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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644화 (645/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644화>

“……!”

남궁휘가 문득 느껴진 직감에 고개를 드는 순간.

콰아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하늘로 치솟는 푸른 화염의 꼬리가 보였다!

이 순간 초절정 무인의 직감을 건드리는 전율이 느껴졌다.

“……!”

남궁휘는 단숨에 벽을 박차고 건물 옥상에 올랐다.

도시 남쪽!

이세기가 달려간 방향에서 푸른 화염이 아득한 하늘로 꼬리를 만들며 치솟고 있다!

생전 처음 보는 기사(奇事)!

이런 짓을 할 녀석은 한 명뿐이다!

이세기!

‘이세기는 푸른 화염이 치솟은 저곳에 있다!’

이때 지상에서 징을 든 하누만이 외쳤다.

“얘네들은 흔적 놓쳤어! 위는 어때? 뭐 보이는 거 있냐?!”

“저 푸른 화염! 이세기 짓이다! 남쪽! 선착장 방향! 그곳에 이세기와 그 동료들이 있을 거다!”

“찾았구나!”

하누만은 바로 징을 때리며 소리쳤다.

챠아아아앙-

“푸른 화염! 남쪽이다! 화염이 솟구친 곳에 이세기와 아카린이 있다!”

이 순간 악에 받친 함성과 요란한 악기 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으아아아아아악-

땅, 땅, 따아앙-

피릴리리리-

둥둥, 두두둥-

그리고 다음 순간 모두는 달렸다.

이세기를 놓친 남궁 가주, 남궁휘.

아카린에게 먹튀를 당한 하누만 농악대.

이세계에 낙오할 위기에 처한 왕체, 최림, 김기철과 용역 헌터들.

너무나 다른 세 집단이 각자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힘을 하나로 모았다!

남궁휘는 대일 여래의 빛.

하누만 농악대는 의뢰비.

용역 헌터들은 무사 귀환.

이렇게 가진 힘도 목적도 달랐지만, 남궁휘, 하누만 농악대, 용역 헌터들의 목표는 같았다.

‘도망친 이세기와 아카린을 잡는다!’

그러나 이때 천문석은 이미 푸른 화염이 치솟은 장소에서 도망치고 있었다.

파닥, 파다다닥-

신나게 지느러미를 파닥이며 퐁퐁퐁- 물방울을 쏟아 내는 하늘 고래와 함께.

구으, 구으응-!

하늘 고래의 즐거운 울음소리가 들리는 순간 그 마음이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엄청엄청! 재밌었어!’

그러나 뜨겁게 달아오른 하늘 고래를 젖은 천으로 둘둘 감은 채 달리는 천문석은 웃을 수 없었다.

천문석은 하늘을 바라보며 절절히 외쳤다.

“화로! 사령 화로가!!”

특급 헌터에게 빌린 사령 화로가 푸른 꼬리를 끌고 까마득한 하늘 너머, 우주로 날아가고 있었다!

* * *

“아니, 사형! 이게 뭔 삽질입니까!”

데이몽 발도가 분통을 터트렸으나.

사형, 무사인 카이류는 묵묵히 숲 속을 걸었다.

“…….”

한자가 넘는 굵기의 돌기둥 십여 개를 올린 지게를 짊어지고서!

쿵, 쿵, 쿵-

육중한 발걸음 소리가 울려 퍼질 때.

데이몽은 기가 질린 표정으로 이 모습을 바라봤다.

마치 작은 산을 옮기는 듯한 모습이다!

나무기둥을 쌓은 지게를 짊어진 자신도 땀을 비 오듯 흘리는데, 무사인 사형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저 거대한 돌기둥을 옮기고 있다!

데이몽은 그동안 짐작이 맞다는 확신이 들었다.

대사형보다 둘째 사형이 더 강하다!

’아니, 이런 힘으로 왜 대사형 부하 노릇을 하는 거야!’

다시 한번 확신한 데이몽은 사형을 따라 달리며 외쳤다.

“잠깐만 사형! 내 말 좀 들어 보라니까요!”

“말하게 사제.”

무사인이 고개를 끄덕이자.

데이몽은 바로 손을 들어 가리켰다.

자신의 지게에 올려진 나무기둥!

무사인의 지게에 올려진 돌기둥!

“나무기둥, 돌기둥을 세워서 진법을 발동시킨다는 게 믿어집니까?!”

“…….”

“진짜로 대사형이 진법을 펼친다는 말을 믿으세요? 사형?!”

“난 사형을 믿는다.”

무사인의 추호의 흔들림도 없는 확신에 찬 대답이 돌아오는 순간.

쿵, 쿵, 쿵-

데이몽 발도는 가슴을 두들기며 연신 외쳤다.

