

“……!”

저릿저릿한 투지와 기세!

전율이 이는 강대한 요력!

순간 감이 왔다.

뒤를 쫓지 않은 류호와 태웅.

성벽 위에 보이지 않는 무사들.

모두가 하나로 뭉쳐 타이밍을 재고 있다!

천문석의 시선이 좁은 진입로를 지나, 성주 장원 언덕 아래, 넓은 광장으로 향했다.

화염구와 물줄기가 충돌해 쏟아지는 증기로 전장의 모습은 완전히 가려졌다.

그러나 함성과 함성, 무기와 무기가 충돌하는 전장의 격렬함이 손에 잡힐 듯이 전해졌다.

류호와 태웅의 목적은 이 전장이다!

두 사람은 성문을 열고 단숨에 적을 돌파해 격전이 벌어지는 전장으로 돌진할 생각이다!

아군의 기습 공격을 받은 적이 앞뒤에서 포위 공격하려는 계획이다!

이 계획이 먹히는 순간 전투는 끝난다!

즉, 전투가 완전히 끝나고 추적이 붙기 전에 배를 타고 적염성을 떠나야 했다.

이때 눈에 익은 바위가 나타났다.

이 바위에서 위로 선을 긋자, 성벽을 오를 때 설치한 캠이 보였다!

눈에 익은 저 바위가 동료들이 배를 숨겨 둔 바위다!

이때 미호와 특급 헌터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니까 날 꼭 데려가야 하는 거야!”

“맞아! 내가 들어 보니까! 누나는 우리한테 꼭 필요해!”

“알았어. 다 왔으니까. 우선 배에 타서 이야기하자.”

“됐어! 크하하-.”

“잘됐어! 카카캌-.”

미호와 특급 헌터가 환호성을 지를 때.

천문석은 한달음에 성벽을 달려 바위틈에 설치한 캠에 로프를 걸고, 신호탄을 꺼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위를 돌아볼 때 돌연 거센 바람이 불어왔다.

휘이이이이잉-

이 거센 바람에 자욱하게 깔린 증기가 순식간에 흩어졌다.

성문 앞에서 광장까지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과 격전이 펼쳐지는 광장의 모습이 한눈에 드러났다.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성주 장원에서 광장까지 이어지는 좁은 길은 방벽과 창, 방패를 든 무사들로 완전히 막혀 있었다!

광장의 모습도 비슷했다.

겹겹이 세워진 수레와 방벽, 방패.

무사들은 거북이처럼 웅크린 채 단단히 방어를 굳히고 있었다!

기습 공격으로 뒤를 잡은 무사들은 방어를 굳힌 적에게 붙잡혀 있었다.

수증기 폭발로 전장을 가리고.

슬금슬금 물러서던 모습을 보이더니.

격렬한 전투 소음이 울려 퍼지게 했다.

이 모든 행동의 목적은 하나.

상대를 방패진에 붙들어 두기 위해서다!

이 순간 떠오른 이미지.

‘모루에 단단히 고정된 검!’

‘망치’를 내려치는 순간 모루에 고정된 검은 부러진다!

류호, 태웅, 기습 공격한 탄 모두가 당했다!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내력을 실어 외쳤다.

[함정이다! 당장 피해……!]

이 순간 광장을 둘러싼 건물 위에서 너무나 익숙한 모습이 보였다.

대기가 일렁이고 마치 천을 짜는 듯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마력 유동, 마법의 전조현상!

“마법! 여기서 마법이 왜 나와?!”

천문석이 경악하는 순간.

콰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광장을 둘러싼 건물들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무림인이 아니다!

제대로 된 방어구와 무기를 갖춘 병사들!

정예병들이 순식간에 진형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전열에 대형 방패를 든 방패병.

중열에 도끼와 해머 중병기를 든 충격병.

후열에 석궁병과 가벼운 옷차림의 경보병.

완전무장한 정예병이 진형을 만드는 순간.

이 진형 곳곳에서 깃발이 올라왔다.

피를 머금은 듯 붉은 달을 그린 깃발이!

그리고 이들의 앞에 장검을 든 기사들이 나타났다.

장검을 뽑아 드는 순간.

그 검에 맺히는 빛, 오러!

기사들의 오러가 맺힌 장검이 떨어지는 순간.

뿌우우우우우-

뿔피리 소리와 함께 정예 중장 보병이 천천히 전진했다.

거대한 무쇠 망치가 되어, 모루에 고정된 검을 단숨에 박살 내기 위해서!

