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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646화 (647/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646화>

지상의 전투 소음과 비명이 아득히 멀게 들려오는 까마득한 높이의 탑!

으아아아-

한 소녀가 악을 쓰며 탑을 기어 오르고 있었다.

부들부들 경련하는 팔과 다리.

녹슨 문처럼 우득, 우득 움직이는 관절!

이 소녀는 거의 지상까지 내려왔다가 다시 탑을 기어 오르는 여우 일족의 후계자 미호였다!

힘들다.

뒤지게 힘들었다!

그러나 이제야 겨우 안개와 구름에 가려진 탑 정상이 얼핏얼핏 보이는 상황!

탑 정상에 도착하기 전에 힘이 빠져 떨어질 가능성이 9할!

남은 방법은 하나뿐이다!

미호는 힘을 끌어모아 목이 터져라 외쳤다.

“엄마! 태웅 아저씨! 아무나 없어요!”

휘이이이이이-

그러나 미호의 외침은 여태껏 그런 것처럼 거센 바람에 흩어져 정상에 닿지 않았다!

너무나 두려웠다.

정상에 닿기 전에 힘이 빠져 추락한다면!?

정상에 간신히 올라갔는데 한발 늦어 모두가 떠난 후라면!?

“……!”

으악, 으아악-

미호는 악을 쓰며 탑을 기어 오르며 쉴 새 없이 외쳤다.

“아무나 좀 도와주세요!”

이때 귀에 익은 소리가 탑 아래에서 들려왔다!

퐁, 퐁, 퐁-

“어!?”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익숙한 모습이 보였다.

동글동글한 얼굴과 유선형의 몸.

길게 뻗은 가슴과 꼬리지느러미.

새벽에 봤던 어린 하늘 고래!

그 하늘 고래가 탑에 찰싹 달라붙어 지느러미를 움직이고 있다!

파바바바바밧-

지느러미가 움직일 때마다 마치 지상을 달리듯 엄청난 속도로 탑을 기어 오르고 있다!

순간 눈이 마주쳤다!

“잠……!”

다급히 외치는 순간.

구으-!

인사하듯 가슴지느러미를 흔들고 미호를 빙 돌아서 달려가는 하늘 고래!

파바바밧-

“야, 잠깐! 잠깐만 기다려!”

미호가 처절히 외치자, 어린 하늘 고래는 고개를 갸웃하며 멈춰 섰다.

구으으응-?

“야, 나 좀 도와줘! 도와주면 이거 줄게!”

미호는 짊어진 보따리에서 잡히는 데로 물건을 꺼내 내밀었다.

은편, 옥 비녀, 금반지, 곡옥…….

구으으-!

하늘 고래의 눈에 생겨나는 경계심!

하늘 고래는 시선은 미호에게 둔 채로 슬금슬금 뒤로 물러섰다.

마치 위험해 보이는 누나들을 만난 초등학교 꼬맹이처럼!

‘이대로면 그냥 가 버린다!’

“잠깐! 이건 진짜 귀한 거야!”

다급히 외친 미호는 목에 건 가죽 주머니를 내밀었다.

구으응-?

여전히 시큰둥한 시선이 느껴질 때.

미호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주머니 입구를 열었다.

그리고 쪼개진 돌 목걸이가 나왔다.

“……경계석 목걸이야.”

구으으으응-!

깜짝 놀라 눈을 부릅뜨는 하늘 고래.

미호는 먹먹해지는 마음으로 딜을 걸었다.

“이거 줄게…… 나 저 위까지 좀 데려다줘. 알겠지?”

휙, 휘휘휙-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가슴지느러미 척- 내미는 하늘 고래.

모른 척 손을 뻗어 잡으려는 순간.

찰싹-

손을 때리더니 경계석 목걸이가 담긴 주머니를 가리켰다.

“하아- 철저한 녀석…….”

미호는 한숨 쉬며 하늘 고래의 가슴지느러미에 경계석 목걸이를 담은 가죽 주머니를 묶어 줬다.

구으, 구으으응-!

순간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가슴지느러미가 탑 아래를 가리켰다.

“응, 아래? 아래가 뭐?”

미호가 탑 아래를 보는 순간.

머리 위, 탑 정상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독고다이 누나…… …… 있어!?”

“어제 그 꼬맹이!”

꼬맹이 목소리 뒤로 아득한 외침이 연이어 들려왔다!

“……있어요!?”

“……대답해라!”

엄마 목소리다!

“엄마! 나 여기 있어!”

미호가 반사적으로 외치는 순간.

파다다다다닥-

어린 하늘 고래는 번개같이 탑 위로 기어 올라가며!

부으으으으응-!

거대한 뿔피리 소리 같은 울음소리를 냈다!

“야, 너 어디가!? 잠깐만 소리 좀 멈춰! 기다려! 엄마!”

미호는 정신없이 외쳤지만, 하늘 고래의 울음소리에 목소리가 삼켜졌다!

‘먹튀를 한 것도 모자라 방해까지 하고 있다!’