“아, 답답하네! 믿을 사람이 따로 있지!”

“대사형 천자문도 다 못 떼서 나한테 글자 물어본 게 몇 번인데!”

“그런 대사형이 진법을 펼친다는 말을 믿어요?!”

“그것도 마굴의 마신조차 헤맨다는 생사팔문의 진법을 펼친다고요!?”

“아니, 대사형은 동네 마실 갔다가도 길 잃는 사람이에요! 그런 대사형이 무슨 진법이에요!”

“이거 분명 대사형이 우리 굴리려고 구라친 거라니까요!”

데이몽이 열변을 토했으나, 무사인은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숲을 헤치고 걸었다.

“사제, 사형은 그런 분이 아니시다. 분명히 이 일도 큰 뜻이 있으실 거다.”

전혀 이빨이 박히지 않는 모습!

‘아니, 대사형이 치는 사고에 그렇게 당했으면, 어떻게 아직도 이렇게 믿는 거야?!’

내심 탄식한 데이몽 발도는 전략을 바꿨다.

“사형! 이것 보세요! 사형!”

데이몽 발도는 번개같이 주위를 훑더니 허리춤에서 전낭을 꺼내 열었다.

순간 확 올라오는 금빛!

“사제? 이게 뭔가!”

깜짝 놀란 무사인이 외치는 순간.

데이몽은 입에 손가락을 올리고 재빨리 말했다.

“쉿! 저번에 인신 공양 사당 때 혈귀에게 슬쩍한 금붙입니다. 이걸로 우리끼리 도시 가서 재밌게 놀고 오죠! 사형 기루 한 번도 안 가 보셨죠?! 제가 쏘겠습니다!!”

“…….”

잠시 금붙이를 보던 무사인은 데이몽이 짊어진 지게를 잡아당겼다.

나무기둥이 수북이 쌓인 지게가 어깨에서 쑥 뽑혀 나와 번쩍 들렸다!

“사형?!”

“진법은 내가 완성할 테니 사제는 쉬고 있게.”

무사인은 지게를 하나는 짊어지고 하나는 손에 든 채로 빠른 걸음으로 나아갔다.

“……어, 사형! 잠시만요!”

순식간에 숲을 가로질러 탁 트인 공터에 도착하자, 나무기둥과 돌기둥을 박기 시작하는 무사인 카이류.

쿵-

무사인은 돌기둥의 위치를 잡으며 진중하게 말했다.

“여기는 걱정하지 말고 가서 쉬다 오게 사제.”

“사형 그러지 말고 같이 튀어요! 이거 분명 대사형 구라라니까요!”

“그럴 리가 없다. 무슨 생각이 있으시겠지.”

“아, 답답해서 미치겠네! 이거 분명 구라 치는 거라니까! 믿을 게 따로 있지! 어떻게 노름꾼을 믿…….”

가슴을 두들기며 버럭 소리치는 순간.

데이몽은 섬뜩한 직감을 느꼈다!

번개같이 검을 뽑아 몸을 돌릴 때.

소리도 없이 날아와 머리를 때리는 무언가!

따악-

“……어떤 새끼냐?!!”

이를 악물고 외치는 순간.

수풀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대사형 새끼다.”

“……!”

데이몽의 눈에 머리를 맞고 떨어진 물체가 들어왔다.

대사형의 황동 곰방대다!

‘온종일 오두막에서 빈둥거리더니 여긴 왜 온 거야?!’

마음으로 비명을 지르는 순간.

수풀 속에서 나타나는 대사형!

순간 데이몽 발도는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아유. 대사형! 힘들게 왜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오두막에서 편히 쉬고 계시지! 저희는 아주 열심히 일하고 있었습니다.”

외침과 동시에 번개같이 지게로 달려가 나무기둥과 망치를 들고 땅에 박았다.

쾅, 쾅, 쾅--

나무기둥이 흙에 박혀 들어갈 때 깊은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하아- 너, 내가 나무기둥 어떻게 자르라고 했냐?”

“네? 아니 나무기둥을 뭘 어떻게 잘라요? 그냥 자르면 되지.”

순간 대사형의 얼굴에 핏대가 오르고 까닥까닥- 손가락을 까닥이며 오라고 손짓하는 게 보였다.

데이몽은 직감했다.

‘빡쳤구나!’

다행히 대사형, 둘째 사형 모두와 거리가 있다.

가능하다!

도망칠 수 있다!

슬금슬금 물러서며 도주각을 보는 순간.

예상과는 전혀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너 이 진법 설치. 괜한 삽질, 구라, 사기. 하여튼 그냥 굴리려고 시켰다고 생각하지?”

“……?”