* * *

“적월 상단의 깃발!? 어, 어어! 저 병사들은 뭐야?!”

경악한 미호가 외치는 순간.

천문석의 머리는 빠르게 돌아갔다.

‘붉은 달 깃발이 적월(赤月) 상단의 깃발이구나!’

저 기사와 정예병을 동원한 건 적월 상단!

미호의 반응을 보면 적월 상단이 동원한 정예병과 기사들은 인간과 수인족, 요마괴이가 같이 사는 적염성에서도 생경한 존재들이다.

적월 상단은 제대로 류호의 뒤통수를 쳤다.

교착 상태에 빠진 공성전은 처음부터 의도한 거다!

상대가 뒤를 치게 유인한 후.

유인한 대로 상대가 뒤를 치는 순간.

다시 한번 그 뒤를 잡고 공격했다.

적월 상단은 계략을 계략으로 되받아쳤다!

[태웅 -> 적월 <- 탄]

적월 상단이 포위됐다고 모두가 생각할 때.

등장한 정예병과 기사들이 다시 한번 뒤를 쳐서 전투 양상을 변화시켰다!

[태웅 / 적월 -> 탄 <- 적월]

성벽에 모인 태웅의 병력은 좁은 길에 세운 방벽에 막힌 상황!

뒤를 잡고 들이친 탄이 오히려 앞뒤로 포위됐다.

단단한 방어를 굳힌 상대에게 붙잡힌 채로 제대로 훈련된 정예병들과 싸워야 한다.

문득 고개를 드는 순간.

쿵쿵, 쿵쿵쿵-

대형 사각 방패와 강철 군화가 광장을 때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전투가 시작되지 않았는데도 결과가 그려졌다.

류호, 태웅, 탄.

성주 측은 대패한다!

* * *

“아군 접근 중! 곧 교전이 시작됩니다!”

갤리선 망루에서 외치는 순간.

적월 상단의 후계자 당종은 망원경으로 성주 장원과 광장을 살폈다!

불끈 쥐어지는 주먹!

적을 속이려면 아군부터!

자신의 계략은 완벽히 먹혀들었다!

성주 장원에 고립된 적들은 어떻게든 광장에 합류하려 하지만, 이미 광장으로 이어지는 유일한 길은 막힌 상황!

광장에 있는 12 가문과 문파, 방파, 가문들은 방어를 굳힌 금순 용병단과 흑랑대에 잡혀 있고!

이들 모두를 박살 낼 망치가 나아가고 있었다!

만금의 가치가 있는 이권을 넘기고 타대륙의 남방 공국에서 데려온 정예병 일천!

이들이 끝이 아니다.

광장을 둘러싼 건물에 은신한 남방 마탑의 전투 마법사들.

자신의 갤리선을 따라 움직이는 폭풍해의 사략 선단까지!

아군에게도 알리지 않고 준비하던 모든 것!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이번 거사에 쏟아부었다!

원대륙과 타대륙을 잇는 원양 해로, 수십 개의 선단을 지닌 적월 상단에서 후계자 경쟁을 하는 이들은 모두 24명!

이번 전투에서 패배한다면 후계자에서 밀려나고 파멸한다.

그러나 승리한다면 이 적염성을 손에 넣게 된다.

타대륙, 원대륙을 잇는 원양 해로에 연결되는 새로운 해로, 오래국과 허공도로 이어지는 적염성을!

적염성을 손에 넣고 새로운 해로를 여는 순간.

자신은 적월 상단의 후계자 경쟁 중인 24명 중에 우뚝 서게 된다!

타대륙의 왕국조차 넘어서는 힘을 지닌 적월 상단의 주인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된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당종은 자신이 패배할 것이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 자신이 무공을 배웠고 원대륙과 타대륙을 몇 번이나 왕복했기에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무림인은 싸움에서는 압도적인 위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싸움이 아닌 전투, 제대로 된 전쟁이 되는 순간 모든 건 바뀐다.

공국의 정예병 일천.

남방 마탑의 전투 마법사.

폭풍해의 사략 선단.

이들은 전투와 전쟁의 전문가, 군인이었다.

당종은 확신했다.

군은 군으로만 막을 수 있는 법!

싸움이 아닌 전쟁이 되는 순간 군인인 아군이 무림인인 적을 압도한다!

마도왕 급의 초월자, 아득히 오래전 사라진 제국 군단급 병력이 툭 튀어나오지 않는 이상 승리는 기정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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