미호는 참을 수 없는 분노에 하늘을 향해 외쳤다.

“빌어먹을 하늘 고래! 뭐야!? 이게 말이 되는 거야! 젠장 뭐가 이따위야! 으아악-.”

이 순간 생각지도 못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이거 잡아라!”

“……!?”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는 순간 날아오는 밧줄!

“어, 어어엇!”

미호가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밧줄을 낚아채는 순간.

흐아앗-

기합 소리와 함께 몸이 확 가벼워졌다!

허리에 밧줄을 감은 채, 엄청난 속도로 탑을 기어 오르는 사람이!

그리고 들려오는 외침!

“너 가능하면 밧줄 잡고 올라와서 등에 매달려! 무게 중심 흔들려서 속도 죽는다!”

“……!”

정신을 차린 미호는 재빨리 밧줄을 타고 올라 남자 등에 매달렸다.

“고마워!”

이 순간 탑을 기어 올라가는 하늘 고래를 가리키는 남자.

“하늘 고래 먹튀 한 거 아니다.”

“뭐!? 어, 설마! 너, 너너너너!?”

깜짝 놀라 커진 눈동자, 뻣뻣하게 경직된 새하얀 꼬리!

경악한 여우 일족 아가씨의 모습에, 천문석은 내심 웃었다.

이번 난장판 최고 활약자, 하늘 고래가 먹튀 했다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할 수는 없었다.

탑 정상이 가물가물 보이기 시작한다!

지금 필요한 건 속도, 최대한 빨리 탑을 올라 정상에 도착한다!

“꽉! 잡아! 시간 최대한 줄일 거다!”

천문석은 외침과 함께 머릿속으로 경로를 그리고 바로 몸을 날렸다!

휘이잉-

중력을 거스른 몸이 바위로 다가가는 순간.

쿠웅-

불쑥 솟은 바위를 밟고 다시 한 번 뛰었다!

곳곳에 튀어나온 바위를 디디고 뛰고, 쑥 들어간 틈에 로프가 걸린 캠을 박아넣고 몸을 끌어당긴다!

밟을 곳도 잡을 틈도 없는 곳에선 강철봉을 내리쳐 그 반동으로 몸을 날렸다!

천문석은 마치 평지를 달리듯 엄청난 속도로 갈지자(之)로 움직여 탑을 올랐다.

등 뒤에 여우 일족의 후계자, 미호를 업은 채로, 진교은과 특급 헌터를 데리고 내려올 로프를 설치하면서!

* * *

탑 정상 가장자리.

특급 헌터, 진교은, 류호.

세 사람은 납작 엎드린 채로 머리만 쏙 내밀고 있었다.

“모두 내가 말한 거 기억하지? 그럼 나부터 시작할게!”

특급 헌터는 크게 외쳤다.

“누나! 독고다이 누나 거기 아래 있어!?”

뒤이어 진교은과 류호가 외쳤다.

“누구 탑에 매달린 사람 있어요!?”

“매달린 사람 있으면 바로 대답해라!”

“독고다이 누나!”

“누구 있어요?”

“아무도 없냐!?”

……

세 사람은 몇 번이나 외쳤으나 구름과 안개에 가려진 탑 아래에서는 휘이이잉- 거센 바람 소리와 부으으응- 은은한 뿔피리 소리만 들려왔다.

진교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특급 헌터. 그 독고다이란 분 없는 것 같은데?”

“이상하네? 내가 어젯밤에 분명 만났는데? 앗! 혹시 다른 쪽 아닐까!?”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특급 헌터는 파바밧- 옆으로 움직여 다시금 외쳤다.

“독고다이 누나! 거기 아래 있는 거 맞지!? 있으면 소리쳐!”

“아래 사람 있으면 대답하세요!”

특급 헌터와 진교은은 탑 가장자리를 돌며 계속 소리쳤다.

류호는 몸을 일으켜 밤새 성주 장원을 지킨 태웅에게 확인했다.

“태웅. 어젯밤에 성주님이 만난 사람 있었냐?”

“……꼬맹이 말고는 없었는데? 아니, 왜 이렇게 하늘 고래가 안 나타나는 거지!?”

태웅은 바로 고개를 젓고는 손을 움직였다.

둥, 둥, 둥, 둥-

큰 북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태웅은 하늘을 향해 외쳤다.

“하늘 고래! 어서 나와라! 대가를 준비했다!”

“…….”

류호는 말없이 태웅을 바라보다가 주위를 돌아봤다.

호랑이 일족의 장원이 아작나고 적염성의 거대한 시가지가 난장판이 됐다.

거기에 더해 성주 장원 성벽에서 격전이 펼쳐지는 지금!

성주님은 탑 가장자리를 돌며 독고다이라는 사람을 찾고, 태웅은 큰 북을 치며 계속 하늘 고래를 부르고 있었다.

“……!”

류호는 순간적으로 정신이 아득해졌다.