정곡을 찌르는 말에 데이몽 발도는 자신도 모르게 멈칫했다.

순간 허탈함이 담긴 한숨과 함께 이어지는 진지한 목소리.

“하- 이 생사팔문의 진법은 진짜다. 곧 엄청난 강자가 이 숲을 지나갈 거다. 그 강자를 막지 못하면 커다란. 진짜진짜 커다란 문제가 생긴다.”

근 1년 동안 보도듣도 못한 대사형의 진지한 목소리, 진지한 표정이다!

‘뭐지, 이번엔 진짜인 건가?!’

데이몽의 마음속에서 의혹이 싹트는 순간 불현듯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대사형.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어, 그래 해라.”

“그 엄청나다는 강자. 진법을 펼칠 게 아니라 그냥 막으라고 명령하면 되잖아요?”

데이몽의 손가락이 숲 속 공터를 가리켰다.

쾅, 쾅, 쾅-

데이몽이 가리킨 공터에는 맨손으로 거대한 돌기둥을 박아넣는 무사인 카이류가 있었다.

“…….”

“…….”

순간 대사형과 데이몽 발도 두 사람은 말문이 막혔다.

무사인이 돌기둥을 잡고 힘을 쓸 때마다 쑥쑥 크기가 줄어들고 있다.

강철도 아닌 돌기둥이 화강암 암반을 뚫고 박히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대사형의 머릿속에서 견적이 섰다.

[무사인 카이류 vs 허공도의 제사장]

‘아니, 언제 이렇게 강해졌어?! 이거 진짜 싸우면 이기겠는데!?’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말문이 턱 막히는 순간.

막내 사제의 의심스러운 눈길이 느껴지고 의혹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 말이 맞죠? 그 강자가 누군지 몰라도 둘째 사형한테 명령하면 그냥 때려잡을 거 같은데…….”

순간 자신도 모르게 끄덕여지려는 고개.

자신이 봐도 그럴 것 같았다.

하지만 여기서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간만에 대사형답게 논리와 합리로 설득하려 했다.

그러나 무사인 카이류와 허공도의 제사장이 만나면 안 되는 이유를 막내 사제에게 설명할 수가 없었다.

설명하는 순간 인과가 뒤엉켜 뒤죽박죽되니까!

그래서 먹물 없이도 쓸 수 있는 붓을 꺼냈다.

“대사형 갑자기 도깨비 붓은 왜?”

대사형은 씨익 웃으면 성큼성큼 걸어가 일필휘지로 암반에 박힌 돌기둥에 이름을 썼다!

[데이몽 발도]

“어?! 내 이름은 왜 거기다가 써요!?”

데이몽이 깜짝 놀라 외치는 순간.

흐흐흐흐흐-

음흉하게 웃는 대사형.

“내가 말한 강자가 진법에서 개고생하다 간신히 빠져나왔어. 그런데 어라?! 여기 이름이 보이네! 그럼 뭘 할까?”

데이몽 발도는 경악했다.

“설마, 대사형 지금 거기다가 이름 적는 게?!”

“맞다! 누구 때문에 자신이 개고생했는지 찾겠지? 그 강자가 이 이름 보는 순간 넌 찍히는 거야!”

대사형은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폭탄을 터트렸다.

“이제 넌 진법과 한 몸이야! 나무기둥 정확한 규격으로 다시 깎아서 최선을 다해 박아라!”

카캬카카카-

악당 같은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데이몽 발도는 폭발했다.

“아니, 왜 내 이름을 적어요! 이거 대사형 계획이잖아요! 적으려면 대사형 이름을 적어야죠!”

분통을 터트리며 한달음에 달려와 도깨비 붓을 낚아채 대사형의 이름을 적으려는 순간.

툭-

어깨에 닿는 손길!

씨익-

대사형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잡았다.”

으어어엇-!

기겁해서 도망치려는 순간.

대사형의 손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쇳소리!

짤랑-

“……!”

어느새 대사형의 손에는 자신의 전낭이 들려 있었다!

금붙이가 들어 있는 전낭이!

그리고 은근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최선을 다해서 일을 끝마치면 이 돈주머니 열어 보지도 않고 돌려줄 거다. 아니면…… 알지?!”

카캬카카카카-

대사형의 악당 같은 웃음이 터지는 순간.

“…….”

데이몽 발도는 말없이 나무기둥을 다시 깎아 지정된 장소에 박아 넣기 시작했다.

최선을 다해서!

이 순간 대사형은 허공도와 적염성 그리고 하늘을 번갈아 바라봤다.

허공도의 제사장.

적염성의 개파조사님.

하늘에 솟아오른 사령 화로.

. ……

여러 조각이 하나로 맞물려 큰 그림을 만들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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