처음 탑에 오를 때는 바로 성주님과 함께 피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탑 정상에 올라온 지 한참이 지났는데 아직도 탈출하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둥, 둥, 둥, 둥-

큰 북을 두들기는 태웅 앞에 쌓인 대가들!

흑철검, 흑철 갑주, 운석 해머……!

태웅, 이 멍청한 녀석이 하늘 고래에게 줄 대가로 무구를 가지고 올라왔다!

영기를 마시고 사는 하늘 고래에게 무구라니!

하늘 고래가 나타나지 않는 것도 당연했다!

하아아-

절로 깊은 한숨이 새어 나오고, 자신도 모르게 목으로 손이 움직였다.

‘경계석 목걸이만 있었다면!’

정신없이 움직이느라 평소 몸에서 떼어 놓지 않았던 경계석 목걸이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류호는 초조해지려는 마음을 가다듬었다.

탑 입구는 곡옥을 이용해 철저히 봉인했다.

이 봉인을 뚫으려면 적어도 하루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반기를 든 자들이 성벽을 뚫고 탑의 봉인을 해제하고 올라오는데 적어도 이틀은 걸릴 거다.

이틀이면 허공도의 제사장이 도착하고도 남을 시간이다.

아니 그전에 12 가문의 병력을 규합하겠다고 말한 호랑이 일족의 가주 탄이 병력을 이끌고 올 수도 있었다.

적들은 성주 장원 성문에 붙잡힌 상황!

지금 탄이 병력을 끌고 나타나 뒤에서 밀고 올라오면 바로 승리를 거머쥘 수도 있다!

‘하늘 고래가 나타나지 않아도 괜찮다!’

시간은 성주님의 편이다.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던지 성주님은 안전하다!

류호가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성주님을 향해 고개를 돌릴 때.

돌연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앗! 퐁퐁이잖아! 여긴 웬일이야!? 너 친구 만나러 간다며!”

“퐁퐁이?’

“성주님?”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던 류호와 태웅은 굳어 버렸다.

퐁퐁, 퐁퐁퐁-

어린 하늘 고래가 탑 위에 나타나 반짝이는 물방울을 흩날리고 있다!

류호와 태웅, 두 사람은 한눈에 알아봤다.

호랑이 일족 장원을 박살 내고, 도시 전체를 난장판으로 만든 초거대 하늘 고래!

하늘 고래가 무언가를 공격하는 건 상상조차 하지 못할 일이었다.

단 한 가지, 하늘 고래 새끼를 공격했을 때를 제외하고!

‘이 어린 하늘 고래가 초거대 하늘 고래를 부른 거다!’

류호와 태웅이 같은 생각을 하는 순간.

류호의 머리를 스치는 아이디어가 있었다!

하늘 고래들은 새끼를 극진히 보살핀다!

이 어린 하늘 고래를 이용하면 이곳에서 빠져나갈 하늘 고래를 부를 수 있다!

“태웅!”

“류호!”

동시에 서로를 부른 류호와 태웅.

눈빛만 봐도 서로의 생각을 알 수 있었다.

“난 바로 올라탈 준비를 하겠다!”

“난 바로 협상하겠다!”

태웅이 북을 벗고 밧줄을 풀어낼 때.

류호는 어린 하늘 고래를 구슬릴 방법을 생각하며 조심조심 다가갔다.

이때 특급 헌터는 어린 하늘 고래의 이야기에 고개를 갸웃했다.

“네 친구가 날 찾아오고 있다고? 나 여기 처음 오는데? 여기에 나를 아는 사람이 있다고!?”

어린 하늘 고래는 지느러미를 움직이며 열심히 설명했다.

구으, 구으으, 구으으으응!

“엄청 재밌고 신기한 친구라고? 아까 하늘로 날아간 멋진 로켓도 그 친구가 쏜 거고!?”

순간 특급 헌터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외쳤다.

“로켓! 그럼 퐁퐁이 너도 이제 로켓처럼 날 수 있는 거야!? 로켓 하늘 고래가 된 거야!?”

구으응-?

고개를 갸웃하는 하늘 고래.

특급 헌터는 퐁퐁검을 흔들며 설명했다.

“아냐! 너도 할 수 있어! 이야압! 이렇게 힘을 주는 거야!”

퐁퐁검 끝에서 물방울이 생겨났다.

이얍, 이얍, 이야압-!

특급 헌터는 연신 기합을 지르며 퐁퐁검을 흔들었다.

커다랗게 자라나던 물방울은 돌연 압축되어 작아지기 시작했다!

포그르르르-

당장이라도 터질듯한 소리가 날 때.

특급 헌터는 외쳤다.

“발사!”

포아앙-

순간 압축되던 물방울은 폭발했고!

쐐애애액-

퐁퐁검은 로켓처럼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가 뚝 떨어져 내렸다!

-……!

어린 하늘 고래가 멍하니 이 모습을 볼 때.

탁-

잽싸게 퐁퐁검을 낚아챈 특급 헌터는 눈을 빛내며 외쳤다.

“퐁퐁이! 너도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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